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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와타텐]나에게 악마가 내려왔다! 6화 (완)

밀크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30 01: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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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쨩과의 점심 식사를 끝낸 후 저는 하나쨩의 명령에 따라 영화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번 명령의 내용은 하나쨩이 보고 싶은 영화를 함꼐 보는 것.

지금까지의 명령들과 비교해 정말 간단한 명령. 그리도 드디어 등장한 데이트다운 행동입니다.


"하나쨩, 그래서 보고 싶은 영화가 뭐니?"

"저거에요."


하나쨩은 자그마한 검지 손가락으로 영화관 벽 한켠에 붙어 있는 커다란 포스터를 가리켰습니다. 

미묘한 얼굴, 아프로 머리, 프링X스 아저씨 같은 콧수염, 황갈색 몸통. 포스터에 그려진 캐릭터는 낯이 익었습니다.

저는 또박또박 포스터에 적힌 영화 제목을 읽어 나갔습니다.


"히게로의 모험?"

"네! 처음으로 개봉하는 히게로가 주인공인 영화라구요!"


하나쨩은 한껏 들떠 있었습니다. 하나쨩은 여전히 히게로를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아직도 히게로의 어떤 점이 귀여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만.


"지금도 히게로 좋아하는구나."

"당연하죠."


저는 조금 장난기가 발동해서 이런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그럼 히게로랑 나 중에 누가 더 좋아?"

"네?"


하나쨩은 제 질문이 예상 밖이었는지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질문의 의도가 뭐에요?"

"아니. 별다른 뜻은 없고 그냥 궁금하달까..."

"하아. 언니는 나이를 먹었어도 참 유치하시네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쉬는 하나쨩. 하나쨩은 무미건조한 톤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니가 더 좋아요. 이게 언니가 듣고 싶었던 답이죠?"

"에이~ 진심으로 답해줘야지."

"더 이상 구질구질하게 굴면 화낼 거에요."

"미안..."


저와 하나쨩은 티켓을 끊고 팝콘과 음료를 산 뒤 상영관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스크린이 잘 보이는 중앙 열의 복도 쪽 자리. 

하나쨩은 자리에 앉아 눈을 반짝거리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 귀여운 모습을 보자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 떄, 귀신처럼 바로 제가 앉아 있는 왼쪽 방향으로 눈을 굴리며 경고하는 하나쨩.


"이걸로 두번째네요."

"으으..."


이젠 정말 조심해야겠다. 앞으로 한번만 더 걸리면 악몽이 다시 한번 시작돼...! 


광고가 모두 끝나자 상영관 안의 조명이 꺼지며 영화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영화사, 배급사 등등의 로고가 지나가고 마침내 시작되는 영화.

그런데...


"어라?"


저는 스크린에서 이상을 느꼈습니다. 히게로가 계속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히게로가 아닌 갸루처럼 보이는 금발 여고생이 주인공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보다도... 이거 실사영화잖아? 히게로의 모험은 애니메이션 영화 아니었나? 어떻게 된 거지... 혹시 상영관을 잘못 들어왔나?

저는  마음 속에 불안을 갖고 조심스럽게 하나쨩을 보았습니다. 하나쨩도 당황한 듯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관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하나쨩에게 귓속말을 건넸습니다.


"하나쨩, 잘 못 들어온 것 같은데 어떻게 할래?"


아직 영화가 시작된지 얼마 안 된 지금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감수하고 지금이라도 올바른 상영관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쨩은 예상 외의 답을 내놓았습니다.


"지금 자리를 옮기기에는 무리가 있으니까 아쉽지만 그냥 봐요. 히게로의 모험은 나중에 히나타, 노아랑 같이 볼게요."

"응. 알았어."


저와 하나쨩은 영화에 집중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를 대강 말하자면 금발 갸루 여고생과 흑발 학생회장 여고생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사랑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음... 예상 외로 재미있네.


2시간 후. 영화가 끝나고 저희는 상영관 밖으로 나왔습니다. 저는 하나쨩의 기분을 살피기 위해 물었습니다.


"하나쨩, 영화 어땠어?"

"뭐, 볼 만 했어요."

"다행이다. 나는 재미있게 봤어."

"그러신가요..."


하나쨩은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습니다. 뭐라고 말했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행이다' 라는 부분은 들을 수 있었습니다.

행이다? 무슨 뜻이지? 그건 그렇고 이제 뭐하지... 급하게 나오느라 계획도 못 짰네.


저와 하나쨩은 건물 밖으로 나와 사람들이 붐비는 번화가를 걸었습니다. 저는 하나쨩의 명령이나 지시를 기다렸지만 한동안 명령은 없었습니다

그저 하염없이 거리를 걸어가던 중 하나쨩은 게임센터 앞에서 멈춰섰습니다. 


"게임센터 가고 싶니?"

"...네."


게임센터에 들어가자마자 저희를 반기는 인형뽑기 기계의 행렬. 수많은 탐욕의 상자 안에는 가지각색의 인형, 피규어가 차 있었습니다. 

인형뽑기 기계의 내용물을 찬찬히 살피던 하나쨩은 히게로 인형이 들어있는 인형뽑기 기계를 발견하고는 제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언니! 명령이에요. 이 히게로 인형을 뽑아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요."

"내 돈으로...?"

"몰라서 묻는 건가요. 당연하죠."


히게로 인형의 크기는 한눈으로 봐서 약 30cm. 결코 난이도가 쉬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형 뽑기에 자신은 없지만 지금은 물러설 수 없는 상황.

저는 예전에 어렴풋이 들었던 인형뽑기 공략법을 상기하며 지폐 투입구에 1000엔을 넣었습니다.

그러나 집게로 집는 데 성공하는 족족 오래 가지 못하고 떨어지고 마는 인형. 그렇게 1000엔이 증발했습니다.

저는 떨리는 손으로 1000엔을 더 넣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신중하게 집게를 이동시켰습니다.

이번에도 실패. 하지만 목표 인형이 출구 바로 옆까지 왔습니다. 앞으로 조금만 더 하면! 

제 지갑에 남은 마지막 노구치 1장. 투입.

그리고 9번을 더 시도했지만 실패. 이번이 마지막 기회. 

저는 제가 낼 수 있는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해 집게의 위치를 조정했습니다. 

긴장되는 순간. 두근거리는 심장. 목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 하나쨩의 기대어린 시선.

그 모든 것을 등에 지고 버튼을 눌렀습니다.

지이이잉. 착. 


"윽... 결국 실패인가..."

"아니에요, 언니! 봐요!"

"응?"


집게가 인형의 택 부분에 걸려 있었습니다. 걸리면 절대 도중에 떨어질 리가 없는 그 틈새에 말입니다. 

출구까지 무사히 이동한 히게로 인형. 히게로 인형을 받아 든 하나쨩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제게 감사를 표현하는 하나쨩.


"고마워요, 언니."


이렇게 해바라기처럼 밝게 웃는 하나쨩은 3년만에 본 것 같았습니다. 저와 하나쨩이 재회한 후로 한 번도 제게 보여준 적 없는 표정이었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하나쨩을 악마라고 느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하나쨩은 옛날 그대로의 천사였습니다. 

그런 하나쨩을 보고 이성을 잃어 버린 저는 제 안의 충동을 이겨내지 못 하고 웃어버렸습니다. 


"고마운 건 고마운 건데 지금 세번 걸리셨어요."

"응...?"

"화이트 릴리. 다시 한번 해주셔야 겠네요."

"어라?"


아. 방심했습니다. 설마 방금 하나쨩이 보여준 모습도 저를 웃게 하기 위한 하나쨩의 계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짓을. 그 짓을! 또 해야 된다니! 아아. 이제 포기하자. 한번 했는데 두번 못 할것도 없지. 하하하... 

저는 자포자기하며 하나쨩에게 의상을 달라고 말했습니다.

의상을 받아든 저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횡설수설했습니다. 

그런데 하나쨩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댐이 터져 홍수가 난 것처럼 오래 참았다 터져 나온 웃음이었습니다.

하나쨩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등으로 닦고 호흡을 한번 가다듬고 주머니에서 USB 메모리를 꺼냈습니다. 

저는 그 흉기를 보자마자 공포를 느기며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마음이 바뀌었어요. 이 짓도 이제 슬슬 질리네요."

"안 돼! 제발! 사회적 죽음만은! 용서해 주세요!"

"잘 못 하셨죠?"

"잘 못 했어요! 잘 못 했습니다!"

"반성하고 있나요?"

"네! 아주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알았어요. 용서할게요."

"네...?"

"언니는 참 바보네요. 저도 이렇게까지 잘 풀릴 줄은 몰랐는데."


하나쨩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습니다. 하나쨩은 피식 웃으며 말했습니다.


"사실 이 USB 메모리에는 아무 것도 담겨 있지 않아요."

"뭐라고?"

"전부 거짓말이에요. 언니를 골탕 먹이기 위한 거짓말. 그런데 참 철썩같이도 믿으셨네요."

"응?"

"후훗. 언니의 그런 순수한 점 싫지 않아요."

"도대체 왜 이러한 짓을 했니?"


저는 지금 상황에 대해 안도감보다도 의구심이 앞섰습니다. 진지한 하나쨩이 이런 장난을 치다니.


"언니와 재회한 뒤로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언니와의 추억들을요."

"추억?"

"네. 그런데 그 추억이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니에요. 실제로 언니가 한 행동을 생각하면."

"그건... 죄송합니다."

"그래서 저도 언니에게 한번 복수를 하고 싶었어요. 이제 만족했어요."

"그런 거였구나... 그런데 복수를 할 거 였으면 굳이 데이트를 할 필요는 없지 않았니?"

"언니와 데이트하고 싶었던 마음은 진실이었으니까요."


저는 하나쨩의 그 말에 얼굴이 화끈 달라올랐습니다. 


"근데 몇 가지 궁금한 게 있어."

"뭐가요?"

"우선 하나쨩과 재회한 날, 하나쨩이 보였던 미소는 정말 거짓이었니?"

"아니요. 꾸밈 없는 진짜 였어요."


다행이다. 기쁘구나. 하나쨩!


"그리고 카페에서 기분이 안 좋았던 이유가 뭐니?"

"네?"


하나쨩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말해줘. 말해줘."

"싫어요. 그건 알아서 생각하세요."

"나는 바보라서 하나쨩이 알려주지 않으면 모른다구."


하나쨩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하... 정말 어쩔 수 없는 언니네요. 일단 그 때 제가 그 명령을 내린 이유는 언니의 사회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어요."

"뭐? 그 방법 효과 있는 거니?"

"그런데 제 예상과는 다르게 언니가 다른 사람이랑 너무 친해져서... 저만 빼놓고 이야기에 열중하는 게 싫었어요! 이제 됐죠!"

"다시 말해서 질투했다는 뜻이구나!"

"그런 건 아니고요...!"

"에이~ 이 귀여운 녀석!"


저는 찹쌀떡 같은 하나쨩의 하얀 볼떄기를 두 손으로 잡아 늘렸습니다. 


"하히 마헤여! 아하..아흐다고효!"

"미안미안."


하나쨩은 손바닥으로 뺨을 문지르며 덧붙였습니다.


"참고로 언니에게 길거리에서 코스프레를 하라고 한 이유도 마찬가지에요."

"그 때는 정말 죽고 싶었다구..."

"저도 언니가 그 정도로 싫어할 줄은 몰랐어요."

"뭐... 인과응보라는 셈 칠게. 아무튼 이제 만사 OK네! 모든 것이 연기였다는 것을 알았으니 가슴이 후련하다~."

"음흉하게 웃지 말라는 건 진심이었어요."

"그렇니?"

"언니는 저 좋아하시죠?"


하나쨩은 제게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습니다. 가까워. 가깝다구!


"그야 물론 좋아하지. 하나쨩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렇다면 앞으로는 음흉한 미소가 아니라 따듯한 미소를 지어주세요."


그 말에 저는 하나쨩과 함께했던 순간들을 떠올렸습니다. 생각해 보면 하나쨩은 저 때문에 많이 고생했을 것입니다.

저는 제 자신만을 생각하며 하나쨩을 좋아하는 마음을 도가 지나치게 표현했습니다. 하나쨩의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고.

저는 일방적으로 하나쨩을 몰아붙였을 뿐 진정으로 하나쨩을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당연한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사실에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차분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응. 그렇게 할게."

"고마워요."

"그리고 할 말이 있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나쨩. 저는 지금 제가 생각하고 깨달은 것들을 모두 한 마디에 담아 하나쨩에게 전했습니다. 


"미안해."

"뭐가요?"

"전부."

"휴우. 설마 언니 입에서 진심어린 사과를 들을 줄은 몰랐어요."

"이제 하나쨩에게 내 마음을 강요하지 않을게. 하나쨩은 내가 밉지?"

"밉죠. 정말 싫어요. 최악이에요."


하나쨩의 말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제 가슴에 꽂혔습니다. 10점. 10점. 10점.


"그래도... 싫기만 한 건 아니에요. 조금은 좋아하는 부분도 있어요."

"하나쨩...!"


부끄러워하는 하나쨩의 말이 기뻤습니다. 아마도 제가 하나쨩에게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은 이번이 처음일 것입니다. 

저는 하나쨩의 말대로 제 안의 어둠을 참고 따듯한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하나쨩은 그런 제게 말 없이 다가와 살포시 안아 주었습니다. 

저는 하나쨩의 품 안에서 눈을 감고 조용히 다짐했습니다.




서로를 알고, 이해하고, 배려하고. 

사랑은 내 안에 나 뿐만 아니라 나와 너 모두가 있을 때 비로소 사랑이 된다.

지금까지 나는 그러지 못 했다.

내 안에는 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게.

언젠가 너와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보기 위해. 





"하나쨩. 이제 제대로 된 인간이 될게!"

"진작에 그러셨어야죠. 응원할게요."

"그런데 하나쨩. 조금은 나를 좋아한다고?"

"네..."

"조금이라고 해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언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아해요."

"......!"


하나쨩은 갑자기 폭탄 발언을 하고는 창피함을 숨기려는 듯 몸을 홱 돌렸습니다. 그리고 개미만한 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3년 동안... 보고 싶었다고요."

"하나쨩...! 정말?"

"네. 언니가 만든 맛있는 디저트를 3년이나 먹을 수 없었으니까요. 그 맛은 대체 불가에요."


어느새 평소의 태연작약한 분위기로 돌아와 있는 하나쨩.


"앞으로도 저를 위해 디저트를 만들어 주실 거죠?"

"당연하지!"










-에필로그-



하나의 집. 하나는 목욕을 하고 있다.


"후우. 그건 안 들켜서 다행이다."


점점 물 속으로 가라앉으며 혼잣말을 하는 하나.


"그치만 언니에게 솔직하게 연애 영화를 보자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 언니가 내 뒤만 따라와서 잘 됐지만."


그렇다. 하나는 일부러 상영관에 잘 못 들어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제야 언니가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는 느낌이네."


후후. 하고 작은 새가 속삭이는 것처럼 웃음 소리를 내는 하나.


"앞으로가 기대돼."


하나는 잠시 눈을 감고 목욕물을 만끽하기로 했다. 하나는 기대감과 고양감에 차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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