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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창작) 최고의 씨발년 - 16

ㅇㅇ(221.149) 2020.12.30 00:09:17
조회 476 추천 22 댓글 2
														

11화 상편 -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64316

11화 하편 -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66266

12화 -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67878

13화 -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68746

14화 -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74908

15화 - https://gall.dcinside.com/m/lilyfever/677907


=============================================


“...”

 

수담은 순간 무언가를 깨닫고선

손나팔 불듯 주먹으로 입술을 가렸다

진심이 지나치게 많이 담긴 말

그것을 소리로 바꿔 공기 중에 뱉어낸 입술

짧고 굵은 후회가 눈썹을 짓누르며 주름을 만들어냈다

 

“...”

나 생각나서 왔다고?”

내 생각이 멈추지가 않아서?”

 

“...”

 

물수제비랍시고 던진 조약돌이

미약한 파장만 남긴 채 볼품없이 물속에 가라앉는 것을

넌지시 바라보는 듯한 지우의 얼굴

 

그러니까

“...뭐 대충

나 보고 싶어서 왔다는 거니?”

 

“...”

 

누가 혀라도 씹었어?”

왜 대답 안 해

 

“...”

마음대로... 생각해

 

그래

만약 너 진짜 그것 때문에 나 보러온 거면

진짜 최고로 씨발년스러운 거 알지

 

느린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와

교복치마 밑으로 뻗은 수담의 하얀 다리를 기어올랐다

   

너 그 날 그거

거의 범죄나 다름 없잖아

 

담장을 뒤덮은 덩굴처럼

스산함은 수담의 하반신을 옭아맸다

 

그런 짓을 해놓고

니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서 찾아왔다는 건 도대체 뭐야

이번엔 뭐 약 먹여서 기절이라도 시켜놓고 제대로 끝까지 가보겠다는 거니?”

 

그런 건...”

 

아니겠지

아닌 거 알아

아는데

내 생각이 너무 났다느니 그럴 수 있다 치는데

말 하는 순서가 틀렸잖아

 

“...”

 

바다처럼 넓고 깊게 이어지는 단 한 번의 심호흡

수담은 허리를 타고 올라와 목을 조르는 스산함을 천천히 벗겨내며

다가간다

 

“...”

 

한 걸음

 

“...”

 

두 걸음

 

“...”

 

그리고 세 걸음이 바닥에 닿고 나서도

 

“...”

 

수담에게서 멀어졌던 지난번과는 달리

지우는 같은 자리에 서있었다

 

미안해

 

“...”

 

그 땐 내가 잘못 했어

다시는...”

 

“...”

 

다시는 안 그럴게

미안해

 

“...”

 

시선이 마주했다가

벗어났다가

다시 마주했다가

또 벗어났다가

움직이는 것은 지우의 눈동자뿐이었다

 

멍청한 기집애

그 말을 먼저 했어야지

서순도 맞고 다른 말 안 붙여도 되고

얼마나 편하니?”

 

평소라면 짜증이 치솟았을 반지우의 말투에

수담은 과열됐던 몸이 차분하게 식어가는 느낌

 

아 참고로

니 사과는 거절이야

 

을 받을 뻔했다

 

“...”

?”

 

뭐가 뭐야

미안하다고 다는 아니잖니?”

사과 하면 무조건 받아준다는 말도 안 했고

 

“...”

그러면 말 하는 순서니 뭐니

그런 말은 왜 한 거야

 

그건 사과 받아주는 거랑은 아무 상관없지

그냥 서순이 틀렸다고 지적했을 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너한테 강간당하기 직전까지 갔는데

그 정도 권리는 있는 거 아니야?”

 

“...”

 

어때?”

 

반 걸음

살짝 다가오는 지우

건조함에 조금 터있는 입술이 보이는 거리

 

아직도 미안하니?”

 

겨우 겨우 몸에서 풀어냈던 스산함이

다시금 수담의 사지를 부둥켜안았다

식은땀이 거꾸로 솟는 듯했다

 

“...”

 

내가 이래도

아직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어?”

 

“...”

 

괜히 거짓말 말고 똑바로 말해봐

 

“...”

 

대답할 때까지 아무 데도 못가

너도 나도

 

하아...”

 

바람이 빠르게 진동하는 기도를 타고

수담의 몸 밖으로 흘러나갔다

 

“...”

남아있어

 

“...”

정말?”

 

솔직히 니 말투가

절대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쪽은 아니지

사실 오히려 들을수록 화만 나

“...”

 

근데

그래도... 감수해야겠지

너가 싸가지 없이 굴어서 화가 나도

내가 한 일이 없어지진 않으니까

너가 상처 받은 것도

그러니까...”

 

수많은 철자, 단어, 문장, 뉘앙스가

마음속에서 어지럽게 회전했다

너무도 빠르게 움직이는 선택지들 사이에서

적당한 말을 요령 있게 낚아채는 것은

굉장한 체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말만 하는데 지치냐 왜

 

축 늘어진 두 어깨 가운데서

수담은 묵직한 한숨을 바닥에 토해냈다

 

“...”

고개 숙이지 마

 

, -”

 

한 쌍의 손이 양쪽 볼에 감겨와

수담의 시선을 들어올렸다

유난스레 추운 봄 저녁의 온도가 만들어낸 입김을

서로의 입술과 코가 나눠가졌다

 

나한테 얼굴 보여주면서 얘기해

진짜로... 아직도 미안해?”

 

“...”

미안해

 

“...”

 

“...”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때마침 켜진 가로등 불빛이

둘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알았어

 

애정 어린 움직임으로 수담의 얼굴을 쓸어내리며

느리게 떠내려가던 지우의 두 손은 느닷없이

 

 

수담의 두 팔과 허리 사이의 공간을 비집고 들어와

등 뒤에서 똬리를 틀었다

하얀 교복 셔츠자락 위에 지우의 긴 머리카락이 잔뜩 달라 붙는다

 

“...뭐해

 

움직이지 마

잠깐만... 잠깐만 이렇게 있자

우리

 

“...”

 

수담은 뻣뻣하게 굳은 팔을 움직여

지우의 허리 위에 망설이듯 손을 올렸다

갈라진 마디 사이사이를 채우는 플리스의 부드러운 감촉

가슴팍에선 지우의 체온이 사방으로 향기를 퍼뜨렸다

 

나는 점수로 장난질

너는 묶어놓고 만지기

... 무게감은 다르지만

어쨌든 한 번씩 주고받았으니까

그리고 둘 다 사과도 했으니까

이번 일은 서로 다시는 생각하지 말자

 

“...”

 

그 편이 시원하고 좋지 않니?”

 

무게감이 다르다

이 정도 말로 요약할 수 있는 걸까?

수담은 생각했다

어쩌면 차원이 다르다라는 말이 더 맞지 않을까?

물론 둘 다 잘못했지만 반지우의 행동은 인성의 영역이고

내 행동은 범죄의 영역인데

 

끝없는 질문이 길게 이어져 수담의 머리를 둘둘 감았다

도대체 반지우는 왜 나를?

도대체 반지우는 왜 이렇게까지?

도대체 왜

도대체 반지우는 왜

 

반지우 너는

너는 왜...”

왜 그렇게-”

 

꼬르르륵

 

“...”

 

“...”

 

조용히 포옹을 풀고 빠져나오는 반지우

무언가를 참으려는 듯 입 안에 말려들어간 입술 끝자락에서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학교 끝나고 바로 왔니?”

뭐 안 먹고?”

 

“...”

집 가서 먹을 거니까 신경 꺼

 

“...”

싫은데

 

지우는 수담의 손을 빠르게 낚아채더니

잽싸게 아파트 1층 비밀번호를 누르고는

엘리베이터까지 단숨에 올라섰다

‘20’닫기버튼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엘리베이터 문이 바깥 풍경을 좌우로 집어 삼킨다

 

, 뭐하는 거야

 

밥 먹고 가

 

갑자기 무슨...”

 

“...”

 

“...”

 

여전히 지우에게 붙잡힌 수담의 손

엘리베이터에 차오르는 수담과 지우의 향기

둘의 의식 속에 양호실 침대 위의 시간이 짧게 재생된다

 

“...”

 

“...”

 

“...”

 

“...”

 

도르래에 매달린 직육면체가

지상에서 점점 멀어지는 기계음이

정적과 정적 사이를 채운다

 

“...”

 

“...”

 

그 진동을 먼저 밀어낸 것은 수담

 

그럼 이제...”

화 풀린 거야?”

 

-’

 

20층에 멈춰선 엘리베이터

 

글쎄

너 하는 거 봐서

 

“...참나

 

푸흡

들어와

 

“..

 

저녁 메뉴는 조금 뜬금없게도

사골국에 계란찜

전부 지우가 직접 만들었다는 게

수담에겐 더 큰 의외로 다가왔다

 

“...”

 

“...”

안 먹니?”

 

식탁에 차려진 건 지우의 식사 뿐

 

너는?”

 

난 너 먹는 거 구경할 거야

강수담 구경 못한지 너무 오래됐다

 

 

더 이상 어딘가에 딴지를 걸 힘이 수담에겐 남아있질 않았다

 

“...”

 

“...”

 

“...”

 

흐흥

맛있어?”

 

“...”

 

솔직히 놀랍다

 

엄청... 맛있네

 

아하하하

기집애 혀는 솔직하네?”

 

“...”

 

천천히 먹고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고 가

 

, -”

 

수담은 하마터면 사골에 녹아있는 소의 영혼을 받들어

국물을 되새김질 할 뻔했다

 

뭐라고?”

 

그러니까

 

식탁 맞은편에 앉은 지우가 손을 뻗어

수담의 짧은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겨준다

귓바퀴에 새끼손가락이 스쳐흐른다

 

머리카락 국물에 토렴 될라

 

말 돌리지 말고

자고 가라니 갑자기 무슨 소린데

 

“...”

 

6일 만에 수담의 시야를 채우는

즐거움과 음흉함이 훌륭하게 섞인

지우의 미소

 

왜냐면

그게 내 진짜 소원이거든

너가 하루 자고 가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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