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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이거 주작 아님. 내가 개추 500번 누름ㅋㅋ

한청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22 22:30:30
조회 9991 추천 149 댓글 22
														

3월 22일


일기를 쓰기로 했다.


지금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미리미리 기록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막 엄청 심각한 내용은 아니다.


내 취미는 커뮤니티 활동인데, 내가 생각해도 좀 중증이다.


아무리 그래도 쓴 글이 1만개를 넘기거나, 글댓비가 박살 났거나, 모두가 내 이름을 알 정도로 중증인 건 아니지만......


그냥 고평가 받기엔 애매한 글들을 대상으로 주작기 돌려서 추천수를 미친듯이 올려 마녀사냥 당하게 하는 수준이다.


아니면 재미없는 이야기가 돌면 모든 글의 추천수를 올려버려서 화제를 바꿔버리거나.


내가 하는 커뮤니티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이다보니 이런 조작(전문용어론 주작)질은 되게 쉬운 편이다.


오늘 아침에도 하나 주작했었다.


빠른 시간에 빠르게 쌓이는 추천수에 누군가가 이상함을 느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분명 내가 보기엔 재미도 감동도 고만고만한 글이었는데,


내가 주작한 이후 사람들이 발견했을 땐,


'이게 왜 인제 와서 뜬 거냐' ← 이거 하나로 반응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 후는 주작하지 않아도 주작하는 수준으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뭔가 이상하다. 이게 그렇게까지 뜰 일인가?




3월 23일


글 내용이 뭔가 좀 바뀐 것 같아서 미리 기록하려고 한다.


분명 강아지 사진에 별 개노잼 드립을 친 유머 념글이었는데,


오늘 낮에 보니 갑자기 웬 수필 같은 걸로 내용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강아지 사진은 그대로였고.


댓글들은 댓글 반응에서 위화감을 못 느낀 듯 여전히 열광하고 있다.


이곳에서 역대 추천수에 들 정도로 폭발적이다.


이미 타 커뮤에도 번지기 시작했다.


아마 조만간 커뮤니티 리뷰하는 스트리머들이 읽지 않을까?




3월 24일


내 예상을 훨씬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공중파 생방송에 나왔다. 커뮤 밈 중에선 역대 최단기 아닌가? 3일 만에 오른다고?


아니, 시기를 따진다면 빨라도 글이 올라온 21일에 발견했어야 할 텐데?


아니지, 방송은 '요즘 역대급 인기를 찍고 있는'이라고 서술했다.


그 말은 어제 타 커뮤에 번지기 시작한 시점을 가리킨다.


적어도 좀 더 퍼졌으니...... 어제 저녁 즈음에 유튜브 리뷰 영상이 떴었으니 그때를 기점으로 잡는 게 좋을 듯하다.


생방에서 이렇게 다루면 오늘 녹화한 분량은 다음주 내지는 다다음주에 도배가 되겠군.


그리고 글 내용은 또 바뀌었다.


이젠 강아지 사진도 아니고, 수필도, 유머도 아니다.


뭐랄까...... 조현병 환자가 쓴 글 아닌가?




3월 25일


친구들이 이거 아냐고 나한테 링크를 보냈다.


아, 내 친구도 커뮤 중증이다.


그러니 얘가 보내는 대부분의 링크는 어디서 와전되고 변형이 가해진 게 아니라 대부분 원본 글이었다.


내가 주작한 글 링크였다.


이거 내가 주작해서 올린 거라고 말하자,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주작기 안 돌렸어도 될 글인데 뭣 하러 돌림?ㅋㅋ' (ㄹㅇ토씨 하나 안 틀리고 이렇게 말했다)


거기에 나는 뭔가 억울한 마음이 들어 진심으로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거냐고 반문했다.


친구는 뭐 적당히 냉소적으로 유명해서 유명하니 과대평가가 어느 정도 꼈다고 말하지만,


결국 내가 주작하지 않았어도 커뮤니티 한 축을 장식할 밈은 됐을 거라고 말했다.


정말로?


확인할 수 없는 미래를 그리는 취미는 없지만(사실 그래서 내가 주작기를 돌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건 뭔가...... 뭔가 이상하다.




3월 29일


다른 글을 주작했다.


어제 진짜 뻘글을 주작한 건 그냥 주작이라고 다들 인지하고 넘어갔다.


친구 말대로 잘 나가는 념글에 주작했는데 그냥 주작 타이밍이 안 맞았다는 둥, 주작기도 감탄했다는 둥의 댓글만 달렸다.


그래서 저번처럼 똑같이 고평가 받기엔 애매한, 그런 글을 주작했다.


내용은 틀딱체 성욕글이었고, 묘하게 잘 쓴 듯 못 쓴 듯해 추천과 비추천이 적절히 섞인 글이었다.


굳이 이런 내용을 선정한 건...... 이 상태로는 아무리 유명해져도 공중파에 못 갈 테니까.


아, 그리고 기존 주작글은 어제 녹화방송인 예능에서도 나왔는데, 아예 중간에 억지로 편집해서 밈을 반영하는 게 보였었다.


당연히 내가 기억하는 원본 글에선 아득히 멀어졌다.


조현병을 넘어서서 이젠 외계인을 부르는 것 같았다.


저게 진짜로 저 정도라고?


아무도 이상함을 못 느끼긴커녕, 참신하다느니, 대단하다느니, 재미있다고?




4월 1일


29일에 주작했던 글의 경과를 지켜봤다.


정확히 일주일 동안 22일에 주작했던 글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그리고...... 글 내용이 바뀌었다.


틀딱체는 그대로인데, 성욕이 아니라 그냥 노년의 욕심? 같은 걸로 바뀌었다.


사진도 추가됐다.


근데 암만 봐도 젊은 동양인 남자...... 국적을 따지면 동남아에 가까운데,


왜 다들 노인이라 부르는 거야?


왜 다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거지?


그리고 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거야?


오늘은 만우절인데,


농담 안 하고 지난주부터 트루먼쇼를 찍는 기분이다.




4월 3일


영화 제작 발표, 애니 제작 발표가 동시에 이뤄졌다.


내용이 또 바뀌었고, 이젠 이해하길 포기했다.


해외에선 유명한 유사 종교들을 합쳐놓은 공연도 있었다고 한다.


신드롬을 넘어선 패러다임 혁명이라고까지 하고 있다.


열광한 사람 중 일부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이게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느 곳에서도 이런 걸 부정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왜?




4월 4일


이제 슬슬 내가 두 번째로 주작한 글도 해외에 퍼지기 시작했다.


무서워서 세 번째 주작은 하지도 못했다.


당연히 내가 기록했고, 기억하는 내용과 아득히 멀어졌고, 그 형태는 처음 주작한 글과 비슷해졌다.


알아들을 수 없고, 기괴하기만 할 뿐인.


아니, 할 뿐인 건 아니다.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


내가 주작한 글 두 개 때문에.


하지만...... 하지만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건 내가 주작하지 않았다면......


잘 모르겠다.


내가 여태 잘못 알고 있던 건가?


이젠 가족들도 나한테 이거 아냐고 묻는다.


넌 왜 그렇게 시큰둥하냐며, 세상을 왜 그렇게 비뚤어지게 보냐며 타박까지 들었다.


아니, 원래 비뚤어지게 세상을 보던 건 맞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혼란스럽다.




4월 5일


주작으로 세상이 이상해졌다면, 주작으로 다시 교정할 순 없을까 싶어서 내가 직접 글 쓰고 주작했다.


내용은 그냥 평범하게 어릴 적 아빠한테 장난쳤다가 혼난 썰이다.


글 내용이 바뀌면 다시 돌려놓을 수 있게 원본 내용도 따로 저장해놨다.


솔직히 이런 짓을 하는 내가 병신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말한다고 해도 지금 날 보는 시선을 생각하면 곱게는 안 들어줄 것 같고.


제발 이게 통했으면.




4월 6일


하루아침에 내가 쓴 글이 뉴스에 올랐다.


심각해서 올라간 게 아니라, 하루아침에 엄청난 유명세를 탄 글로 올라갔다.


글 내용은 바뀐 채 올라갔다. 나는 저런 아빠를 둔 적 없고, 나는 저렇게 행동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적어도 원본 글이라도 수정하려고 했는데,


내가 따로 저장해둔 글 내용까지 지금 뉴스에 보도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어째서?


왜?




4월 7일


아빠가 글 링크를 가져와 나한테 말했다.


이거 우리도 이러지 않았었냐? 라고.


나는 극구 부인했다. 미친 거 아니냐고 했었다.


글 내용은 한 번 더 바뀌었다. 이전과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대신 좀 더 빠르고, 급진적으로.


마치 결정타를 가하려는 듯.


이 세상은 도대체 어떻게 되려는 걸까?


난 잘 모르겠다.


누가 주작한 세상이길 열심히 빌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달리 내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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