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이쪽이 쿠치나시 유메 선배야. 아마도."
"아마도라니, 호시노 쨩! 나 지, 진짜 운다?"
우여곡절 끝에 아비도스에 귀환한 대책위원회는, 유메에 대해 소개받고 있었다.
"흠, 흠! 아, 무튼 쿠치나시 유메입니다! 다, 다들 잘 부탁해!"
"헤에... 이 사람이 그 호시노 선배의 선배구나?"
"엄밀히 따지면, 좀 다르긴 하지만 말이지..."
선생의 말대로, 그것은 쿠치나시 유메와 닮았지만 많이 달랐다.
그 에메랄드빛 머릿결과 아비도스의 심볼을 닮은 헤일로는, 그것이 유메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었지만...
기계로 이루어진 창백한 피부와 동공 속 X자 모양의 표시는 그것이 인간이 아님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은, 이와 비슷한 존재를 이미 만난 적이 있었다.
- 우리는 존재하지 않은 존재자.
- 우리는 무한히 존재하는 비존재자.
- 우리는 현현되지 않은 빛이자 영원.
데카그라마톤의 세 명의 예언자, 기계소녀 자매들의 모습이 선생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그 소녀들은 전부 백발이고 헤일로도 없었단 걸 생각하면, 저건...
"미메시스의 영향인가..."
"응? 선생님, 뭐라고 했어?"
"어? 아냐아냐, 아무것도."
걱정하는 시로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선생은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 그래도 이렇게 후, 후배들을 볼 수 있게 되어서 기쁜걸? 다들 호시노 쨩이랑 사, 사이좋게 지내지?"
"네? 아, 네! 그럼, 요..."
"호시노 쨩은 외, 외로움을 많이 타니까, 항상 같이 있어줘야..."
"서, 선배! 그런 이야기는 이제 됐으니까!"
호시노가 황급히 선배의 말을 끊었다. 하긴 여러모로 부끄러울 만한 말들이긴 했다.
"그런데 조금 실례지만, 유메 선배는 원래 이렇게 말을 더듬었나요?"
"어? 그건... 그러, 게. 말이 자,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아."
"응, 아까 충격으로 말을 하는 데 문제가 생긴 걸지도 몰라. 아니면 육체 자체의 문제... 아."
큰 시로코가 나름의 추측을 말하던 중, 황급히 말을 멈췄다.
지금 선배는 자기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까 기차역을 부순 게 자신인지도 몰랐으니.
그런 상태에서 기계육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선배가 혼란스러워할 가능성이 높았다.
"응? 시, 로코 쨩? 왜?"
"아니, 그러니까..."
"자, 자! 그럼 우선 유메 선배의 말 더듬는 버릇부터 고치는 게 좋겠네요?"
다행히 노노미가 화제를 돌려주어, 큰 시로코는 안도하였다.
"응? 방법, 이 있어?"
"네! 제가 말하는 문장을 따라해 보시겠어요? 엄마 바나나, 아빠 바나나, 언니 바나나, 동생 바나나!"
"엄마 바나나, 아빠 바나, 바, 바바... 바바바바바?"
"흐음... 아직 갈 길이 멀겠는데요?"
"으우우..."
노노미가 말한 문장을 따라 말하다 혀가 꼬인 유메는 의기소침해져있었다.
"말하는거야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뭐! 아무튼 난 선배가 늘어서 좋아! 아야네도 그렇지?"
"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비도스는 언제나 손이 부족해서요."
대책위원회 1학년은 선배의 귀환을 환영하였고, 그건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딱 한 명을 제외하고.
"저기...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응? 어, 다녀와!"
호시노는 그렇게 위원회실을 빠져나왔다.
"후우..."
아비도스의 긴 복도.
호시노는 그곳을 그저 정처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잠깐 걷다보면 괜찮아질 줄 알았건만, 호시노의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갔다.
"대체 나더러 뭘 어쩌라고..."
"호시노~!"
"응, 선배. 찾았어."
"어?"
그러던 중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와 뒤돌아보니, 그곳에는 선생과 큰 시로코가 다가오고 있었다.
"으헤~, 아저씨 너무 오랫동안 밖에 있었나? 갑자기 안 마려워졌지 뭐야~?"
"응, 선배. 거짓말은 나빠. 이제 우리를 믿어주기로 했으면서."
호시노의 되도 않는 변명에, 큰 시로코는 그대로 선배의 정곡을 찔렀다.
"흐응~, 역시 티 많이 났나? 맞아, 역시 나이를 먹으니까 이런저런 근심이 늘어서 말이지~?"
"... 역시 유메 때문에 그런거지?"
최대한 돌려말했지만, 선생의 직설적인 질문에 호시노는 더 이상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 대체 어쩌면 좋을지, 잘 모르겠어."
"좀 더 자세히 말해줄래?"
선생은 언제나 그랬듯이, 호시노의 응석에 다정하게 어울려주고 있었다.
"분명 선생님의 도움으로, 난 선배와 다시 만났고, 또 그 사람을 떠나보낼 수 있었어... 적어도 지금까진 그렇게 생각했지, 그런데..."
"응... 유메 선배는, 모습은 달라졌지만 결국 돌아왔지."
이제야 겨우 떠나보낼 수 있었던 선배의 귀환. 호시노가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호시노,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건 우리도 이해해. 그러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란 말야!"
호시노를 다독이려는 선생이었지만, 갑작스레 화를 내는 호시노의 모습에 그는 당황하고 말았다.
"유메 선배를 다시 봤을 때, 분명 혼란스러웠어. 하지만, 하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웠던 건..."
호시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선배가 돌아왔단 사실에, 정말로 기뻐하는 나 자신이었어."
"어...?"
호시노의 말에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듯, 큰 시로코는 그녀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진짜로 선배를 떠나보내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직시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선배가 오자마자 흔들려버렸다고, 나란 년은..."
어느 순간부터 호시노는 굵은 눈물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러면 또, 모두를 져버리고 마는 거잖아... 나는, 나느은..."
결국 바닥에 엎어져 울고 있는 호시노를, 큰 시로코가 억지로 일으켜세웠다.
"선배, 내 눈 봐."
"흐윽... 어...?"
호시노는 시로코의 눈을 피하려고 했지만, 맹수같은 후배는 결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선배 말이 맞아. 분명 예전처럼 집착한다면, 그때처럼 또 슬픈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하지만..."
"시로코 쨩..."
한때 사랑하던 이를 잃고 방황하던 그녀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시로코의 눈빛은 올곧았다.
"지금은 그저, 선배가 후배들을 두고 고민했다는 그 사실만으로 충분한 거 아닐까? 그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분명 선배가 또 폭주할 일은 없을거야."
"그건..."
"그리고 유메 선배한테는 우리 도움이 필요해. 선배도 봤잖아, 뭔가의 결함 때문인지 말도 잘 못하는 거."
"하지만, 내가 정말 잘 해낼 수 있을까? 나는..."
두 사람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은 선생은, 두 사람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엇!"
"선생님?"
"걱정하지 마, 두 사람 다. 여차하면 내가 도와줄 테니까. 호시노도 이제 고민을 나눌 수 있을만큼 성숙해졌고, 시로코도 선배한테 말대꾸할 수 있을만큼 머리가 커졌잖아?"
선생의 상큼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호시노는 결국 내가 졌다는듯 두 손을 들었다.
"알았어~, 그럼 한동안은 유메 선배는 우리가 돌봐주자. 단, 선배가 떠나고 싶어하면 미련 없이 떠나보내는 걸로. 그거면 되겠지?"
"응, 다른 대책위원회 멤버들한테도 전해줄..."
시로코가 대답하며 회의실이 있는 곳을 돌아본 순간,
"응? 다들 거기서 뭐해?"
어째선지 대책위원회의 멤버들이 문틈으로 고개만 내밀고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말았다.
"응, 들켰어."
"어, 어? 아니 큰 시로코 선배, 이건 그런 게 아니라...!"
"응응☆ 이런 걸 두고 빼도박도 못한다고 하죠?"
"느긋한 소리나 할 때가 아니잖아요, 노노미 선배!"
"호시노 쨩... 호, 혹시 나 때문에 울었어?"
대책위원회의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고 있자니, 호시노는 왠지 웃음이 나왔다.
"헤, 헤헷, 뭐하고 있는 거야, 다들!"
"어라? 선배, 울고 있던 거 아녔..."
"응, 세리카. 이럴 땐 그냥 웃으면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 호시노는 다시 대책위원회의 품으로 돌아갔다.
유메를 받아들인 호시노는, 자연스럽게 선배와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러니까 그때 트리니티에 가서 우리 복면단이..."
"굉장하다, 호시노 쨩! 완전 영웅이잖아!"
그리고 그런 모습을, 선생은 대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 꼬르르르륵
"으응~? 누가 알람을 요란하게 맞춰놨나~?"
"아, 아니, 이건 그러니까!"
세리카의 배꼽시계가 저녁 때를 알리자, 대화의 장도 어느 정도 소강 상태에 이르렀다.
"그럼 슬슬 저녁 먹으러 나갈까? 선생님이 쏜다!"
"와아☆ 기대되네요!"
"... 그 말을 노노미한테 들으니까 뭔가 팍 식어버리는데?"
왠지 기가 죽은 선생이었지만, 아무튼 그는 오랜만에 제대로 한 끼를 대접해주고 싶었다.
"뭐랄까, 평소처럼 라멘도 좋지만... 아, 그렇지! 아야네! 전에 쓴 바비큐 불판 아직 있지?"
"아, 네! 창고에 아직 있어요."
"그럼 고기 사서 바비큐라도 해먹자! 오랜만에 귀한 손님도 왔잖아?"
"오, 진짜?"
"응, 그럼 난 소세지도 먹고 싶어."
바비큐를 한다는 말에 대책위원회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두 늑대는 고기란 말에 야생성이 해방됐는지 특히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럼 다 같이 장 보러 가자! 5분 안으로 준비할 수 있지?"
"네~!"
다 함께 저녁 준비를 하는 7명의 대책위원회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보였다.
장을 보고온 후 불판을 세팅한 세리카는, 선배들이 골라온 고기를 먹음직스럽게 굽고 있었다.
"자! 다 익었으니까, 천천히 먹어."
"우와! 맛있겠네요~!"
"응, 세리카는 지난 여름에도 그렇고 고기 엄청 잘 굽는구나."
"아앗! 큰 시로코 선배! 또 고기만 골라먹으면 어떡해요! 같이 구운 채소도 먹으라니까요!"
"응... 아야네, 잔소리쟁이."
"으헤~, 고기는 많으니까 다들 싸우지 말고 나눠먹자고~."
그렇게 다같이 고기를 먹으려는데...
"응~? 유메 선배는 안 먹어요? 엄청 맛있는데?"
"음... 응? 아, 나? 난 괘, 괜찮아! 너희들 많이 먹어!"
"어...? 예, 뭐, 그렇다면야."
호시노는 고기를 먹지 않는 유메가 걱정된 모양이었지만, 본인이 먹을 생각이 없다니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호시노는 어쩔 수 없이 후배들과 고기를 나눠먹었다.
"어? 유메 선배? 어디 가세요?"
"아, 별건 아니고 화장실 좀!"
식사가 한창이던 도중, 유메는 아야네에게 대답한 후 어딘가로 사라졌다.
당연히, 호시노와 선생은 그것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생님, 부탁이 있는데..."
"어, 금방 다녀올 테니까 먼저 먹고 있어."
"응. 고마워, 선생님."
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탈한 선생은, 곧 유메가 사라진 방향으로 향했다.
"유메? 유메, 거기 있니?"
"앗! 서, 선생님?"
다행히 유메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텅 빈 회의실에서 거울을 보고 있었다.
"호시노가 걱정하고 있어. 슬슬 돌아가는 게..."
"아, 그렇겠죠? 근데 선생님..."
유메의 얼굴에서는 무언가 근심이 비쳐보였다.
"왜 그래? 가능하다면, 내가 들어줄게."
"저... 사실은 유메가 아닌거죠?"
"어...?"
그러나 유메의 입에서 나온 말은, 선생에게도 충격적이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 그야 제 기억 속에서 저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걸요."
선생은 멍하니 있었다. 당연히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눈치채고 있었다니.
"저, 아까 바비큐를 할 때도 식욕이라던가, 아무 욕구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저, 저는 아마..."
"그 이상 말하지 않아도 돼!"
선생은 다급하게 말했다.
"미안하구나, 그런 고민이 있었다면 내가 선생으로서 들어줘야 했는데..."
"아, 아니에요! 그야 이, 런 건... 누군가에게 말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
선생을 안심시키는 유메였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근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제가 호시노 쨩이 차, 찾는 선배가 아니라면... 전 호시노 쨩을 더 슬프게 만드는지도 몰라서..."
"그럴리가 없잖아요!"
자책하는 유메의 뒤에서, 누군가가 문을 쾅 여는 소리와 함께 소리쳤다.
"어라? 호시노 쨩? 식사는 어쩌고..."
"전 선배가 제가 알던 선배가 아니라도 상관 없어요! 그야... 저한테 먼저 다가오는 사람을 내칠 정도로,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구요, 저는..."
호시노는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선배가 뭘 하고 싶은지 결정할 때까진, 여기 계셔도 상관 없어요. 혹시 떠나고 싶어진다면, 언제든지 떠나도 상관없으니까..."
"호시노 쨩..."
호시노를 가만히 쳐다보던 유메는...
"정말... 정말, 고마워!"
"어엇!? 잠깐, 유메 선배!"
그대로 호시노에게 달려들어 그 품에 안겼다.
"나, 진짜로 열심히 해볼게! 내가 호시노 쨩의 선배가 아니라도, 호시노 쨩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게...!"
"정말이지... 선배, 못 말린다니까요?"
호시노는 그저, 품 속의 선배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저녁을 먹고 식사한 자리를 정리한 후, 대책위원회는 해산하였다.
"그럼 선생님도 슬슬 가본다?"
"으헤~, 조심히 들어가, 선생님~."
마지막으로 선생까지 배웅하고 나니, 남은 것은 호시노와 유메 둘 뿐이었다.
"그럼, 우리도 슬슬 갈까요?"
"가다니, 어디로?"
"그야, 아무래도 제 집이죠. 다른 후배들에게 선배를 맡기기도 좀 그렇고..."
호시노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유메는 왠지 동요하고 있었다.
"뭐어~? 안돼안돼, 호시노 쨩! 호시노 쨩은 아직 프, 프라이버시가 중요할 때인데...!"
"아니, 본인이 상관없다면 된 거 아니에요?"
호시노는 어이가 없었지만, 자신을 배려해주는 선배의 태도가 썩 싫지만은 않았다.
"그러면 뭐, 내일부터는 학원의 숙직실이라도 정리해드릴게요. 그래도 오늘 밤은 당장 묵을 데가 없으니까..."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호시노 쨩!"
두 사람도 호시노의 집으로 향하는 것으로, 학원은 텅 비게 되었다.
... 그랬을 터였다.
"대체 나람 신의 옥좌가 발동되었을 때 그 데이터에 무리하게 접근해서 무슨 짓을 했나 했더니... 겨우 이런 소꿉장난이나 보여주려던 거였나? 감이 많이 죽었군, 마에스트로."
"그렇다!"
아무도 없어야 할 학원에서는 두 명(혹은 세 명)의 이형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소꿉장난? 천만에. 이건 쇼를 위한 빌드업이다. 네놈의 메타적인 관점으로도, 이는 꼭 필요한 과정이란 말이다."
"빌드업이라? 말은 잘 하는군. 지금까지의 이야기의 어느 부분에서 갈등이 고조되었지?"
"그렇다!"
"그건 차차 알게 될 것이다. 아주 조금만 더 지켜본다면 말이지."
"... 그렇다면 내 기대를 배신하지 말아야 할 거다, 마에스트로."
"그렇다!"
대화를 마친 이형들은, 어느 순간 사라져 있었다.
"선배는 아직 안 주무실 거예요?"
"응, 잠이 안 와서."
집에 도착한 호시노와 유메는, 각자 이부자리를 펴고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만 하루종일 피로가 쌓인 호시노와는 달리, 유메는 별다른 피로를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면 저 먼저 잘 거니까, 선배도 너무 늦지 않게 주무세요. 불 끕니다?"
"응! 잘 자, 호시노 쨩."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운 호시노는, 머잖아 헤일로가 꺼졌다.
"후우..."
호시노가 잠든 걸 확인한 유메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확실히 지금의 그녀는 인간이 아니었다. 이는 식사 때도, 그리고 지금도 아무 욕구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눈 앞에 있는 자그마한 소녀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번엔 꼭,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호시노 쨩..."
유메는 호시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짐을...
- 아, 아. 들리시나요?
"어?"
유메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틀림없이 앳된 소녀의 목소리였다.
- 오, 들리나 본데? 결함품이라 혹시 안될까봐 걱정했는데.
- 그러니까 본인이 말했잖아? 예언자들끼리 소통이 불가능할 리가 없다고.
"너희들은 누구야? 어째서 머릿속에서..."
유메는 더없이 혼란스러웠다. 대체 이들은 누구고, 내 머릿속에서 말하고 있는 것인가?
- 아, 그건 알 거 없어. 당신은 어차피 본인의 언니도 아닌걸.
- 그냥 우리가 말하는 거 하나만 들어주면 돼. 어려운 일도 아니야.
"그게 뭔데?"
그리고 이어지는 예언자라는 아이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 타카나시 호시노. 눈 앞에 있는 그녀를 죽여요.
"뭐?!"
유메는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어렵게 재회한 후배를 죽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말을 들을 리가...!"
그러나, 그녀의 몸은 어째선지 말을 듣지 않았다.
- 소용없어. 우린 데카그라마톤의 CPU 비슷한 거니까.
- 본인의 말에 거역할 수는 없다는 말씀~.
- 여명의 호루스는 놔두면 데카그라마톤의 적이 될 거예요. 지금 처리해서 후환을 없애야 해요.
유메의 두 손은, 점점 호시노의 얇은 목을 향하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야...!"
유메는 저항했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호시노의 위에 올라타 그녀의 목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대로 힘을 주면, 호시노의 헤일로는 틀림없이 산산조각난다.
유메가 예언자들에게 저항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
"으, 으음... 어라? 유메 선배?"
운이 좋았던 것일까. 호시노가 유메의 기척을 느낀 것인지 잠에서 깨어났다.
"호, 호시노 쨩! 이건 그게..."
"내 위에 올라탄 선배라니, 이건..."
유메는 무언가 변명하려고 했지만,
"아, 몽정 꿈인가 보구나."
무언가를 들을 틈도 없이, 호시노는 다시 잠들어버렸다.
"어라...?"
그리고 그녀가 다시 잠든 순간, 유메도 몸이 다시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하아... 하아... 하아..."
유메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난... 나는..."
그리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하려던 것인지 곱씹으며,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
쓰다보니 묘사가 매콤해진 2편
다음화에 완결내려고 했는데 아마 힘들거 같기도 하고
암튼 재밌었으면 댓글좀 많이 달아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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