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어느 날, 소녀는 안방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선생과 하나코의 딸은, 다른 아이들보다 유독 주위 사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라? 우리 딸, 거기서 뭐해요?"
"아, 엄마! 있지, 나 궁금한 게 있어!"
"후훗, 정말요? 엄마한테도 살짝 알려줄래요?"
하나코는 고개를 숙여 눈높이를 맞춘 후, 소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응! 있지, 침대 밑에는 정말 괴물이 있을까?"
"네? 괴물... 이요?"
침대 밑 괴물. 아이들이 종종 떠올린다는 상상의 존재. 소녀는 그것이 두려운 것일까? 그러나 그 눈에는 공포 대신 호기심이 가득했다.
"음, 아마 없지 싶은데요... 근데 왜요?"
"있잖아, 내 생각엔 아무래도 엄마 침대 밑에 괴물이 있는 것 같아...!"
"어머, 진짜요? 우리 딸이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엄마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딸의 모습이, 하나코에게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분명 아빠를 닮아 그런 거겠지.
그러나 감상에 빠지는 것도 잠시...
"며칠 전에 자다 깨서 화장실에 가려는데, 안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어...!"
"이상한... 소리요? 에이 설마..."
"진짜야! 분명, '힉! 으헤엣! 헤으...' 같은 목소리였어! 분명 여자 목소리였는데..."
"아... 지, 진짜요?"
하나코는 소녀의 순수한 표정과 대비되는 상스러운 말에, 하마터면 의식을 잃을 뻔했다.
"그래서 있지, 저 침대 밑 한 번 봐도 돼? 분명 괴물이 있을거야!"
"네? 그, 그건 안돼요!"
"어? 왜에~?"
평소와 달리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 소녀에게 위화감을 자아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사랑스런 딸이라고 해도 침대 밑은 보여줄 수 없었다. 거긴 '이런저런'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그건 말이죠... 아, 그렇지! 우리 딸, 다른 사람이 딸 방에 들어와서 물건을 마음대로 만지면 어떨 것 같아요?"
"앗! 그건 안돼! 코하루 이모가 사준 하니와 씨 인형도 있단 말야!"
"그렇죠? 그런 것처럼, 안방은 엄마아빠가 쓰는 방이니까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된답니다? 이해해줄 수 있죠?"
"음... 그럼 알겠어! 안 들어갈게."
"후훗, 착한 아이네요..."
품에 안긴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나코는 안도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햇볕이 따스한 오후.
[또 때렸어?! 난 아버지한테도 맞아본 적 없다고!]
[한 번도 안 맞아본 게 자랑이야?! 그래서 제대로 된 인간이나 될 수 있겠나!]
"우으, 지루해..."
소녀는 극심한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다.
숙제는 진즉에 끝냈고, 간식도 먹은 후. 아빠가 모아둔 BD를 꺼내보았지만, 이미 몇 번씩 봤던 내용이다.
"다른 재밌는 거 없나..."
거실 테이블에 늘어져 주위를 둘러보던 중, 소녀의 눈에 어느 방 문이 들어왔다.
"안방 문... 열려있네...?"
지금 엄마는 베란다 청소를 하고 있는 중, 그렇다면 기회는 지금 뿐이었다.
"하, 하지만... 엄마가 안 된됐는데..."
말은 그러면서도, 소녀는 이미 일어나 안방으로 향하였다.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소녀는, 안방 문을 살짝 밀어 안으로 들어갔다.
"분명 여기에, 무언가 있어...!"
몸을 바짝 낮춰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간 소녀는, 이윽고 손에 무언가 닿는 것을 느꼈다.
"이건... 상자?"
틀림없었다. 납작하고 작은 상자가 침대 밑에 있었다.
"생각보다 가벼워... 혹시 여기에 괴물이!?"
먼지를 조금 뒤집어쓰긴 했지만, 소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상자의 내용물이었다.
소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상자를 열어봤고, 거기에는...
"이, 이게... 침대 밑 괴물...!"
"후우, 역시 청소는 뿌듯하네요... 어라?"
베란다 청소를 마치고 나온 하나코는, 곧 위화감을 눈치챘다.
거실에 TV가 켜져있는데, 그걸 보고 있어야 할 딸아이는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흐음~? 혹시 또 숨어있는 걸까요?"
하나코는 당연히 아이가 깜짝 놀래켜주려고 어딘가에 숨은 줄 알았다. 어떻게 반응해주면 재밌으려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엄마! 엄마아아~!"
"어라? 잠깐, 우리 딸! 그렇게 뛰면 안돼요!"
어떤 상자를 들고 자신에게 뛰어오는 소녀를, 하나코는 보았다.
"엄마, 엄마! 찾았어! 침대 밑 괴물이야!"
"네? 괴물이라니 무슨... 잠깐, 그 상자...!"
하나코는 곧 아이가 들고온 상자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건 틀림없이 침대 밑에 숨겨둔...
"짜잔~! 상자를 열어보니까 이런 게 있었어! 분홍색 나비인가봐! 안 움직이는 걸 보면 지금은 잠들었나?"
"아, 아아..."
하나코가 아끼는 비키니 수영복이었다.
"푸하핫!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정말~, 당신 너무 크게 웃는 것 아니에요?"
퇴근 후 교자를 데워 야식으로 먹던 선생은, 그날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대폭소하고 말았다.
저런 털털하고 솔직한 태도가 선생의 매력이었지만, 오늘만큼은 그이가 야속하다고 하나코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 뒤로 어떻게 했어?"
"별 얘기는 안했지만, 안방에 있는 물건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된다고 따끔하게 혼을 내줬죠. 아무리 어리더라도 지킬 건 지켜야지 않겠어요?"
"그래, 그래야지. 남의 물건 함부로 손대면 큰일나니까 말야."
교자 한 입에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킨 선생은, 아이가 자고 있을 방 문 앞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래도 애들은 그러면서 크는 거지... 사고도 치고, 그러면서 배우고... 정말 다행이야."
"네? 다행이라뇨?"
"다행이지, 내가 키보토스에 처음 올 때부터 가졌던 신념이... 틀린 게 아녔으니까."
취기가 돌았던 탓일까, 선생은 평소보다 더 센티멘탈해졌다. 아이를 가지면서 자신이 옛날과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도 않았나 보구나... 하는 시시한 생각에 빠진 것이다.
"그것보다도, 내일이 휴일이라고 과음하면 안돼요? 어서 씻고 자야죠."
"그럼, 그래야지. 근데..."
하나코를 바라보는 선생의 눈은, 그윽한듯 위험했다.
"수영복이라... 역시 또 보고 싶네?"
"네? 또라니... 아직 일주일 밖에 안됐는데요?"
"에이~, 그러지 말고! 내일 휴일이잖아~!"
"정말... 당신, 너무 취한 거 아니에요? 그래도 뭐..."
억지스러운 부탁이지만, 하나코 역시 그것이 싫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역시 괴물이 있는 게 틀림없다"는 딸아이를 설득하는 데 선생과 하나코는 꽤 애를 먹었다...
*****
저번편 반응이 좋아 시리즈화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도 생각나는 소재 있으면 짧게 써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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