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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는 미리 이 테마파크에 대해서 조사를 해온 모양인지, 지도가 그려진 팸플릿을 들고 신이 나서 팔을 획획 휘두르며 앞장섰다. 다른 두 사람은 들뜨지 않은 척, 가감 없이 솟구치기만 하는 그녀의 기분을 잡아두려 했지만, 아무래도 자꾸만 흐드러진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매표소에서 이어지는 길을 통해 자연스럽게 동선이 맞추어진 주토피아라는 이름의 동물원이었다.
“이 뱁새 말이야, 세이아 쨩에 평소에 데리고 다니는 아이랑 같은 종이야?”
“미카, 그 아이는 뱁새가 아닐세. 이 뱁새는 붉은 머리 오목눈이이고, 그 아이는 흰 머리 오목눈이야.”
“뭐가 다른 거야? 아, 털빛의 차이구나? 하긴, 세이아 쨩이 머리를 분홍색으로 물들인다고 해도 나처럼 커질 순 없으니까☆”
아까까지만 해도 평안했던 세이아가 미간을 있는 힘껏 찌푸리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고는 경직된 발음으로 조곤조곤 말했다.
“…미카. 역시 자네를 붙잡아 놓고 그 텅 빈 머리에 교양을 쑤셔 넣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군.”
“여러분…. 새들이 무서워하니까 그만둬 주세요.”
정말이지 사이가 좋다.
그 후로도 판다, 물범, 캐피바라, 코알라 등의 다양한 동물들을 감상하며 아기자기한 이야기꽃을 피우던 세 사람은 어느 구간에서 다시 멈춰 섰다.
기분 탓일까. 분명 세이아가 씨익하고 웃는 걸 본 것 같은데.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를 모아놓은 장소, 그곳에서 세이아가 어느 동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기사, 이상하지 않나? 왜 내 옆에 있어야 할 미카가 저 안에 있는 게지?”
“네?”
응?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은 세이아가 한 말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한 차례 필터를 거친 뒤에야 반응했다.
“하?”
말뜻을 파악한 미카가 입꼬리를 씰룩거리고 있는 세이아를 노려보며 노골적인 도발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억지로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저기 보게. 이 아이의 성격을 설명해 놓은 안내판에 쓰인 것처럼 호전적으로 벽을 두들기며 힘을 과시하고 있지 않은가. 마치, 무턱대고 들이박기부터 하는 어디 있는 누군가를 보는 것 같군.”
“…이런 걸 보고 용호상박이라고 하는 걸까요.”
아니, 나기사. 도긴개긴이라고 하는 게 옳을지도.
“흐, 흐응…. 재미있는 이야길 하는구나? 내 눈에는 귀엽기만 한 걸? 저것 좀 봐, 온순하게 생긴 데다 웃는 게 이쁜 얼굴이야.”
“그래. 얼굴까지 아주 자네랑 판박이군, 그래.”
결정타였다. 결국 참지 못한 미카가 씩씩거리며 손을 들려고 하자, 세이아가 조금 당황한 듯 종종걸음으로 도망치며 바로 그 걸세! 바로 그런 부분이 닮았다고 하는 게야! 하고 호소했다.
술래잡기가 시작되는 듯했으나, 상대적으로 체력이 부족한 세이아가 금세 붙잡혀 미카에게 볼을 당겨졌고 나기사는 한숨을 내쉬며 두 사람을 말렸다.
“저 사자 말이야, 뭔가 나기 쨩이랑 닮지 않았어?”
“어디 말인가?”
“저―기, 돌 위에 누워서 그윽하게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아이 말이야.”
“네?”
사방이 커다란 유리창으로 뻥 뚫린 버스에 탑승하여 사나운 맹수들이 살고 있는 생활터를 둘러보는 어트랙션에 올라탔다. 미카가 어린아이처럼 유리창에 딱 붙어서 가리킨 곳에서는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자가 휘황찬란한 갈기를 뽐내며 눈빛만으로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다.
“확실히 닮았군. 얌전해 보이지만, 매서운 저 눈빛. 업무 중의 나기사를 보는 것 같네.”
“그치? 저렇게 얌전해 보이는 애가 화나면 가장 무서운 법이라구. 평소에는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나기 쨩이지만, 응. 분명 화나면 도깨비 같을 거야.”
“그런 인상인가요? 확실히 어릴 때부터 제대로 화내 본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만….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속은 뜨겁게, 표정은 차갑게. 이러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으니까요.”
“나기 쨩, 가끔은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다구? 담아두기만 하면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잖아.”
아주 당당하게 이야기하는구나, 미카.
“후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에 몸서리칠 만큼 피부로 배웠습니다. 앞으로는 곪아서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가능하면 여러분에게 의지할 생각이에요.”
“나기사. 덧붙여서 자네가 가장 많이 화가 난 일은 무엇이었나?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되도록 조심하도록 하겠네.”
“가장 화나는 일이라, 글쎄요…. 아. 그러네요. 사건이 어느 정도 수습된 후, 미카 씨로부터 옥중편지가 도착했을 때겠네요.”
“어라? 그런 일이 있었나? 잘 기억 안 나는 걸☆”
“미카 씨, 혹시 제가 난생처음으로 화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말씀을 꺼내신 건가요?”
“농담! 농담이야, 나기 쨩. 잘 기억하고 있으니까!”
…나도 조심하도록 하자. 그녀가 여전히 눈웃음을 지어줄 때가 가장 좋을 때임을 가슴속에 새겨 두자.
어트랙션 체험이 끝나고 동물원을 빠져나와, 장미 정원의 앞에 있는 식당가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후후…. 향긋하게 풍기는 크랜베리의 풍미가 상큼하니 좋네요. 역시 안목이 있는 분이서 그런지 일반 식당가에서 취급하는 상품도 품질이 훌륭하네요. 처음에는 저도 모르게 회의적으로 반응하고 말았습니다만, 나중에 직접 엄선한 찻잎과 함께 감사의 편지를 보내도록 할까요.”
“나기 쨩, 무슨 얘기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즐거운 마음에 무심코 나와버린 혼잣말이에요.”
“그렇구나. 응. 저기저기, 다 마시고 나서 저기 정원에서 같이 사진 찍지 않을래?”
“사진 말인가요?”
“미카, 우선 손에 들고 있는 그 롤케이크부터 다 먹고 말하게.”
“이미 없는데?”
“그 큰 걸 한입에…. 역시 자넨…, 아니. 됐네. 그러도록 하지. 이런 날이 아니라면 언제 또 그럴 기회가 올지 모르니.”
사각형으로 꾸며진 정원 가운데에는 트리니티를 대표하는 세 분파를 상징하는 천사상이 분수대 꼭대기에 서 있다. 걷기만 해도 달큰한 꽃향기가 코끝을 자극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린 꽃잎이 미카의 손등에 내려앉았다.
세 사람은 분수대 앞에 섰다. 미카는 근처를 지나가는 트리니티의 여학생 한 명에게 사진을 찍어 주기를 곰살갑게 부탁했다. 부탁받은 여학생은 적잖게 당황한 모양이었고 수차례나 주변을 살피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매표소를 지나왔을 때부터, 미카는 의식하고 있지 못한 듯했다. 그녀들을 따라 벌써 몇 시간이나 테마파크를 거닐었다.
그동안 세 사람에게 유성우와 같이 쏟아지는 시선들과 소란. 그것들의 일부는 나기사나, 세이아를 향한 동경과 선망이었고 그를 제외한 나머지는 미카를 향한 말하기도 가슴 아픈 비방이었다.
처음에는 나기사와 세이아가 그것을 신경 쓰는 듯이 보였지만, 태연스러운 미카의 행실을 보고 금세 개의치 않게 되었다. 아마도 미카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고 있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두 사람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겠지.
이러한 문제가 혹여 다툼으로 이어지거나 세 사람 간의 불화로 번질까 우려가 돼 따라온 것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삐거덕대면서도 저렇게 가까이에서, 쉽사리 거리를 좁히는 두 사람에 적극적으로 팔짱을 끼며 마침내 동화되어 세 송이의 아름다운 장미를 피워내는 미카를 보면 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던 것 같다.
“미카 씨, 이거 정말 괜찮은 건가요?”
“나기 쨩도 참, 이 정도는 어린애들 장난이잖아?”
“헛소리하지 말게, 미카. 요즘 아이들이 전부 자네 같은 줄 아는가?”
“아하하하― 아직 올라가는 중인데 세이아 쨩 식은땀 흘리고 있어.”
후룸라이드를 타러 들어가는 그녀들을 보고 가장 잘 보일 것 같은 곳에 서서 지켜볼 생각이었다. 어째서 이런 명당에서 보지 않고 다들 멀찍이 떨어져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 내가 방심했음을 인정한다.
쫄딱 젖었다.
이렇게까지 많은 물이 파도처럼 튀어 오르며 쏟아질 줄은…. 그래도 웃으며 눈을 감고 있는 나기사와 돌처럼 굳어버린 세이아의 모습을 두 눈에 넣을 수 있었음을 후회하진 않았다.
“생각보다 재밌네요. 이 정도는 저도 문제없는 것 같아요.”
출구를 빠져나온 나기사가 말했다.
그런 얘기는 눈을 뜨고 제대로 즐긴 뒤에 얘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물론 세이아의 상태를 보면 나기사는 양호했다.
“그치? 그치? 시원하고 재밌다니까. 놀이공원에 왔으면 이 정도는 타 줘야지! 이것도 약과니까 말이야. 어라? 세이아 쨩, 뭔가 할 말이라도 있어?”
“그…, 아니, 됐네….”
한참이나 병상에 누워있었던 세이아에게는 다소 자극이 컸던 모양이다. 물에 불린 종잇장처럼 흐물흐물해진 그녀는 벤치에 앉아 고개를 젖히며 휴식했다.
“미카 씨, 저건 어떤가요? 컵의 모양도 고상하고 모두 품위 있는 모습으로 타고 있네요.”
“음. 회전컵인가. 저거라면 조금 편안하게 탈 수 있겠지.”
“좋아! 응, 다음은 저거 타자. 저것도 재밌게 타는 법이 있으니까☆”
미카의 말끝에 명랑하게 붙어 보이지 않는 별 하나가 무더운 날씨에도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그럼, 시작해 볼까?”
“무얼…, 뭘 말인가?”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에.
“미카아아아아아아― 그만, 그만두게!”
“아하하하! 빙글빙글― 재미있지 않아!?”
“나기사가, 나기사를 좀 보게!”
“아하하, 나기 쨩 표정 좀 봐!”
저게 가능한 속도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그녀들이 타고 있는 회전컵은 돌아가고 있었다. 세이아는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미카가 돌리고 있는 핸들을 멈추기 위해 안간힘을 내고 있었고 나기사는 시작하고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죽은 듯, 눈을 감고 세상 편안한 모습으로 옆으로 쓰러졌다.
그 모습은 그래,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명을 다 한 황혼의 여인이 미소 짓고 있는 듯 보였다.
“우윽….”
“괜찮아, 세이아 쨩?”
세이아가 어지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 헛구역질을 반복했다. 조금 과했나 싶어 걱정하기 시작한 미카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가까운 매점에서 사 온 생수를 건넸다.
“적당히…, 후우…. 적당히 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미안해…. 너무 재밌어서 멈추지 못했어.”
“자네는 대체 저 놀이기구가 재미있는 건가, 아니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재미있는 건가….”
“당연히! 어라? 생각해 보니…. 으응…, 둘 다라고 하면 안 되겠지?”
“못 들은 걸로 하겠네….”
나도 못 들은 걸로 해야겠다.
옆에 앉아 아까 정원 중앙 분수대에서 본 석상의 천사 그 자체가 되어버린 나기사를 보니, 미카가 잘못한 것이 백번 옳다.
“후훗. 정말 오랜만이네요. 저는 역시 이렇게 평화롭고 안락한 게 좋답니다.”
두 사람은 정신을 차리고 되살아난 나기사를 데리고 놀란 마음을 달래기 위해 회전목마에 승마했다. 귀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것에 맞추어 알록달록한 조명들이 통통 튀었다. 그녀는 어릴 적의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했다.
“세이아 쨩. 역시 조금 심심하지 않아? 이렇게 좀 더 야생적으로 달리는 게 좋지 않아? 응, 시속 80킬로 정도로.”
“불평하지 말게나. 누구 사람 잡을 생각인가? 나기사를 한 번 부활시킨 걸로 만족하게.”
“으응…. 알았어. 나도 어떻게 할 생각은 아니니까 말이야?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나기 쨩을….”
“후후. 이런 느긋한 템포와 세련된 무드의 테마로 다과회를 열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후후후…. 어머나. 저건 혹시….”
이런, 가로등 뒤에 숨어있다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선생님?”
“뭐라고, 나기 쨩? 선생님? 방금, 선생님이라고 했어? 어디? 어딘데?”
“잠, 미카. 진정하게나. 아무리 그래도 운행 중인 목마에서 뛰어내리려는 사람이 어디 있나.”
옆에 있잖아―, 그리고
결국 들켰다.
“―그래서 우리를 계속 따라온 거야?”
“미안해, 미카. 숨길 생각은 아니었어. 말했다시피 세 사람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
“흐, 흐응…. 그런 거라면 신경 써주지 않아도 되는데. 방해 같은 게 아니니까 말이야, 선생님도 참….”
“그러게요. 제가 좀 더 빨리 알아차렸다면 특별한 곳에서 선생님과도 티 타임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요. 아쉬운 일입니다.”
“두 사람 다 아까와 달리 귀에 들리게 목소리의 톤이 올라간 듯하네만….”
“뭐야☆ 남 일처럼. 세이아 쨩도 아까 목마에서 내리자마자 손거울 보면서 머리 정리했잖아.”
“그, 그건…! 자네가 잘못 본 게라네.”
그렇게 나는 따라오게 된 경우를 털어놓고 이만 샬레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미카가 놓아주지 않아 그녀들과 동행하게 되었다.
“그럼 슬슬 본격적으로 타러 가보지 않을래?”
“응? 본격적으로, 라니. 미카. 이제 뭐 타려고?”
오늘 보았던 그녀의 눈빛 중에서도 가장 빛나고 있었기에 이끄는대로 따라가다 영 불안한 마음에 물었다.
“그야 당연한 거 아니야? 여기 테마파크의 꽃이라는 익스트림 어드벤처존이야!”
우리들은 거대한 타워 앞에 서 있다. 올려다보면 고층 아파트 높이만큼 아득한 꼭대기가 하늘에 두둥실 떠 있었다. 어트랙션 앞의 안내문에 ‘자이로드롭’이라는 이름이 눈앞에 놓은 운명을 과시했다.
“이걸…, 타겠단 말인가요?”
나기사가 벌써 긴장감에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침을 꼴깍 삼켰다.
“먹구름, 먹구름이,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먹구름이…, 다시는 걷히지 않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네….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야….”
“세, 세이야? 괜찮아?”
주문을 외우듯이 중얼거리는 세이아를 달래 보았지만, 이미 모든 것은 파국으로 수렴할 것이라며 자포자기한 듯했다.
“아하하. 그러면 우리 내기 하나 할까? 가위바위보를 해서 맨 처음 탈락한 사람은 타지 않은 대신, 20분 동안 무슨 말을 들어도 입을 다물고 있는 거야.”
“무슨 꿍꿍인지는 모르겠네만, 저걸 타는 것보단 낫겠지….”
“저도 찬성입니다….”
“나는 그냥 빠져도 괜찮겠지?”
“무슨 소리야, 선생님. 당연히 선생님도 같이 타야지☆ 응, 벌칙에 걸려서 이런 얘기나 저런 얘기를 듣고도 부정하지 못해서 당황하는 선생님도 보고 싶은걸.”
솔직히 얘기해서 그편이 더 무섭다. 미카는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다가와 헤헤하고 수상쩍은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가위바위보의 결과는 세이아의 벌칙이었다.
그뒤로는 일방적이었다. 대기 줄을 기다리는 동안, 미카가 그녀에게 오늘 하루 동안 쌓여있던 울분을 담아 놀려댔다. 나중에 가서는 ‘말도 못 하는 주제에 잘난 체 너무 심해.’ 같은 말을 듣고도 꿋꿋하게 룰을 지켰고 눈을 질끈 감고 양팔을 버둥거리며 씩씩대기만 할 뿐이었다.
“나기사….”
나는 이미 영혼이 빠져나가 껍데기밖에 남지 않은 나기사의 육신을 부축하여 데리고 나와 벤치에 앉혔다.
“평안하셨는지요, 선생님…. 후후…. 오늘도 날씨가 좋네요. 오늘은 어떤 업무를 도와드리면 될까요? 아…, 일과가 끝난 뒤에 산책이라도….”
나를 보며 샬레에 당번으로 호출된 듯 환상이라도 보이는지 해롱해롱하며 기대어 오려 하자, 미카가 달려와 제지했다.
“나기 쨩도 정말, 아하하…. 선생님, 내가 챙길게.”
“아무래도 나기사는 여기까지인가 보군. 그만 됐네, 미카. 나기사는 내가 데리고 있을 테니 선생님과 함께 퍼레이드 전에 마지막으로 하나 정도 더 타고 오게나.”
“어, 어라? 혹시 화났어?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 않아?”
“아니, 그런 게 아니네. 탈은 많았지만, 충분히 즐거웠어. 다만, 조금 피곤해진 게야. 그리고―, 이걸 우리만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이아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과연, 그녀들을 초대하기 위해서 꾸며냈던 일에 대한 대갚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하려는 말에 대해 이해했음을 전했다.
“정말이지…, 선생님도 너무했어. 나는 나한테만 특별이라고 말해 줘서 잔뜩 기대했는데 말이야. 결국 다른 아이들한테도 똑같이 얘기한 거였구나?”
“미안해, 미카. 하하…. 그래도 한 사람이 짐을 지는 것보다는 나누는 게 꺼내기 편하지 않았어?”
“응, 맞아. 덕분에 즐거웠어. 오늘 하루, 정말로. 으응, 모모톡으로 모두에게 얘기했을 때부터 설렘이 멈추지 않아서 곤란할 정도였어. 오늘을 기대하느라 말이야.”
“그 정도로 기뻤어?”
“응. 나, 그날부터 두 사람이랑 이렇게 웃으면서 마주해 본 적이 없었거든. 항상 혼자서 외롭게…, 응. 그랬지만, 이제는 아니야. 이것도 선생님 덕분이니까. 고마워, 선생님.”
“다행이다. 사실, 나기사나 세이아도 미카와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해.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있는 거고, 반대로 이렇게 함께 하는 것만으로 말하지 않고 느낄 수 있는 게 있는 거니까.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해.”
그리고 나아가 모두가 다시 한번 티파티로, 이름뿐만이 아니라 수년간 마주하며 함께 했던 다과회의 미소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미카.”
“응?”
“이런 좋은 얘기를, 롤러코스터를 타고 올라가는 와중에 해야 했어?”
“응. 그래도…, 조금 정말 조금이지만, 선생님이랑 단둘이 있을 수 있게 됐으니까.”
아.
“그래, 고맙…, 다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아악―!”
“꺄하―!☆”
“오셨군요…, 선생님.”
“설마 거의 수직으로 떨어질 줄은….”
“미카, 그렇게나 재미있었나?”
“응! 최고였어! 세이아 쨩, 궁금하면 같이 더 타러 갈래?”
“극구 사양하겠네.”
자이로드롭까지는 버틸만 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스펙의 롤러코스터와 처음 당면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나기사처럼 영혼이 빠져나가 유체이탈하려는 것을 간신히 붙잡았다.
합류한 후에 아직 대기하고 있는 롤러코스터의 인파를 빠져나오니, 벌써 하늘이 어두워지고 테마파크에는 화려한 조명과 함께 퍼레이드 행렬이 시작되어 있었다. 자그만 불꽃놀이도 하나둘 하늘에 피어오르고 우리들은 조명이 아름다운 광장에 서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후후…. 그래도 재밌었어요. 미카 씨. 세이아 씨. 선생님. 함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기사는 상당히 피곤해진 모양이라 아침과는 다르게 축 처져 있었지만, 만족스럽게 웃으며 얘기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 자리는 그녀가 만들어 낸 자리다. 망설임 끝에 포기했거나, 그런 망설임조차 가지지 못하고 거절했다면 이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좋은 경험을 선물해 준 그녀에게 감사해야 할 건 나였다.
“나도, 나도 정말 재밌었어…. 나기 쨩…. 세이아 쨩….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 이렇게 다 같이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게…. 응, 고마워. 모두. 선생님도. 모두 너무 좋아해….”
그런 그녀의 말에 울컥하는 게 있었는지, 미카는 조금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두 사람을 힘껏 껴안았다. 청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세 사람이 그간 외적으로, 또 내적으로 짊어지고 있었을 걱정과 고민, 아픔과 상처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나 역시 가슴에 울리는 게 있는 광경이었다.
“미카, 아프니까 살살 안게. 그래. 나도 마찬가지라네. 지금의 우리 사이는 과거에 대한 추억이라네. 그때를 바라는 것처럼, 더 이상 걱정이 없길 바라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눈동자는 더 이상 쳐다볼 필요는 없네. 우리는 그때로 회귀하기보다는 앞으로의 미래를 그때처럼 재생산해 나가는 것에 대해서 이룩하고, 찬사를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겠지. 다시 말해, 나기사, 미카 두 사람 모두 더 이상 서로를 눈치 보는 일은 없어도 된다는 걸세. 그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겉으로 드러내고 마는 습관이나 버릇들은 오랜 시간 지켜보며 서로 간에 너무도 뻔하고 진부한 것들이니. 하물며…”
“세이아 쨩. 이야기가 너무 길―어. 최소한 좀 알아듣기 쉽게 얘기해 주지 않을래?”
“…듣는 것도 힘들면 귀는 왜 달고 사는 건가?”
“정도껏 길어야지!”
“괜찮겠지요. 세이아 씨, 선생님과 미카 씨의 표정을 보면 충분히 전달되었을 겁니다.”
“저기, 이번에는 선생님도 같이 있으니까 말이야. 여기 조명도 꽤 이쁘고. 마지막으로 선생님이랑도 사진 찍고 가지 않을래? 모처럼이니, 투 샷으로!”
“응? 투 샷이라니, 세 번 찍자는 얘기야?”
“과연, 그런 방법이…. 좋네요. 드물게 미카 씨가 멋진 제안을 하셨어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지요. 선생님, 어떠신가요?”
“나는 괜찮은데….”
“그러면 가세, 선생.”
“뭐야, 세이아 쨩. 무심한 척하면서 가장 먼저 찍으려고!”
“누구 때문에 피곤해서 빨리 찍고 쉬고 싶은 게야.”
“흐응, 그러면 아예 한숨 자고 찍는 건 어때?”
“얘들아, 순서대로 찍어 줄 테니까…. 그만….”
“그러면 선생님, 누구랑 먼저 찍을 거야?”
어…, 그건 나한테 하면 안 되는 질문 같은데.
티격대던 미카가 툭하고 질문을 던지자 세 사람이 갑자기 조용해지며 나를 바라본다. 각자 나름대로의 기대를 가지고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오로지 내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를 선택하든 이 이야기는 파멸적인 엔딩으로 이어질 게 뻔했기에, 나는 도망치기로 했다. 전력으로.
오늘을 계기로 세 사람은 서로가 쓰고 있던 가식을 조금이라도 걷어내고 다시 청춘의 나날로 돌아가기를 염원한다.
단순히 평범한 일상이 아니라, 치열하고 수 싸움이 팽배한, 그런 것들이 쉽사리 가시지 않는 정치판 위의 이름난 거물들이라도,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야기. 그런 평범한 이야기가 계속되기를.
물론 그사이에 끼인 나는 결국 붙잡혀, 각자와의 투 샷과 더불어 네 명이 함께 찍은 단체 샷까지 모두 어울려 주었다. 참고로 순서는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
[힘들어 죽을 것 같아.]<
>[저는 이미 누웠습니다, 선생님. 맛있는 홍차가 그리워지신다면, 언제든 티파티에 오셔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다시 한번 감사했습니다.]
FIN.
***
최종편 전에 마무리 지을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이번에도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다!
아! 이제 최종편 봐야지!
위 그림 너무 이뻐서 조금 참고해서 썼음
셋 다 너무 사랑스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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