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홍정훈 작가가 써보는 장르소설의 작법.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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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2

[TIP] 장문) 홍정훈 작가가 써보는 장르소설의 작법.txt앱에서 작성

ㅇㅇ(211.36) 2019.05.07 16:53:54

조회 7255 추천 72 댓글 10

장르소설의 작법에 대해서 알려달라는 사람이 있어서 간만에 공개 답변....

**************

예전에 모 작가 모임에서 문창과 출신 작가가 이런 소리를 했다.

아니 자기는 문창과니까 장르소설 쓰기 시작하면 다 씹어먹을 줄 알았는데 안되더라.

....전국에 문창과랑 국문과가 얼마나 많은데,

학교 짱먹으니 UFC나가도 되지 않겠냐는 소리 하고 있네.

무엇보다 장르소설이랑 국문, 문창은 궤가 다르다.

장르소설에 가장 적합한 전공은 내가 보기엔 마케팅이다.

*************

그러고보니 이런 일도 있었지.

모 출판사에서 순문학작가들로 로맨스소설을 쓰게 하는 기획을 했다.

장르소설 작가들보다 더 뛰어난 문장과 감수성을 가졌을테니까 이 판을 쓸어담겠지~ 하고....

그래서 나온게 아재랑 소녀랑 연애하는 이야기 음.....

아니 로맨스소설이 사전적 의미는 연애소설이지만.

장르를 향유하는 자들의 함의는 다르다고.

로맨스 소설은 말하자면 연애무협지야.

왜 일본만화 유희왕에서 카드배틀로 모든가치가 다 결정되는 것처럼....

로맨스 소설은 연애로 온세계가 다 돌아가는 거지.

나의 연애력으로 은하제국 황제 같은 남자를 낚아서 그 권력을 쟁취하고 휘두르는 게 장르의 핵심이라고.

괜히 드라마에서 재벌 2세 3 세 나오냐. 그런 남자를 연애로 함락시키면 세상 모든게 손에 들어오기 때문이지.

물론 과거의 로맨스소설은 폭풍의 언덕이나 제인에어처럼 상대가 모든걸 다가진 자가 아니어도 성립했지만 장르를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공동체로서 함께 즐기다 보면서 쌓인 노하우, 트랜드, 기믹이 중첩되면서 그런 옛것은 낡은 것이 되었다고.

고전은 고전이니 물론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새로 쓰는 놈이 고전풍으로 쓰고 이걸 존중해라~ 하면 쓰나.

장르를 함께 향유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연구는 하고 들어와야 하는 거 아니냐.

************

나도 프로작가로 20년차가 넘어가고 있는 중인데....

그동안 무수한 작가 지망생이나 작가를 봐왔다.

지망생중 상당수는 그들이 말하는 걸 보면 장르소설을 사랑하는 게 아니야.

작가가 될 자신을 사랑하는 걸로 보인다.

하긴 창작으로 먹고 살 길이 장르소설밖에 없으니까 장르소설을 쓰겠다는 사람들을 많이 봐 왔다.

진짜 2열 종대로 연병장 두바퀴는 돌리겠군.

장르를 사랑하는 자만이 장르소설계에서 대박을 치면 좋겠다. 는게 예전의 내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요새는 좀 생각이 바뀐게...

독자들이 원하면 됐지. 뭐.....

그리고 창작자로 먹고 살고 싶다는 욕망 정도면 순수하잖아?

먹고사니즘이야 말로 가장 위대한 이데올로기라고.

작가가 된 나, 작가가 될 나에 몰입하는 것도 뭐 괜찮지.

그 정도 허영심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있는 건데....

애초에 장르를 사랑하지 않고도 대박을 칠 수 있으면 그건 그것대로 예술의 영역.

저놈은 장르를 사랑하지 않아~ 라고 폄하하는 건 성공에 대한 시기가 아닐까?

지망생들이 장르를 사랑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이는 건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말재간이 존나게 없는 거겠지.

*************

그래서 작법이야기를 하자...

작법은 철저히 유저 스토리를 공략할 것.

마케팅 기법인데... 이 장르소설을 주로 보는 독자가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식으로 소비하고 무엇을 원하는 가.

소비층의 니즈를 분석하라는 거지.

내가 장르작가에 차라리 마케터가 낫다는 건 이때문이다.

쓰고 싶은게 이미 내 안에서 끓어올라서 주체못하는 그런 열정적인 사람은 이미 스스로의 길을 가고 있을테니까....

쓰고 싶은게 끓어오르는 데 그게 대중적이지 않아서 고통받는 사람이나...

어쨌건 상업적 성공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상업적 접근방식을 취해야 하지 않겠나.

현재 장르시장의 독자층은 주로 휴대폰으로 자기전이나 출퇴근의 지하철/버스 안에서...

짧고 간결하게 보면서 한화당 100원을 지불하거나 기다리면 무료 쿠폰등으로 어쨌건 재원을 써가며 본다.

문장은 짧고 간결하게, 내용은 알차게, 뒤는 궁금하게 만들어서 다음화도 결재하게 해야겠지?

그리고 일본 소설가가 되자 판이나 한국 장르판이나 언제나 그렇지만 핵심은 대리만족.

삶이 지치고 힘드니까 성공하고 승승장구하는 이야기를 좋아해.

그런데 승승장구하는데 있어서 뭔가 기믹이 기발하거나 운이 좋아도 나름 핍진성이 있어야 해.

기연을 얻건 스탯창이 보이건.... 스킬이 막 자동 생성되건. 회귀해서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고 있건, 이게 소설속의 세계인데 내가 한 번 책을 읽어서 앞날을 알고 있건....

어쨌건 남과 달라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건 다들 은연 중에 받아들이고 있으니까.

그리고 보고 생각하는 데 시간이 짧으니까 이해가 쉬워야 한다.

일본 소설가가 되자가 드래곤 퀘스트 기반 세계가 대다수인 건 그게 그들 국민게임이고 잠재적 독자층 모두가 다 이해하고 있는 세계관이기 때문이지.

우리나라 판타지에서 나오는 스탯이나 세계관이 MMORPG 풍인것도 일맥상통.

뭐 이렇게 유저 스토리를 파악하고 분석하고 니즈를 충족시켜주되 새로운 기믹과 구성을 발굴하는 게 좋지 않을까....

물론 이런건 상업작가라면 누구나가 이해하고 있거나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부분이고....

분석하고 노려서 대박을 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예술의 영역.

코믹마스터 J에서도 나오지만 진인사 대천명해도 대박은 하늘이 내는 것.

.....요새 나부터 좀 성적이 부진한데 남들에게 가르치는 식으로 말할 처지가 아닌가.

하지만 물어보니 답한다.

PS. 혹시 이후 당신이 잘 되더라도 그건 다 당신이 노력해서 이룬 성과고 당신의 재능이고 당신의 팔자다.

홍작가 블로그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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