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 선생님께 배웠다.

타인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내 판타지가 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나는 내 판타지가 뭔지 알아보기 위해 자문자답을 시작했다.

그러자, 두루뭉술하게 생각하던 것이 깔끔하게 잡힌다.

내가 왜, 어떤 이유로 글에서 뇌절을 쳤었는지도 보인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웹소설 연재 갤러리에 나의 부끄러운 자문자답을 공개한다.

일부에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판타지 세계에서 의식주섹 부터 자아실현까지 욕망의 정점을 찍는다는 가정 하에, 그 세상에서 나는 무슨 무기를 들고 있을까?

>>나는 지팡이 칼을 들고 있을 것이다.

Q1. 왜 많고 많은 무기 중 지팡이 칼인가?

A.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과 같은 이유다. 단순한 외형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Q2. 다른 이유는 없나?

A.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고수 검객들 중 지팡이 칼을 쓰는 사람이 몇 있었는데, 인상적이었다.

Q3. 왜 인상적이었나?

A.

첫 번째 이유는 의외성 때문이다.

지팡이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칼이 튀어나오니 반전 효과가 있다.

믿고 있었다는 것이 뒤집어지는 반전은 자극적이다.

믿고 있었다는 것이 가짜였고 지금 보이는 것이 진짜라는 사실은 사람의 본능을 뒤흔든다.

두 번째 이유는 쓴 사람이 고수였기 때문이다.

바람의검심에 나오는 야쿠자 졸개들이 지팡이 칼을 휘두르는 장면에서 나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쓴 사람들이 졸개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라이벌이 처음 등장할 때 지팡이 칼을 뽑거나 ㅆㅅㅌㅊ 고수인 스승이 지팡이 칼을 휘두를 때 나는 전율했다. 쓴 사람이 고수이기 때문이다. 즉, 지팡이칼은 조미료다. 음식이 쓰레기면 허무한 돈낭비고 음식이 ㅆㅅㅌㅊ면 풍미를 돋워주는 조미료. 사용자의 무위가 뒷받침된 상황에서 조미료 삼아 지팡이 칼을 들려주면 그제야 나의 판타지는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Q4. 지팡이 칼은 왜 지팡이 칼일까?

A. 이것에 답하기 위해서는 지팡이 칼이 왜 지팡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건 바로 칼을 숨기기 위해서다. 이른바 암습용이라는 것이다.

Q5. 그렇다면 나는 판타지 세계에서 암살자로 살고 싶은가?

A. 그건 아니다. 그냥 ㅆㅅㅌㅊ 검객으로 살면서 무쌍을 찍고 싶을 뿐이다. 지팡이 칼은 그 흥을 돋우는 조미료에 불과하고.

Q6. 그럼 ㅆㅅㅌㅊ 검객으로서 지팡이 칼을 어떻게 운용하고 싶은가?

A. 일격에 적을 조지는 발도술의 달인.

Q7. 왜 하필이면 많고 많은 기술 중 암살에 최적화된 발도술인가? 암살 안할거라며?

A. 왜냐면... 그것이 [낭만]이니까...

Q8. 그 낭만이라는 놈은 도대체 어떤 것인가?

A1. 국어사전에 낭만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한마디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가오는 또 오질나게 쳐잡는 것이다.

판타지 세계에서나 현실에서나 검객으로 산다는 것은 손에 피묻히고 산다는 것인데, 그런 가혹한 세상에서 저렇게 가오를 잡으려면 존나 세야 한다.

A2. 즉 일본의 이세계 치트충들은, 그들 나름의 낭만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를 세게 만들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치트 능력을 준 것이었다.

Q9. 이세계 치트충에서 한발짝 더 앞으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 약먹는 마법사 생각하면 된다. 등가교환원리 생각하면서 씹사기 능력 주는 대신에 그 대가로 페널티를 짊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러면 극에 긴장감이 확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