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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히나 씨와 함께 한국 여행을!!! #1

ㅇㅇ(211.200) 2019.11.29 00:09:13
조회 3358 추천 80 댓글 57

다시 맑음 소녀가 돼야 하는 거야?   전편 링크

히나 씨의 성격이 변했어?!   전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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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쿠루링파 트윈테일, 사파이어처럼 맑고 예쁜 벽안, 민소매 파카와 숏팬츠 차림의 복장.


톡톡 튀는 개성을 뽐내는 미소녀가 해맑게 웃으며 손으로 V자를 그리고 있다.


봄바람을 노래하듯이 흥겨운 하이톤의 목소리,


둥실둥실 구름 위를 떠다닌 듯한 표정까지 뭐 하나 트집 잡을 구석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좀 잡아야겠다.


“…….”


컴팩트 카메라를 들고 있는 손이 내 표정과 함께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카메라 셔터 역시 훤히 열린 채로 파업을 신고했다.


저걸 어떻게 찍어?


“저기, 히나 씨.”


“응?”


전직 맑음 소녀, 현직 프리터. 그리고 나의 둘도 없는 첫사랑.


JR선 타바타역 주변 고가도로의 다세대주택 2DK 원룸에서 시끄러운 전철 소리를 들으며 사는 소녀가장,


아마노 히나 씨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물었다.


“왜 그래, 호다카? 뭐 문제라도 있어? 오늘 화장이 이상한가?”


“히나 씨는 굳이 화장 안 하셔도 예쁜걸요. 그런 문제가 아니고요.”


“호, 호다카도 참…….”


히나 씨는 쑥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이러니 촬영 난이도가 더 올라간다.


얼굴 붉히지 마세요, 고개도 정면으로 좀 돌리세요. 찍기 힘드니까.


히나 씨, 도대체…….


“여권 사진을 찍는데 스마일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아, 안 되는 거야? 하지만 옛날에 엄마가 사진은 항상 해맑게 찍으라고 하셨는데.”


용신 맙소사.


이번 여행은 아무래도 험난한 여정이 될 것 같다.


“지난달에 폰까지 사셔놓고는 정보력이 예전과 똑같으시네요.”


“미안해, 호다카. 나 아직 폰 잘 못 쓰겠어.”


순식간에 미소가 사라지고 울상이 된 히나 씨. 이러니 차마 강경하게 나올 수가 없었다.


나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식히며 차근차근 설명했다.


“카메라 렌즈 정면을 바라보고 정색하세요. 고개는 똑바로. 눈 깜빡이지 말고요.”


“정색? 아, 그러면 못생기게 나오는데…….”


“괜찮아요, 히나 씨는 어떻게 찍어도 본판이 예쁘니까 잘 나올 거예요. 자, 그러면 찍겠…….”


“호, 호다카도 참…….”


“그아아아악, 고개 돌리지 말라고요!”


그 뒤로 나는 히나 씨의 제대로 된 여권 사진을 찍는데 무려 30분이나 씨름을 해야 했다.


사진사들이 먹고 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사건의 발단은 8일 전, 평소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히나 씨의 집에 놀러갔을 때였다.


“호다카, 호다카!”


“네?”


나기 선배와 고시엔 결승전 중계를 보고 있는데, 히나 씨가 갑자기 호들갑을 떨면서 접근했다.


“지금 중요한 프로그램 해! 채널 돌려봐도 돼?”


“무슨 프로그램이요?”


“얼마 전에 새로운 케이블 방송국 개국했잖아. 그때 이벤트 응모한 거 기억 안 나?”


“아, 그거요?”


어렴풋이 기억은 난다.


개국 기념 방송을 시청하고 응모한 사람들에게 추첨을 통해 상품을 나눠주는 흔해빠진 이벤트.


별 기대도 안 하고 응모한 거라 상품 목록도 모르겠다.


운 좋은 사람들이 알아서 가져가겠지.


“그런데 있잖아, 5등 상품부터는 방송으로 직접 발표한대!”


“그래요? 딱 봐도 편성 시간 때우려는 거네요.”


“그러니까 한 번 보자, 응? 우리가 될 수도 있잖아.”


“…….”


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화면을 슬쩍 흘겼다.


9회말 6대8 상황에서 이사만루. 타석에는 3번 타자.


고시엔 결승전의 하이라이트를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야 하다니.


그렇다고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는 히나 씨의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그래서, 나는 나기 선배에게 눈빛으로 SOS를 보냈다.


그런데,


“누나 마음대로 해.”


나기 선배도 재빨리 백기를 들었다. 아니, 왜?


당황한 내 표정을 응시하면서 나기 선배가 여유롭게 웃었다. 약올리기 위한 조소에 가까운 느낌이다.


“어차피 틀어막고 리세이샤 고교가 이기겠지. 뻔하거든.”


“그럴 리가! 역전 싹쓸이 적시타로 세이료 고교가 역전 우승할 거거든!”


“내기할래, 호다카?”


“좋아, 선배!”


“1천 엔!”


“콜!”


그렇게 나와 나기 선배가 남자의 자존심을 걸고 이를 바득바득 걸고 있는데,


“남자들이란.”


히나 씨가 짧은 한숨을 토하며 리모컨을 들었다.


그러자 가차 없이 채널이 돌아간다.


아쉽다, 풀카운트 상황에서 와인드업까지 했는데.


곧이어 돈 아낀 티가 팍팍 나는 변방 케이블 채널의 이벤트 방송이 브라운관 TV로 송출되는 것이 보였다.


“다음 3등 상품은 2인 4박5일 한국 여행권입니다!”


젊은 여성 진행자의 멘트를 듣자, 히나 씨가 실망하며 내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


“어? 4등이랑 5등은 벌써 지나갔대! 어떡하지, 어떡하지?”


“나중에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되죠.


“그래도 이런 건 라이브로 보는 맛이 있는데…….”


그건 스포츠가 더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따지고 싶었지만 이내 꾹 참았다.


나는 풀이 죽은 히나 씨를 애써 달래면서 방송으로 다시 시선을 고정했다.


“그럼 행운의 다섯 분의 이름을 공개하겠습니다!”


곧이어 시끄러운 박수갈채 효과음이 깔리고, 당첨자들의 이름이 자막의 하얀 박스 안에 하나둘씩 뜨기 시작했다. 



나메카타 쇼이치.

하야미 우미토.

이나 리에코.

아마노 히나.

카키노키 미카네.



부럽다.


마침 휴가철인데 공짜로 해외여행이라니.


나도 한 번쯤 저 드넓은 태평양이나 일본해를 건너서 새로운 땅을 밟아보고 싶다.


외관, 문화, 분위기, 언어 등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미지의 세계라.


꽃다운 20대가 저물기 전에 한 번쯤 가볼 수 있을까?


“누나, 저거 누나 이름 아냐?”


그런데 나기 선배가 갑자기 손을 들어 화면을 가리켰다.


엑, 잠깐.


나와 히나 씨는 TV에 가까이 다가가서 눈을 휘둥그레 뜨다가,


“진짜?!”


“진짜?!”


약속이라도 한 듯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경악했다.





“그래서 이제 열네 살 먹은 남동생을 우리한테 맡기고 한국을 가시겠다?”


덥수룩한 머리에 듬성듬성 난 수염, 위아래로 기다란 두상의 중년 어른이 나와 히나 씨를 뚱하니 번갈아보았다.


유한회사 K&A 플래닝의 CEO이자 내 생명의 은인, 스가 케이스케 씨.


그리고 눈물점과 섹시한 의상이 인상적인 옆의 누님은 조카인 나츠미 씨다.


여긴 사업을 확장하면서 사무실과 분리된 스가 씨의 자택.


빈말로도 크다고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살 만한 곳처럼 보인다.


4년 전의 반지하 사무실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멋지지 않아아앙? 아, 해외여행이라니. 좋겠다, 여고생은.”


“저……. 나츠미 씨. 저, 고등학교는 졸업했는데요.”


히나 씨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정정해주었다.


그보다 해외여행은 여고생보다 성인이 더 쉽게 갈 텐데.


“그런데 너희, 세부 계획은 잡아뒀냐? 4박5일이면 좀 빡빡할 걸.”


“으음, 아니요. 그냥 막 부딪혀보려고요. 어차피 공짜기도 하고.”


“그래? 나중에 후회할 거다. 남는 건 결국 사진인데, 명소나 추천 코스라도 좀 알아 둬.”


그런데 나츠미 씨가 스가 씨의 옆구리를 툭 치면서 쏘아붙였다.


“케이 짱도 참, 눈치 없다니까.”


“뭐가?”


“둘의 분위기 좀 봐. 딱 신혼여행 같은 느낌으로 가는 거잖아.”


“네?!”


“네?!”


웬 두더지가 라식 받는 소리야.


“어차피 한국 구경이야 뒷전이겠지. 아아, 좋을 때다~”


“아니거든요?!”


“아니거든요?!”


나랑 히나 씨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뺨을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나기 선배까지 나츠미 씨를 거들기 시작했다.


“사고 치면 안 돼, 누나. 이 나이에 벌써 외삼촌 되긴 싫거든.”


“그런 거 아니라고!”


“그런 거 아니라고!”


아, 빨리 도망치고 싶다.





우여곡절 끝에 그 오해 삼인방과 인사를 마치고, 우리 둘은 규슈에서 부산으로 가는 국제여객선에 올랐다.


비릿한 바다 냄새와 갈매기 울음소리, 출렁이는 파도.


문득 3년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신묘한 빛줄기를 따라서 무작정 섬을 탈출하던 시절.


그땐 사람들이 실내에 들어가고 없는 갑판에서 혼자 시원한 폭우를 맞고 나서야 해방감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배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 내 곁에는 히나 씨가 있으니까.


딱 하나 문제를 짚자면,


“우으으으으…….”


“괜찮으세요, 히나 씨?”


히나 씨는 안 그래도 흰 안색이 더욱 창백해져서 갑판의 난간에 몸을 기대고 축 늘어져있었다.


멀미가 이렇게 심하실 줄은.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 배를 타는 건 생전 처음일 테니.


벌써 귀항 길이 걱정된다. 편의점 봉투라도 싹 쓸어와야겠군.


“히나 씨, 여기 비닐봉지 있어요.”


“난 괜찮아, 호다……. 우우욱!”


일 났다.


나는 늦을세라 히나 씨의 입에 비닐봉투를 갖다 댔다.


곧이어 찐득하고 고약한 내용물이 봉투 안에 고이기 시작한다.


얼마를 쏟아냈을까, 가까스로 구토를 멈춘 히나 씨는 티슈로 입가를 닦고 민망해서 고개를 돌렸다.


“미안해, 호다카. 너무 못난 모습만 보여서.”


“생리적인 현상인데 어쩔 수 있나요? 곧 도착하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나는 다정한 말투로 위로하며 비닐봉투를 단단히 묶다가, 폰의 알림 소리를 듣고 귀를 쫑긋 세웠다.


“어, 왔다!”


“오다니, 뭐가?”


“답변이요. 한국 가서 뭐하면 좋을지 질문 올려놨거든요. 대충 큰 틀이라도 잡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물론 그동안 야후! 답변으로 재미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아주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폰을 켜서 내가 등록한 질문에 들어가 보았다.



[20살 대학생입니다. 비슷한 나이의 여성분이랑 한국 여행을 하게 됐는데, 뭐하면 좋을지 추천 좀 해주세요.]



그리고 아래 이어진 답변들.



「섹스.」 

「섹스.」

「섹스.」

「섹스.」



“…….”


내가 다시는 이 사이트 이용하나 봐라. 이럴 시간에 블로그 후기나 볼걸.


“호다카, 답변 왔어? 뭐래?”


“아, 아하하하하, 그러니까……. 별 도움이 되는 건 없는 거 같아요.”


히나 씨가 호기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불쑥 고개를 내밀자, 나는 재빨리 폰 화면을 끄고 등 뒤에 감추었다.


“내가 보면 안 되는 내용이야?”


“아, 아하하. 이 시국에 한국 여행이라니 제정신이냐는 시비 밖에 없어요.”


“그래? 유감이네. 다들 서로 싸우기만 바쁘고.”


팔짱을 끼고 고개를 좌우로 내젓는 히나 씨. 심성이 이렇게 고운 사람을 속이자니 죄책감이 두 배로 든다.


그때였다.


“어, 보인다!”


히나 씨가 손으로 눈가의 햇빛을 가리고 저 멀리 수평선 방향을 가리켰다.


“뭐가요?”


곧이어 반사적으로 그 방향으로 돌린 내 시야에도 들어왔다.


한국의 대표적인 무역도시로 들어서는 입구, 드넓고 웅장한 대도시의 얼굴을 상징하는 그곳.




부산항의 전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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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맑음 소녀가 돼야 하는거야?'와 '히나 씨의 성격이 변했어?!' 이후에 집필하는 3번째 장편 시리즈.


이번엔 세계관 확장이나 진지한 전개 이런 거 다 때려치고,


흐뭇+달달+야스+개그 쪽으로만 써볼 예정입니다.


제4의 벽을 뚫는 전개라거나, 날아갤 밈도 좀 나올 거 같고... 좀 4차원스런 작품이 될 듯.


아무튼 열심히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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