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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슈퍼스타 장원영 -20(1)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05 00:13:36
조회 223 추천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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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갔다. 민주랑 원영이는 맨 앞에서 착 달라붙어 [THE 왕]촬영현장에 대한 이야기중. 그리고 태검이 역시 그쪽에 붙어서 흥미있게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나는 언제나처럼 따로 떨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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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야? 이거바여! 저 바인더에 포카 넣었어여!”


그런데 오늘따라 유리가 따라 붙어주는 덕분에 나도 외롭지 않다 이 말씀. 유리는 수십장은 되어보이는 바인더에 내가 만들어준 단 세장 뿐인 포카를 집어넣고는 귀엽게 스티커도 붙이고 [쪼유리 File No.1]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뭐 저 파일을 평생가도 다 채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 포카가 도대체 뭐라고 저렇게 좋아하는 건지?


“나중에 더 찍어줄게. 앞으로 카메라 가지고 다녀야겠다.”


생각해보면 나의 분신이나 다름없던 카메라를 집에 두고 다닌지가 벌써 몇 년인가? 그러나 지난 번 민주고 원영이고 찍어주다 보니 역시 사진 찍는 것 자체를 무척이나 즐겼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음번엔 유리도 조금 더 예쁜 모습으로 치장하고 나와서 찍어주고 싶고.


“하모요. 우리 총엠티 가서도 찍고여, 벚꽃 보러 가서도 찍어여.”


유리는 내가 사진을 많이 찍어준다니까 같이 보낼 시간이 많아진다고 생각했는지 그저 율글벙글. 나쁘지 않은 생각인 것 같다. 민주에게 새로운 친구들이 생겨서 내가 좀 밀려나기도 했고, 유리도 두루두루 친하기는 한데 이쪽에 끼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으니 같이 다니면 좋지. 


그렇게 학식으로 와서 식사를 하는 중. 민주는 아까 전 유진이 덕분에 원영이의 [THE 왕] 출연 소식이 전해진 게 꽤나 호재라고 생각한 듯 연신 그 이야기를 떠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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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보니까 애들이 보는 눈이 달라졌더라? 다들 네 꺼 한 장씩 살 거 같던데?”


“언니도 참,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역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때는 있는대로 허세를 부리더니 막상 본인의 위치가 격상된 것을 느끼자 슬슬 팬관리에 들어가는지 겸손함이 제대로 뽑아져 나온다. 그러나 민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여자애들도 너랑 친해지고 싶어해서 엄청 살 거 같았어. 아.... 그럼 이제 원영이 너도 엄청 바빠지겠네?”


민주는 원영이가 잘 되는 것은 좋았지만 막상 그녀에게 새 친구들이 생길 거라는 것에는 조금 아쉬움을 내비쳤다. 하긴 아무리 장원영이 도도하고 차가운 도시여성이라 할 지라도 [THE 왕] 준 레귤러 출연은 사실상 ‘진짜’ 연예인으로써의 확인도장을 찍는 셈이었고, 그럼 그 메리트를 따기 위해서라도 그녀와 친해지고 싶은 애들이 수두룩하게 늘어날 거다. 민주는 내심 원영이를 독점하고 싶었는데 이대로 멀어지게 될 까봐 두려워 하는 것 같군. 그러자 원영이는 걱정말라면서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언니랑 저랑 보통 사이가 아니잖아요? 뭐랄까, 전 언니 만나서 일이 더 잘 풀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캐스팅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저, 정말? 그렇게 생각해 원영아? 아이 참.. 나도 네 포카 사야겠다. 오빠! 우리도 원영이랑 태검이 포카 좀 많이 사자구요.”


“어, 으응...”


솔직히 원영이 포카 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왜 서태검 포카까지 사야 되는건데? 그런데 우리끼리 즐거운 식사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불청객 하나가 나타났고, 성창원 이 미친놈이 진짜 아직도 정신 못 차린건지 우리 앞을 알짱거리면서 말을 걸어왔다.


“다들 여기 있었네? 야 원영아? 너 [THE 왕] 나간다면서?”


“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우리 같은 연예인끼리 좀 친하게 지내자? 나 이번에 네 포카 10장 사려고. 그럼 너랑 팬미팅 할 수 있다면서?”


도대체 네가 언제부터 같은 연예인이었던 거야? 장원영이 아무리 끈 떨어진 뒤웅박이라지만 정식 계약 끝에 소속사 홈피에 이름까지 박아놨는데 너같이 연습생인이 아닌지조차 진위가 불분명한 놈이랑 게임이 되냐고?


“고, 고맙네요.”


천하의 슈퍼스타 장원영 조차도 성창원은 좀 꺼려지는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그냥 받아넘긴다. 민주는 빨리 꺼지라는 듯 창원이를 째려보았고, 창원이는 피식 웃으면서 민주에게 한 마디 한다.


“너는 왜 남자친구 놔두고 태검이랑 앉아서 밥을 먹냐?”


“응? 내가 뭘?”


그러나 민주도 그제야 자신이 원영이와 태검이 사이에 끼어서 밥을 먹는 중이고 나와 유리는 건너편에 따로 떨어졌음을 깨달았는지 화들짝 놀라버렸다. 


아니 이게 벌써 며칠 째 인데 성창원이 말해주기 전 까지는 전혀 몰랐단 말이야? 창원이는 이제 민주가 아닌 원영이에게 완전히 관심이 돌아간 건지 그녀에게 재수없는 윙크를 남기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당연히 민주는 기분이 확 나빠진 상황.


“밥맛 떨어지게 왜 와서 아는 척이지? 오빠 들었죠?”


“으, 응. 들었지. 다음부터는 너랑 나랑....”


“우리가 원영이거 엄청 많이 사줘야 돼요. 아니면 창원이랑 원영이랑 둘이서 팬미팅 할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


나와 민주가 서로 포인트 짚는 부분이 조금 달랐나 보다. 나는 창원이가 말했던 부분중에 왜 남자친구인 내가 아닌 태검이와 함께 앉아서 밥을 먹냐는 부분에 집중했는데 민주는 그건 아무래도 좋다는 것 같군. 하지만 민주 말대로 이건 상당히 문제되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성창원 저거 습성을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분명히 원영이를 노리고 있는 거야. 지난 번에 몇 번 찔러보다가 잠깐 관망하는 것 같더니, [THE 왕]에 출연한다고 하니까 갑자기 친한척을 하면서 들이밀고 있는 중이지. 물론 원영이한테는 차서준이라는 강력한 남자친구 후보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성창원이 멋대로 그녀와 1대1 팬미팅을 하는 거는 좀 꺼림칙하다 이말씀. 그런데 10장이나 사 버리면 진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괜찮아요. 하면 하는 거죠. 많이 사 주셨는데 보답해야하잖아요? 그건 그렇고 태검오빠 무슨 걱정거리 있어요?”


그러나 민주의 걱정과는 달리 프로답게 팬미팅에 임하겠다고 말하면서 난데없이 태검이를 끌고오는 원영이. 근데 태검이는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보이지는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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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가?”


“네. 오빠 걱정이 엄청 많아보여요. 혹시 팬미팅 때문에 그래요? 오빠가 사실 친한 사람도 별로 없고 숫기도 없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팬미팅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걱정되는 거죠?”


“아, 그, 그런가보다.”


요리보고 조리보고 아무리 뜯어봐도 태검이는 팬미팅에 대해 아아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오히려 원영이쪽에서 걱정거리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내 착각일까? 그러자 민주도 의아한 듯 물었다.


“태검아 너 걱정 돼?”


“그냥 뭐.. 별로 안 친한 사람이 걸릴 수도 있으니까.”


“태검오빠 말이 맞아요. 저야 연예인이니까 팬 응대가 익숙하다지만 태검오빠는 평범하게 살아온 분이잖아요? 갑자기 팬미팅을 하게 되면 분명히 당황스러울 거 같아요.”


“그래? 그치만 이게 처음부터 조건이 걸린 이후에 다들 참가신청한 거라...”


솔직히 민주 말대로 그게 뭘 어쨌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런데 원영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 있어요! 어차피 언니랑 오빠는 저랑 태검오빠 포카를 살 생각이었잖아요? 그렇다면 한사람씩 나눠서 사지 말고 아예 몰빵을 하는 게 어때요? 민주언니는 태검오빠 포카만 사고 티모오빠는 제 포카만 사는 거죠. 그럼 서로가 서로를 만날 확률이 높아지잖아요? 태검오빠도 그렇게 되면 참 편한거죠?”


“그, 그래. 나도 그게 정말 편할 것 같아.”


태검이야 뭐 원영이한테 푹 빠져 있으니까 그녀가 하는 말은 무조건 옳다고 하는데, 이거 아무리 봐도 원영이가 자기 원하는 대로 태검이를 가스라이팅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구몬? 태검이는 분명 아무 생각없이 밥숟가락을 뜨고 있었던 것 같은데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지?“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태검이도 나랑 팬미팅을 하는 편이 더 편할 거잖아?”


“응. 나는 그게 제일 좋지.”


태검이는 활짝 웃으면서 원영이의 제안이 옳다는 것을 재입증하고 있는 중. 하긴 태검이 입장에서 가장 팬미팅을 하고 싶은 사람은 원영이일텐데 참가자들은 포카 구입에 나설수가 없으니까 결국 차선으로 가장 친한 민주를 선택한 것 같다. 워낙 숫기 없는 놈이니까 그나마 그게 편하다고 생각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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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믄 원여이랑 티모오빠랑 팬미팅 하는 거에여?”


순간, 유리가 엄청난 사실을 알려주었다. 만약 원영이 말대로 나와 민주가 몰빵전략을 사용하게 된다면 결국 나 역시 원영이와 팬미팅을 할 가능성이 엄청 높아지는 거잖아? 뭐 예전 같으면 얼마가 들던 상관없이 장원영과의 팬미팅에 올인했겠지만 솔직히 지금은 그녀와 최대한 거리를 두고 싶다고. 그래서 내가 그 제안을 조금 수정하기로 했다.


“그러지 말고 내가 태검이 걸 사고 민주 네가 원영이 걸 사는 게 어때?”


“네? 아.. 뭐 그래도 되긴 해요.”


사실 이렇게 해도 상관없기에 민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둘 다 우리쪽 사람들과 팬미팅을 하는 걸로 붙이면 그만이잖아? 그런데 순간 원영이가 살짝 표정이 굳어져 버렸고, 유리 이건 왜 또 눈치 좋게 그걸 캐치하는 건지?


“원여이 니 뭐 기분 안 좋은 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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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늘 당하던 일이라서 별 생각 없어.”


“당하던 일이라꼬? 그기 지금 무신소리가?”


“그래 무슨 소리야 원영아?”


유리도 민주도 갑자기 원영이가 뜬금없이 ‘당했다’라고 말해버리니까 놀라서 그쪽으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그러게 도대체 네가 뭘 당했다는 거야? 그러자 원영이는 ‘나 지금 정말 기분 안 좋은데 여러분들 앞에서는 밝은 모습만 보일게요’라는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사실 그렇잖아요? 연예계라는게 얼핏 보면 개개인의 능력이 중요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남성과 여성 차별이 엄청나거든요. 똑같은 주연이라도 남자배우의 개런티가 훨씬 비싸고, 심지어 보조출연자들 끼리도 남자들이 일자리 구하기 쉬운 곳이 방송계에요. 스탭들은 또 어떻구요? 대부분 여자들인 보1조1작1가들이 최저임금을 받아가면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두려움속에서 일하는 반면에, 카메라 기사들은 안정적으로 두둑하게 챙겨가는 게 대부분이죠. 티모오빠같은 사람 많이 봤어요. 여자가 남자에게 이기는 게 싫어서 일부러 남자쪽에 편드는 사람들....”


“............”


아니.... 니 지금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거야? 이게 또 나를 성인지감수성 부족한 무뢰한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네? 애초에 남자배우 개런티가 비싼 건 드라마 시청자 대부분이 여자다보니 당연히 그 수요에 맞게 남배우가 많이 받는 것 뿐이고, 보조출연자들도 사극같은 데서 대규모로 남성들을 채용하니 일자리 찾기 편한 게 당연하잖아? 거기에 임금비교를 해도 계약직인 보1조1작1가랑 기술직인 카메라기사를 비교하는 건 뭔데? 기술자 천대하다가 망해버린 과거의 역사를 정녕 잊었단 말이야?


“오빠야 진짜 무신 소리 하는 거에여!!!!”


그러나 이미 원영이의 말은 이시대의 진정한 페11미5니스트인 조유리의 억하심정을 폭발시켜버렸고, 유리는 동네 챙피한 줄도 모르고 언성을 높여서 씩씩대며 내게 삿대질을 시작했다.


“오빠야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여? 내는 오빠야가 참 요새 사내쉐끼들과는 다르게 여으성 인꿘에 힘쓰는 줄 알았는데, 참말로 원영이가 태금어빠야 이기는 게 싫어서 포카 안 사주려는 거에여?”


“아, 아니 뭔 소리야? 어차피 둘이 경쟁하는 것도 아니고, 나랑 민주랑 서로 바꿔서 사도 포카양의 총합은 변하지 않는데 민주랑 원영이랑 더 친하니까 둘이 팬미팅하는 게 더 나을 거 같아서....”


“그란 모오순을 견뎌야 참말로 남녀가 평등한 셰샹이 오는 거 멀라여? 빨리 원여이한테 사과하꼬 포카 사라꼬여!”


“..........”


이건 뭐 내가 뭘 잘못한 건지도 모르겠고, 사실 방금 전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론이 튀어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민주까지 유리에게 홀랑 넘어가서 나를 째려보고 있으니 도저히 변명을 할 수가 없었다. 말은 통하질 않고 그저 떼법으로 우겨대니 뭐 당해낼 수가 없구만.


“미, 미안하다 원영아. 네 포카 살게.”


“고마워요. 그럼 우리 이제 슬슬 일어나죠?”


그러자 원영이는 모든 용건은 다 마쳤다는 듯 언제나처럼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돌아가서는 자리를 옮기자 한다. 뭐지? 모든 게 원영이 생각대로 돌아간 듯 한 이 묘한 기분은?


식사를 하고 나서 나는 채원이가 말했던 입금용 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잠시 아이들과 헤어지기로했다. 원영이랑 태검이, 민주는 다음 수업이 있을 때 까지 가볍게 음료를 마시며 추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유리가 혼자 쭐래쭐래 나를 쫓아옴. 아니, 원래 이런 상황에서는 대부분 여자친구가 날 따라와야 되는 거 아닌가?


학교 PC을 이용해서 공짜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사이트를 찾아 모바일 페이지 작성에 돌입했다. 유리는 옆에서 뭐 도와줄 거 없냐고 물어보는데 너는 그냥 마시던 쥬스나 쪽쪽 빨면서 귀엽게 나 응원이나 해주면 댐.


“오빠야는 몇 장 사꺼에여?”


“나? 글쎄 뭐.. 한 세 장?”


“너무 쩍은 거 아이에여? 창워이 오빠야는 10장 산다 카던데? 그라믄 창워이 오빠야랑 팬미팅 하꺼 같은데여?”


“그치만 한 장에 만원이나 하잖아? 대학생 용돈으로 10장은 무리지 않을까? 그리고 솔직히 누가 세장이나 사겠어?”


어차피 1대1  팬미팅권은 상위 3걸 중에 추첨을 통한다니 일단 그 안에 들어가려면 3장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데?


“하모요. 근데 지는 오빠야 나갔으면 키1스3방 알바라도 뗘서 100장은 샀을 거에여.”


“워허. 무슨 그런 무서운 소릴 하니. 그런 거 할 생각도 하지마.”


“여윽시 오빠야는 여성인꿘을 위해 힘쓰는 사람이네여? 지가 잘못 봤나 바여?”


유리는 자기 걱정해 준답시고 방글방글 웃으면서 내 쥬스를 들어서 빨대를 물려준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그깟 포카 사겠다고 키스방에 나가겠다는 후배에게 어떻게 그러라고 말할 수 있겠어?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4년전의 나였다면, 과연 나는 장원영의 포카를 몇 장이나 샀을까?


오후수업에서 민주와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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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홈피는요?”


“오늘 내로 만들 것 같은데? 아까 애들이랑은 무슨 얘기 했어?”


“포카 몇 장이나 사야 되는지 얘기해봤어요. 일단 저는 태검이 거 10장 살 테니까, 오빠는 원영이 거 10장 사도록 해요.”


“여, 열장이나 산다고? 그거 너무 많은 거 아니야?”


10장이면 무려 10만원이다. 나나 민주나 뭐 딱히 가난한 집 자제라고는 볼 수 없지만 평범한 대학생 용돈으로 보았을 때 지나친 지출이 아닌지? 안 그래도 총엠티 간다고 꽤 쓴 거 같은데? 그러나 민주는 무슨 소리냐면서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그치만 그 정도는 사야 이길 수 있다구요. 오빠 정말 원영이가 창원이랑 팬미팅 했으면 좋겠어요?”


“아니 뭐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솔직히 성창원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영이와의 팬미팅을 적극적으로 막아설만한 명분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그놈이 아무리 흑심을 품는다고 해도 차서준이라고 하는 엄청난 거물이 존재하는 이상 별 의미 없는 하루짜리 데이트에 불과할 거야. 그래도 상대가 성창원이잖아? 나는 딱히 원영이가 창원이랑 팬미팅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성창원이 자기 원하는 것을 얻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것 뿐임. 아무튼 그런 거임. 


“게다가 우리 넷 다 친구잖아요? 친구끼리 생일선물 하면 5,6만원 쓸 때도 있는데 이런 큰 이벤트에 돈 좀 쓰는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


이건 좀 어폐가 있는 것 아닌가? 솔직히 너네 셋은 친구가 맞지만 거기에 내 자리가 어디 있었다는 건지? 넷이 같이 밥을 먹거나 놀 때 늘 나만 뒤로 쏙 빼놓고 셋이서 수다떨기 바쁘잖아? 애초에 난 태검이랑은 사적으로 단 한 마디도 해 본적 없는데 왜 내가 그들을 도와야 하는 건지 모르겠구몬.


물론 민주가 그동안 외롭게 지내오다가 겨우 친구가 생겨서 뭐라도 해 주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기에 그냥 잠자코 있었다. 하지만 진짜 10장이나 사는 건 좀 무리한 지출 같은데? 그 돈으로 민주랑 즐거운 시간 보내기도 모자른데 말이야.


오후 수업이 끝나고도 홈피 제작을 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민주를 원영이와 보낸다음 아예 노트북을 빌려서 혼자 기획부 회의실로 향했다. 기획부에는 어김없이 은비와 채연이, 예나와 채원이 뿐 아니라 사쿠라와 유진이까지 모여서 소모임 중. 그리고 채원이는 내가 오자마자 한 마디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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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홈피는 다 만들어 가요?”


“응 이제 마무리 작업만 하면 될 거 같은데. 일단 우리 과 사람들 전원 자동 회원가입시켰고 출전자 넷은 빼려고. 그런다음 각자한테 코드 발송해서 로그인 시킨다음 결제하게 하면 될 거 같아.”


“좋네요. 내일 부터는 슬슬 판매를 시작해야 되요. 집계같은 것도 곧바로 할 수 있게 만들어줘요.”


“응.”


그렇게 채원이랑 홈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또 예나가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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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김채원? 단별오빠랑 주말에 뭐 했어?”


“응? 아.. 뭐 그냥 만나서 밥먹고 차마시고.”


“그냥 그런거만 했어? 날씨도 좋은데 산책하다가 뽀뽀라도 하지?”


“.....미쳤냐 니? 그걸 왜 여기서 말하는데?”


채원이는 노골적으로 단별이란 사람과의 만남에 대해 묻는 예나에게 불쾌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예나는 계속해서 채원이와 단별이를 띄워주지 못해 안달이 난 상황.


“뭐 둘이 이제 그런 사이 아니야? 단별오빠 전에 공모전 나간거 우승했다면서? 상금 100만원이나 받았는데 뭐 커플링이라도 하자고 해. 좀 싸구려 같은 그런 거 말고?”


예나는 그러면서 내 손가락에 끼워져있는 얼마 하지도 않는 싸구려 커플링을 일부러 의식하듯이 바라본다. 오이오이.. 나도 안다고. 이미 내가 단별이랑 사람한테 완패했으니까 그만 건드리지 그래? 그런데 예나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닌가보다.


“오빠는요? 민주랑 뽀뽀 했어요?”


“응? 아니 뭐...”


이건 굉장히 치명적인 질문이다. 사실 진짜로 했다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에이 뭐 그런 걸 묻고 그래?’라면서 애둘러 표현이라도 할 수 있는데 아예 하지도 못한 상황이니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벙쪄 있는 상황. 그러자 예나가 재밌다는 듯이 웃는다.


“뭐야? 둘이 막 그렇게 열정적으로 서로를 좋아하진 않나 봐요? 하긴 민주는 요새 오빠보다도 태검이랑 더 자주 다니던데?”


“야. 최예나.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총학에 보낼 서류나 완성시키지?”


채원이는 예나를 째려보면서 그녀를 돌려세웠고, 나는 태검이 얘기가 나오자 또 쪼무룩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채원이는 나를 데리고 잠시 구석으로 몰아갔다. 



“그리고 그건 저도 한 마디 하려고 했는데요. 태검이란 애가 민주한테 지나치게 붙어다니는 거 같지 않아요? 난 왜 오빠가 그걸 커트 안하는 지 모르겠네?”


“아 그게.. 태검이는 사실 민주한테 붙어다니는 게 아니라 원영이한테 붙어다니는 거야. 그런데 민주랑 원영이랑 매일같이 같이 다니다보니까 그렇게 보일 뿐이지.”


“확실해요 오빠? 오빠가 좀 눈치없는 사람이란 건 아는데 혹시 모르니까 사실관계 확실히 알아두라구요.”


“그렇게 할게. 그런데 그 단별이란 사람이랑은 되게 잘 되가나 보다?”



“자, 잘 되가죠. 원래 이번 주에도 봐야되는데 총엠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네. 아무튼 단별오빠랑 저는 신경쓰지 말고 민주한테나 잘해줘요.”


채원이는 단별이란 사람 얘기하는 게 무척이나 부끄러운가 보다. 꼭 내가 그 얘기만 꺼내면 서둘러서 이야기를 끝내려는 게 눈에 훤히 보인달까? 그리고 채원이가 물러서자 이번에는 유진이가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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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원영이도 슬슬 홍보활동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뭐...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 어쩔 수 없지 않을까? 그리고 사실 네가 그 드라마 얘기 해 준 덕분에 자동으로 홍보가 되고 있다고나 할까? 일단 첫날 판매량 보면 대충 사이즈가 나올 거 같아.”


“후후. 뭐 오빠가 알아서 잘 하겠죠.”


“..........”


예전부터 느낀건데 왜 안유진은 원영이에 대해서 뭔가를 얘기할 때면 꼭 나를 걸고 넘어지는 걸까? 사실상 장원영 서포트팀은 민주가 담당하고 있다는 걸 누구나가 아는데도 불구하고, 유진이는 마치 그 핵심에 있는 게 바로 나라고 말하는 것 같단 말이지?


“홈피에 환불기능 넣어놓는 거 잊지 말아요 오빠.”


“아, 물론이지. 나중에 그것 때문에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


돈이 오고가는 문제이므로 당연히 환불기능도 넣어두어야 한다. 다만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어서 금요일 오후 3시 까지 처리된 결제는 더 이상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조항도 넣어야 겠군. 그렇게 나는 기획부가 자기 일을 할 동안 옆에 앉아 열심히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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