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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FF] 슈퍼스타 장원영 -22(1)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06 00: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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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나는 오디션에 나가는 조건으로 원영이를 데리고 민속촌으로 가서 최근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인 [THE 왕] 촬영에 임했다. 언제나처럼 회사에서 완전히 방치당한 보조출연자에 불과했던 원영이에게 출연배우가 스캔들에 휩쓸려 촬영을 빵꾸낸다고 하는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고, 나는 차서준에게 부탁해서 그 역할에 원영이를 집어넣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원영이는 준 레귤러 출연진에 당당하게 합류하는 듯 했지만, 방금 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거야. 


시장통 습격씬에서 등장한 것은 장원영이 아닌 안유진이었다. 그녀는 원영이의 역할을 그대로 연기하면서 TV속에 모습을 드러냈고, 거기에 장원영이라는 존재는 애초부터 없던 것처럼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TV를 지켜보던 모두의 반응이 바로 이 채원이에게서 온 마지막 중간 판매현황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4일차 판매결과


안유진 144장 (+110)


장원영 1장 (-108)


서태검 215장 (+39)


이예준 0장 (+-0)




놀랍게도 원영이의 판매량은 단 하루만에 1장으로 변해있었고, 그 반대급부로 안유진은 단숨에 144장이라는 엄청난 수치로 치솟아 올라 버렸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잡은 채 민주를 돌아보았고, 민주 역시 튀어나올 듯한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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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떻게 된 거예요 이게?”


“화, 환불 한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 밖에는 없었다. 애초에 제대로 된 홍보도 하지 않은 원영이가 포카를 팔 수 있었던 원동력은 99% [THE 왕]에 있다고 봤어야 해. 


인기 드라마에 준 레귤러 출연함으로써 인기 배우들과의 인연을 쌓았던 셀럽으로써의 이미지가 그녀로 하여금 이 많은 포카를 사서 조금이라도 가까워 지고 싶은 학우들의 마음을 이끌어 냈었던 거다. 


그러나 그 가장 중요한 동기가 1시간전에 무너져버렸고, 아마 그 순간만큼은 학부내 시청률 100%였을 [THE 왕]에 원영이 대신 등장한 안유진이 그녀의 메리트를 전부 가져가 버린거다. 그래서 모두가 원영이의 포카를 환불하고 전부 유진이 것을 사러 간 거야.


“그걸 제가 몰라서 묻는다고 생각해요?! 저도 척 보면 왜 환불됐는지 다 안다구요!”


“그, 그럼 뭐가 문젠데?”


“뭐가 문제냐뇨? 아무리 다른 학생들이 전부 환불을 했다고 해도 어떻게 원영이 포카가 딱 하나밖에 안 팔릴 수가 있어요?”


“그야 유리가....”


순간, 나는 민주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불시간에 깨닫고는 그대로 사색이되어 버렸다. 오우 쓋! 생각해보니 아무리 모든 학생들이 환불을 했다고 해도 원영이의 포카는 무조건 최소 11장 이상이 되었어야 해. 왜냐면 유리의 한 장 이외에 내가 산 열장만큼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어야 하잖아? 그런데 문제는 나는 애초부터 그 포카를 산 적도 없었기 때문에 나 자신을 카운트 하지 않은 거라고! 그리고 민주 역시 그걸 눈치챈 것 같았다.


“서, 설마 오빠 처음부터 사지 않은 거예요?”


“그, 그게....”


“당장 말해요!”


민주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는 나에게 진실을 추궁했고, 이미 뻔히 데이터로 나와있는 마당에 여기서 더 잡아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그녀에게 용서를 빌었다.


“미, 미안해. 너무 부담되는 금액인데 첫날 판매량이 잘 나와서 거짓말 해 버렸어...”


“그,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요?”


“그치만 난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고, 무엇보다 그 10만원 원영이한테 헛되이 쓰느니 너랑 알차게 쓰고 싶었단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지금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줄 몰라요 오빠? 저는 그렇다고 쳐요. 근데 원영이는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자기 포카를 샀다고 생각했던 오빠가 애초부터 산 적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텐데 원영이한테는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


민주는 거의 눈물이 나올 지경으로 원영이를 걱정하고 있었고, 나는 이 사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깨달았다. 아무리 과내 생활을 하지 않는 원영이라고 할 지라도, 자기 포카 개수를 카운트 하기 위해 채원이의 이 톡은 받고 있을 거다. 


그런데 방금 전 민주가 순식간에 눈치챈 것처럼, 내가 원래 약속했던 10장을 애초부터 사지 않았다는 걸 분명히 원영이도 알게 되었을 거야. 이 처량하게 남은 유리의 1장이 없었다면 정말 믿도 끝도 없는 수치를 당했겠지만, 오히려 1이라는 애처로운 숫자가 그녀를 한도 끝도 없이 비참하게 만들고 있었다.


“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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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어떡해요!? 하.. 진짜 원영이 불쌍해서 어떡해...”


민주는 그녀가 지금 얼마나 수치스러울지 가늠이 안된다는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나는 그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그날 내가 했던 잘못된 선택을 반성해야 했다. 



민주를 열차에 태워보내고 나 역시 집으로 돌아왔다. 민주에게는 원영이가 많이 힘들어 할 테니 연락하지 않는게 좋다는 쓸데없는 참견을 했다가 된통 한 소리 얻어듣고 돌아옴. 물론 민주도 어느정도 눈치가 있는 애니까 위로톡 정도만 보내놓고 그녀를 가만히 놔 두겠지만, 사실 진짜 걱정되는 것은 과연 장원영이 어떤 심정으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느냐다. 


원영이도 분명히 집에서 TV를 보았을 거다. 가족들과 함께 모여서, 마침내 그녀가 긴 무명의 설움을 끝내고 당당히 인기드라마의 출연진에 이름을 올리는 역사적인 장면을 가족들과 함께 자축하고 싶었을 거야. 그러나 그녀에게 내려진 처벌은 가혹했다. 그녀는 역할을 빼앗겼을 뿐 아니라 하필이면 그 상대가 이번 오디션의 맞상대이자, 학교에 들어온 이래 쭉 원영이를 초라하게 만들었던 안유진이라는 게 제일 문제야. 


물론 나는 대충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파악하고 있었다. 분명히 내 눈앞에서 대규모 재촬영이 이루어졌고, FD는 계약에 대해 말하면서 완전히 배역이 원영이에게 왔다는 것처럼 말했었어. 그러나 내가 한 가지 예측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원영이를 배역에 넣어준 차서준과 거의 동급의 인물이 그녀를 배역에서 뺄 수도 있다는 거였지.


범인은 보나마나 홍다희다. 그녀는 차서준을 사이에 두고 원영이와 치열한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는 중이고, 그녀 자신도 장원영이 더 고지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하필이면 거기서 차서준이 원영이에게 은혜를 베풀어서 극의 준 레귤러까지 이끌어 올려주자, 앞으로도 계속 둘이 만나는 장면을 눈앞에서 봐야 한다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거야. 


그래서 안유진을 이용한 거다. 그 역할을 원영이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더 잘 소화할 수 있으면서 완전히 자기 사람이자 후배인 안유진을 그 역할에 넣는 대신 재촬영의 재촬영을 스스로 허락해 버린 거야. 


어차피 원영이가 나왔던 그 씬에서 필요한 것은 보부상 깡패와 홍다희가 전부다. 그 홍다희가 자기 시간을 빼서 나와주는 대신 연기력 검증된 후배를 배역에 넣어달라는 부탁에 감독도 혹할 수밖에 없었겠지. 


아마 재촬영의 재촬영은 생각보다 일찍 이루어져서 바로 다음날 일요일에 처리되었을 수도 있어. 그래서 유진이가 월요일에 원영이를 보자마자 일부러 드라마 얘기를 꺼낸거다. 왜냐면 유진이는 그녀가 잘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충격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여태까지 안유진이 의도치 않게 장원영을 멕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거기에 전부 계획이 있었던 거다. 오히려 주제파악 못하고 안유진을 라이벌로 취급조차 하지 않는 장원영과 달리, 그녀는 처음부터 원영이를 철저히 자기 아래에 두기 위해서 계속해서 수작을 부렸던 거야. 심지어 환불기능을 넣으라고 말한 것 역시 안유진 본인이잖아?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볼직도 한데 지금 당장은 원영이가 어떤 심정으로 이 사태를 버티고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TV에서 안유진이 등장하자마자 자신을 믿었던 가족들에게 실망감을 주었다는 것, 거기에 동네방네 소문내 놓고는 학부내에서 완전히 사기꾼이 되어버린 자기 자신. 아니...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것이 있다면, 그래도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애초부터 포카를 산 적 조차 없었다는 구역질나는 배신감이 아닐까?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웠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민주에게 톡을 넣어보지만 그녀 역시 원영이에게서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원영이의 포카를 사야 하는 걸까? 하지만 그렇게 해 버리면 오히려 더 약올리는 것 밖에는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뜬눈으로 밤을 새면서 내일 장원영이 어떤 모습으로 학교에 나타날지가 궁금해졌다. 


늘 도도하고 차가우면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만 보여주던 장원영이 마침내 그 전의를 모두 상실하고 스스로의 패배를 시인하듯 조용히 학교에 오게 될지, 아니면 이 수치스러움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결석을 하게 될지. 


아... 차라리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시크한 모습으로 학교에 와서 그런일 따윈 없었던 것처럼 모두를 무시했으면 좋겠다. 다른 건 몰라도 나의 슈퍼스타 장원영이 모두의 앞에서 고개를 떨구는 모습만큼은 보고싶지 않다. 


다음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서둘러서 학교에 도착해 [현대 대중문화의 이해] 강의실에 들어왔다. 워낙 일찍 온 탓에 강의실 에는 나 한사람 밖에 없는 상황. 나는 늘 원영이와 함께 앉는 자리에 앉아서는 말없이 출입구를 바라보면서 그녀를 기다렸다.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그냥 평소처럼 도도한 걸음으로 또각또각 걸어와서 내가 의자를 빼내줄 때 까지 무심하게 나를 내려다 보기를.


웅성웅성.


그러나 강의실이 꽉 채워지고 교수님이 들어올 때 까지 원영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역시 결석인가? 도대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은 거지? 나는 차마 상상도 하기 싫은 그녀의 가장 약한 모습을 떠올리며 고작 돈 10만원과 내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터무니 없는 선택을 했던 그날의 나를 저주하고 있었고, 수업이 시작되고 나서도 머릿속에 아무런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끼이익...


수업이 시작되고 20여분정도가 흘렀을까? 처량할 정도로 느린 속도로 뒷문이 열리는 속도가 들려왔고, 나를 비롯한 강의실의 모든 학생들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곳을 주목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장원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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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가 알고 있던 그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온다. 화려하게 멋을 낸 눈화장도, 쥐를 잡아먹은 듯이 붉게 칠한 입술도, 얼마나 많은 에센스를 쓴건지 번쩍 번쩍 빛을 내며 찰랑거리던 머릿결도 없었다. 마치 방금 전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학교에 온 마냥, 화장기 하나 없는 스무살의 초라한 여자아이가 거기에 서 있었다. 


그 좋아하던 하이힐도, 광을내며 번쩍이던 스커트도, 레이어드도 셔츠도 아무것도 없이 그저 평범한 대학생마냥 청바지 위에 갈색 후드집업을 뒤집어쓰고 스니커즈를 신은, 내가 전혀 본 적 없는 장원영이 무심하게 내쪽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진다. 


탁.


원영이는 그대로 출입구 바로 앞 책상에 앉아버렸고, 수업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턱을 괴고는 그대로 생각에 잠긴 듯 했다. 나는 멀리서 그녀를 지켜보며 혹시 이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장원영은 마치 그대로 굳어버린 것처럼 멈춘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면 아예 죽어 버렸거나....



드르르륵.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장원영은 여전히 똑같은 자세로 의자위에 굳어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서서 모든 학생들이 강의실을 빠져나갈 때 까지 말없이 서 있었고, 이내 주변이 완전히 텅 비게 되자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밥... 뭐 먹을래?”


“...........”


그러나 원영이는 턱을 괴고 고개를 숙인 채 여전히 말이 없었다. 여기서 뭐라고 더 말을 해야 하지? 실수로 입금하지 않았다는 고전적인 핑계를 대 볼까? 아니면 그냥 무릎꿇고 미안하다고 빌어야 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너무 미안해서 오전에 나와 민주 이름으로 포카 10장을 샀다고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그러나 그 어떤 말을 해도 그녀의 얼굴을 들어올릴 자신이 없어졌기에, 나는 그대로 힘없이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아침도 먹지 않았지만 딱히 배가 고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어떻게 해야 상처받은 그녀를 치유할 수 있을지가 궁금할 뿐. 그러나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다. 사라져버린 아이즈원을 되찾는 것 역시 실패했고, 이미 무너져버린 그녀의 자존심을 다시 챙겨주는 것 역시 무리인 거다.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한 그날의 실수를 번복할 수 없고, 쓰러져버린 그녀를 일으켜주는 것 역시 불가능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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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야? 여서 머해여?”


멍하니 중도 앞 벤치에 앉아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때,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나온건지 유리가 내쪽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보니 원영이에게 유일하게 의리를 지켜준 것이 바로 이 녀석이다. 나는 마치 그녀의 구원이 나를 향한 것인 마냥 무한한 감사를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유리에게 다가섰다.


“그냥... 있었어.”


“오빠야? 원여이랑 같은 수업 아이에여? 와 혼자 있어여? 갸 핵교 안 와써여?”


“왔어. 왔는데....”


그러나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장원영 본인은 자신의 그런 모습을 밝히고 싶지 않아할 수도 있잖아? 게다가 오후에는 모든 경쟁이 끝나고 결과를 발표하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의 실제] 수업이 남아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원영이가 그 자리에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잠깐 걸을래 유리야?”


“그래여.”


나는 유리와 중도를 따라서 한바퀴 걸어 음대쪽으로 나아갔다. 유리 역시 수심가득한 내 표정이 마음에 걸렸는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는다.


“오빠야. 원여이꺼 와 안 샀어여?”


“....... 미안. 별로 사고 싶지 않았어.”


“약속 카지 않았어여? 근데 와 샀다고 거짓부렁 해써여?”


“모르겠다. 나도 그게 후회돼.”


오늘 하루종일 생각해오던 것이지만 그나마 유리에게 후회한다는 말을 털어놓으니까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원영이도 이렇게 했다면 좋을텐데. 어려운 것이 있다면 민주든 태검이든 털어놓고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덜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원영이는 누군가의 앞에서 스스로의 약함을 보일만한 사람이 아니었고, 아마 이대로 며칠동안은 학교에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원영이 수업에 오까여?”


“모르겠어. 오전 수업은 왔는데... 오후는 무리지 않을까?”


“그르겠네여. 사람들이 참 못 댔내여? 아까도 알지도 몬하믄서 원여이 그거 구라쳤다꼬 자근자근 씹어대서 내가 식탁 죄 엎으려다가 말았어여.”


“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


유리라고 해도 똑같이 원영이가 거짓말을 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녀는 그렇게나 원영이를 믿는 건가? 그러자 유리는 방긋 웃으면서 내게 대답했다.


“다 믄가 사증이 있었겠지여? 내가 여으성인꿘 안 챙겨주믄 누가 챙겨줘여?”


“그래 네 말이 맞다.”


역시 원영이에 대해서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고 있었구나. 그나마 안 좋아지던 이미지를 특유의 뭔가 있어보이는 도도함으로 붙잡고 있었고, 이번 드라마를 통해 완전히 반전에 성공하나 싶어졌는데 오히려 깔 거리만 잔뜩 던져준 셈이다. 애들은 그녀를 그저 허언증 가득한 가짜 연예인이라고 공식받을 것이고, 앞으로 원영이가 그들 앞에서도 계속 톱스타 행세를 하면서 허세를 부릴 수 있을지는 정말이지 의문이다. 


“오빠야...”


순간, 유리가 자리에 멈추어서고는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내가 아닌 음대쪽 수풀을 향하고 있었고, 고개를 돌려 멈춘 곳에는 벤치에 앉아 있는 원영이가 보인다. 


“........”


그녀는 평소의 자신감있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채 다소곳한 자세로 앉아서 멍하니 45도 각으로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 집에 가지 않은건가? 솔직히 오후 수업은 P/F에다가 전공수업이니까 하루 정도는 빠져도 될텐데? 


아니.. 솔직히 오늘 하루 빠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이 오디션이 계속 이어지는 한 그녀는 끊임없이 입방아에 오르게 될 것이고 다시는 과거의 그녀를 회복하지 못할지도 몰라. 그리고 정말 내 생각이 그녀에게 통한 것처럼, 눈앞에서 놀라운 장면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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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룩...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았던 원영이의 두 눈에서 마침내 눈물이란게 쏟아져 나온다. 물론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본 것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나 초라하게 나락으로 떨어져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한탄하는 눈물을 보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크흑...크흑...”


단순히 눈물만 흘러나오는 게 아니라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참으려 해도 참을 수 없는 울먹임이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 아마도 저렇게 울었을 것이 뻔한 어떤 날이 떠올랐다. 


4년 전 11월 14일. 아이즈원이 그 어떤 예고도 없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날. 내가 완전히 멘탈이 나가서 미친놈처럼 3대 기획사 사무실로 찾아가 썩은 계란을 던져대고 있을 때, 그때 장원영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을까?


더 이상은 그 누구도 그녀를 찾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무너져버린 꿈의 잔해 위에서 바로 지금처럼 참을래야 참을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면서 외롭게 홀로 버티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아니 어쩌면, 내가 보지 못 한 지난 4년의 세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저렇게 눈물을 흘리면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스스로를 탓하고 탓하다 지쳐 잠들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마침내 알 수 있었다. 저게 바로 진짜 장원영이라는 것을 말이야. 그녀는 천의 얼굴을 가졌고 그 중 어떤 게 진짜인지 그녀 최고의 팬인 나 조차도 구분할 수 없었는데, 이제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던 거야. 떡볶이를 먹는 내 앞에서도, 그녀가 좋아하는 차서준 앞에서도 절대 보여줄 수 없는 그녀의 가장 약한 부분이 알고보니 장원영 본인이 누구도 몰래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 전체였던 거다. 


“유리야. 원영이 좀 챙겨줄래?”


“매끼두세여. 수업에 데리고 가까여?”


“데리고 와. 뭐 필요한 거 있니?”


“그냥 있는 화장품 같은 거 쓰면 될거 같은대여?”


나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유리에게 건네주고는, 원영이가 필요한 것은 전부 해 주라고 부탁했다. 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어깨를 두드리며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여윽시 오빠야는 여으성 인꿘에 힘쓰는 사람이네여. 지가 사람 참 잘 밨어여.”


“부탁해 유리야.”


유리는 그렇게 원영이쪽으로 다가섰고, 나는 다시 몸을 돌려 강의실로 향했다. 








후기 - 길어서 나눠 올립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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