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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편FF] 봄은 있었다 - 中

휴먼러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10 00: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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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유리는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지만, 항상 마당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주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유리는 걱정 어린 마음에 조심스럽게 주원의 집 문을 두드려본다.






'똑똑'






문을 열고 나온 건 주원이 아닌 주원의 어머니였다.






"안녕하세요."


"주원이는요?"





"같이 나간 거 아니었니? 아까 학교 간다고 나갔는데"





"아 그래요?"






꾸벅 인사를 건네는 유리의 표정이 영 개운치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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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걷는 등굣길은 이른 아침의 찬 공기가 허전함을 부추기는 것만 같았다.





주원과 함께 오간 것이 며칠이나 됐다고 홀로 걷는 것이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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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례를 마치고 복도로 나갔을 때도 그곳에 주원은 없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유리는 주원의 반으로 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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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교실에 희미한 주원의 흔적만 남아있을 뿐, 그곳에도 주원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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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나쁜 놈"


"누군 같이 다니고 싶은 줄 아나..."






그 이후로도 주원은 유리를 줄곧 피해 다녔다.





우연히라도 마주치는 날엔,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주원은 그렇게 유리의 곁을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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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아 이거 유리네 좀 가져다주고 와"





"아 나 가기 싫은데..."






뭉그적거리는 주원을 이상하게 여긴 주원의 엄마는 한마디 덧붙인다.






"너, 유리랑 싸웠지"


"요즘엔 유리랑 같이 안 다니는 거 같던데"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정곡을 찔린 주원은 괜히 말끝을 흐린다.






"쓸데없는 고집부리지 말고 가져다주고 와"


"잘못한 거 있으면 니가 먼저 사과하고"






주원은 2층으로 올라가 문을 앞에 두고 심호흡을 내쉰다.





'똑똑' 두드리며 이번엔 아줌마가 나오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하지만 그런 주원의 기도가 무색하게 문을 열고 나온 건 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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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너"





"너 보러 온 거 아니거든"


"아줌마~ 엄마가 이거 가져다드리래요."





"엄마 잠깐 나가셨어"


"나한테 줘"


"그리고 너 나랑 얘기 좀 하자"


"옥상에서 기다려"


"도망가면 죽는다."






더 이상 유리를 피할 수 없었던 주원은 마지못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계단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주원은 차마 계단을 오르는 유리를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허공에 흘려보냈다.





유리는 그런 주원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너 갑자기 왜 그러는데"





"내가 뭐"





"왜 갑자기 아는 척도 안하고 나 피하냐고"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랬잖아 너"






할 말이 없어진 주원은 괜히 발끝으로 애꿎은 땅만 내리찍었다.






"김철수랑은... 재밌었냐?"





"뭐?"





"김철수랑 밥 먹었을 거 아냐"


"재밌었냐고"






주원의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짓는 유리, 이내 슬쩍 미소 짓는다.






"너 지금 그것 때문에 이런 거야?"


"내가 다른 남자 만나서?"





"누가 그런 거 신경이나 쓴대?"


"됐다, 나 간다"






주원은 본인이 말하고도 얼마나 유치한 말이었는지 깨닫고는 민망함에 괜히 자리를 피한다.





유리를 지나쳐 계단으로 향할 때, 유리가 입을 열었다.






"안 만났어!"






계단을 내려가려던 주원은 유리의 말에 그 자리에서 멈춰 선다.






"뭐?"






놀라며 돌아보는 주원에게 유리는 다시 한번 말한다.






"김철수 안 만났다고"


"너랑 같이 만나자는 줄 알고 알겠다고 했는데"


"둘이 만나자고 하길래 싫다고 했어."


"니 말대로 니 친구지 내 친구는 아니잖아"





"그, 그래?"






그 말을 들은 주원은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주원의 미소에 유리는 피식 웃음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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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혹시 질투했냐?"





"질투는 무슨..."





"질투한 거 맞네"


"질투했대요. 이주원~"





"아니거든!"





"그거 가지고 삐쳐서 일주일이나 나 피해 다녔대요~"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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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티격태격했던 둘은 옥상에 놓인 평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날씨 참 좋다 그치?"





"뭐 그러네"





"주원아 너는 꿈이 뭐야?"





"꿈?"





"응"





"부자 되는 거...?"





"그런 거 말고"





"음..."


"난 그냥 10년, 20년 후에도 행복하게 사는 거"


"나도 그렇고 내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참 이주원만큼이나 단순한 꿈이네"


"그럼 그 꿈 안에 나도 있겠다. 그치?"


"나도 니 주변 사람이잖아"


"우린 친구니까"






주원은 홀로 먼 미래를 떠올리며, 친구가 아닌 다른 유리를 제멋대로 상상해 괜히 얼굴을 붉힌다.






"뭐, 그러겠지"


"너는 꿈이 뭔데?"





"나는 제일가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


"그래서 일단 서울에 있는 옾더예대에 갈 거야"






유리는 피아노를 잘 쳤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끔 유리의 피아노 소리가 2층을 건너 주원의 방에도 흘러들어왔다.





주원은 그런 유리의 피아노 소리를 좋아했다.






"예대?"





"응 고등학교도 예고로 가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해서 못 갔거든"


"그래서 예대에서 제대로 음악 공부를 하고 싶어"


"내가 노래도 쫌 하니까 너 나중에 결혼하면 축가도 불러줄게"





"치, 니가 뭐라고 축가를 불러주냐"






주원은 이번에도 축가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있을 유리를 상상하며 혼자 피식 웃었다.










적당한 배경과 묘한 분위기에 주원은 자기도 모르게 슬쩍 유리에게 물었다.






"조유리 너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좋아하는 사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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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






수줍게 대답하는 유리를 보며, 주원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인데...?"





"처음엔 잘 몰랐는데 어떨 땐 되게 듬직하고, 같이 있으면 되게 행복해"






주원은 유리의 말에 마음이 쿵하고 내려 앉는 것 같았다.





유리가 말한 두 가지 모두 자기와는 너무 동떨어진 얘기처럼 들렸기에.





주원은 그게 자신일 거라는 생각은 차마 하지 못했다.





유리와는 항상 싸우기만 했으니까





듬직하긴커녕, 항상 어린 애처럼 굴며, 어리광만 부렸으니까






"이주원 너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응?"





"좋아하는 사람 있냐구"





"나는..."


"없어 그런 거"





널 좋아해 라고 말하고 싶었다.





요즘 들어 네 생각뿐이라고





다른 남자와 있는 널 생각하면 하루종일 신경 쓰이고,





대신 네 옆엔 항상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러기엔 자신이 너무 작게만 느껴졌다.





듬직하고, 행복하다던 그 사람에 비해 자신은 철없는 어린아이일 뿐이니까






"고, 고등학생이 무슨 사랑이냐"


"공부해야지"






그런 주원의 태도에 유리는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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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면 되게 공부 열심히 하는 줄 알겠네"


"꼴등이나 안 하나 몰라..."






유리의 말에 주원은 괜히 발끈한다.






"너 내가 너처럼 서울로 학교 가면 어떡할래?"





"니가 만약에 나랑 같이 서울로 학교 가게 되면 그땐 내가 니 소원 하나 들어줄게"





"너 그 말 진짜지?"


"약속했다?"






주원은 그날 밤,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유리에게 부끄럽지 않은 떳떳한 사람이 되어 그 소원으로 고백 하겠다고,





그렇게 마음먹었다.















그동안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 없었던 주원에게 갑자기 공부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날 밤 유리와 했던 약속을 떠올리며 매번 마음을 다잡았다.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코피를 쏟기도 했고, 그럴수록 유리와의 약속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 같아 기뻤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망의 수능 날,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주원은 알 수 없는 고열에 시달렸다.





결국, 유리는 가고 싶었던 옾더예대에 합격했지만,





컨디션 난조였던 주원은 꿈꿔왔던 서울 소재 대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렇게 어리숙하기만 했던 그 둘은 대학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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