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장편 FF] 슈퍼스타 장원영 -28(1)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11 17:06:51
조회 139 추천 9 댓글 3
														

viewimage.php?id=7fbec223e4c631b06b&no=24b0d769e1d32ca73fed8efa11d02831f03ea6d0e55e4594cd11f5d00de3421ff3227befc5c238876e6df096839670a461224a8742f828fb9bedcd42b06748cce3710ab8



꿈에도 그리던 민주와의 첫키스. 물론 연애고자 인데다가 진성 씹덕찐따의 인생을 살아온 나는 그놈의 빌드업이 한 번 해보겠다며 계속해서 기회를 보고, 분위기를 보고, 간을 보다가는 정작 지난 목요일 첫키스에 실패하고 성인지감수성 부족한 무뢰한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역시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거라더니 민주녀석 자기가 준비되어 있을 때만 원한다는 말은 가볍게 무시하고 술에 취한김에 이렇게나 대담하게 입술 박치기를 해 버리니 나로써는 그저 좋음...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민주가 그 달콤말랑한 입술을 떼어내고는 다시 내 품에 안겼다. 이제 더는 이룰 것이 없는 사람이 되어 세상 전부를 손에 넣은 기분으로 그녀를 끌어 안았을 때, 지난 3분여간의 시간이 그저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초 진동형 알람벨이 민주의 입에서 터져나온다.



viewimage.php?id=7fbec223e4c631b06b&no=24b0d769e1d32ca73fed8efa11d02831f03ea6d0e55e4594cd11f5d00de3421ff3227befc5c238876e6df096839670a461224a8742f828fb9be89b16b53d49ceb3501051


“아까보다 훨씬 좋아요.....”


“........?”


나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눈을 껌벅거리면서 민주가 했던 말을 되새겨 보았다. 물론 우리가 키스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닐거야. 지난주 목요일 포카 촬영이 있었던 날 저녁, 나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나 자신에 대한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깨부수기 위해 용기를 내어 민주에게 키스한 적이 있고, 덕분에 데이트 폭력범을 가뿐히 뛰어넘는 무식한 성폭력범 취급을 받을 뻔 하기도 했었어. 그러나 민주는 애초에 그걸 카운트 하지 않기로 한 데다가 무엇보다 ‘아까’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너무 시간적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아, 아까라니?”


“쿠울....”


그러나 민주는 그 말만 남긴 채 또 잠에 빠져버렸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품에 안은 채 계속해서 ‘아까’라는 말이 가진 의미를 되새겨보느라 뇟속 RPM을 나노단위로 증폭시키는 상황. 아무리 생각해도 지난 목요일은 절대 ‘아까’의 범주에 끼지 않는 것 같고 최소 이전 1시간 정도 내에서 생각해 봐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지난 1시간 동안 나의 동선을 역추적 해 보았을 때, 나는 술에취한 민주의 땡깡을 받아주고 원영이랑 보물찾기를 다녀온 것 밖에 없는데? 누군가 나의 뇌를 조1작하지 않고서야 그 사이에 민주랑 뽀뽀한 걸 까먹을리는 없잖아? 그런데 문득,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중대한 사실 하나가 있었다.


이곳에 오기 직전, 연못가를 빠져나간 나 이외의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것. 태검이는 뭔가 뒤가 잔뜩 쿠린 표정으로 내 발소리만 듣고도 솥뚜껑 보고 놀란 자라처럼 바둥대면서 수풀을 빠져나와 황급히 내 곁을 지나쳤다. 아니... 잠만. 그렇다는 것은....


엥? 음? 핫? 헷? 마, 말이 되는 소리야 이게? 그러니까 민주가 말했던 아까 키스한 사람이 내가 아니라 태검이인데 정작 민주는 술에 취해 그게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 거라고? 뭐 이런 귀여운 실수를 훠훠훠... 라고 하기에는 사태가 너무 심각한 것 같은데? 지금 태검이가 나 몰래, 그리고 민주조차도 몰래 술에 취한 그녀에게 절대 해 서는 안 되는 스킨십을 한 거잖아?


쌈다닥!



viewimage.php?id=7fbec223e4c631b06b&no=24b0d769e1d32ca73fed8efa11d02831f03ea6d0e55e4594cd11f5d00de3421ff3227befc5c238876e6df096839670a461224a8742f828fbcab89f13b6324fc99177ba96


“오, 오빠?”


그러나 머릿속이 하애지는 와중에 민주를 찾아서 숙소로 돌아갔던 채원이가 연못가로 다가왔고,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온갖 잡생각에 빠져있는 나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


순간 채원이의 동공이 전에없이 흔들리더니 이내 끼기긱! 하는 소리만 내지 않을 뿐 억지로 모가지를 돌려버리고는 어정쩡한 발걸음으로 연못가로 다가가서는 풀썩 쪼그려 앉았다.


“차, 찾았네요?”


“아, 응....”


“그, 그렇게 보니까 둘이 확실히 사이가 좋아 보이긴 하네요. 근데 진짜 왜 그래...”


채원이는 이쪽으로는 절대 시선을 주지 않고는 그저 연못가를 바라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 나와 민주는 아까 전의 살벌한 분위기는 개나 줘 버리고 연못가에서 다정하게 서로에게 기대있긴 하지만, 정작 채원이는 말과 행동이 완전히 따로 놀고 있잖아? 말은 우리가 참 보기 좋다고 하는데 정작 그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으니 말이야.


“채원아, 그 단별이란 사람이랑은 애초부터 만나지 않은 거야?”


“....... 만났어요. 지난주에 영화 본 것도 맞구요. 뭐 그 이외에는 좀 과장이 있긴 했지만.”


“그럼 정말 민주 말 대로 거짓말 한 거 맞잖아? 도대체 왜 그런 건데?”


“........”


채원이는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연못가에 비춰 흔들거리는 달빛에 집중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야 민주가 걱정하지 않잖아요? 저도 자꾸 신경 쓰이게 만드는 거 힘들다구요. 단별오빠랑 어느 정도 잘 되 가는 것처럼 한 다음에 오빠랑 민주랑 내가 끼어들 틈 없을 정도로 밀접해 지면 그 때 쯤 슬슬 성격이 안 맞아서 헤어졌다고 말하려고 했어요. 성창원 그 쉬키만 아니었어도.”


“.........”


채원이는 솔직하게 자신과 단별이란 사람 사이에 그렇게까지 유의미한 관계설정이 없었다는 것을 순순히 자백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게 민주와 내가 요란한 소음없이 관계를 다질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물론 그녀가 거짓을 말한 것은 사실이나 그 내부에는 친구들을 위한 배려가 속깊이 내재되어 있었고, 나는 그것에 대해 탓할 생각도 자격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 진실을 고백하는 채원이의 등이 전에없이 초라해 보이는 이유는?


“민주한테는 내가 잘 말할게.”


“그렇게 해요. 저도 열심히 다른 사람 만나 볼 테니까.”


채원이는 결국 민주와 나를 위해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계속해서 만남을 가져보겠다고 말했고, 나는 여전히 희생을 자처하는 그녀에 대한 안쓰러움이 들어온다. 


“굳이 원하지 않는다면 일부러 찾아나설 필요는 없잖아?”


“......... 그냥 저도 누가 옆에 있었으면 해서 그래요. 아! 그렇다고 또 여전히 오빠한테 미련을 가지고 있느니 없느니 하는 자존감 넘치는 착각은 그만 둬 줄래요? 저 이제 슬슬 오빠한테 환멸을 느끼고 있는 중이거든요?”


“...........”


채원이는 그렇게 계속 연못을 바라보며 다른 사람을 찾는 이유가 나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런 확고한 스탠스가 의심을 산다고 할까? 나는 여전히 채원이가 자기 마음을 숨기려 한다는 것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채원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민주 업어요. 숙소에 데려가게.”


“아, 응.”


나는 민주를 업었고 채원이와 함께 나란히 여자 숙소를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다들 회장에서 열심히 술을 퍼마시고 있는지 고요하기 짝이 없는 이곳 외부. 그런데 그 침묵이 지나치게 어색했던지 갑자기 채원이가 푸흡!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왜 웃어?”



viewimage.php?id=7fbec223e4c631b06b&no=24b0d769e1d32ca73fed8efa11d02831f03ea6d0e55e4594cd11f5d00de3421ff3227befc5c238876e6df096839670a461224a8742f828fbccb89f11b63445c86e199e3b


“아! 그냥 예전 생각 나서요. 오빠가 과생활에 얼굴이라도 비치기 시작한 게 작년 축제였잖아요? 그때 내가 강제로 끌고와서 애들 소개도 시키고. 사쿠라는 오빠랑 그때 처음 얘기해 봤다고 했어요. 그리고 예나가 완전 엉망으로 취해서 오빠 코에 오징어 다리 쑤셔박았잖아요?”


“그랬지. 나 그 이후로 만성 비염이 생겼어.”


생각난다. 채원이는 늘 밖으로 도는 나를 걱정했는지 축제에 가지 않으면 팀플에서 이탈하겠다는 협박까지 하면서 억지로 날 학교로 이끌어냈다. 그때 처음 채원이 친구들이랑 인사도 나누도 같은 동기들과도 인사를 할 수 있었지. 그리고 그땐 티모라고 불리지도 않았는데... 


“예나가 완전 떡이 돼서 그때도 이렇게 오빠가 그애 업고 저랑 같이 기숙사로 갔었잖아요?”


“기억나. 예나 보기보다 엄청 무거웠는데 넌 내가 엄살 부린다고 했잖아?”


“원래 술 먹으면 몸에 힘이 빠져서 좀 무거운 거처럼 보이는 거거든요? 아무튼 그때 그게 나름 효과가 있어서 예나가 그 이후에 또 오빠랑 밥 한번 먹자고 하고... 뭐 그렇게 다들 친해졌던 거 같아요.”


“.......”


채원이는 그저 과거 추억을 되짚으며 이야기를 꺼냈지만, 문득 나는 그녀에 대한 고마움이 느껴져서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학기 초부터 내가 외롭지 않도록 옆에 있어준 것은 채원이 뿐이었고, 그녀가 나를 이너 서클로 데리고 들어간 덕분에 동기들과도 어색하지 않은 관계가 만들어졌어. 그것뿐 아니라 지금 내 등에 엎혀져 있는 민주를 소개해준 사람이 바로 채원이 본인이고, 어쩌면 나는 채원이에게 단순히 친구로써의 우정 이상의 큰 선물을 지독히도 많이 받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에 계곡 놀러가자고 해서 같이 갔을 때 채연이가 술먹고 바위 위에서 다이빙하다가 다리 접질렀잖아요? 덕분에 오빠가 버스타는 데 까지 채연이 업고 왔고. 저번에는 유리도 업어주고. 생각해보니 우리과 애들 중에 오빠 등에 업혀보지 않은 건 나 밖에 없나?”


“너는 뭐 술도 세고 어디 가서 실수하는 애가 아니니까.”


그러고보니 정말이지 채원이는 한 번도 업어준 적이 없었다. 아니 업어주는 건 고사하고 그녀가 나에게 베푼 만큼의 은혜를 그녀에게 되갚아준 적이 한 번도 없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기브 앤 테이크에 인색하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채원이는 늘 빈틈이 없고 완벽한 아이라서 도와줄 구석이 없었다는 거야. 그리고 거기까지 말이 진행되자 순간 그녀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가끔은 약한 모습도 보여주고 그러고 싶네요. 그럼 오빠한테 가끔은 뭘 받아볼 수도 있었는데. 아! 또 이런다고 내가 오빠한테 미련 같은 거 가지고 있다고....”


“오해 안 할게.”


“.........”


아무리 생각해도 채원이가 여전히 나에게 미련을 가졌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아서 먼저 대답해 버렸다. 채원이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어느새 여자 숙소 앞에 다다랐다. 그렇게 민주를 빈자리에 이불 깔아주고 눕힌다음, 나는 채원이와 다시 숙소를 빠져나와 회장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슬슬 민주와 태검이 이야기를 꺼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채원이를 보자마자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건 너무 내 욕심만 차리는 것 같아서 감히 입을 열 수가 없었단 말이지?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민주가 있던 곳에서 태검이가 빠져나왔다는 것과, 민주가 했던 그 요상한 말의 접점 사이에서 큰 혼란에 빠져있었다. 


“저기 채원아. 정말 태검이가 민주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빠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아무리 연애가 처음이라도 대충의 위기감은 느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지만 나라는 남자친구가 있잖아? 내가 개인적으로 태검이와 친한 것은 아니지만, 민주를 매개로 나랑 아예 관계가 없다고 볼 수도 없는데 어떻게 남자친구 있는 여자를 좋아할 수 있어?”


“좋아하는 건 그 사람 자유잖아요? 그럼 유리는요? 걔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오빠랑 민주 헤어질 날만 손꼽는다는데 그건 왜 이상하게 생각 안해요?”


“그, 그렇네?”


생각해보면 태검이와 유리는 전혀 다를 게 없는 거다. 그렇지만 민주 본인은 나와 유리사이에 절대 그런 일이 생길 리가 없다고 자신하기 때문인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어. 물론 나도 아까 전의 일이 없었다면 설사 태검이가 진심인 걸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로 신경쓰지는 않았을 지도 몰라. 


“미, 민주는? 민주는 태검이가 자길 좋아하는 걸 알고 있을까?”


“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오빠가 알아서 간수 잘 해요.”


“난 도저히 민주가 날 버린다는 게 상상이 안 돼서 그래. 너도 오늘 나한테 엄청 애착하는 거 봤잖아? 널 질투하고, 유리의 말에 상처받고, 그래서 잘 하지도 못 하는 술을 저리도 퍼마시는데 아무리 태검이가 접근한다고 해도....”


탁!


그러자 채원이는 곧바로 멈춰서서는 ‘살아 생전 그런 헛소리는 처음’이라는 가열찬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


“제가 얼마 전에 전남친을 만났거든요?”


“저, 전남친? 작년에 사귀던 걔?”


“네. 우리 동창이잖아요? 그래서 어쩌다보니 학교 애들이랑 모였다가 보게 됐어요. 뭐 헤어진지도 꽤 되었고, 걔도 새 여자친구 생겨서 둘 다 부담없이 얘기 좀 했죠. 그런데 걔가 그러더라구요.”


“뭐랬는데?”


나는 도대체 채원이의 남자친구가 뭐라고 했을까 하는 생각에 귀를 기울였고, 채원이는 표정의 변화 없이 내게 말했다.



viewimage.php?id=7fbec223e4c631b06b&no=24b0d769e1d32ca73fed8efa11d02831f03ea6d0e55e4594cd11f5d00de3421ff3227befc5c238876e6df096839670a461224a8742f828fb9cbe9c40bc671a9db8cffd04


“제가 그럴 줄은 꿈에도 몰랐대요.”


“...........”


채원이는 그렇게 내가 얼마나 무사안일함에 빠져있는지를 깨우쳐 주듯 단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해 버렸고, 이내 멍하니 서서 눈둘 곳을 모르는 날 내버려 둔 채 먼저 회장으로 들어갔다. 


그렇군. 생각해보면 바로 그런 상황이 채원이한테 벌어진 거잖아? 남자친구랑 잘 사귀고 있었는데 새로 만난 사람 중에 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겨버렸어. 아무리 생각해도 채원이랑 양다리라는 말은 도저히 어울리지가 않는데, 그런 완벽한 채원이마저 실수를 하는 게 애정관계라는 거야. 그럼 뭐야? 민주도 자기랑 똑같은 짓을 할 수도 있으니까 나한테 조심하라는 거야?


나는 채원이가 자신의 경우를 적절하게 대입해 주었음에도 도저히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물론 채원이같은 완벽한 사람마저 다른 사람에게 눈이 돌아가 사귀고 있는 사람 마음에 비수를 꽂을 수 있다지만, 민주가 평소 나에게 보여주는 태도, 표정, 말투, 그 어떤 것을 보아도 그녀가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모르잖아? 민주가 좀 순진하긴 해도 할 땐 하는 사람이야. 창원이의 바람기를 견디지 못하고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기도 했고, 나와 사귀기 전에는 노골적으로 언제 쯤 고백할 건지를 종종 내보이기도 했어. 내가 그 애를 너무 동화속의 공주님으로만 생각한 게 아닐까? 솔직히 겉모습으로 보면 서태검에게 상대가 안 되는 데다가, 나이도 같아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쉽고 심지어 고양이라고 하는 가장 강력한 취미로 묶여있는 두 사람이야. 그럼 대체 뭐지? 민주는 정말 나를 만나기 전에 태검이와 먼저.....


“........”


순간, 눈앞에 그 답을 줄 수 있는 어떤 존재를 발견했다. 서태검은 회장 바깥 절벽에서 멍하니 뒷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었고, 나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는 방금 전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분명히 민주가 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고 앉아있던 연못가 부근에 내가 닿기 직전, 서태검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나는 민주와 함께 꿈에도 그리던 첫 키스를 했는데, 민주 본인은 그게 오늘 처음한 키스가 아니라는 거야. 나는 정말이지 상상하기 싫은 어떤 장면을 애써 뇌리에서 지워가며 태검이쪽으로 다가갔고, 그는 내 인기척을 발견하고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경계심을 낮추지 않으며 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안 들어가고 뭐해?”



viewimage.php?id=7fbec223e4c631b06b&no=24b0d769e1d32ca73fed8efa11d02831f03ea6d0e55e4594cd11f5d00de3421ff3227befc5c238876e6df096839670a461224a8742f828fbcaecce16e0314b9856ff97ee


“그냥 바람 좀 쐬려구요. 형 먼저 들어가세요.”


“........”


어째 나와의 대화를 피하고 먼저 들어가길 바란다고 느끼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그러나 나는 눈앞의 태검이에게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게 있었고, 아까 전 내가 겪은 일을 토대로 살짝 블러핑을 치기로 했다. 


“아까 민주랑 같이 있었어?”


“아뇨. 민주가 거기 있었어요?”


“네가 거기서 나오길래 난 같이 있었는 줄 알았는데?”


“전혀요. 저 계속 누나들이랑 있느라고 거기 잠깐 바람쐬러 나간 것 뿐인데요?”


“......”


묘하게 도전적인 말투로 내 신경을 긁는 기분이다. 이렇게 나오니까 나도 신사적으로 대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고, 그냥 바로 본론을 내밀고 녀석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너 민주한테 무슨 짓 했어?”


“무슨 짓을 해요 제가?”


“내가 모를 줄 알아? 너... 제정신이야? 아무리 민주가 취해 있다고는 해도 어떻게 거기서 감히 그런 짓을 해?”


나는 내가 정한 가설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민주는 완전히 취해있었고 상대가 태검인지 나 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어. 거기서 태검이녀석은 정말 채원이가 말했던 대로 민주에게 사심을 품고 있었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감히 내 여자친구한테 멋대로 자기 욕구를 풀어버린거야. 


이런 미친놈 제정신임? 너 전에 학회실에서 민주가 나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여자한테 함부로 하는 놈들 절대로 용서 못한다면서 개쓰레기 취급해 놓고서 정작 네가 그런 짓거리를 했다고? 그러자 내가 정곡을 찔렀는지 태검이의 표정이 급속도로 변해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약점이 잡힌 사람마냥 당황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뻔뻔하게 헛웃음을 치더라?


“하! 민주가 원했는데요?”


“.......뭐?”


나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대답에 완전히 스턴에 걸렸고, 태검이는 내 앞으로 저벅저벅 다가와서는 눈을 똑바로 마주치면서 말했다.


“민주가 원해서 해 줬다고.”


“너, 너 그게 무슨...”


퍽!


그러나 내가 생각을 채 정리하기도 전에 태검이는 양팔을 뻗어 내 가슴팍에 밀어붙였고, 나는 웅장한 타격을 받고는 숨을 컥컥 거리면서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이, 이 놈이 제정신인가? 지금 나한테 폭력을 쓴 거? 그러나 서태검은 전혀 두렵지 않다는 표정으로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니는 되고 왜 난 안되는데? 씨발 너 같은 새끼가 진짜 김민주랑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좆도 없는 새끼가 외로울 때 먼저 만나줬다고 가지는 게 어딨냐고?”


“.......”


불과 5분만에 변해버린 서태검의 온도차에 그저 입을 떡 벌린 채 온몸에서 소름이 돋아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내가 알고 있는 서태검이 아니었다. 아니, 내가 아닌 그 누구도 모르는 모습이었어. 태검이는 그렇게 원망이 잔뜩 어린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는 그대로 날 지나쳐 회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나는 너무 어이가 없었던 나머지 그가 날 떠난지 한참이나 되었음에도, 다시 그를 쫓아가 사과를 받아낸다든가 해명을 듣는다든가 하는 것은커녕 손하나 꼼짝할 수 없었다. 


방금 뭐였지? 방금전에 서태검은 내가 민주를 만나기 직전에 그녀에게 키스했다고 스스로 시인한 거다. 물론 그 자체로도 내 여자친구에게 함부로 손을 댔을 뿐 아니라, 술에 취해서 정신 못차리는 그녀에게 멋대로 자기 욕구를 풀어냈다는 것에 끓어넘치는 화를 주체할 수 없는데 거기에 더해서 더욱 황당한 소리를 했단 말이지?


민주가 원했다고? 그게 말이 돼? 민주는 분명히 그게 네가 아닌 난 줄 알고 있었단 말이야? 그게 아니었다면 그 애가 미쳤다고 외갓남자한테 그런 걸 요구하겠냐고? 거기에 더해서 지금 태검이가 나에게 보여준 태도는 명백한 적대감이다. 그것도 라이벌에게 보여주는 긴장감 팽팽한 적대감이 아니라, 마치 게임도 되지 않는 상대가 운 좋게 고지를 선점한 것에 대해 비웃는 듯한 조롱가득한 적대감 말이야.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한 방 먹이지 못한 게 아쉬운데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지금이라도 회장안으로 들어가서 드잡이를 하고 싶은데 운동깨나 한 녀석과 피지컬로 맞대응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모양만 빠질 듯한 기분이야.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럼 서태검은 여태까지 쭉 민주한테 관심을 가지고 접근했을 뿐 아니라 나 같은 건 언제든지 제치고 민주를 차지할 생각이었단 말이야?


이렇게 멍청하게 당해놓고도, 내 여자친구가 다른 놈한테 성적으로 완전히 희롱 당했는데도 아무짓도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 그지없었지만, 그렇다고 회장안으로 쳐들어가서 따져봤자 민주 얼굴에 먹칠만 하는 격이다. 이렇게 된 이상 내일 민주가 일어나면 제대로 얘기해서 다시는 저 놈과 붙어다니지 못 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부들부들...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아서 계속해서 바닥에 주저앉은 채 머리를 쥐어뜯었다. 민주가 취해서 정신도 못 차리고 놈에게 안겨있는 동안 원영이랑 한가롭게 상품이나 가지러 다녀왔던 내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어. 생각 같아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놈을 물어뜯고 싶은데 내겐 지켜야 할 것도 생각해야 할 것도 너무 많았다. 





후기 - 음...길어서 나눠 올립니다.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9

고정닉 4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1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1146 일반 拜託了 (부탁해) - 1 작은일기장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8 80 3
1142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34 [10]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7 453 13
1141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33 [12]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6 687 15
1140 일반 바쁜 현생와중에도 컴백쇼를 챙겨봤더니 [2] nobgalyon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5 189 12
1139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32(2) [13]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5 205 12
1138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32(1)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5 201 11
1136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31(2) [10]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4 224 11
1135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31(1) [2]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4 224 10
1134 장편 스토커 -4- [2] 댕쌈장즈사랑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3 117 7
1133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외전 -엔젤 to 타쿠(2) [11]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3 187 10
1132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외전-엔젤 to 타쿠(1) [2]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3 218 8
1131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30 [18]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3 461 12
1130 일반 (알림) 아무래도 휴재를 해야될 것 같습니다... [8] nobgalyon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2 189 10
1129 장편 스토커 -3- [2] 댕쌈장즈사랑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2 109 7
1128 장편 삼국지(三國志) 하순모주전(下詢謀主傳) 외전(外傳) : 전예전 날적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2 83 1
1127 중단편 拜託了 (부탁해) - 프롤로그 [2] 작은일기장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2 108 6
1126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29 [14]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2 296 13
1124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28(2) [13]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1 226 12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28(1) [3]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1 139 9
1120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27(2) [21]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1 281 15
1119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27(1) [1]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1 168 9
1118 일반 오랜만에 찾아왔는데 볼게 넘치네요 [2] 마음달,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0 101 3
1117 장편 별이 지다-10 [15] Dolce&Gabban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0 175 13
1116 일반 복원 부탁드려요 ㅠ [2] ㅇㅇ(211.178) 20.06.10 129 1
1114 중단편 봄은 있었다 - 中 [4] 휴먼러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0 228 13
1113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26 [16]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0 264 17
1112 장편 별빛남매이야기 2화 [4] nobgalyon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9 123 8
1111 장편 삼국지(三國志) 하순모주전(下詢謀主傳) 외전(外傳) : 안식국의 점성술사 날적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9 120 5
1110 일반 뭐여 놉갤파괴되고 문학갤은 없어진줄알았느데.... [4] 달참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9 242 3
1109 일반 슈퍼스타 장원영 -25(2) [12]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9 347 15
1108 일반 슈퍼스타 장원영 -25(1)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9 176 14
1107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24(2) [12]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8 251 12
1106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24(1) [2]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8 165 9
1105 장편 나의 미래, 너의 현재 Chapter 3 - 끝의 시작 1 [4] nobgalyon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8 200 11
1103 장편 스토커 -2- [1] 댕쌈장즈사랑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7 128 7
1102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23 [10]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7 332 13
1101 일반 정말 죄송스럽지만 이번에도 변명아닌 변명문.. [3] 주접떨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7 235 16
1100 중단편 봄은 있었다 - 上 [8] 휴먼러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7 312 25
1099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외전- O.T 가는 날 [20]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7 403 19
1097 일반 삼국지(三國志) 하순모주전(下詢謀主傳) 외전(外傳) : 소녀의 일기 [1] 날적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6 111 6
1096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22(2) [19]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6 451 19
1095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22(1)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6 175 9
1094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21 [8]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5 347 11
1092 일반 스토커 [모음집] 댕쌈장즈사랑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5 124 0
1091 장편 스토커 -1- 댕쌈장즈사랑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5 158 9
1088 장편 슈퍼스타 장원영 -20(2) [16]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5 270 10
1087 일반 슈퍼스타 장원영 -20(1) 순풍만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5 224 9
1086 중단편 초콜릿 러브 [6] 띠띠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4 194 8
1085 장편 나의 미래, 너의 현재 Chapter 3 - 끝의 시작 Prologue [4] nobgalyon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4 147 9
1084 짤/영 3840x2160 *3 [3] 예단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4 155 9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