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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여기는 비봉탐정사무소 영야초편 4화 (3/3)

LaserBe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2.10 04: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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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있자, 레이센 씨가 상을 가져왔다. “아침이에요.”하고 퉁명스럽게 말하며, 나와 렌코 분의 몫이 있는 상을 다다미 위에 놓는다. 밥과 스이모노(*2), 죽순과 당근 조림. 그리고 뭔지 모를 나물이었다. 과연 병원식이라고 할 만한 메뉴였지만, 동물성 단백질이 너무 없지 않나 싶다.

 “아까 의사선생님과는 다른 사람이군요. 간호사 씨? 저는 우사미 렌코, 신세지고 있습니다.”

 목소리로 다른 사람이라 판단한 듯, 렌코는 그렇게 말하며 꾸벅 인사했다.

 레이센 씨는 입을 삐죽 내민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렌코가 악수를 요청하는 듯 오른손을 내밀었다. ──다음 순간, 레이센 씨는 몸을 움찔하더니 튕겨나듯 일어섰다.

 “머, 먹고 난 상은 별채 앞에 놔두면 돼! 그럼!”

 큰 목소리로 그렇게 내뱉듯 말한 레이센 씨는 별채를 나갔다. 내민 손을 어기적거리듯 거둔 렌코는 “메리, 내가 뭔가 화나게 했나?”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나도 그녀가 왜 그런 태도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뭐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어쨌든,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아침 식사를 들었다. ──그건 좋지만, 아무튼 간에 렌코는 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자, 아─”하고 먹여줄 수밖에 없었다.

 “아─ ……으음, 요양원의 할머니가 된 느낌이야. 메리, 코에 젓가락을 찌르면 안 돼?”

 “안 해. 국물도 마실래?”

 “응.”

 “조심해서 마셔.”

 내가 준 그릇을 조심히 받은 렌코는 더듬듯이 입을 대고 마신다.

 덧붙여 모코우 씨는, “사람이 밥 먹고 있는걸 보고 있어봐야.”하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모코우 씨는 아침은 안 먹나. 불로불사가 되어도 배가 고프지 않게 되는 건 아닐 텐데. 그것보다, 그녀는 언제까지 우리와 같이 있어 주려는 걸까. 영원정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으니, 호위하려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으음─. 맛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맛이 느껴지지 않아. 병원식이라는 느낌이네.”

 죽순 조림을 와구와구 씹으며 말하는 렌코. 음, 아침이니까 그런 것일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점심이 호화롭게 나와도 반응하기 곤란하지만──.

 “하, 하지만 오십 년 뒤쯤에 이렇게 메리에게 간호 받는 할머니가 되어 있다는 미래 예상도도 그런대로.”

 “아니, 반세기 후에도 나는 렌코의 시중을 들고 있어야 하는 거야?”

 “야멸차네. 나는, 메리가 일어서지 못하게 되면 간호해줄게?”

 “렌코에게 간호 받고 싶지 않아. 위험하니까.”

 그렇게 말다툼하면서, ──이 자리에 모코우 씨가 없어서 다행이다. 라고 나는 내심 생각했다. 정말 불로불사라면, 그녀는 할머니도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친구의 얼굴을 보았다. ……이 녀석과 알게 된 것도 교토에 살던 때로부터 세어서 벌써 몇 년째였더라?

 만약 우리가 교토에 계속 살고 있었다면 우리는 어떤 관계가 되어 있었을까.

 대학 생활은 4년이면 끝난다. 병원에 가거나 유급하거나 하는 등 몇 년을 연장해도, 우리는 언젠가 사회에 나가야만 한다. 그러면, 오컬트 동아리로 심야 탐험을 가는 것도, 찻집에 퍼져 앉아 잡담하는 것도 할 수 없이, 나도 렌코도 평범한 사회인으로서 세상에 묻혀가게 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세계로 들어와 버렸다. 80년 전의 이 세계로.

 언제까지 이 세계에서 살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케이네 씨의 서당이라는 직장과 놀기만 하는 탐정사무소를 차리는 것으로 우리는 이 세계에 있는 한 《비봉구락부》로서 계속 있을 운명이라는 것이 거의 정해진 것이다.

 그것은 즉, 나와 렌코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확정된 셈으로──.

 “저기, 메리. 아직 밥 남아있지?”

 “응? 아, 어. 뭐 줄까?”

 “조림도 아직 있지?”

 “응, 당근. 자, 아─.”

 당근 조림을 집어 친구에게 내밀며 나는 살짝 한숨을 내쉰다.

 정말이지, 생각해도 별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에서 렌코와 떨어져 살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나는 이 친구에게 의존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마칠 무렵, 별채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무수한 발자국. 그리고 별채 문을 여는 소리. 우리가 돌아보자 또다시 낯선 얼굴의 인물이 곳에 서 있었다.

 “오옷? 이상한 냄새가 난다 싶더니만 인간이군?”

 그렇게 소리를 지른 것은, 몸집이 작은 검은 머리 소녀였다. 연분홍색의 반팔 원피스를 입고, 그 머리에는 레이센 씨의 것과는 조금 다른, 흰 큰 토끼 귀가 나 있었다. 그녀도 토끼 요괴인다. 빨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녀는 흥미를 담아 우리를 본다.

 “스승님이 여기에 인간을 들였다는 건 무슨 바람이 불어서일까. 아하, 환자?”

 “입원 환자예요. 지금 눈이 보이지 않아서요, 당신은 누구시죠?”

 렌코가 그렇게 묻자, 토끼 소녀는 어딘가 악랄한 미소를 지었다.

 “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지상의 이나바, 행운의 흰 토끼(素兎), 이나바 테위 님이야.”

 흐흥, 하고 가슴을 펴며 소녀는 자신을 소개한다. 레이센 씨도 이나바라는 이름을 받았던 것 같은데, 환상향의 토끼들은 스스로를 이나바라 자칭하기로 결정한 건가?

 “어머머, 혹시 이나바의 흰 토끼 씨?”

 렌코가 그렇게 묻자, “눈이 높네, 과연.”하고 소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나바의 흰 토끼라 하면, 상어를 속여 그 등을 밟고 바다는 건너려다 거짓말이 발각되어 털이 다 뽑혀 울고 있던 것을 오오쿠니누시(*3)에게 도움 받았다고 하는 신화의 토끼가 아닌가. 카구야 공주 본인에, 달의 백성, 달토끼에 이번에는 일본 신화의 등장인물(등장토끼?)라니, 역시 환상향은 역사와 전설의 올스타 박람회다.

 “병자라고는 해도, 이 저택의 결계를 넘어 안에 들어와 있다니. 어젯밤 달도 그렇고, 스승님을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건지……. 뭐, 됐어. 눈이 안 좋다고? 칠성장어를 먹으면 괜찮아 져.”

 “칠성장어?”

 그 기분 나쁜 생물 말인가. 렌코의 눈이 가진 증상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문제다.

 “장수의 비결은, 평소에 건강에 신경 쓰는 것. 그리고 운이지. 여기서, 이 행운의 흰 토끼가 주는 은혜에 매달려보는 게 어때, 새전은 여기에.”

 어디선가 작은 새전상자를 꺼낸 테위 씨는 “이히힛.”하고 웃었다. 좀 신용하기 어려운 느낌의 미소다.

 “고마운 제안이지만, 공교롭게도 돈이 없네요. 미안해요.”

 렌코가 말하자, 테위 씨는 “칫.”하고 작게 혀를 찼다. 사기였던 건가?

 그 때, 갑자기 그녀의 뒤에서 토끼들─이 쪽은 보통 토끼의 모습을 하고 있다─이 깡충깡충 뛰어와 그녀의 발밑에 달라붙듯 모였다. 그리고는 일제히 이쪽을 바라본다. 토끼는 귀엽긴 하지만, 이렇게 대량으로 나를 보고 있으면 조금 무섭다.

 토끼들이 다시 테위 씨를 바라보며 코를 킁킁거렸다. 동족(?)끼리 커뮤니케이션이 성립하는 듯, 테위 씨는 “음, 그렇군.”하고 끄덕였다.

 “좋아! 결정!”

 하고, 테위 씨는 갑자기 우리를 척 하고 가리켰다. 나는 그저 눈을 깜빡였고,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처럼 드문 기회이니, 오늘은 여기 있는 인간 둘과 놀 거야!”

 “엥?”

 기쁜 모양인지, 테위 씨의 발밑에서 토끼들이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

 나는 무심코 렌코의 얼굴을 보았다. 렌코는 엉뚱한 방향으로 얼굴을 돌리고 “나는 병자인데.”하고 중얼거렸지만, 테위 씨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2) 스이모노(吸い物). 소금, 간장 등으로 양념한 국에 해산물과 야채 등 건더기를 넣고 끓인 일본 요리.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국이다.

 (*3) 오오쿠니누시(大国主). 하늘의 신을 대표하는 아마테라스와는 반대로, 대지의 신을 대표하는 신이다.













토/일에는 번역을 하지 못하는 관계로 금요일에 2,3,4화 전력질주해놨습니다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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