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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멘스 2부 16장 8~10화

ㅇㅇ(175.200) 2023.07.29 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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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니콜라스의 소원


마셔도 마셔도 취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심하게 취한 것처럼 머리가 흔들렸다. 입맛을 다시며 안 좋은 웃음을 지었다. 취한 척을 한 덕분에 금방 상대가 얽혀와서 끈적하게 닿아왔다. 니콜라스와 친했다는 남자는 서쪽나라 주민 치고는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낮은 남자였다. 내가 니콜라스의 험담을 늘어놓자 그는 나를 경멸하는 눈으로 보았다. 아아, 좋은 녀석이구나 싶었다. 그는 니콜라스를 이국의 무인으로서 좋아해주었다. 기뻤다. 그와 니콜라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악담에 이끌려 그는 조금씩 투덜대기 시작했다.


니콜라스의 지인: 니콜라스 님은 울적하고 음침했어. 꼭 동쪽나라 사람처럼. 그의 인생은 그의 영광과 함께 끝났을 거야. 그 어전시합 때문에.


카인: 어전시합?


니콜라스의 지인: 너, 모르는 거야? 지방 출신의 젊은 기사하고 갑자기 어전시합을 하게 됐다는 거.


나는 잠자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도 그 젊은 기사는 나일 것이다.


니콜라스의 지인: 실력이 좋은 젊은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왕궁의 누군가가 갑자기 젊은 기사를 어전시합에 참가시켰어. 작은 화젯거리, 구경거리로 삼을 생각이었겠지. 아무도 니콜라스를 이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니콜라스는 패배했어. 상대는 아직 10대였다고 해. 그날 니콜라스의 인생은 바뀌었어. 소년에게 패배한 기사단장이라니, 세간에 체면이 너무 안 서잖아. 중앙나라의 권위와도 관련돼있고. 니콜라스는 기사단장 자리에서 쫓겨났고, 갑자기 마법과학을 배우라는 명령을 받아서 서쪽나라에 왔어. 더러워진 부품을 교체하듯이, 딱 떼어내져서 멀리 쫓겨난 거야. 마법과학을 배우는 자세는 열심이었지만, 니콜라스는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


카인: 헤에…….


무관심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면서 나는 마음 속으로 심하게 동요하고 있었다. 내가 니콜라스에게 굴욕을 준 건가? 존경했던 그에게서 영광과 명예를 빼앗은 건가? 그래서 니콜라스는 달 소환술을 행할 정도로 영락해버렸다는 건가? 그럼, 나는 어떻게 하면 됐던 거지? 일부러 졌어야 했던 걸까?


카인: (니콜라스라면……. 니콜라스라면 그랬을지도 몰라. 그 녀석은 배려심이 있고 상냥했어. 누군가의 명예를 빼앗는 걸 싫어했어. 나는 강한 자에게 도전하는 것에 열중해서, 내 힘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누군가의 명예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았어. 애초에, 졌다고 해서 명예를 잃지는 않는 거잖아? 단련해서 다음에 이기면 될 뿐이야. 나는 내 승리를 기뻐했지만 당신을 내려다보거나 하지는 않았어. 니콜라스……. 당신을 동경했어. 아직 어린애인 나의 검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대등하게 경례해주었던 당신을……. 그날의 일을, 나도 잊은 적이 없는데.)


니콜라스의 지인: 안색이 나쁜데. 괜찮아?


카인: 아……. 아니, 물 좀 마실까. 조금…….


니콜라스의 지인: 그래, 직원을 부르자. 그래서, 어디까지 얘기했었지?


카인: ……음, 서쪽나라에 와서…….


니콜라스의 지인: 맞아. 서쪽나라에 오게 되어서, 혼약이 깨졌어.


카인: 혼약?


니콜라스의 지인: 응. 귀족의 딸과의 결혼이 정해져 있었는데, 스스로 물러났다고 해. 전 기사단장이 마법과학 공부를 위해서 유학이라니, 사실상 좌천이니까.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물이 준비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잔에 있는 술을 단숨에 들이킨다. 억지로 끼워진 오웬의 한쪽 눈이 욱신거리고 뜨거웠다.


니콜라스의 지인: 그래서 니콜라스가 새로운 연인이랑 같이 걷는 모습을 봤을 땐 안심했어.


카인: 연인……?


니콜라스의 지인: 그래. 엄청난 미인이었어. 백발에, 흰 피부의……. 그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카인: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어?


니콜라스의 지인: 아니, 몰라. 또 알고 있는 건 그녀와 볼더 섬으로 여행을 갔다는 것 정도야.


카인: 볼더 섬……. 서쪽나라의 관광명소니까.


니콜라스의 지인: 관광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녀가 학자라서 애덤스 섬을 조사하고 있었댔나 뭐랬나. 애덤스 섬이라는 건 수백 년 전에 마법사 때문에 가라앉았다고 하는 섬이야. 니콜라스는 애덤스 섬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것 같았어. 다만……. 잘 되면 소원을 이루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어.


니콜라스의 소원……. 오웬에게 들었다. 그는 마법사가 되고 싶어했다고. 기사단장의 자리에서 쫓겨났고, 그 계기가 된 기사의 정체가 마법사이고……. 니콜라스는 무슨 생각으로 마법사가 되고 싶어했던 걸까. 어두운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 퍼진다. 갑자기 상대가 거리를 좁혀왔다. 귓가에서 속삭인다.


니콜라스의 지인: 있잖아……. 너도 지긋지긋하지 않아? 중앙나라의 방식이. 나라를 위해 일한 기사의 명예를 풀을 뽑아버리듯이 박탈하다니, 너무 심하잖아.


확실히 그 말대로다.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마음이 치밀어올랐다. 그는 의분에 가득찬 눈빛으로 내 어깨를 안고 흔들었다.


니콜라스의 지인: 나도 군인이야. 너희의 분함은 잘 알아. 제2의 니콜라스를 낳아서는 안 돼. 그렇지 않아?


카인: 아냐, 맞아.


니콜라스의 지인: 그렇다면 바꿔나가야 해. 중앙나라의 영웅의 명예를 위해서. 나라의 제도를 안에서부터 바꾸기는 어려워. 하지만 밖에서부터라면 변화의 계기를 줄 수 있어. 특히 중앙나라의 빈센트 님은 서쪽나라가 지향하는 방향성에 깊은 공감을 표해주고 계셔. 똑같이 공감을 표해주는 동료들을 모으는 중이야. 괜찮다면 너도 참가하지 않을래?


나는 입을 다물었다. 중간부터 분명하게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카인: (나를 설득해서 스파이로 만들 생각인가?)


농담하지 마. 조금 예전이었다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웬의 말이 떠올랐다. 정의감이 강한 자에게는 아무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실제로 뇌물을 요구했더니 내 이야기를 들어주게 되었다.


카인: (매국노로 전락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한 번 발을 들이면 다시는 오명을 씻지 못할지도 몰라. 아니……, 내 명예 따위, 훨씬 전에 잃었어. ……그리고……. 오즈보다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이 정도밖에 없잖아. 지금의 내가 중앙나라와 아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같은 건 달리 없어.)


카인: 그렇구나……. 자세히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래?



9화. 이 소원이 이루어질 때까지


루틸: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인사하러 와주셨네요.


레녹스: 생각했던 것보다 마법사의 집은 경원시되지는 않았네. 고마운 일이야.


피가로: 너희가 부흥을 도와주고 중앙나라의 왕자인 아서가 활약해준 덕분일까. 마법사에 대해서 친근감을 느껴주고 있는 거겠지.


루틸: 맞아요. 니콜라스 씨가 발코니에서 떨어지셨을 때는 마법사를 무서워했지만……. 중앙나라의 사람들은 다들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들뿐이에요. 그렇지, 미틸.


미틸: 그러네요…….


피가로: 미틸, 왜 그래?


레녹스: 루틸이랑 싸운 것 같아서요.


미틸: 안 싸웠어요! 조금 의견이 달랐을 뿐이고…….


피가로: 미틸. 오늘은 정말 열심히 했지. 피가로 선생님이랑 어디 들렀다 갈까?


미틸: 네……?


루틸: 좋겠다, 미틸! 난 레노 씨랑 먼저 돌아가 있을 테니까, 피가로 선생님이랑 장을 보고 오는 게 어때?


미틸: 괜찮으신가요, 선생님…….


피가로: 물론이지. 저녁의 시장은 아침과는 다르니까, 분명 즐거울 거야.


미틸: 그럼 같이 갈게요.


피가로: 응.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미틸이 뭔가 생각할 게 있는 것 같아요. 상냥하게 대해 주세요.


피가로: 알고 있어. 나는 상냥하잖아.


루틸: 상냥하시죠. 미틸에게 말을 걸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잘 부탁드릴게요.


피가로: 그래 그래.


-


미틸: …………


피가로: 벌써 문 닫은 가게가 많네. 낮에 열지 않았던 주점은 문을 열기 시작했어.


미틸: 그러네요……. 아까 그 사람, 지인인가요? 그, 엄청 키가 큰…….


피가로: 응.


미틸: 그 사람도 마법사인가요?


피가로: 맞아.


미틸: 좋겠다……. 늠름하고 강해 보이는 사람이었어요. 레노 씨나 그 사람 같았으면, 마법이 강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겠지.


피가로: 아이작……. 아까 그 아이는 또 다른 말을 했어. 똑똑하다면 행복할 거라고. 미틸은 학교 안에서도 똑똑한 아이였지. 어때? 행복해?


미틸: ……모르겠어요.


피가로: 모르는구나.


미틸: 피가로 선생님은 계속 남쪽 마법사이셨죠?


피가로: 그렇지.


미틸: 고민해보신 적은 없으세요? 강한 마법사가 되고 싶다고…….


피가로: 으음ㅡ……. 저 녀석보다 강하면 편하겠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는데. 알고 있는 강한 마법사들은 다들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


미틸: ……미스라 씨나 어머니도요?


피가로: 그래. 행복하지 않다고 단정지으면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치렛타는 미틸의 아버지와 결혼했고, 미스라도 약속을 한 거 아닐까.


미틸 : 무슨 뜻인가요?


피가로: 뭐라고 하면 좋을까……. 내가 보기엔, 미틸은 아주 행복해 보여. 미틸에게는 미틸의 고민이나 괴로운 일이 있겠지. 피가로 선생님은 아무 것도 모른다면서 실망해버릴지도 모르지만. 나한테 있어서 행복은 현명함과 같아. 모처럼 살아있는데 불행해지다니, 어리석잖아. 미틸은 행복해 보여. 너는 똑똑하고, 사랑받고 있고, 잘 살고 있어. 마법이 강한가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 없어질 정도로.


미틸: ………….


피가로: 별로 찬성할 수 없어? 잘 안 전해졌으려나?


미틸: 피가로 선생님은 현명한 어른인가요?


피가로: 어때 보여?


미틸: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은 굉장히 박식하시지만, 안 해도 될 것 같은 일을 하시기도 하니까.


피가로: 아하하, 확실히 그렇지.


미틸: 불행한 걸 불행한 채로 두려고 하실 때가 있으니까……. 그게, 피가로 선생님이 말하는 어리석음인가요?


피가로: 아마도.


미틸: …………. 그렇다면……. 저는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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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


빈센트: 아서.


아서: 숙부님. 무슨 일이십니까?


빈센트: 수행원은 데려오지 않았다. 너와 둘뿐이다. 이야기를 하지.


아서: 그럼 의자를…….


빈센트: 이대로 해도 상관없다. 솔직하게 묻겠다. 너는 이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지?


아서: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결점이나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훌륭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빈센트: 그렇다. 하지만 너에게는 애국심이 없다.


아서: 있습니다. 이 나라를 사랑하고 있어요.


빈센트: 아니, 그렇지 않다. 네가 사랑하는 것은 세상이다. 이 나라만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아서: ……그건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인가요?


빈센트: 선악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서: 왜 나라들은 경계가 나뉘어 있는 건가요?


빈센트: 내가 정한 것이 아니다. 태고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아서. 이것저것 생각하는 점들은 있었지만, 너는 총명하고 용감한 소년이다. 후계자로서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 역사에 이름을 남길 명군이 될 것이다. 이 나라만을 특별하게 여기는 마음……. 애국심만 있다면. 너는 중앙나라보다도 오즈를 경모하고, 마법사를 사랑하고 있다. 진실하게 속마음을 말해다오. 너는 정말로, 진심으로 왕위를 바라고 있나?


아서: ………….


빈센트: 너는 혹독한 북쪽나라에서 오즈에게 길러진 아이다. 그는 평험반 세상의 이치에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찬탈자가 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왕자의 이름과 왕좌가 거북하다면, 내가 맡도록 하겠다. 네가 가엾기 때문인 것이 아니다. 나의 야심 때문인 것도 아니다. 전혀 야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마음을 고쳤다. 지금은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이 세계에 있어 시련의 시기다. 파우스트 님도 지켜보고 계신다.


아서: 그런가요?


빈센트: 그래. 그렇게 가까이 있으면서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다니, 둔한 것을 넘어 불경하구나.


아서: 혹시 파우스트 님이라는 게, 마법관의 파우스트인가요?


빈센트: 성스러운 마법사 파우스트 님이다. 우리나라의 건국의 영웅이자, 전란의 시기를 가라앉힌 구세주이기도 하다.


아서: 역시?


빈센트: 역시가 아니다. 알렉 그랑벨의 후손으로서 거듭 행동을 삼가도록. 이야기를 되돌리겠다. 그런 경위로 마음을 고쳐먹고 제안하는 것이다. 너는 언젠가 국왕이 된다. 하지만 너에게는 이 나라에 대한 경모가 없어. 왕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국가와 백성들은 가엾다. 왕자의 역할이 무겁다면, 무거운 짐은 버리고 북쪽 땅으로 돌아가면 된다. 만에 하나라도 너와 나라를 둘로 갈라놓을 수 있는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다.


아서: …………. 무거운 짐이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그리운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바랐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숙부님께 모든 것을 위임할 수는 없습니다.


빈센트: 어째서지.


아서: 마법사들이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분명 마법사들은 숙부님과 이 나라 사람들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는 그것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어요.


빈센트: 마법사는 신용할 수 없다. 그것은 결코 그들의 탓이 아니다. 자유롭게 모습을 바꾸고, 어디로든 숨어들어 독도 쓰지 않고 사람을 암살할 수 있다. 두려워할 만한 힘을 가진 자들이다.


아서: 할 수 있지만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한 번도 숙부님의 비밀을 훔쳐보려 하거나 하지 않았어요. 모두의 동료가 되고 싶으니까요.


빈센트: ………….


아서: 이 소원이 이루어질 때까지, 저는 중앙나라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빈센트: …………. 알겠다. 방금 이야기는 잊어주거라.


아서: 잊지 않아도 되는데.


빈센트: 찬탈이나 내분을 선언한 셈이다. 내 목이 날아갈 거다.


아서: 날아가지 않습니다. 숙부님이 계시지 않으면 곤란해요. 다들 의지하고 있으니까요.


빈센트: 흥……. 그래, 아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아서: 무엇인가요?


빈센트: 라스티카 페르치라는 자는 그 페르치 가와 관계가 있는 인물인가?


아서: 페르치 가……. 과거에 서쪽나라에서 영화를 자랑했던 사파이어 성의 페르치 가문 말씀이신가요?


빈센트: 그래.


아서: 글쎄요.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만, 혈연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페르치 가는 대귀족이니 자손도 많지 않았을까요. 무슨 일 있으십니까?


빈센트: 5개국평화회의 후에 서쪽나라의 사자로부터 국왕 폐하의 직서를 받았다. 몇 가지 요구와 함께, 라스티카 페르치의 신병을 인수하고 싶다고.



10화. 본 적 없는 무언가


아서: ……신병을 인수한다고요? 라스티카의?


빈센트: 그래.


아서: 숙부님께서는 뭐라고 답하셨나요?


빈센트: 에둘러서 부드럽게 거절했다. 너와 현자가 반대할 것 같았으니.


아서: 숙부님…….


빈센트: 사근사근한 얼굴 하지 마라. 너를 위해서 거절한 것은 아니다.


아서: 왜 서쪽나라의 국왕 폐하께서는 그런 요구를 하신 걸까요. 라스티카에게 물어보겠습니다. 라스티카는 잘 잊어버려서 옛날 일은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요. 페르치 가와 관련된 문헌은 남아있지 않을까요?


빈센트: 오즈에 의한 분서로 거의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아서: 분서……? 오즈 님께서 책을 불태웠다는 말씀이신가요?


빈센트: 그래. 오즈가 세계를 정복하고 있을 무렵의 서쪽나라의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아서: 오즈 님은 책을 불태우실 분이 아닙니다. 제게 책의 소중함을 가르쳐주시고, 마도구를 주신 것도 오즈 님…….


빈센트: 역사상 그렇게 전해지고 있다! 너와 오즈의 이야기를 하면 항상 평행선이군.


아서: …………. 하지만 책이 불타서, 서쪽나라 사람들은 분명 굉장히 곤란했겠지요…….


빈센트: 서쪽에는 세기의 지자 무르 하트가 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기록, 사전이다. 서쪽나라가 자랑스러워할 만하지. 살아있는 사전이라는 의미에서는, 오래 산 마법사는 모두 그렇다. 현자의 마법사들에게는 물어보았는가?


아서: 뭘요?


빈센트: 오즈가 세계의 절반을 불태워버린 것이 진실인지.


아서: ………….


빈센트: 아서. 맹목적으로 비호하지 않고, 눈을 크게 뜨고 진실을 확인할 용기를 가져라. 오즈의 정체를 확인해라. 알겠나.


아서: ……알겠습니다. ……오즈 님과 오래 산 마법사들에게, 묻고 확인해보겠습니다……. ……진실을…….


오즈: ………….


-


루틸: 완전히 날도 저물었네요. 미스라 씨, 마법관에 있을까…….


레녹스: 미스라는 어디를 가도 금방 돌아올 수 있으니까. 나가는 것도 안 나가는 것도 기분에 달렸겠지.


루틸: 그렇죠…….


레녹스: ……아…….


루틸: 왜 그러세요? 레노 씨.


레녹스: 파우스트 님의 사역마야. 파우스트 님께 무슨 일이…….


-


파우스트: ……, ……여긴…….


정신을 차려보니, 어둠 속에 있었다. 하반신이 속까지 시리다. 차가운 물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물소리가 반향한다.


파우스트: (……야외가 아니야……. 강이나 호수가 아니야. 여기는……. 지하동굴의 호수……? 그런 것치고는 거친 바위가 없어……. ……지하수로인가……?)


시노: 파우스트…….


파우스트: 시노인가.


희미하게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그의 기척을 찾았다.


시노: ……, 어디에…….


파우스트: 움직이지 마. 내가…….


어둠이 답답해서인지 시노가 주문을 외운다. 마법으로 불을 밝히려 했다.


시노: 《マッツァー・スディーパス》


파우스트: 하지 마……!


나는 제지했다. 어둠 속에 적이 숨어 있었을 경우 불을 밝히면 표적이 된다. 그때, 공기가 떨리는 듯한 섬뜩한 소리가 울렸다.


시노: …………!


파우스트: 시노!


무언가가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며 시노의 목을 가로질렀다. 그러나 내가 걸었던 수호가 시노를 보호했다. 시노의 대신이 되어 있었던 내 목덜미에 격통이 달린다.


파우스트: …………!


시노: 파우스트!


파우스트: 움직이지 마! 몸을 숨기고 있어!


숨을 죽이고 마도구 거울을 들었다. 어둠 속에 무언가가 있었다. 신경을 곤두세운다. 물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다가왔다. 다가오는 기척에 전율한다. 그러나 도중에 알아차리고 눈을 크게 떴다. 네로의 기척이다. 나는 탈진할 정도로 안도했다. 네로는 실력이 뛰어난 마법사다. 그가 있으면 분명 함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네로와 함께 섬뜩한 것의 기척도 다가오고 있었다.


네로: …………! ……, 파우스트!


쉰 목소리로 네로가 소리친다. 그의 기척이 다가왔다. 나는 팔을 뻗는다. 기세 좋게 내 품에 무겁고 따뜻한 것이 밀려들었다. 사람이다. 히스인가 했지만 여자였다. 타냐라기에는 몸집이 작다. 반사적으로 왜인지 사라진 상대장의 딸이 아닐까 싶었다. 네로의 무사를 확인하게 위해 그의 팔을 잡으려 했다. 기세 좋게 네로도 무너질 뻔했다. 받아들지 못하고 뒤로 넘어져 물에 빠질 뻔했다.

얼어붙을 것 같은 물 속, 네로의 등은 미지근한 물 같은 따뜻함으로 젖어 있었다. 엄청난 출혈이다. 네로는 죽어가고 있었다.


파우스트: 네…….


네로: ……, ……검은……. 짐승…….


시노: ……검은 짐승…….


시노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공포라기보다는 슬픔으로.


네로: 공격하지 마……, ……, 히스가……, ………….


파우스트: 네로! 어이, 네로……!


푹, 네로가 힘을 잃었다. 소녀의 몸 위로 힘이 빠져 쓰러진다. 귀를 기울인다. 어둠 너머로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본 적 없는 무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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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82 일반 늑이 재판하노 [2] ㅇㅇ(118.235) 23.09.29 332 0
11380 일반 최근에 적자 기사 떴었노 [5] ㅇㅇ(118.235) 23.09.24 772 0
11379 일반 산리오 늑이 나왔노 [4] ㅇㅇ(39.7) 23.09.21 524 1
11378 번역 멘스 2부 22장 11화 [2] ㅇㅇ(175.200) 23.09.07 1110 25
11377 번역 멘스 2부 22장 10화 [1] ㅇㅇ(175.200) 23.09.07 695 17
11376 번역 멘스 2부 22장 8~9화 [1] ㅇㅇ(175.200) 23.09.07 683 16
11375 번역 멘스 2부 22장 7화 [1] ㅇㅇ(175.200) 23.09.07 609 13
11374 번역 멘스 2부 22장 6화 [1] ㅇㅇ(175.200) 23.09.07 528 14
11373 번역 멘스 2부 22장 4~5화 [1] ㅇㅇ(175.200) 23.09.07 501 14
11372 번역 멘스 2부 22장 1~3화 ㅇㅇ(175.200) 23.09.07 617 13
11371 번역 멘스 2부 21장 9~10화 [2] ㅇㅇ(175.200) 23.09.07 652 17
11370 번역 멘스 2부 21장 7~9화 ㅇㅇ(175.200) 23.09.07 702 16
11369 번역 멘스 2부 21장 4~6화 [1] ㅇㅇ(175.200) 23.09.07 551 14
11368 번역 멘스 2부 21장 1~3화 ㅇㅇ(175.200) 23.09.07 735 16
11367 일반 좆리샵 흑기 [4] ㅇㅇ(111.83) 23.09.04 537 15
11366 일반 뭘 잘못건드린거노 [2] ㅇㅇ(111.82) 23.09.01 44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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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59 번역 멘스 2부 20장 1~2화 [1] ㅇㅇ(175.200) 23.08.20 774 14
11358 일반 갱신분 약ㅅㅍ [1] ㅇㅇ(112.166) 23.08.03 458 0
11357 일반 갱신분 뜨기 전에 또 복습했는데 놈딱 재미있노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02 341 1
11356 번역 멘스 2부 19장 7~10화 ㅇㅇ(175.200) 23.07.30 870 18
11355 번역 멘스 2부 19장 4~7화 ㅇㅇ(175.200) 23.07.29 677 13
11354 번역 멘스 2부 19장 1~3화 ㅇㅇ(175.200) 23.07.29 660 11
11353 번역 멘스 2부 18장 7~10화 ㅇㅇ(175.200) 23.07.29 559 12
11352 번역 멘스 2부 18장 4~6화 ㅇㅇ(175.200) 23.07.29 524 15
11351 번역 멘스 2부 18장 1~3화 ㅇㅇ(175.200) 23.07.29 625 12
11350 번역 멘스 2부 17장 7~10화 ㅇㅇ(175.200) 23.07.29 602 13
11349 번역 멘스 2부 17장 4~7화 ㅇㅇ(175.200) 23.07.29 776 11
11348 번역 멘스 2부 17장 1~3화 [1] ㅇㅇ(175.200) 23.07.29 75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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