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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멘스 2부 20장 3~4화

ㅇㅇ(175.200) 2023.08.20 18:05:45
조회 563 추천 15 댓글 0
														

3화. 태양과 달에게 사랑받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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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아나: ………….


노인: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절대 당신에 대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약속합니다……!


릴리아나: 인간의 아이가 약속을 지킨 적 따위 없어.


노인: 히익……! 사, 살려줘……! 누가! 누가 좀……!


릴리아나: 쓸데없는 저항은 그만둬. 나에게서 도망치기라도 할 건가? 당신에게는 충분히 즐기게 해줬잖아.


노인: 아아……, 몸이……. 환자처럼 여위어가. ……아아, 팔이 나뭇가지처럼…….


릴리아나: 당신은 역할을 다했어. 편히 잠드시길.


노인: ………….


릴리아나: ……하아……. 이걸로 잘 됐어. 미안해요, 알베르토. 모처럼 그분과 만나는데, 노인의 모습으로는 싫어.


-


클로에: ……자라……. 숨겨져 자란 마녀라니, 나처럼……?


켈빈: ……너도 가족들에게 숨겨진 거야?


클로에: 응……. 내가 마법사라는 걸 알면 가족 모두가 미움받을 거라고…….


켈빈: 흥. 미워하게 냅두면 돼. 신기한 힘을 싫어하는 녀석들이라니, 어차피 따분한 녀석들일 텐데. 그리고, 마법사는 미움받는 게 아니야. 의심받는 거야.


클로에: 의심받는다고……?


켈빈: 그래. 뭔가가 없어졌을 때나, 뭔가가 고장났을 때. 행복한 누군가가 불행해졌을 때 말야. 우리들의 신기한 힘 때문인 거 아닌가 의심받는 거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건 힘든 일이니까.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의심하기는 쉬운 거야. 호의라든가, 우정이라든가, 선의라든가 하는 거 말이야.


클로에: ……그래도……. 라스티카는 믿어줬어. 옛날에 내가 재봉 일을 할 때, 갑자기 자수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이거랑 이걸 조합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던 대로, 멋진 표현을 할 수 있었어.


켈빈: 대단하네! 너, 꾸미기 잘할 거 같고.


클로에: 에헤헤! 고마워……. 켈빈도 상냥한 사람이네. ……하지만, 누나들은 내가 그런 자수를 할 수 있을 리 없다, 다른 사람의 자수를 보고 훔쳤을 거라고 했어.


켈빈: 너무하네. 열받아!


클로에: 나는 익숙했으니까……. 그래도, 라스티카는 믿어줬어. 멋지네, 클로에, 라고 해줬어. 증거 같은 것도 없는데 아무 것도 의심하지 않고. 나는 겨우 처음으로, 그 자수를 놓은 나를 그렇지, 대단하지, 하고 생각할 수 있었어. 기쁘고 자랑스러웠어. 라스티카가 믿어줬으니까…….


켈빈: 라스티카 님은 그렇지. 그는 아무 것도 의심하지 않고, 이 세상은 배려와 상냥함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해. 라스티카 님은 행복한 것이나 상냥한 것밖에 몰랐기 때문이야.


클로에: ……행복밖에 모른다니,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쩐지 알 것 같기도……. 라스티카는 어떤 것도 나쁘게 말하지 않아. 좋은 점을 찾는 걸 정말 잘해. 속거나 심한 짓을 당하더라도 욕을 하지 않아. 어떻게 그런 식으로 있을 수 있지 싶어서 계속 신기했어. 하지만……. 행복한 것이나 상냥한 것밖에 모르고 산다는 건 가능한 걸까……?


켈빈: 가능했던 거야. 어떤 시대의, 어떤 가문만은 말야.


클로에: 어떤 시대의, 어떤 가문…….


켈빈: 사파이어 성이 풍요의 거리에 있었을 무렵의 페르치 가문 말이야. 라스티카 님은 페르치 가가 제일 번영했을 때 태어났어.


클로에: 페르치 가라는 건?


켈빈: 서쪽나라에서 가장 찬란한 영화를 자랑했던 대귀족이야. 서쪽나라의 왕가보다 힘이 있고, 대륙 전역의 귀족과 상인들이 페르치 가와 장사를 하고 싶어했어. 온 세상의 부를 모아 사파이어 성을 짓고, 매일 밤 만찬회를 열었지. 전쟁이라든가, 세금이라든가, 정책이라든가, 나라의 중대한 이야기도, 왕궁이 아니라 사파이어 성의 회식 중에 정해졌어.


클로에: 왕들보다 대단했다는 거야?


켈빈: 장사에서 성공해서 힘을 가진 거야. 대륙을 오가는 통운사업에 투자해서 대성공을 거뒀어. 서쪽에서 중앙을 지나 동쪽까지 횡단하는 큰 요로를 정비한 건 원래 페르치 가문이야.


클로에: 대단하다!


켈빈: 북쪽에서 재앙이 내려왔을 때에도, 페르치 가의 가호가 있으면 비호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지. 페르치 가는 왕가에게도 민중에게도 귀족들에게도, 학자에게도 예술가에게도 사랑받았어. 그래서, 페르치 가에서 태어난 아이가 마법사여도, 다들 축복의 말밖에 하지 않았어.


클로에: 그게 라스티카……?


켈빈: 그래. 그 무렵 풍요의 거리에서는 사파이어 성에서 태어난 아기를 다들 이렇게 불렀어. 태양과 달에게 사랑받은 아이.


클로에: (……아아, 엄청나구나……. 라스티카는, 나랑은 전혀 달라…….)


켈빈: 라스티카 님 본인을 만나기 전까지, 사파이어 성의 귀공자에 대해서 난 이렇게 생각했어. 뭐가 태양과 달에게 사랑받은 아이라는 거야. 제멋대로 자란, 욕심 많고 참을성 없는 어리광쟁이겠지. 그런데, 내가 만난 라스티카 님은 전혀 달랐어. 상냥하고 친절하고, 거드름 피우지 않고……. 이쪽이 걱정될 정도로 모든 것을 남에게 내주었어.


클로에: ……이해해……. 내가 아는 라스티카야…….


켈빈: 하하…….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변하지 않았었지. ……그의 맑은 눈동자……. 그 눈동자 앞에서 나는 몇 번이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어. 화를 잘 내고, 의심 많고, 인색하고, 비관적인 나 자신이…….


클로에: 켈빈…….


켈빈: ……나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어. 하지만 서투른 연주를 해서 비웃음을 사는 게 부끄러워서……. 음악가를 발견할 때마다 심술궂게 굴고 놀려댔어. 정말 최악인 놈이었지. 사실은 근처에서 음악을 듣거나 악기를 만지게 해주길 바랐을 뿐인데. 여행 차림으로 피리를 불고 있는 라스티카 님을 발견하고 비웃었어. 그게 뭐야! 곡 이상해! 노래 이상해! 그는 웃으면서 그렇지 않아, 멋진 곡이야, 라고 했어. 너도 피리를 불어보지 않겠냐면서. 나는 신기하게도, 처음으로 솔직하게, 피리를 불어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어. 그때부터, 라스티카 님이 정말 좋았어.


클로에: ………….


켈빈: 라스티카 님도 나를 좋아해주셨어. 설탕으로 만든 과자가 달콤하듯, 사랑받는 것이 당연했던 그는 쉽게 사람을 사랑했어. 그에게는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친절을 망설이지 않았어. 물건도 시간도 애정도, 그는 아끼지 않고 누구에게나 내주었어.


클로에: (……나도 그래……. 나한테 뭔가를 내어준 한 사람……. 나한테 라스티카는 특별한 사람인데……. 라스티카한테, 나는…….)


켈빈: 너, 괜찮아?


클로에: 아…….


켈빈: 안색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달빛 때문인 거면 괜찮지만…….


클로에: 괜찮아……. 아……. 라스티카를 찾아야 해! 조금 전까지 라스티카, 여기에 같이 있었어.


켈빈: 알고 있어. 기척이 느껴졌으니까……. 지금은 어디 있어?


클로에: 그게……. 본 적 없는 마법사가 나타나서 데리고 가버렸어.


켈빈: 뭐!? 자라가 납치한 건가!? 라스티카 님한테는 지금까지 손을 대지 않았을 텐데.


클로에: 자라는 왜 라스티카의 신부를 작은 새로 만든 거야? 그 마녀 때문에 라스티카가 가혹한 일을 당한 거라면……. 서쪽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그 마녀를 쓰러뜨리면 라스티카는 행복해질까……?


켈빈: 라스티카 님은……. 누군가를 쓰러뜨리는 걸로 행복해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클로에: ………….


켈빈: 그저, 슬퍼할 뿐이야. 그래서 잊을 수밖에 없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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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티카: ………….


근사한 향기가 나는 방에 있었다. 산뜻하고 달콤한 꽃과 갓 구운 과자의 향을 섞은 듯한 고상한 향이다. 그 향기에 싸여 있자, 어딘가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외로움과 기쁨이 부드럽고 달콤한 바람에 섞인다. 그 방은 창문도 근사했다. 창문에서는 동이 트기 전의 하늘과 잘 꾸며진 궁전이 보였다.

졸음이 와서 자려고 했다. 나는 옷을 벗었다. 벗은 옷을 어지럽히고 입가를 누르며 하품을 한다. 그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벗어놓은 옷을 보고, 누군가가 있었다면 이렇게 말할 텐데.


???: 안 돼, 라스티카. 구겨지잖아.


라스티카: 미안해.


나는 누군가에게 사과하고 옷을 갰다.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다. 브러시를 찾아서 머리를 빗었다. 예전에 빗질을 받으며 누군가의 말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때도 같은 향기가 났다. 산뜻하고 달콤한 꽃과 갓 구운 과자의 향. 바람에 흔들리는 꽃바구니. 작은 보라색 꽃. 빛나는 보석들. 얇은 도자기 컵…….


???: 라스티카. 나의 천사. 당신을 만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거예요. 때묻지 않은 눈동자. 너그러운 마음. 당신은 세상의 구조를 알고 있어요. 앞으로 어쩌면, 차갑고 듣기 괴로운 말을 듣는 일이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쁜 말을 한 사람들을 탓해서는 안 돼요. 화를 낼 필요조차 없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은 행운이 따르지 않는 가련한 사람들. 사랑으로 채워져 있다면 성실하고 선량한 사람들입니다. 결코 싫어하거나 적대하지 않고, 당신부터 손을 내미세요. 중요한 것은 배려와 상냥함입니다. 우리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올바른 도덕성을 배울 책임이 있어요. 상냥한 라스티카. 많은 사랑을 모두에게 주세요.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밤하늘의 어둠의 드레스자락에 감색과 보라색의 베일이 흩날린다. 새들이 산뜻하게 울기 시작한다. 내 눈꺼풀은 금방이라도 감길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누우면 나는 행복해졌다. 언제든지 잠을 자도 된다는 것은 자유와 해방감과 편안함을 준다.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나의 노래에 나는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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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마스탄드레아는 서쪽나라의 왕녀이고, 나의 약혼자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가 좋았다. 그녀는 동생 같았다. 우리는 아주 닮았다고 들었다. 우리는 행복했다. 아리아는 내가 치는 쳄발로를 좋아하고, 나는 아리아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아리아는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많이 가르쳐주었다. 반들반들한 구운 과자, 봉랍, 꽃잎을 쪼는 파랑새, 녹색 구두, 금테두리 단추, 왕궁의 정원. 국왕폐하, 왕비전하, 나. 마음에 드는 시종 프란체스카. 비오는 날 창가에 나타나는 도마뱀.

그러나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아리아에게는 더 좋아하는 것이 있었다. 왕궁의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을 때, 아리아는 굳게 결심한 얼굴로 털어놓았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진지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죄인처럼.


라스티카: 왜 우시는 건가요?


아리아는 말했다.

무서워서요. 저는 부모님의 말씀을 어긴 적이 없어요. 하지만 지금, 처음으로 어기겠습니다. 제가 털어놓는 비밀을 부디 진지하게 받아들여주세요.

그런 식으로 말해 나는 긴장했다. 비밀이라는 것을 가져본 적이 나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인적이 없는 나무 그늘에서 아리아는 나에게 비밀 이야기를 했다.

저에게는 쌍둥이 언니가 있어요. 이름은 자라. 서쪽의 왕가에서 쌍둥이는 불길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 때문에, 마법사로 태어난 언니는 숨어서 살아왔어요. 저 탑에 살고 있어요. 예전에, 저 탑을 올려다봐달라고 부탁드린 적이 있었죠.


라스티카: 기억나요. 저 창문에 서 있는 새를 올려다보라고. 하지만 새는 보이지 않았어요.


용서해주세요. 거짓말을 하고 있었어요. 사랑하는 언니 자라에게 제 남편이 될 라스티카 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라스티카: 그랬군요. 저 탑에, 당신의 언니가…….


부탁이 있어요, 라스티카 님. 평생 부탁드리지는 않을테니, 제발. 제 옷을 입은 자라와, 저와 함께 있는 것처럼 왕궁의 정원을 산책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가능하다면,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주세요. 자라는 왕궁을 나간 적이 없어요.


라스티카: 즉……. 당신의 언니를 데리고 어딘가로 외출하면 되는 거지요? 기꺼이 받아들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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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아나: ………….


라스티카: ………….


릴리아나: ……자고 계셔…….


라스티카: ………….


릴리아나: ………….


라스티카: ……아직 졸려……. 클로에…….


릴리아나: ………….


-


클로에: ……그럼, 라스티카는 이대로 계속 잊어가는 거야? ……나에 대한 것도 현자님네에 대한 것도, 언젠가…….


켈빈: 그래. 나를 잊은 것처럼.


클로에: 어……, 어떻게 할 방법은 없는 걸까?


켈빈: 너는 말할 수 있어? 그 라스티카 님한테? 라스티카 님이 찾고 있는 신부는 이미 죽었다고. 당신이 죽였다고.


클로에: ……, ……마……. 말하고 싶지 않아…….


켈빈: 그렇지. 그런 말을 하면, 지금의 라스티카 님은 없어져버려. 태양과 달에게 사랑받은 행복한 귀공자는 사라져버려. 짐승처럼 울부짖고 슬픔에 괴로워하던 라스티카 님은 이제 보고 싶지 않아…….


클로에: ………….


켈빈: ……이제 갈게. 언제 어디에서 마녀가 얘기를 듣고 있을지 몰라. 여기에는 한동안 안 올 거야. 너도 그러는 게 좋아.


클로에: 잠깐만, 켈빈……!


켈빈: 라스티카 님을 부탁할게.


클로에: 앗……. ……사라져버렸어……. …………. 사실을 말하면 지금의 라스티카는 사라진다……. ……그럼……. 진짜 라스티카라는 건 뭐야……? 이대로, 이미 없는 신부를 계속 찾는 게 라스티카의 행복인 거야……? 하지만……, 그런 가혹한 일……. 라스티카한테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아……. …………. 라스티카를 찾아야 해……. ……,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우선 라스티카를 찾고 나서……. ……내가 라스티카를 구해야 해. 라스티카는 내 은인이니까! ……현자님한테 알리자! 현자님 일행은 코르테제로 돌아갔다가 서쪽 왕궁으로 간다고 했지……. 서쪽 왕궁에 마녀가 있는 거라면, 라스티카를 찾기 위해서라도 나는 먼저 서쪽 왕궁으로 가는 게 좋을지도 몰라. 서두르자……!


4화. 새벽이 다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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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 여기는…….


브래들리: ………….


서쪽나라라는 것을 정령들의 기척으로 알았다.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뼈 괴물들이 덤벼들 기색은 없다. 무르와 똑같이 생긴 녀석을 향해 피가로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미스라는 타인이 만든 구멍으로 공간을 이동한 것이 불만인 듯하다. 네로는 다시 의식을 잃었다. 언제 위험한 상태가 될지 모른다. 당장이라도 치료를 받게 하고 싶었다. 마음을 다잡은 시노가 히스클리프를 부축하면서 저주상과 네로 사이를 돌아다녔다. 뼈 괴물에 대해서는 이 녀석이 제일 살기를 띠고 있었다.


브래들리: 물러나 있어, 동쪽 꼬맹이. 미스라.


미스라가 시선만으로 나를 보았다.


브래들리: 얕보이지 마.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산만해지기 쉬운 미스라가 눈앞에 있는 놈들에게 의식을 집중한다. 무르와 똑같이 생긴 녀석이 웃었다.


무르: 환영합니다. 저 저택을 편하게 사용하세요. 곧바로 의료품을 전달해드리죠. 부상자가 많은 것 같으니.


시노: 네가 할 말이야……!? 네가 부리는 이 자식들 때문이잖아!?


히스클리프: 시노……!


동료가 엉망진창으로 당해 시노는 눈꺼풀을 발갛게 하며 격노하고 있었다. 저주상의 수호의 기운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 상황에서 잘 싸워냈다. 시노의 담력에 감탄했다.


피가로: 바로 모아줘. 치료행위에 익숙한 자들도 몇 명.


피가로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무서운 노기가 전해져왔다.


무르: 알겠습니다. 도와드리고 싶지만 가야 할 곳이 있어서요.


피가로: 어디에?


무르: 현자님을 데리러.


피가로는 눈살을 찌푸렸다. 나도 불쾌감이 들었다. 저 무르를 현자에게 가까이 있게 하고 싶지 않다.


브래들리: (미스라를 데리고 가게 할까? 하지만 이쪽이 허술해져. 이 무르는 아마 영혼 조각이 실체화된 무르다. 영혼 조각이 있는 곳은 저 고양이겠지. 저 고양이를 장총으로 쏴버릴까? 그때 뼈 괴물은 어떻게 반응할까?)


재빠르게 생각하는 동안 피가로가 의식이 없는 파우스트를 레녹스에게 맡겼다.


피가로: 미안해. 너도 부상당했는데.


레녹스: 아뇨…….


다음 순간에는 마도구 오브가 출현했다.


브래들리: (이 녀석도 성질 급하네.)


쌍둥이를 빼닮은 방식에 나는 질렸다. 상식인인 것에 비해 손이 빠르다. 네로를 안은 채 피가로에게 말한다.


브래들리: 남쪽 의사. 네 놈은 부상자를 돌봐. 할 거면 내가 할게.


미스라: 제가 처리할게요. 이 녀석들 전부.


무르는 기가 죽지도 않았다.


무르: 왜 그러시죠?


피가로: 서둘러서 부상자를 구하고 싶어. 치료 중에 습격당하면 곤란해. 그것들을 먼저 치울 거야.


무르: 당신들을 공격할 생각이라면 여기 데려오지 않았을 겁니다.


브래들리: 현자한테 무슨 볼일이야?


무르: 현자의 마법사들 전원을 여기 모으는 게 제 역할입니다. 아아, 그런가. 한밤중에 할 만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의심을 품고 계신가요? 낮에는 정상적인 행위라도, 밤에는 위험한 행위로 변해버린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의 불가사의…….


미스라: 《アルシム》


미스라의 마도구 해골이 뿜은 눈보라를 동반한 푸른 불꽃에 무르의 모습은 소멸했다. 나도 피가로도 말문이 막혔다. 무르의 밑에 있던 고양이가 뛰어올라 멀리 도망간다. 멀리 간 고양이 위에 다시 무르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르: 이런. 북쪽의 마법사는 성질이 급해. 자, 너. 다시 한 번 저 사람들한테 다가가줄래? 무섭지 않아. 부탁이니까…….


멀리서 중얼중얼 뭐라 말하고 있는 무르를 무시하고 미스라는 나를 돌아보았다.


미스라: 제가 현자님을 데리러 갈게요.


브래들리: 그거 나쁘지 않네. 장소는 알고 있어?


미스라: 기척을 찾으면 어떻게든. 뭐, 가볼게요. 서쪽나라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해서요.


그렇게 말하고 미스라는 내 팔에 안긴 네로를 한번 보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미스라를 경계했다.


미스라: 그 사람, 죽나요?


질문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돌을 넘기라는 소리라도 할 생각일까.


브래들리: 안 죽어. 끈질기거든.


미스라: 그런가요. 잘됐네요. 시노가 구해달라고 했거든요.


인간미 있는 대사에 나는 귀를 의심했다. 북쪽의 미스라의 발상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미스라는 네로를 응시한 채 미소를 짓기까지 했다.


미스라: 그럼, 갔다 올게요.


브래들리: 어, 부탁한다.


미스라: 《アルシム》


밤바람을 남기고 미스라는 사라졌다. 고개를 들자 피가로와 눈이 마주쳤다. 그도 미스라의 모습에 놀라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 시선을 돌린다.


피가로: 서두르자. 시노, 이쪽으로. 히스클리프는 걸을 수 있어?


히스클리프: ……, 괜찮아요.


시노: 내가 부축해줄게. 파우스트는?


레녹스: 호흡이 얕아. 빨리 침대에 눕히자.


시노: 브래들리!


브래들리: 지금 가! 네로는 괜찮아.


칠흑의 어둠이었던 밤하늘의 자락이 푸른 빛을 띠기 시작한다. 새벽이 다가온다. 오즈의 마력이 돌아올 시각이다. 현자와 젊은 마법사들이 여기에 모이고 뼈 괴물들이 덮친다고 해도 괜찮을 것이다.

안도를 느끼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나는 섬뜩해졌다. 오즈의 존재에 안도를 느끼다니 당치도 않다. 무슨 잠꼬대를 하는 건지. 나 혼자서 뛰어다닐 각오를 해라. 구할 수 있는 상대는 한정되어 있다. 우선순위를 매기고, 나머지는 잘라버린다. 전방을 노려보며 나는 걷기 시작했다.


-


루틸: 이제 곧 새벽이네요…….


오즈: 그렇군…….


루틸: 미틸이랑 리케는 잠들어버렸어요. 분명 피곤했겠죠.


오즈: …………. 왜…….


루틸: 네?


오즈: 왜, 아이를 낳은 거지?


루틸: …………. 나……, 낳지 않았는데요…….


오즈: 아아……. 그랬지.


루틸: 아하하……. 어머니 말씀이신가요?


오즈: 그래.


루틸: 그렇게 닮았나요? 미틸만 한 나이였을 때는 자주 들었지만요.


오즈: 닮지 않았다. 하지만 모습이 생각났다. 그러다가, 섞였다.


루틸: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어머니와는 친하셨나요?


오즈: 아니……. 그것에는 그렇게 관심이 없었다.


루틸: ………….


오즈: 지금에서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루틸: 어떤 걸요?


오즈: …………. 아이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은 있는지…….


루틸: 혹시, 오즈 님은 아서 님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게 있으세요?


오즈: ………….


루틸: 아……, 죄송합니다……. 왠지, 그러신 걸까 싶어서.


오즈: …………. 이야기를 해둘 걸 그랬다.


루틸: 어머니랑요?


오즈: 그래. 그것은 자주 떠들었다.


루틸: 아하하. 알죠.


오즈: ……다른 사람이 말을 사용할 때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내 안에 들어온다. 그게 나는 싫었다.


루틸: ………….


오즈: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의 이야기를 들었어야 했다.


루틸: ……왜, 싫으셨나요?


오즈: ……글쎄……. 나는 모르기 때문이다.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다. 고로, 남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에 대한 것도 알지 못해. 그러니……. 나에 대해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말로 표현하려 하면 틀린다. 틀린 것을 계속 건네주어서 피폐해져간다.


루틸: ………….


오즈: ……왜 우는 거지?


루틸: ……죄송해요……. 저도 똑같아서…….


오즈: 너는 말을 잘하지 않나.


루틸: 아하하……. 그래도……, 사실은 똑같아요. 이야기를 들으려고, 제대로 이야기하려고 하지만……. 그런데도, 이해할 수 없기도 하고, 잘 전달되지 않기도 해서……. ……상처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냥하게 대하고 싶은데…….


오즈: 그런가……. 마음이 다정한 너에게도 어려운 일이라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겠지. 그것은 성격이 사나웠지만, 너는 성격이 다정하다.


루틸: 오즈 님도 다정하신 분이에요…….


오즈: ……그건 아니다.


루틸: 이야기도 잘하세요. 오즈 님의 마음이 전해졌어요. 전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오즈: …………. 리케에게 들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루틸: 네……?


오즈: ……하늘이 밝아왔다.


루틸: 일출일까요?


오즈: 아직 이르다.


루틸: 해보면 될 수도 있죠. 부탁드려도 될까요?


오즈: 알겠다.


루틸: 여기에 앉아주세요. 잠들어버렸을 때 넘어져서 머리를 다치시지 않게요.


오즈: 이렇게인가.


루틸: 네! 부탁드릴게요!


오즈: …………. 《ヴォクスノ……》…….


루틸: 아앗! 아직 조금 빨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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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3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7733 공지 드림충 안받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7 4294 183
5870 공지 황국신민갤러리입니다 [1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5.01 4391 99
8439 공지 스토리 ㅂㅇ 모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12 38795 16
8391 공지 신고불판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07 856 0
11407 일반 갤 좆망했노 [3] ㅇㅇ(118.235) 04.17 230 3
11405 일반 메인스 1부 2부 다 봤더니 뽕차노 우어엉 [1] 마갤러(58.230) 23.12.17 451 1
11403 일반 드디어 오늘 후편 볼 수 있겠노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02 386 1
11402 일반 돚거 미틸 생카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01 405 5
11400 일반 4주년 오메데토 [2] ㅇㅇ(118.235) 23.11.26 601 10
11398 일반 주년스 놈 기대된다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14 514 1
11397 일반 본인 일러랑 스토리 번역 몇 개만 깔짝댄 늒네인데 [2] 마갤러(14.52) 23.11.12 682 1
11396 일반 좆니화 윽어엉!!!!!!!! [16] ㅇㅇ(118.235) 23.11.12 1038 14
11395 일반 즉넨스 멘스작 윽어엉!! [3] ㅇㅇ(118.235) 23.11.12 338 0
11393 일반 왜 중앙만 찢겼노? [1] ㅇㅇ(59.15) 23.11.07 592 0
11392 일반 중머발표 궁금하노 [6] ㅇㅇ(118.235) 23.11.06 411 0
11391 일반 클로에쟝 생카는 매년 레전드노 [4] ㅇㅇ(121.171) 23.10.29 537 0
11390 일반 좆리 좆기 더 못까게 중성화 수술 못함? [2] ㅇㅇ(211.234) 23.10.28 380 0
11387 일반 카어엉 [2] ㅇㅇ(59.15) 23.10.22 264 0
11385 일반 섬냐들 재판늑이 뽑은거 보는데 웃겨 [3] ㅇㅇ(118.235) 23.10.14 590 0
11384 일반 스알인줄 알았는데 [2] ㅇㅇ(118.235) 23.10.10 353 0
11382 일반 늑이 재판하노 [2] ㅇㅇ(118.235) 23.09.29 332 0
11380 일반 최근에 적자 기사 떴었노 [5] ㅇㅇ(118.235) 23.09.24 772 0
11379 일반 산리오 늑이 나왔노 [4] ㅇㅇ(39.7) 23.09.21 524 1
11378 번역 멘스 2부 22장 11화 [2] ㅇㅇ(175.200) 23.09.07 1110 25
11377 번역 멘스 2부 22장 10화 [1] ㅇㅇ(175.200) 23.09.07 69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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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57 일반 갱신분 뜨기 전에 또 복습했는데 놈딱 재미있노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02 34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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