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멘스 2부 17장 4~7화

ㅇㅇ(175.200) 2023.07.29 22:33:03
조회 782 추천 11 댓글 0
														

4화. 사랑에 대하여


사랑은 상냥함이라고 믿었다.


멸망한 마을의 백성: 피가로 님.


멸망한 마을의 백성: 피가로 님. 이렇게 많이 열매를 맺었어요.


멸망한 마을의 백성: 피가로 님의 가호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저희를 지켜주세요.


내가 사랑했던 나의 백성들. 나의 백성도 나를 사랑했다. 진심으로 경애하고, 그들이 손에 넣은 훌륭한 것들은 모두 나에게 바쳐졌다. 아름다운 꽃. 뿔이 큰 사슴. 기적같이 달콤한 과일. 튼튼하고 따뜻한 모피.

그들의 아이가 달콤한 꿀맛을 알지 못해도. 그들의 아버지가 병으로 누워있어도. 그들은 신에게 바쳐진 꽃처럼 모든 것을 다해 나의 기적을 빌었다. 아니다. 비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에게 헌신하고 나를 사랑함으로써 평화를 기원하며 마음을 채웠던 것이다. 그것만으로 행복이 약속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것은 얼마만큼의 안도였을까.


나의 마음도 사랑으로 가득차 있었다. 다가올 날에는 나도 모든 것을 바쳐 그들을 구원하겠다고. 무구하게 믿으며,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아름다운 꽃. 뿔이 큰 사슴. 기적같이 달콤한 과일. 튼튼하고 따뜻한 모피.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보물을 나에게 바쳐온 보람도 없이…… 나에게 구원받지 못하고 절멸했다.


신용은 성립되지 않고, 행복은 사라졌다. 나는 내 백성을 수호하는 신에서 뿌리 없는 악신이 되었다. 때로는 기적을 가져오는 나그네가. 때로는 용사를 이끄는 현자가. 때로는 세상을 불태워버리는 재앙이.


나에게는 기적의 힘만이 있고……. 자비와 헌신과 재결(裁決)과 자존감에 맞추어 여러 얼굴을 가졌다. 그것은 나의 병 같은 것이다. 진심으로 경애받고 존경받으면, 백성들을 지키지 못한 실격자인 자신의 얼굴이 꺼림칙함으로 창백해지고……. 가볍게 여겨지고 싶다고 바라면, 경건하게 모든 것을 받았던 신으로서의 자신이 그 무례를 불쾌해했다. 즐거움이나 편안함. 구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내가 더 천하고, 내가 더 고귀한 자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비하도 과신도 아닌 흔들리지 않는 사실로서.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이 나를 구원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아주 오래 전에 손에 넣었다. 경건하게 숭배받는 것도, 친밀하게 애착을 받으며 가볍게 대해지는 것도, 사랑이라 불리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구원받지 못한다면 나는 무엇을 바라야 하는 것일까. 무엇을 주어야 하는 것일까……. 사랑스러운 자들. 사랑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의 고독. 어딘가 멀리서 찾아와 지나가는 이름 없는 바람의 고독. 고독은 언제나 아름답고 아늑하며, 속절없고 두려웠다.


나에게 있어 고독이란 오즈였다. 그렇게도 강대하고 가엾은 생물을 달리 본 적이 없다. 그는 언제나 혼자였다. 그를 미워하고 죽이려는 자는 있어도, 그를 사랑하는 자는 없었다. 비위를 맞추며 이용하려는 자는 있어도, 진심으로 신용해주는 자는 없었다. 세상을 손에 넣을 힘을 가졌으면서도 세상을 사랑하지 않고 사랑받지 않았다. 하지만……. 아서와 만나고 오즈는 달라졌다.

이전에 오즈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피가로: 나는 말이야, 오즈. 사랑이라는 건, 상냥함이나 자비로움이라고 생각했어.


오즈: …….


오즈는 입을 다물고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녀석은 대개 그렇다. 가만히 바라보며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 눈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필시 신묘한 마음으로 공감해주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다가는 반드시 낙담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오즈는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가만히 눈을 뜨고 있어도, 창밖의 경치를 바라보듯 내 움직이는 눈이나 입을 보고 있을 뿐이다. 바보 취급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진리다. 오즈는 세계를 지배하는 마법사. 그런 자가 다른 감정을 이해하는 것따위 할 수 있을까.

그런 줄 알면서도 나는 말을 이었다. 혼잣말 같은 것이다.


피가로: 누군가를 배려하거나, 누군가의 생각을 상상하고, 다가서거나……. 어떤 희생을 견디면서 자신 이외의 사람에게 행복을 준다. 그런 게 사랑인 줄 알았거든. 예를 들면,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고 치고……. 자신의 소중한 사람의 생명을 대가로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나는 그 인물을 죽일 수 있어.


미약하게 오즈가 눈동자를 험악하게 만들었다. 그는 천성이 짐승이라 생사의 이야기에는 민감하다. 나는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피가로: 그 사람을 잃는 게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야. 내가 죽는 게 나을 정도로 괴롭고 슬프겠지. 그래도 그 아픔을 견디고 나는 세상을 지키는 쪽을 선택할 거야. 그러는 게 왠지, 사랑이라고 불리는 것에 가까운 것 같아서.


오즈: …….


나는 일부러 흐릿하고 애매하고 모호하게 말했다. 오즈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분명하게 말로 해버리는 것은 나에게도 공포와 당혹감이 있었다.

모든 것을 나에게 바치고 절멸한 백성들. 자식보다, 부모보다, 나를 우선했다. 자아를 죽이고, 참고, 다른 이를 이롭게 하는 것이 곧 사랑인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살고 무엇 때문에 죽어간 것일까. 달콤한 과일도 가득 먹지 못하고, 따뜻한 모피를 몸에 걸치지도 못하고, 믿었던 신에게 보호받지도 못하고.


피가로: ……그런데, 너를 보고 있으면 아닌 것 같아.


오즈: ……나를?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오즈를 보았다. 오즈의 검은 머리칼에 붉은 불의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다. 나는 아마 웃고 있었던 것 같다.


피가로: 너는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아서를 선택하겠지.


오즈: …….


피가로: 이기적이고 포학하고 앞뒤 생각 없는, 배려가 부족한 선택이야. 수많은 생명을 잃을 거야. 그런데, 그게 사랑 같아 보여.


난로의 불티가 튀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잔을 들었다. 오즈는 당황하며 시선을 헤매고 있었다. 오즈가 곤란해하는 것을 보는 것은 조금 기분이 좋았다.


피가로: 어떻게 생각해?


오즈: 어떻게, 라는 것은.


피가로: 이 이야기 말이야. 알기 쉽게 얘기했잖아? 의견이 다른 곳은 있어?


오즈는 미간에 주름을 새겼다.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내놓았을 때도 그는 대개 이런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때보다 훨씬 인간답다. 그는 이제 고독한 마왕이 아닌 것이다.


오즈: ……사랑하고 있지는 않다.


피가로: 아서를? 아직도 돌로 만들어서 먹을 수 있다는 거야?


오즈: 물론이다.


말과는 반대로 오즈는 당황하고 있었다. 나는 흥이 깨졌다.


피가로: 거짓말이야.


오즈: 거짓말이 아니다. ……모르겠다. 그 일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피가로: 아서가 돌이 되는 거? 그건 이미 사랑이라고. 사랑하기 때문에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지.


오즈: 너는 어째서. 생각하지?


피가로: 응?


오즈: 세상과 맞바꾸어서 죽이겠다고.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피가로: 그렇게 물으면……. 사랑하지 않는 걸까. 나는 모든 것에 무관심하고 정이 없는 걸지도. 내 사랑은 틀렸을지도 몰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허무함을 느꼈다. 몸속에서 힘이 빠져나가 무너져서 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랑했던 자들.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거짓말이 아닌데. 어째서, 이 세상을 희생해서라도 지키겠다고 말할 수 없는 걸까.

나는 입을 다물었다. 어색해진 건지 조용한 내가 희한했는지, 오즈는 내 잔에 술을 따랐다. 과일이 기적적으로 썩어서 생겨난 시럽처럼 달콤한 술.


오즈: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즈 나름대로 마음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어깨를 흔들고 웃으며 잔을 기울였다.


피가로: 맞다고 생각하지도 않지?


오즈는 갑갑한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이 대화를 계속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오즈: 사랑은 모르겠다. 하지만 너는 자비롭다. 나보다도 더 아서를 구원했다. 과거에는, 나를 구원한 적도.


피가로: 그렇지…….


오즈: 나도 아서도 살아있다. 너의 사랑이라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해도.


피가로: …….


오즈: 이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다.



5화. 만일을 위한 보고


피가로: 다녀왔어.


미틸: 다녀왔습니다.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미틸.


미틸과 함께 마법관으로 돌아오자, 레녹스는 짐을 싸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나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오늘 밤 마법관은 조용했다. 차가워지기 시작한 바람이 담화실 창문을 약하게 흔들고 있다. 남쪽의 마법사들 이외에는 아직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남쪽의 마법사들도 한 사람 부족했다.


미틸: ……어? 형님은요?


레녹스: 루틸을 못 만났어?


피가로: 못 만났어. 우리를 마중하러 나가준 거니? 무슨 급한 연락이라도 있었어?


레녹스: 네……. 파우스트 님에게서 연락이 와서.


피가로: 파우스트한테서?


짐을 내려두며 나는 고개를 들었다.


레녹스: 네. 사실은…….


레녹스는 드물게 말이 빨라지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중간에 불안해 하는 미틸의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내 팔을 잡고 별실로 걸어들어가려 했다.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저쪽에서.


피가로: 그래…….


고개를 끄덕이려 했을 때, 미틸이 목소리를 높였다.


미틸: 괜찮아요. 제 앞에서 얘기해주세요. 형님도 알고 있을 거잖아요? 파우스트 씨에 관한 거라면 시노 씨도 분명…….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충격을 받고 울고 그러진 않을 테니까요.


미틸의 눈빛은 진지했다. 지금의 그에게 있어 이런 문제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닐 것이다. 아직은 어린 아이로 있어 달라며 선을 그을 때마다, 아이들은 그 선을 넘으려 한다. 천 년 전부터 흔했던, 그러면서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다.

따돌리고 싶은 것이 아니다. 아직 상냥하고 예쁜 것들만 보기를 바랄 뿐인데. 노려보는 듯한 필사적인 눈빛은, 평소의 내 태도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레녹스를 떠보았다. 미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피가로: ……어때? 미틸에게 얘기해도 괜찮겠어?


레녹스: …………. 지금은…….


미묘하게 불안한 대답에 나는 입가를 구부렸다. 하지만 레녹스의 표정에 그렇게 심각한 초조함은 떠오르지 않는다. 파우스트는 성실하고 진지한 성격이다. 임무에 나갔을 때 다른 사람을 위해 종종 보고를 보내는 일은 몇 번 있었다. 그리고, 파우스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레녹스는 이미 여기에 없을 것이다. 그것에 나도 안심하고 있었다. 미틸에게도 들려줘도 괜찮을 것이다. 나는 미틸의 어깨를 안고 근처의 의자에 앉혔다.


피가로: 알겠어. 미틸도 같이 듣자.


미틸: 네…….


미틸의 눈동자에 반짝임이 깃든다. 사실을 받아들이려 진지하게 등을 폈다.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동료에게 인정받았다고 환희하는 그가 기특하면서도 애처로웠다. 오랜 시간을 들여 길러온 그와의 유대를 끊고 싶지 않다. 그렇게 바라며 레녹스에게 말했다.


피가로: 레녹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래?


레녹스: 네. 마침 마법관으로 돌아왔을 때, 파우스트 님의 사역마가 나타났습니다. 임무지인 동쪽나라 비의 거리에서 전언을 가지고 온 것 같았어요.


피가로: 파우스트는 뭐래?


레녹스: 길드의 흔적의 여관, 호텔 임브리움에 네로와 히스클리프가 먼저 잠입. 시노와 함께 외부에서 감시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두 사람의 기척이 사라졌다. 원인은 불명. 두 사람의 행방을 확인하기 위해 지금부터 호텔에 잠입 예정. 경계하는 마법의 기척은 없음. 쥬라 숲의 타냐를 만났다. 만일을 위해 마법관에 보고한다, 라고.


피가로: 그렇구나…….


미틸: ……네로 씨와 히스클리프 씨가 사라진 건가요……?


레녹스: 응.


미틸: 그럴 수가……. ……괜찮을까……. 괜찮겠죠? 피가로 선생님.


걱정스럽게 미틸은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바라는 대답을 해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신중하게 말을 고른다.


피가로: 무조건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어. 파우스트라면 어느 정도 광범위하게, 이미 알고 있는 마법사의 기척을 찾을 수 있어. 그런 그가 기척을 놓쳤다고 보고했어. 자신들까지 실종됐을 때 단서를 남기기 위해서겠지.


미틸: ………….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사실이야. 진실이 미틸을 상처입히지 않도록 우리는 곧바로 숨기려고 했지만……. 그게 반대로 상처를 줄 수도 있어. 그런 얘기를 오늘 했지.


미틸: ……네…….


미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각오를 강요해버린 건 아닌가 걱정했지만, 미틸은 똑바로 내 눈동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웃으며 그의 등을 어루만졌다.


피가로: 응. 그럼 계속하자. 그렇지만, 괴로워서 견딜 수 없게 되면 그렇게 말해도 되니까.


미틸: 네…….


지금의 미틸은 불안해 보였다. 나는 당황해서 레녹스에게 묻는다.


피가로: ……역시, 거짓말로라도 괜찮다고 말하는 게 나을까. 어떻게 생각해?


레노는 경멸하는 듯한 얼굴을 했다. 이 녀석은 가끔 이런 얼굴을 한다. 정말이지 언젠가 알려주고 싶다.


레녹스: 미틸 앞에서 묻지 마세요.


내가 변명하기도 전에 미틸이 목소리를 높였다. 부드러운 초록빛 큰 눈동자를 천천히 깜박이며.


미틸: ……피가로 선생님도, 모르는 게 있군요…….


피가로: 많이 있지. 특히 너희들에 대해서 말야.


나는 무의식적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무지를 지적받는 것은 싫지 않았다. 아키라나, 수행 시절의 파우스트도 그런 식으로 놀란 적이 있다. 이 순간이 나는 좋았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인간다운 부분을 들킨 것 같아 간지러운 기분이 든다. 미틸은 덩달아 웃었다. 아주 살짝 나에게 몸을 기댄다. 신뢰의 몸짓이라고 느꼈다. 기뻤다.


피가로: 그래서……. 루틸이 밖으로 나간 건 내 판단을 물어보고 싶어서였구나.


레녹스: 네. 동쪽의 비의 거리로 지금 바로 가는 게 좋을지.


피가로: 글쎄. 파우스트는 지원군을 원했다면 분명하게 전달할 거라고 생각해.


나는 파우스트의 인품을 상기했다. 그는 허영심이나 겁이 많은 것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고, 항상 정보는 정확했다. 과소평가도 과대평가도 하지 않는다. 동료의 안전을 제일 우선하기 때문에, 지원군의 요청을 주저하지도 않는다. 만일을 위한 보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피가로: 이미 파우스트가 호텔에 잠입해서 두 사람을 발견했을지도 몰라. 우리가 소란을 피우면서 달려가면, 오히려 그의 프라이드를 상처입히는 거 아닐까?


레녹스: 하……?


피가로: 하?



6화. 강한 바람과 어떤 힘


레녹스: 아, 아뇨. 파우스트 님은 별로……. 그런 건 신경쓰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하는데…….


피가로: 너한테는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 그의 입장은 복잡해.


레녹스: 파우스트 님의 입장이 아니라, 파우스트 님에게 있어서의 피가로 님의 입장인 건…….


피가로: 레녹스.


레녹스: 네. 죄송합니다.


레녹스와 의견이 부딪쳤다. 예전이었다면 부딪칠 일은 없었을 것이다. 400년 전의 우리가 알고 있는 파우스트라면, 내가 조력자로 나타났을 때 분명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심려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피가로 님이 와주신 덕분에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파우스트는 이럴지도 모른다.


굳이 왜 온 거야. 만일을 위한 보고라고 했잖아. 그렇게나 내가 한심한가?


피가로: 잘 생각해 봐. 임무에 나갔다가 자고 돌아오는 일은 흔하잖아.


레녹스: 그렇죠…….


피가로: 우리가 너무 소란을 피우면 파우스트가 학생들에게 바보 취급을 받을 거야. 특히 시노는 건방진 면도 있으니까.


레녹스: 시노는 시노대로 파우스트 님을 존경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피가로: 알고 있어. 적어도, 아침까지는 기다리자.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오지 않으면 동쪽나라로 가자. 그렇게 하는 건 어때?


레녹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안경을 밀어올렸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레녹스: 알겠습니다.


피가로: 응. 미틸, 어쩌면 내일 아침 일찍 외출하게 될지도 몰라. 같이 갈래? 마법관을 지키고 있어도 되지만.


미틸: 갈래요! 시노 씨랑 히스클리프 씨가 걱정되고…….


피가로: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하자…….


강한 바람이 불고, 갑자기 문이 닫혔다. 그저 그것뿐이었는데도, 묘하게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잘못 판단한 걸까. 빨리 달려가야 하는 걸까? 하지만 이 이상 괜한 짓을 해서 파우스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다. 그 아이는 강한 마법사다. 약간의 어려움이라면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 보호자 행세는 그만두는 게 좋다. 오즈와 아서처럼 될 수는 없었으니까.


미틸: 동쪽 마법사분들이나 다른 분들이 돌아왔을 때를 위해서 식당을 깨끗이 해놓을게요.


레녹스: 응, 그게 좋겠어. 루틸은 슬슬 돌아오려나.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


루틸: 미틸, 피가로 선생님, 어디 있을까……. 중앙의 왕도의 하늘부터 한바퀴 돌아봤는데 안 보이네……. 길이 엇갈린 걸까. 레노 씨, 걱정스러워 보였지……. 파우스트 씨랑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다고 했고……. 동쪽 마법사분들, 무사했으면 좋겠는데…….


루틸: ……어? 저 사람, 이쪽을 보고 손을 흔들고 있는 것 같은데……. 나한테 흔들고 있는 건가? 가주고 싶지만 지금은……. ……!? 왓……!? 갑자기 컨트롤이……!? 어떤 힘으로 지상으로 끌려가고 있어!? 떨어진다……!!


-


루틸: ……!! 아야……!


아이작: ………….


루틸: 앗! 죄, 죄송합니다! 받아주셔서. 다친 곳은…….


마을 주민: 큰일났어! 사람이 떨어졌어!


마을 주민: 마법사다! 빗자루에서 떨어졌어!


마을의 아이: 루틸 씨! 루틸 씨다!


루틸: 앗, 저기, 안녕하세요.


마을 주민: 아아! 루틸 씨잖아! 저번에 이 아이의 상처를 치료해주신 남쪽 마법사분!


마을 주민: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루틸 씨. 튼튼한 형씨 덕분이야! 엄청 힘 센 사람이야!


마을의 아이: 진짜 힘 세다! 나도 들어올려줘!


아이작: ………….


마을 주민: 이런, 너무 떠들어서 미안해. 이건 멋진 걸 보여준 답례야. 자, 받아줘.


아이작: ……술?


마을 주민: 그래. 오늘 밤은 즐겁게 보내!


마을의 아이: 큰 사람, 대단했어!


마을 주민: 대단했지! 너도 많이 먹고 크는 거다.


마을의 아이: 아하하하!


아이작: ………….


루틸: 앗……! 죄송합니다, 받아주셨는데 멍하게 있어서! 지금 바로 내려갈게요! 영차……. 다친 곳은 없으세요!? 어……? 혹시 낮에 만났던 피가로 선생님의 지인분…….


아이작: 그래. 아이작이야.


루틸: 아이작 씨…….


아이작: 루틸?


루틸: 네. 루틸 플로레스라고 합니다.


아이작: 다행이다. 불러세워서. 밤은 심심하니까. 미스라도 없는 것 같네. 내 말상대가 돼줘. 술도 받았고.


루틸: 미스라 씨……? 미스라 씨도 알고 있으세요?


아이작: 미스라는 누구나 알고 있어. 마법사라면.


루틸: 당신도 마법사……? 혹시 지상으로 끌어당긴 건 당신인가요?


아이작: 그래.


루틸: 그러셨군요. 놀랐어요. 미스라 씨도 억지스러운 면이 있지만, 그건 조금 위험했어요. 떨어질 뻔했어요.


아이작: ………….


루틸: 하지만 구해주신 것도 당신이었죠. 감사합니다, 아이작 씨. 피가로 선생님이랑 미스라 씨의 지인을 만나서 반갑네요.


아이작: 나도야. 맞다……. 이 술을 줄게. 얼른 마시자.


루틸: 으음…….


아이작: 이 거리 녀석들은 싫은 녀석들도 있는데 좋은 녀석들도 있어. 좋은 녀석들이 더 많아. 하하……. 뭐 좀 사자. 배가 고파.


루틸: 아……. 모처럼 권해주셨는데, 오늘 밤은 급한 용무가 있어서…….


아이작: ………….


루틸: 다음에 또 같이 술을 즐겨요. 미스라 씨나 피가로 선생님도 같이요.


아이작: 급한 용무?


루틸: 네.


아이작: 그건?


루틸: 피가로 선생님하고 제 동생이 아직 마법관에 돌아오지 않아서……. 찾고 있었어요.


아이작: 피가로가……. 그 피가로가 없는 건가.


루틸: 그, 렇죠…….


아이작: …………. 큰일이네. 그럼, 같이 찾아줄게.


루틸: 아니에요, 괜찮아요. 말을 잘못했네요. 갑자기 사라졌다는 건 아니고…….


아이작: 루틸.


루틸: 네.


아이작: 내 말에 따르는 게 좋아.


루틸: ………….


아이작: ……말투가 이상했어? 도와주고 싶어서…….


루틸: 아니요, 뭐랄까……. 미스라 씨랑 조금 닮았구나 싶어서. 악의가 없는 점도요.


아이작: 피가로가 있는 곳에 대해서 짐작 가는 게 있어. 건너편의……. 저쪽이야. 같이 가자.


루틸: 건너편? 변두리까지 가셨나…….


아이작: 루틸, 얼굴을 보여줘.


루틸: 얼굴? 우왓…….


아이작: ………….


루틸: 그……. 그렇게 얼굴을 잡아당기면 목이 늘어나버릴 것 같은데요…….


아이작: 생업은?


루틸: 생업? 직업 말인가요? 남쪽나라에서는 교사를 하고 있었어요.


아이작: 사람들을 가르치는 거?


루틸: 네…….


아이작: 행복했겠다.


루틸: 그……, 렇죠……. 행복했어요.


아이작: ………….


루틸: ……아이작 씨는, 아니었나요……?


아이작: 응?


루틸: 슬픈 눈을 하고 있으셔서…….


아이작: 이건 아니야. 기쁜 거야.


루틸: ………….


아이작: 가자.


루틸: 네……, 네.



7화. 달밤에 찾아가는 곳은

7cea9d75abd828a14e81d2b628f1776be86a603b

아서: …………. 오즈 님의 진짜 과거라……. 그걸 알아내서, 나는 어떻게 할까. 만약 잔인하고 끔찍한 일을 했다는 전설이 사실이라면 나는……. …………! 갑자기 창문이……. 바람 때문인가……?


오웬: 나야.


아서: 오웬!


오웬: 흥. 태평한 왕자님. 내가 자객이었다면 지금쯤 심장을 찔렀을 거야. 넌 죽었을걸.


아서: 걱정해줘서 고마워. 카인한테도 자주 들어. 확인하고 창문을 열라고…….


오웬: 그 자식 이름은 꺼내지 마!


아서: ……카인 말이야? 카인이랑 무슨 일 있었어?


오웬: 꺼내지 말라고 했잖아. ……아니, 카인 얘기를 하자. 실망시켜줄게, 왕자님.


아서: 실망? 내가?


오웬: 그래. 듣고 싶어?


아서: 으음……. 실망할 이야기면 듣고 싶지 않아.


오웬: 하? 들으라고.


아서: 실망할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지만, 카인한테 실망한다는 얘기라면, 나는 하지 않을 것 같아.


오웬: 그런데도 하는 거야. 비명을 지르면서 실신할지도. 화가 나서 검을 뽑을지도 몰라.


아서: 믿기 힘든걸. 하지만 수다를 할 거라면 차를 끓이자. 뭐가 좋아?


오웬: 진지하게 들어. 네 기사가 기사의 체면을 잃으려고 하고 있다고.


아서: 그의 명예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거야?


오웬: 위험이라면 위험인데. 말하자면 타락이야. 카인이 선택했어.


아서: 카인이 타락을 선택했어?


오웬: 그래. 의심되면 보러 오면 돼. 그 녀석은 서쪽나라의 욕망에 빠져서 나라와 너를 팔아먹으려 하고 있어. 그 모습을 보여줄게.


아서: …………. 필요 없어.


오웬: 왜? 진실을 아는 게 무섭나 보네.


아서: 카인을 믿고 있어. 카인한테 뭔가 생각이 있을 거야. 그가 나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거라면, 나는 보지 않을 거야. 그를 믿고 기다릴 뿐이야.


오웬: 잘난 척하긴……. 너는 구역질나는 위선자고 진실을 외면하는 겁쟁이야. 그렇게나 긍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가 너를 위해서 수치스러운 짓을 하고 타락하려 하고 있다고. 영혼보다 소중한 걸 팔려고 하는 거야. 가슴이 아프진 않아?


아서: 하? 당연히 아프지. 나를 위해서?


오웬: 그렇게 말했어.


아서: 나한텐 말 안 했어. 카인은 또 그러는 건가.


오웬: 그래! 열받지!


아서: 화가 나기보단, 슬퍼. 마음을 배신하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이라면 멈출 수 있을까? 그게 정말이라면 사정이 달라져. 지금이라면 멈출 수 있을까?


오웬: 글쎄. 왕자님이 멈추고 싶다고 하면 도와줄 수도 있는데.


아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 카인은 뭘 위해서, 뭘 하려고 하는 거야? 그가 고민하고 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멈추고 싶지만, 어떤 의도가 있다면 그의 의사를 존중하고 싶어.


오웬: 안 해도 돼. 너는 주군이잖아. 명령해서 따르게 하면 돼.


아서: 카인은 친구야. 억지로 따르고 싶지 않을 거야.


오웬: 이봐……. 왜 착한 척하는 거야. 그 녀석이 타락하면 싫잖아?


아서: 어째서 카인이 타락한다는 거야.


오웬: 내가 부추겼어. 여자를 끼고 도박을 즐기고 술에 빠지는 천한 녀석이 되도록.


아서: 그렇게 됐어?


오웬: 그렇게 됐어.


아서: 정말이야……? 마법을 건 것도 아니고?


오웬: 그래. 카인의 본성이었을지도 모르지.


아서: 그건 아니야, 오웬.


오웬: ………….


아서: 조금 전에 너는 나한테 진실을 외면하는 겁쟁이라고 했지만……. 나는 내가 보고 있는 것이야말로 진실이라고 확신해. 카인이든 오즈 님이든, 내가 아는 모습이 진짜 모습이라고.


오웬: 오즈는 왜 나오는 거야. 듣기 싫어, 그런 이름.


아서: ………….


오웬: 뭐야?


아서: 아니……. 그런가, 기억 못 하는 건가.


오웬: 하?


아서: 후후……. 나는 질투했어. 그런 다정하신 얼굴, 재회하고 나서는 별로 보여주지 않으셨으니까.


오웬: 무슨 소리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아서: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카인의 사정은 모르겠지만, 내가 가면 그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오웬은 어떻게 생각했어?


오웬: 몰라. 나는 괴롭히고 싶을 뿐이야.


아서: …………. 알겠어. 데리고 가줘. 네 쪽이 더 빨리 서쪽에 도착할 수 있겠지.


오웬: 뭐 그렇지. 꼭 가고 싶다고 하면 안 데려가줄 것도 없어.


아서: 꼭 가고 싶어. 내 기사의 중대사니까.


오웬: 흥…….


아서: 알려줘서 고마워.


오웬: …………. 너무 화내지 마.


아서: 응? 너한테?


오웬: 카인 말이야. 너한테 혼나면 기가 죽을 거야.


아서: 기죽지 않을 거야. 나한테 혼난다고 해도 카인은 하고 싶은 일을 할 거야.


오웬: 흐응……. 그럼 화 안 낼 거야?


아서: 화낼 거야. 나도 하고 싶은 일을 할 거야. 오웬은?


오웬: 내가 뭐?


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오웬: 당연하지. 나는 북쪽 마법사야.


아서: 그럼 다행이야.


오웬: …………. 탑까지 내 빗자루에 태워줄게. 이리 와.


아서: 알겠어. 고마워.


오웬: 떨어지지 마. 거꾸로 떨어져서 부서질 거야.


아서: 어린 시절부터 오즈 님의 빗자루에 탔어. 떨어질 리가 없어.


오웬: 건방지긴.


아서: 두근두근거리네. 같이 카인을 구하러 가자.


오웬: 같이 아니야. 네가 혼자서 멋대로 하는 거야.


아서: 오웬은?


오웬: 그걸 방해하는 거지.


아서: 뭔가 복잡하지만, 서로 최선을 다하자.


오웬: 입 다물어. 혀 깨물어버린다.


7cea9d72abd828a14e81d2b628f1776efd3fa836

리케: …………. 대체 여기는 어디일까요……. 오즈가 돌아오는 게 늦어서 신경이 쓰여서 찾으러 나왔는데, 이상하고 아름다운 장소에……. 정말 넓은 화단이네요. 누가 만들었을까. 미틸이나 루틸을 불러서 보여주고 싶네요. 꽃을 좋아하니까. …………? 방금 무슨 소리가……. 누구시죠?


???: 그건 내가 할 말이란다.


리케: 당신은……. 처음 보는 노인분이네요.


???: 그대도 처음 보는 소년이구나. 어디서부터 헤매고 있었느냐. 위병들에게 들키면 목이 날아갈 게다. 찾은 게 나라서 다행이구나.


리케: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 하하……. 이상한 아이구나. 뭐 됐다. 내 머리가 보여주는 환상일지도 모르지…….


리케: 환상이 아니에요.


???: 아무래도 좋아. 하아……. ……아름다운 화원이구나…….


리케: 저도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었어요.


???: 마음이 씻기는구나……. 가능하다면 태양 아래에서 다시 한 번 보고 싶었지만……. 이 세상에서 보는 마지막 풍경에 어울려…….


리케: ……이 세상에서 마지막……?


???: ……아니……. 잊어주렴…….


리케: …………? 어라……. 달을 올려다봐주시겠어요?


???: 왜지.


리케: 얼굴을 제대로 보고 싶어서요. 당신을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서…….


???: 하하……. 그렇겠지. 지폐나 동전에서…….


리케: 아뇨, 그게 아니라……. 앗, 생각났어요. 서쪽나라의 천공이궁이라는 곳에 살고 계신 안토니오 님이에요. 초상화를 받았을 때 무르가 보여줬어요.


???: 안토니오라……. 안토니오에게는 악의 칼날이 미치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모두에게 받들어지면서, 나는 내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어. ……그럴 수 없었어.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무서운 일이 일어날 줄은…….


리케: ……괜찮으세요? 달빛 때문만이 아니라, 안색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 괜찮다……. 전부 늦었어…….


리케: 고민이 있으시다면 털어놓아주세요. 저는 신의 사도이자 현자의 마법사. 리케 오르티스라고 합니다.


???: ……현자의 마법사…….


리케: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도 각지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이변을 해결해왔습니다. 꼭 상담해주세요.


???: ……윽, 혀……, 현자님께, 부디 전해주십시오……. 나를……, 이 나라를 구해주……. ……, 윽……, 으윽……!


리케: 왜 그러세요!? 머리가 아프세요!?


???: ……, 윽……. …………. 나는 여기서 대체 뭘…….


리케: 괜찮으세요?


???: 그대, 본 적 없는 얼굴이구나. 위병들에게 들키면 목이 날아갈 게다. 어서 가렴.


리케: 하지만…….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1

고정닉 3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0 설문 경제관념 부족해서 돈 막 쓸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13 - -
7733 공지 드림충 안받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7 4313 183
5870 공지 황국신민갤러리입니다 [1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5.01 4400 99
8439 공지 스토리 ㅂㅇ 모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12 38941 16
8391 공지 신고불판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07 864 0
11407 일반 갤 좆망했노 [4] ㅇㅇ(118.235) 04.17 409 4
11405 일반 메인스 1부 2부 다 봤더니 뽕차노 우어엉 [1] 마갤러(58.230) 23.12.17 490 1
11403 일반 드디어 오늘 후편 볼 수 있겠노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02 410 1
11402 일반 돚거 미틸 생카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01 424 5
11400 일반 4주년 오메데토 [2] ㅇㅇ(118.235) 23.11.26 646 10
11398 일반 주년스 놈 기대된다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14 533 1
11397 일반 본인 일러랑 스토리 번역 몇 개만 깔짝댄 늒네인데 [2] 마갤러(14.52) 23.11.12 713 1
11396 일반 좆니화 윽어엉!!!!!!!! [16] ㅇㅇ(118.235) 23.11.12 1077 14
11395 일반 즉넨스 멘스작 윽어엉!! [3] ㅇㅇ(118.235) 23.11.12 353 0
11393 일반 왜 중앙만 찢겼노? [1] ㅇㅇ(59.15) 23.11.07 613 0
11392 일반 중머발표 궁금하노 [6] ㅇㅇ(118.235) 23.11.06 428 0
11391 일반 클로에쟝 생카는 매년 레전드노 [4] ㅇㅇ(121.171) 23.10.29 556 0
11390 일반 좆리 좆기 더 못까게 중성화 수술 못함? [2] ㅇㅇ(211.234) 23.10.28 394 0
11387 일반 카어엉 [2] ㅇㅇ(59.15) 23.10.22 274 0
11385 일반 섬냐들 재판늑이 뽑은거 보는데 웃겨 [3] ㅇㅇ(118.235) 23.10.14 607 0
11384 일반 스알인줄 알았는데 [2] ㅇㅇ(118.235) 23.10.10 363 0
11382 일반 늑이 재판하노 [2] ㅇㅇ(118.235) 23.09.29 342 0
11380 일반 최근에 적자 기사 떴었노 [5] ㅇㅇ(118.235) 23.09.24 796 0
11379 일반 산리오 늑이 나왔노 [4] ㅇㅇ(39.7) 23.09.21 535 1
11378 번역 멘스 2부 22장 11화 [2] ㅇㅇ(175.200) 23.09.07 1150 25
11377 번역 멘스 2부 22장 10화 [1] ㅇㅇ(175.200) 23.09.07 721 17
11376 번역 멘스 2부 22장 8~9화 [1] ㅇㅇ(175.200) 23.09.07 706 16
11375 번역 멘스 2부 22장 7화 [1] ㅇㅇ(175.200) 23.09.07 625 13
11374 번역 멘스 2부 22장 6화 [1] ㅇㅇ(175.200) 23.09.07 543 14
11373 번역 멘스 2부 22장 4~5화 [1] ㅇㅇ(175.200) 23.09.07 521 14
11372 번역 멘스 2부 22장 1~3화 ㅇㅇ(175.200) 23.09.07 640 13
11371 번역 멘스 2부 21장 9~10화 [2] ㅇㅇ(175.200) 23.09.07 675 17
11370 번역 멘스 2부 21장 7~9화 ㅇㅇ(175.200) 23.09.07 723 16
11369 번역 멘스 2부 21장 4~6화 [1] ㅇㅇ(175.200) 23.09.07 567 14
11368 번역 멘스 2부 21장 1~3화 ㅇㅇ(175.200) 23.09.07 763 16
11367 일반 좆리샵 흑기 [4] ㅇㅇ(111.83) 23.09.04 547 15
11366 일반 뭘 잘못건드린거노 [2] ㅇㅇ(111.82) 23.09.01 455 0
11365 일반 예고영상 코왓 ㅇㅇ(39.7) 23.08.29 340 0
11364 일반 21장이 2부 완결이군아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28 392 0
11363 번역 멘스 2부 20장 9~10화 [2] ㅇㅇ(175.200) 23.08.20 1035 18
11362 번역 멘스 2부 20장 7~8화 [2] ㅇㅇ(175.200) 23.08.20 913 17
11361 번역 멘스 2부 20장 5~6화 ㅇㅇ(175.200) 23.08.20 610 13
11360 번역 멘스 2부 20장 3~4화 ㅇㅇ(175.200) 23.08.20 577 15
11359 번역 멘스 2부 20장 1~2화 [1] ㅇㅇ(175.200) 23.08.20 791 14
11358 일반 갱신분 약ㅅㅍ [1] ㅇㅇ(112.166) 23.08.03 464 0
11357 일반 갱신분 뜨기 전에 또 복습했는데 놈딱 재미있노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02 349 1
11356 번역 멘스 2부 19장 7~10화 ㅇㅇ(175.200) 23.07.30 886 18
11355 번역 멘스 2부 19장 4~7화 ㅇㅇ(175.200) 23.07.29 688 13
11354 번역 멘스 2부 19장 1~3화 ㅇㅇ(175.200) 23.07.29 684 11
11353 번역 멘스 2부 18장 7~10화 ㅇㅇ(175.200) 23.07.29 574 12
11352 번역 멘스 2부 18장 4~6화 ㅇㅇ(175.200) 23.07.29 526 15
11351 번역 멘스 2부 18장 1~3화 ㅇㅇ(175.200) 23.07.29 631 12
11350 번역 멘스 2부 17장 7~10화 ㅇㅇ(175.200) 23.07.29 610 13
번역 멘스 2부 17장 4~7화 ㅇㅇ(175.200) 23.07.29 782 11
11348 번역 멘스 2부 17장 1~3화 [1] ㅇㅇ(175.200) 23.07.29 779 1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