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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멘스 2부 21장 4~6화

ㅇㅇ(175.200) 2023.09.07 03:32:29
조회 550 추천 14 댓글 1
														

4화. 그 장소로 돌아가고 싶어


아키라: (라스티카…….)


무언가에 지독하게 상처받고 슬픔에 마음이 부서져가고 있어도, 그는 아직……. 비에 젖은 사람에게 상냥함과 치유를 준다.


아키라: (그래……. 라스티카가 가르쳐줬어. 악단에는 지휘자가 필요하다. 지휘자가 있으면, 제각각의 악기들이라도 하나의 멋진 곡을 연주할 수 있다. 귀찮고 성가시고, 지겹고 불안하고 곤란한 때일수록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그것을 지휘하는 힘도…….)


어느새, 모두 탑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불온한 은빛 구름 아래, 햇빛을 대신해 부드럽게 쏟아지는 보이지 않는 음악을 올려다보고 있다.


아키라: ……라스티카는 항상, 어떤 것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했어요. 멋지네, 하고. 그러니까, 지금 이 우울하고 최악의 때에도 어딘가에 멋진 건 있다고 생각해요.


샤일록: 현자님…….


아키라: 예를 들면……. 여기에 있는 여러분이 자연스럽게 여기에 모여준 것.


브래들리: ………….


아키라: 각자 침묵하고 가만히 있거나, 각자 해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피가로: ………….


아키라: 여기에……. 저와 동료들이 있는 곳에 와준 것……. 멋지다고 생각해요……. 기뻐요.


파우스트: ……그럴지도 모르겠네.


아키라: 여기에 없는 분들도, 분명 동료를 생각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카인: 나도 그렇게 생각해. <거대한 재앙>과의 싸움이 끝난 후 미스라나 오웬은 바로 사라졌어. 오즈도 사라져버렸어. ……하지만, 지금은 여기에 있어.


네로: 그러네……. 어째서인지 여기에 있어.


샤일록: 후후……. 새롭게 발견한 기묘하고 멋진 것. 그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웃었다. 그 순간 클로에가 이름을 불렀다.


클로에: 현자님!


무르: 안녕.


뒤를 돌아보자 내 겉옷을 들고 클로에가 달려왔다. 어느새 우울한 여우비도 부드러운 선율도 그쳐 있다. 푸른 하늘에는 무지개가 펼쳐지고 힘찬 햇빛이 빛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큰 바람이 불어 클로에가 안은 내 상의가 공기를 머금고 부푼다. 눈물 자국이 있는 클로에의 눈동자는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클로에: 현자님, 꿰매놨어. 이 덧댄 천 안에 무르의 영혼조각이 들어있어.


그것은 와펜 같았다. 다양한 형태의 수목잎과 꽃으로 된 문장 같다. 클로에는 웃으며 무르의 영혼조각을 돌아보았다.


클로에: 이 무르가 리퀘스트했어. 식물을 좋아하니까 나뭇잎이랑 꽃무늬가 좋대.


여기에도 연구와 상냥함이 있다. 영혼조각의 무르는 만족스러운 듯 인사해보였다.


무르: 그는 정말 취미가 좋아. 나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연구에 감사를. 멋진 와펜 감사합니다. 그럼, 현자님.


반짝이는 무지개를 올려다보며 무르가 모자챙을 들어올렸다.


무르: 서쪽나라는 욕망의 나라입니다. 흥미나 호기심, 애착이나 흥분이 미로처럼 사람을 현혹시키죠. 이미 마음에 자신만의 욕망의 불을 밝히고 있는 자라면 동지들이 모이는 즐거운 거리입니다만……. 공허한 마음으로 이 거리를 헤매면 순식간에 사방에서 손이 뻗어나와 당신의 마음에 불을 붙일 거예요. 그게 멋진 만남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과 외로움을 이용한 속임수의 불꽃일 때도 있죠. 그렇게 되면 비극이에요. 당신은 바라지도 않았던 불꽃을 따라 계속해서 춤을 추게 될 거예요. 저쪽 불을 켜고 오른쪽으로 꺾고, 이쪽 불을 붙이고 왼쪽으로 꺾고. 곧, 마음은 불태워지고……. 재가 되어 버릴 거예요. 이게 무서운 서쪽나라의 욕망의 정체입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욕망은 근사한 것. 진화와 발전을 촉진하고 인생을 풍요롭게 하죠. 중요한 것은 당신이 당신의 욕망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욕망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나라의 권력자들은 사람들을 욕망의 노예로 만들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건 대체 왜일까요? 제가 고문이었을 때 조언을 했으니까요. 그 문헌이 남아있는 거겠죠.


피가로: 제대로 된 일을 안 하는구만…….


무르: 서쪽의 권력자들은 덫을 놓을 겁니다. 당신이 목격하게 하고 접촉하게 해서, 없었던 욕망을 낳을 거예요. 혹은, 불안이나 공포를 속삭일 거예요. 불안을 떨치기 위해서 저걸 갖추면 안심이라고. 이것도 없었던 욕망입니다. 당신이 정말 가지고 싶었던 것은, 이런 식으로 기술(奇術)처럼 바꿔치기당할 거예요.


무르의 조각은 무섭게 눈을 가늘게 떴다. 나도 어렴풋이 차가운 불안을 느낀다. 내 마음속에 있는 욕망이 정말 나의 욕망인가. 누군가에 의해 심어진 것인가. 어느새 미로에 빠져들어 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린다면 무섭다. 하지만 곧바로 무르는 밝게 웃었다.


무르: 하지만 기술은 기술. 속임수는 언젠가 사라질 거예요. 기술이란 곧 연출입니다.


아키라: 연출?


하늘에 호를 그리는 일곱 빛깔의 무지개 아래에서 영혼조각의 무르는 미소지었다.


무르: 맞아요. 연출입니다. 감옥에 갇힌 것도 아닌데 출구가 막혀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문제가 복잡하게 겹쳐서 늪의 밑바닥에서 수초나 해조에 얽혀있는 것 같다고.


생각을 알아맞혀서, 나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아키라: 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무르는 내 얼굴 앞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무르: 그거예요.


브래들리: ……저 녀석, 너무 건방진 거 아니냐?


샤일록: 본인에 비하면 그나마 나아요.


무르: 유리조각을 보석으로 보이게 하는 등불. 밤의 어둠을 공포로 만드는 섬뜩한 소리. 연출이란 사소한 것, 혹은 아무 것도 없는 허무를 의도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중대하고 거대한 것을 작고 눈에 띄지 않게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왜 연출이 필요할까요? 연출하는 측이 원하는 실체가 거기에 없기 때문입니다.


피가로: 실체가 거기에 없다……?


무르: 네. 서쪽나라에는 북쪽과 같은 강인함, 동쪽과 같은 기술, 남쪽과 같은 단결, 중앙과 같은 진실함은 없습니다. 즉, 현자님, 당신의 생각대로예요. 감옥에 갇힌 건 아니에요. 당신이나 현자의 마법사의 자유를 빼앗을 힘은 서쪽나라나 새 여왕에게는 없습니다. 자유를 빼앗아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겉치레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문제를 까다롭게 겹겹이 쌓아서. 유혹이나 착각. 트릭이나 어지러움. 열정과 욕망을 사랑하는 서쪽나라가 잘하는 건 이겁니다.


무르의 조각은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았다.


무르: 연출을 벗겨나가면, 여왕폐하의 진짜 의도를 알 수 있을 겁니다. 공격을 가한다는 건 속내를 보여주는 것과 같은 것. 머지 않아 진의가 보일 겁니다. 지금도 이미 보이고 있어요. 대관식에서 당신을 돋보이게 하면서 당신과의 대화는 나누지 않는다. 무르와 샤일록은 토벌한다. 라스티카는 탑 안으로. 오즈나 미스라는 방치하고 있다. 멀리해도 되는 인물과 수중에 두고 싶은 인물이 있습니다. 두려워해야 할 인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브래들리: 확실히. 나라면 흉계를 꾸밀 때 오즈랑 미스라를 어딘가로 내쫓을 텐데.


샤일록: 저에 대한 의뢰는 저를 내쫓기 위해서?


무르: 맞아. 지목해서 의뢰하고 싶은 것치고는 너한테 접촉을 시도하려 하지 않아. 너는 서쪽나라의 현자의 마법사고,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입장이야. 내가 젊은 여왕이라면 너를 중용할 거야. 현자의 마법사와 함께 서쪽나라를 부흥시키고 싶다고 진심으로 원한다면 말이지. 새 여왕이 뭘 감추기 위해서, 뭘 눈에 띄게 하고 있는지, 기술의 트릭을 밝히러 가죠. 걱정할 것 없습니다. 이곳에는 궁정음모도 벼락출세도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으니까요.


짐작가는 사람들이 저마다 그럴 듯한 반응을 보였다. 가슴을 젖히거나, 모르는 체하거나.

말은 신기하다. 아까부터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무언가가 달라지는 느낌이 든다. 조금 전까지 어깨를 떨구고 있었는데, 설레는 쇼의 시작을 보는 듯한. 비가 그친 뒤의 공기가 맑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 미소지었다.


아키라: 감사합니다, 다들……. <거대한 재앙>으로부터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노바를 붙잡고……. 라스티카가 건강해지고, 중앙의 마법관으로 돌아가도록 해요. 서쪽의 마법관도 마음에 들지만, 가끔 오는 별장 정도면 돼요. 여러분과 처음 만났던 그 장소로 돌아가고 싶어요. 힘을 빌려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샤일록: 물론이죠, 현자님.


브래들리: 좋아. 네놈의 어리광, 들어주지.


다들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곳에 없는 마법사들도 분명 똑같이 응답해주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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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헤어진 후에 클로에가 내 방을 찾았다. 라스티카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있다며.


클로에: ……다른 사람들한테 퍼뜨릴 만한 얘기가 아니라서 샤일록한테도 무르한테도 말 안 했어. 라스티카가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현자님한테도 이야기해도 좋을지 망설였을 거야……. 하지만, 라스티카를 구할 힌트가 될지도 모르니까……. 현자님이 들어줬으면 좋겠어. 왕립 식물원에서 만난 켈빈이 가르쳐준 라스티카의 이야기…….


아키라: 라스티카의……. 부탁드려요, 들려주세요.


클로에는 시간을 들여 나에게 털어놓았다. 라스티카의 출생. 서쪽나라와 페르치 가의 역사. 아리아와 자라, 두 왕녀에 대한 것. 자라가 아리아를 작은 새로 만들고, 라스티카가 그의 신부 아리아를 죽여버린 것.


아키라: ……믿을 수가 없어요. 그 라스티카가 그런 짓을 하다니…….


클로에: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분명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야. 신부님도 옛날 일도 잊어버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괴로운 일…….


클로에는 슬픔을 띄우며 어색하게 웃었다.


클로에: 있잖아, 현자님. 나는 말이야. 라스티카한테 잊혀지는 게 싫었어. 어떻게 돼도 상관 없는 사람 같아서 슬펐어……. 그래서 기억해주기를 바랐어. 그런데, 지금은 어느 쪽이어도 상관 없어. 라스티카가 원래대로 돌아온다면, 그런 건 상관 없어……. 있잖아, 현자님……. 깃털이 된 라스티카를 봤지? 그런 거, 너무 가혹하지. 마음이 상처받아서 마력을 제어할 수 없는 거라고 샤일록은 알려줬어. 그런 건 너무해……. 슬플 때는 우는 건데. 웃으면서 깃털이 되다니…….


떨리는 입술을 꽉 다물며 클로에는 심호흡을 했다. 양손으로 두 무릎을 움켜쥐며 창밖을 바라본다. 높은 탑을 올려다보는 눈빛은 결코 연약한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에 대해 분노를 참고 있다.


클로에: 태양과 달에게 사랑받은 사람이라고 불렸대……. ……대단하지. 하지만……. 라스티카가 얼마나 부자라고 해도, 얼마나 모두에게 사랑받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해도……. 슬플 때는 슬플 거야……. 슬플 때는 울기도 하는 거잖아? 그런데도 깃털이 되어서 무너져도 라스티카는 웃고 있어……. 분명,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거야. 슬픔이나 불행을 가르치지 않은 채 라스티카한테 행복밖에 주지 않았어. 그래서 라스티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거야…….


클로에는 약하게 뺨을 일그러뜨렸다. 보라색 눈동자를 부드럽게 적시며 눈물을 참고 있다. 강해지려 하며 등을 펴고 있었다.


클로에: ……라스티카는 나한테 행복한 걸 많이 가르쳐줬어. 이번에는 내가 가르쳐줄 차례야. 내가 라스티카한테 가르쳐줄 거야. 슬픔이나 불행을.


클로에는 눈동자를 내리깔았다. 서글픈 눈꺼풀에 그림자를 얹고 작게 웃는다. 그 표정은 애처로워 보이기도 하고, 세상물정에 익숙해진, 많은 고생을 겪어온 사람의 자조로 보이기도 했다.


클로에: 이런 걸 가르쳐준다니……. 라스티카가 미워할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잃는 것보다 나아. 라스티카가 놀라지 않도록, 잘 울 수 있게 되도록, 조금씩……. 슬픔을 가르쳐갈 거야. 괜찮아……. 라스티카는 어떤 옷이든 어울리니까. 슬픔도 불행도, 다 소화해내줄 거야.


클로에의 고백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해결의 실마리처럼 보이기도 비극의 시작처럼 보이기도 한다. 클로에처럼 다정한 아이가 소중한 사람에게 슬픔을 가르친다니. 하지만, 잔혹한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그의 눈동자는 애정으로 가득차있다.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품고 있었다.



5화. 사랑스러운 그 사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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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티카: ………….


멍하게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선잠을 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창문 틈으로 파고든 바람이 기분 좋게 피부를 쓰다듬어간다. 아름다운 석양의 빛은 보이는 모든 세상을 물들여 설탕을 뿌린 과자처럼 되어 있다. 이제 곧 하루가 끝난다. 해질녘이 아쉽기도 하지만 오늘은 정말 멋진 날이었다. 내일도 멋진 하루가 되겠지.

나는 문 소리가 나서 돌아보았다.


클로에: ……라스티카…….


라스티카: 안녕.


나는 대답했다. 이름을 부르지 않은 것은 바로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누구일까. 떠올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그 아이는 곤란한 듯 시선을 헤맸다. 쓸쓸하게 미소짓는다.


클로에: 저기……. 홍차를 가지고 왔어.


라스티카: 그런 것 같았어요. 좋은 향이 나네요.


클로에: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


그 아이는 웃으며 티포트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살짝 기울인다. 호박색 액체가 가늘게 늘어지며 컵에 떨어졌다. 하얀 김 너머로 그 아이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새벽의 색이다. 제비꽃색 눈동자.


클로에: ……앗…….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 아이는 숨을 삼켰다. 손이 미끄러져 액체가 컵받침에 떨어진다. 흰 접시가 조금 더러워져서, 그 아이는 굉장히 슬퍼 보였다. 세상의 끝을 맞이한 것처럼 고개를 떨구고 있다.


클로에: 미안해……. 평소에는 더 잘…….


나는 뜨거운 비말이 높이 튀었던 게 신경쓰였다.


라스티카: 화상은 입지 않으셨나요?


클로에: 응?


라스티카: 실례. 보여주시겠어요?


그 아이의 손가락을 만진다. 보라색 눈동자를 크게 뜨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클로에: ………….


나는 마법을 걸어 뜨거운 비말이 튄 손가락을 치료했다. 숨쉬는 것을 잊은 그 아이에게 웃어보인다.


라스티카: 이제 괜찮아요. 숨을 쉬세요.


클로에: ………….


그 아이는 깨달은 듯 숨을 쉬었다. 나도 잘 잊어버리는 편이지만, 숨을 쉬는 것을 잊어버리는 아이는 신기하다.


라스티카: 홍차를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클로에: 아……, 아니야.


라스티카: 아름다운 석양이네요.


클로에: 그……러네.


그 아이와 함께 석양을 바라보았다. 석양은 타오르듯 붉게 변해서, 느릿하게 구름을 태우고 있다. 음악이 들려올 것 같은 풍경이다. 편안함으로 감싸인 세상이 장밋빛으로 타오른다. 문득 옆을 바라보면 그 아이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클로에: ………….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숨을 죽이고 뺨을 적시며. 나는 놀라서, 웃어보였다.


라스티카: 왜 그러니?


그 아이는 입가를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입을 다문 채 애처롭게 고개를 젓는다. 투명한 눈물이 끊어지며 떨어지다, 비오듯 쏟아진다. 나는 난처해져서 눈물이라도 닦아주려 했다. 그 아이의 뺨에 손을 뻗는다.


클로에: …………!


보라색 눈동자를 크게 뜨며 그 아이는 강하게 나를 밀쳐냈다. 나는 아마 엉덩방아를 찧었다. 통증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깃털이 방 천장을 날고 있다.


클로에: 라스티카……, 라스티카……!


그 아이는 무릎을 꿇고 긁어모으듯 나를 끌어안았다. 나도 그 아이의 등에 팔을 두른다. 누군가의 등 위에서 흰 깃털이 음악가의 손가락이 된다. 이 아이는 누구일까? 클로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클로에가 아니다.


클로에: ……, 라스티카 님…….


라스티카: 너는 누구야?


살짝 귓가에 속삭였다. 그 아이는 다시 숨쉬는 것을 잊었다. 잊은 채, 밤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


클로에: 하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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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 ……하……. …………. ……라스티카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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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자라, 어땠어? 라스티카 님 어땠어? 네 감상이 듣고 싶어.


자라: 정말 멋진 분이야, 아리아. 정말 멋진 시간이었어.


아리아: 아아, 다행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자라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옛날부터 자라의 의견을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어. 보석을 고를 때에도 옷을 고를 때에도.


자라: 우리는 취향이 비슷하니까. 좋아하는 게 같은 거야.


아리아: 그렇지. 다행이다……. 라스티카 님은 정말 좋지만, 자라가 반대하면 다시 생각해보려고 했어.


자라: 불안해지는 건 당연해. 그야, 신부가 되는 거니까.


아리아: 아직 상상이 안 돼……. 공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꽉 차.


자라: 괜찮아. 아리아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행복한 신부가 될 거야.


아리아: 후후……. 라스티카 님도 똑같이 말씀해주셨어.


자라: 그래, 나……. 라스티카 님은 나에 대해서 뭔가 말했니……?


아리아: 부드러운 햇살이 어울리는 아름다운 분이래. 언젠가 같이 외출하자고 했어.


자라: ………….


아리아: 나, 자라의 자랑을 잔뜩 해버렸어! 정말 즐거웠어.


자라: 그렇구나……. 다행이야……. 그것만으로 충분해. 행복하렴, 아리아.


아리아: 고마워, 자라.


-


아리아: ……, 자라, 자라……!


자라: 왜 그래, 아리아!? 우는 거야!?


아리아: ……라스티카 님이…….


자라: 그……, 그분께 무슨 일이……!?


아리아: 아니야! 호숫가를 걷고 있었는데, 가만히 바라보더니……. 라스티카 님이 안아줬어. ……심장이 부서지는 줄 알았어……. 아직 꿈 속에 있는 것 같아…….


자라: ………….


자라: (좋겠다……. 부러워……. 원래라면, 내 남편이 될 분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마법사라서……. 아니야……. 라스티카 님은 마법사여도 숨어 계시지 않아. 라스티카 님은 허락되고 나는 허락되지 않을 리가 없어……. 사실은 마법사여도 숨어 있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어.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아버지가 알려주시면, 라스티카 님과의 약혼은 나……. ……아니야. 그건 불가능해. 국왕이 국민에게 비밀을 만들었다고 이제 와서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어……. 말할 수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였다면 나는 처음부터 여기에 있지 않았겠지…….)


아리아: 자라. 그래서 있지, 들어줄래?


자라: ……미안해. 몸이 좀 안 좋아.


아리아: 자라?


자라: 돌아가줘.


아리아: 자라…….


자라: 빨리 나가줘!


-


자라: ……, ……윽……. 으윽……, 흑……. ……아아, 어째서……. 사람을 미워하지 않으려고 해왔는데…….


-


자라: ……아리아……. 이 방에 오지 않게 됐어……. 저번 일, 신경쓰고 있을 거야……. 다음에 만나면 사과해야겠어…….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아리아는 겁이 많으니까, 마음에 두고 있겠지……. ……아……. 아리아의 웃음소리……?


자라: ……라스티카 님이랑 아리아가 정원을 걷고 있어……. 아름다운 광경이야……. 온 세상에게 축복받을 거야. 행복한 신부와 신랑……. ……좋겠다……. 어째서, 나는 아닌 거야……?


-


아리아: 자라……. 나, 정말……. ……정말 미안해…….


자라: ………….


아리아: 프란체스카한테 듣기 전까지 자라의 기분을 조금도 모르고 있었어……. 내가 무신경했어……. ……정말 미안해…….


자라: ……왜 사과하는 거야, 아리아. 너한테 잘못 같은 거 없어.


아리아: 그치만…….


자라: 프란체스카가 뭘 안다고 그러니? 소문을 좋아하는 시골 아이일 뿐이야. 네가 정말 좋아, 아리아.


아리아: ………….


자라: 왜 그러니? 내가 무슨 화가 났다고?


아리아: ……자라도, 누군가와……. 가능하면 나보다 먼저 혼약하고 싶은 거 아닐까 하고…….


자라: …………. 그렇다면?


아리아: ………….


자라: 그렇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아리아: 아……, 아버지를 설득할 거야! 자라한테도 멋진 약혼자를 찾아주시도록.


자라: 하하…….


아리아: 결혼식도 양보할게! 자라가 언니니까. 사양하지 말고 먼저 예식을 해줘…….


자라: ……아아, 마음씨 착한 아리아……. 귀여운 내 쌍둥이 동생. 너는 그 상냥함으로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걸 옛날부터 정말로 잘하는 것 같아.


아리아: 자라…….


자라: 양보하겠다고 해줘서 고마워. 그렇지만,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 네가 가진 권리는 본래라면 내 거였다는 거. 모든 걸 양보받고 있었던 건 네 쪽이라고!


아리아: …………!


-


자라: 아하하……. 무섭구나. 내가 무서운 거구나. 정말 좋아한다고 했는데. ……거짓말쟁이. 정말 싫어. 됐어……. 저주해줄 거야. 나는 마녀니까. 후후……. ……, 저주하는 방법도 모르겠어……. 마법사 친구도 없는걸. 당신들 말을 듣고 이런 곳에서 계속 있었으니까, 나한테는 아무도 없어……. ……, 윽……. 흑……. ……으윽……. 라스티카 님……. 햇살이 어울린다고 해주신 당신이 데리러 올 날을 꿈꾸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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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이제 됐어……. 바보 같은 건 나야. 나를 무리에 넣어주지 않는 사람들의 룰을 지키고 있었다니. 앞으로는 내가 룰을 정하겠어……. 저주의 말도 저주의 의식도 내가 정하고, 내 손으로 저주해줄 거야. 나는 이제 서쪽나라의 왕녀도, 갇혀 있던 불쌍한 딸도 아니야.


자라: 서쪽의 마녀 자라! 그게 내 이름이다! 아리아, 라스티카. 너희들의 사랑을 찢고, 이 나라를 빼앗아주겠어. 아리아. 너를 저주로 작은 새로 만들어줄게. 연인도 가족도 잊고 먼 하늘로 날아가버려! 누군가에게 붙잡혀서 나처럼 새장 속의 새가 되어서 살아가면 돼. 양보해줄게! ……라스티카가 아리아를 찾아내버릴지도 모르지만……. 아리아만 무구한 딸 행세를 하게 두진 않을 거야. 너는 나. 나는 너. 나보다도 더 추악한 감정이 있을 거야. 만약 저주가 풀렸을 때, 한 줌이라도 나를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흉포한 괴물이 되어서 날뛰도록 해. 사랑스러운 연인 앞에서.



6화. 드디어 찾은 나의 신부


켈빈: 모르는 마법사의 저주로 작은 새가 된 왕녀님을 찾는다고요!? 무리예요,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어요!


라스티카: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아리아는 내 신부가 될 거야. 어서 찾아줘야지. 그녀는 겁이 많으니까.


켈빈: 무리라니까요! 당신 같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은 내일 모레면 객사할 거라고요! 어? 가죽 봉투는요? 잔뜩 금화가 들어있었던…….


라스티카: 곤란해하는 사람이 있어서 빌려줬어. 내일이면 돌려주겠대.


켈빈: 돌려줄 리가 없잖아요!? 바보! 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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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티카: 드디어 찾았어, 내 신부…….


켈빈: ……, 흑……. 믿을 수가 없어……. 정말 찾을 수 있을 줄은……. 축하드려요, 라스티카 님! 지금이라면 사랑의 힘을 믿을 수 있겠어요.


라스티카: 고마워, 켈빈.


서쪽나라 마을 사람: 어떤 고귀한 분이 작은 새가 된 신부를 찾으러 여기까지 여행오셨대.


서쪽나라 마을의 아이: 언니, 저 작은 새가 신부님이야?


서쪽나라 마을의 아이: 모르겠어……. 마법으로 인간으로 변하는 걸 볼 수 있을까?


켈빈: 자, 신부를 새장에 넣죠. 그러면 마법이 풀린다고 알려줬잖아요? 페르치 가문이 신뢰하는 마녀가.


라스티카: 응. 이리 와, 아리아. 너의 가족이 기다리는 궁전으로 돌아가자. 너의 저주를 풀어줄게. 자, 이 새장 속으로 들어가줘.


라스티카: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아리아: ……, ……아……. ……라스티카…….


라스티카: 아리아! 꼭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아리아: ……, ……라스…….


라스티카: ……아리아……?


켈빈: ……상태가 이상해……. 라스티카 님…….


서쪽나라 마을 사람: 저기 봐! 아가씨가 괴물로……! 덮쳐온다! 도망쳐……!


서쪽나라 마을 사람: 꺄아아악……!


서쪽나라 마을 사람: 와아아아……!


라스티카: 아리아! 나야, 아리아……!


서쪽나라 마을 사람: 꺄악……!


서쪽나라 마을의 아이: 아파……, 살려줘 언니……. 살려줘……!


라스티카: 아……. …………! 《ア……》《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


라스티카: ………….


나는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긴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다. 꿈에서 본 것을 생각해내려 하자 눈꺼풀이 무거워서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 솜이 꽉 찬 것 같다. 푹신푹신하고 부드럽지만, 물에 젖으면 무거워진다. 흰 깃털이 하늘을 날고 있다. 새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언제나 모습을 볼 수 없다. 모래시계처럼 시간의 흔적이 떨어져갈 뿐이다. 굉장히 아름답지만.


-


질: 여왕폐하의 침소로 찾아뵙겠다. 이 앞은 혼자 가도 된다.


장교: 네?


질: 뭐지?


장교: 아니……. 알겠습니다.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질: 그래. …………. 앗, 그런가. 지금은 미혼의 여성이지. 경솔하게 침소를 방문하면 엉뚱한 소문이 나버리겠군. 대책을 생각해야겠어……. 이전에는 편리했지. 자라 님은 싫어하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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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실례합니다.


그림 속의 라스티카: 안녕, 질.


그림 속의 라스티카: 안녕, 질.


그림 속의 라스티카: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질: 바빴어. 너희들의 실물을 만났어. 자라 님은 어디 있지?


그림 속의 라스티카: 침대에 엎드려있어.


그림 속의 라스티카: 어디 다녀오고 나서 기운이 없는 것 같아.


그림 속의 라스티카: 위로해줘.


질: 무리도 아니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관식을 치렀어. 그 후에도 계속 알현했지. 오랫동안 왕궁의 숨은 방에 숨어있으면서 사람을 만나오지 않았는데. 돌아가신 국왕폐하와도 거의 얘기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말동무는 너희 정도라고.


그림 속의 라스티카: 너도 있잖아, 질.


그림 속의 라스티카: 자라는 너와 하는 대화를 좋아해.


그림 속의 라스티카: 하지만 가끔 너는 말을 강하게 하니까 조심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질: 조심하도록 하지. 흠, 침대에 엎드려있는 건가……. 혼자 있고 싶을 수도 있어. 나도 읽고 싶은 책이 있으니 오늘 밤은 돌아가는 게 좋겠군.


그림 속의 라스티카: 위로해줘.


그림 속의 라스티카: 위로해주는 게 좋을 거야.


그림 속의 라스티카: 상냥하게 위로해줘.


질: ………….


질: 자라 님. 질입니다. 기분은 어떠십니까?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는 하셨습니까?


자라: ……했어.


질: 호오, 그거 다행입니다. 어떤 대화를 나누셨나요?


자라: …………. ……이야기할 건 없어. 뭔가가 진행되는 일따위, 결코 없을 거야. 모든 건 끝난 일이야.


질: 하지만, 그림자 속에 숨어들어 그의 일상생활을 지키고 있으셨죠. 은행에 생활비를 마련하고, 음악가로서의 일을 매번 주고, 그가 비밀을 건드릴 것 같을 때는……. 비밀을 누설하는 상대를 말살했어요.


자라: ………….


질: 마치 그는 보드게임의 말이고, 당신은 그를 걷게 하기 위한 판의 지배자죠. 서쪽나라의 진정한 여왕, 자라 님. 당신의 사랑 이야기는 굉장히 재미있어요.


자라: 사랑이 아니야.


질: 사랑이 아니더라도.


그림 속의 라스티카: 이건 자라의 속죄야.


그림 속의 라스티카: 자라는 상냥한 사람이니까.


그림 속의 라스티카: 아리아에 대한 속죄를 위해 나를 지키고 서쪽나라를 발전시키고 있어.


질: 뭐든 상관 없습니다. 수백 년을 지켜보기만 했는데, 당신의 이야기는 오랜만에 진전을 맞이했어요. 들려주세요. 음침하고 사랑스럽고, 잔인하고 조심스러운…….


그림 속의 라스티카: 말이 지나쳐.


그림 속의 라스티카: 말이 지나치네.


그림 속의 라스티카: 말이 지나칠지도.


자라: 말이 지나쳐.


질: 실례. 대담하고 탐욕적이고 고귀한 당신의 사랑 이야기의 뒷이야기를.


자라: ………….


그림 속의 라스티카: 대신에 내가 이야기할게.


그림 속의 라스티카: 한마디로 말하면…….


그림 속의 라스티카: 최고의 시간이었어.


질: 오오.


그림 속의 라스티카: 자라는 결의를 새롭게.


그림 속의 라스티카: 나를 지키기 위해서.


그림 속의 라스티카: 전세계의 마나석을 긁어모아.


질: <거대한 재앙>을 파괴하기 위해서.


자라: …………. 라스티카 님이 현자의 마법사로 선택되다니……. 그분의 피부에 검은 백합 같은 불길하고 낡은 문장이 새겨지다니. 용서할 수 없어. 지난 싸움에서 현자의 마법사는 절반이 돌이 됐어. 세계 최강의 마법사 오즈도 있었을 텐데, <거대한 재앙>을 이기지 못했어.


그림 속의 라스티카: 다음에 돌이 되는 건 나일지도 몰라.


그림 속의 라스티카: 안녕, 자라.


그림 속의 라스티카: 먼저 아리아의 곁으로 갈게.


자라: 그렇게 두지 않을 거예요. 제가 지켜보이겠어요. 라스티카 님을 재앙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질, 대답해줘.


질: 최종병기 알티마.


자라: 그래. 알티마는 이론상 질 좋은 마나석을 얻으면 동일한 힘을 발휘해. 마법사를 돌로 만든다. 그 마나석을 알티마에 사용해서…….


질: 북쪽 마법사를 돌로.


자라: 그 마나석을 알티마에 사용해서…….


질: 오즈를 돌로.


자라: 오즈의 돌을 알티마에 사용해서……. <거대한 재앙>을 파괴한다. 현자의 마법사, 하물며 중앙나라 따위에 라스티카 님을 맡겨둘 수 없어. 북쪽 마법사를 부수고, 오즈를 부수고, <거대한 재앙>을 부수고, 그분을 지켜보이겠어.


질: 훌륭합니다.


그림 속의 라스티카: 든든해, 자라.


그림 속의 라스티카: 고마워, 멋져.


그림 속의 라스티카: 너라면 분명 할 수 있을 거야.


자라: ……이건 속죄야. 아리아도 그렇게 하라고 하고 있어.


질: 전개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알티마는 언제쯤 완성될까요? 박사로부터 시험작은 제공받았습니다만, 사실은 이미 진짜가 완성된 것은 아닌지?


자라: 왜 그렇게 생각하지?


질: 그 두 사람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죠. 노바와 하트 박사. 특히 노바는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그림 속의 라스티카: 사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림 속의 라스티카: 하지만 내가 현자의 마법사로 선택받았다고 자라에게 알려준 건 노바야.


그림 속의 라스티카: 하지만 노바를 소개해준 랑그레누스 섬의 연구원은 지금은 행방불명이야.


자라: 흥. 여차하면 손을 끊을 거야. 인조 마법사, 비행군함, 최종병기 알티마……. 그것만 갖추어지면 성가신 녀석들에게는 볼일 없어.


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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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나라 마을 사람: 염소도 닭도 고 있어……. 왜 그러는 거야, 너희들. 이런 늦은 밤에 떠들고……. 늑대야? 도둑인가? ……뭐야……! 이 근처의 풀과 나무들이 시들어있어!? 낮에는 잎이 무성했는데…… 가축들이 몇 마리나 쓰러져 있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어ㅡ이! 누구 없어요! 큰일이야! 누가 좀 와줘……! 아아, 여기다. 밤늦게 불러서 미안해. 자, 이걸 봐줘.


서쪽나라 마을 사람: …………. ……왜 그래? 너는 누구야? ……개……? 아니……. 아닌데……. ……, ……윽……. ……어라……. 갑자기 현기증이……. …………! 뭐야, 이건……!? ……오지 마! 오지 말아줘! 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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