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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멘스 2부 20장 9~10화

ㅇㅇ(175.200) 2023.08.20 18:07:00
조회 1019 추천 18 댓글 2
														

9화. 대관식을 앞두고


아키라: 대관식에서 새 여왕폐하께 왕관과 왕홀을 주는 역할을 제가……?


질: 네. 릴리아나 새 여왕폐하의 간절한 희망입니다.


미틸: 굉장해, 현자님……! 저,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훌륭한 교회의 사제님이 하시는 역할이죠! 레노 씨!


레녹스: 응, 그렇지.


리케: 사제님이……. 사제님의 역할을 현자님이 하시는 거군요…….


아키라: 잠깐만요……. 그런 중대한 역할, 저는…….


질: 현자님은 사람과 마법사가 손잡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고 계신다고 하셨지요. 릴리아나 새 여왕폐하께서도 같은 뜻입니다. 아직 젊으시지만 훌륭한 분이시죠. 아니, 젊기 때문에 낡은 편견이 없는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서 전하처럼.


아키라: ………….


아키라: (릴리아나 아가씨……. 그레고리한테서 들은 이야기로는 솔직하고 좋은 사람 같은 이미지였어. 하지만, 클로에한테서 들었던 서쪽 왕궁에 숨어있는 마녀 자라의 이야기도 맞춰서 생각하면……. 자라가 릴리아나 아가씨로 위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질 씨도 좋은 사람인 것 같지만, 가사 상태의 그레고리를 땅에 묻었다고 했어…….)


질: 어떠십니까, 현자님. 현자의 마법사 모두가 세상에 널리 인정받을 좋은 기회입니다.


아키라: 세상에 널리 인정받는다……?


질: 네. 대관식은 왕가에 있어서 가장 권위 있는 신성한 의식. 서쪽나라의 왕가, 서쪽나라의 정부가 현자의 마법사 모두의 정당성을 인정한 증거가 됩니다. 릴리아나 새 여왕폐하는 현자의 마법사 여러분도 대관식에 참석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미틸: 저희들도 참가해도 되는 건가요?


질: 물론. 현자의 마법사 여러분으로부터 좋은 여왕이 될 수 있도록 축복을 내려달라고 하셨습니다.


리케: 새 여왕님께 축복을……. 현자님, 멋진 일이네요! 현자님……? 맡아주실 거죠?


레녹스: 리케. 현자님은 아직 대답을 안 하셨어.


리케: 앗……. 죄송해요.


아키라: 아니요……. 알겠습니다. 맡을게요.


미틸, 리케: 현자님!


레녹스: 현자님, 괜찮으신가요?


아키라: 네……. 대관식에서 이름이 알려지면 현자의 마법사 여러분은 지금보다 활동하기 쉬워질 거라고 생각해요……. 국민 아이돌이라고 할까…….


레녹스: 국민 아이돌……?


아키라: 오즈나 미스라……. 강한 마법사는 유명하지만 무서운 인상을 주기 쉬우니까요. 미틸이나 리케처럼 사람과 가까운 마법사가 있다는 걸 전할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마법사를 친구라고 생각해줄지도 몰라요.


질: 역시, 현자님. 깊은 생각에 감복했습니다.


아키라: 하지만……. 의식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라요. 어쩌면 실수할지도 모르고…….


무르: 괜찮습니다.


아키라: 우왓……! 깜짝 놀랐네!


질: 당신은……. 무르 하트 박사……?


무르: 그렇죠.


질: 어째서 이렇게 작게……?


무르: 사랑스러운 현자님에게 휴대되고 싶으니까. 소형 경량화된 나는 편리하잖아?


질: 그렇군요……?


무르: 현자님, 걱정 마세요. 의식의 세세한 방법은 제가 몰래 속삭여서 알려드릴게요.


아키라: 자, 잘할 수 있을까요?


무르: 잘할 수 있어요. 상냥한 현자님. 우리를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당신과 당신의 마법사들에게 영광스러운 장면을.


영광스러운 장면……. 그렇게 잘 진행될까. 중앙나라의 파티도, 북쪽 마법사들이 찾아와서 큰일이 되었다.


아키라: (서쪽나라의 마법관은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지만…….)


대관식에 대해서 나는 한 가지 더 제안을 했다.


아키라: 라스티카를 만나게 해줄 수 있을까요? 클로에가 몇 번이나 부탁하고 있는데도 만나게 해주지 않고 있어요. 창밖에서 들어가도 찾을 수 없었다고 들었어요. 라스티카는 어디에 있나요? 어째서 그를 만날 수 없는 건가요? 라스티카를 만나게 해주세요.


질: ……알겠습니다. 저도 만나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듯해……


아키라: 정말인가요……? 그러면 더더욱…….


미틸: 피가로 선생님한테 진찰을 받는 게 좋을 거예요. 어째서 안 되는 건가요?


질: …………. 알겠습니다. 내일은 대관식 전야입니다. 대관식에 초대한 분들께 새 여왕폐하가 초대회를 합니다. 라스티카 님도 그때는……. 모쪼록 여러분도 참석해주십시오.


아키라: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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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에: ……라스티카……. 왜 방으로 들어와도 없는 거야? 라스티카의 기척이 나는데……. 깃털이 흩어져있어……. 베개가 찢어져서 망가질 정도로 싸움을 했던 걸까……. ……라스티카…….


누군가의 슬픈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힘이 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내 목소리는 닿지 않는 것 같다. 먼 옛날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죽어가는 동물이 우는 소리가 들려와서. 자세히 보니 그것은 사람이었다.


-


???: 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 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돌려줘, 돌려줘……! 돌려줘, 돌려줘, 돌려줘……! 시간을 돌려줘……!


무르: 그 건에 대해서는. 예로부터 검토되어 왔어요.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사파이어 성의 귀공자. 해와 달에게 사랑받은 사람. 가엾게도. 달에게 사랑받는다니, 기묘하고 불길한 미호(美号)를……. 기뻐하는 건 저 정도밖에 없을 거예요.


라스티카: ……,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악……!


-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질: 실례하겠습니다.


누군가가 온 것 같다. 안녕하세요. 홍차 한 잔 어떠세요?


질: ………….


어라, 씁쓸한 얼굴로 조용히 있다. 홍차는 좋아하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다른 게 없는지 찾아볼게요. 오늘 밤은 바람이 좋네요. 어디까지라도 멀리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질: ……, 위험해……!


이런, 상냥한 사람이구나. 혹시, 내가 찾고 있던 신부…….


질: ……이런 거, 사람들 앞에 어떻게 내놓아야 하는 거야……?


-


그레고리: 하아……. 오늘도 단서를 못 얻었어. 너무 신중하게 찾는 건가? 좀 더 대담하게……. 아냐, 지금의 릴리아나나 바넷 장군 앞에 모습을 보이면 또 살해당할 수도 있고……. ……응? 새가 울고 있어……. 이렇게 밤에 울 새가 아닌데.


그레고리: 아……. 이런 데 있었군……. 너, 일어나는 게 좋을 거야. 이런 데 있으면 밟혀버릴 거야. 배가 고픈 거니. 이 열매를 먹어보면 기운이 나지 않을까? 자. 다행이다! 잘 먹었네. 그럼 나는 이만……. 앗……. 연못에 빠뜨린 거야? 너 좀 칠칠맞은 새구만……. 됐어. 하나 더 따줄게. 여기서 기다려. ……왠지 릴리아나 같은 아이네…….


-


그리고, 대관식 전야…….

메시에 궁전에서 새 여왕폐하의 초대회가 거행되었다.


아서: 현자님.


아키라: 아서.


아서: 현자님, 멋진 의상이에요.


아키라: 아서도요. 오랜만에 그 옷을 입은 모습 볼 수 있어서 좋네요. 클로에 덕분이에요.


클로에: 나야말로 또 입어줘서 기뻐! 내일이 되면 라스티카를 만날 수 있을까……. 파우스트도 네로도…….


아서: 파우스트랑 네로는 아직 몸상태가 다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라스티카는……. 정말 무슨 일일까. 바넷 장군과 얘기를 했는데, 만나게 해주기 싫은 건 아닌 것 같았어.


클로에: 아픈 걸까……. 그런 거라면 더 간병하고 싶은데…….


아키라: 오즈한테 물어봤는데요, 역시 라스티카의 기척은 탑에 있다고 해요.


아서: 오즈님과 이야기하셨나요?


아키라: 네. 아서는요?


아서: ……저는 피하고 계신 것 같아요. 지켜봐주고 계시는 기척은 느껴지지만…….


아키라: ……그런가요. 루틸도 똑같은 말을 했어요. 미스라가 피하고 있다고…….


아서: 저한테 원인이 있는 걸까 하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직접 말씀해주시지 않으면 모르니까요.


아키라: (앗……. 드물게 화내고 있어…….)


아서: 말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라면 적어도 오해를 풀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키라: 그러게요……. 아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드라몬드: 아서 님!


아서: ……드라몬드……. 콕로빈도……!


콕로빈: 아서 님! 현자님도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아키라: 드라몬드 씨! 콕로빈 씨!


드라몬드: 풍문으로 들었습니다! 현자님이 대관식을 집행하신다니!


아키라: 집행한다니 과장이에요! 왕관이랑 왕홀을 건네는 역할을 하는 것뿐이에요.


콕로빈: 그게 대관식의 메인 이벤트라고요! 현자님의 활약, 확실히 기록해두겠습니다!


아키라: 하하…….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키라: (이렇게 기뻐해주니, 맡아서 다행이네……. 다들 어딘가 온화한 얼굴로 식사하고 있어……. 이렇게 화려하고 즐거운 분위기, 생각해보면 오랜만인지도 모르겠네……. 어……? 주머니에 넣어둔 무르의 영혼 조각이…….)


미틸: 예쁘다!


리케: 예쁘네요! 얼음일까요, 사탕일까요. 아니면 젤리?


미틸: 마나석처럼 생겼네요! 하나 둘 하면 먹어볼까요?


리케: 네!


미틸, 리케: 하나 둘……!


리케: 맛있어! 생각보다 부드러워요. 네로한테도 먹어달라고 하죠.


미틸: 나중에 만들어달라고 하려고요?


리케: 후후, 맞아요!


미틸: 정말 맛있네요. 마나석도 이런 맛일까. 언젠가, 진짜를 먹어보고 싶어…….


리케: 네?


미틸: 앗……. 에헤헤, 아무 것도 아니에요.


-


클로에: …………


샤일록: 기운 내세요, 클로에. 분명 내일은 라스티카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클로에: 샤일록……. 무르…….


무르: 봐, 클로에! 보석을 잔뜩 받았어!


클로에: 멋지다, 무르. 서쪽의 궁전에는 무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네.


샤일록: 서쪽나라의 전설의 위인이니까요. 왕실과도 인연이 있고요.


무르: 다들 나를 좋아해! 나도 내가 좋아!


샤일록: 그러네요……. 저도 제가 사랑할 수 있는 저로 있어야겠어요. 무르를 다시 한 번 만나기 위해서 영혼의 조각을 모으고 있었어요. 당신을 열심히 키웠죠…….


무르: 같이 있었어!


샤일록: 하지만, 제가 키움으로써 무르는 무르가 아닌 게 될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이 사랑스러움은 뭘까요? 그저 자기애일까요. 추악한 지배욕일까요. 아니면,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기억을 모방하고 있을 뿐인 걸까요?


무르: 모르겠어. 나는 샤일록이 좋아!


샤일록: 고마워요, 무르……. 언젠가 만났던 무르의 영혼 조각이 말했어요. 이건 저의 영혼……. 일그러진 저의 창조물. 저의 행위가 가져온 결말. 우습고 허무하고 바보 같아요. 저는 다시는 예전의 무르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저는 제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아요. 부서진 당신의 영혼을 모으지 않는 나는 내가 아니니까요. 미완성이고 만들다 만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나도 내가 아니에요. 나는……. 나로 있는 한, 당신의 영혼에 개입하겠죠.


무르: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건 안 되는 거야?


샤일록: 모르겠어요……. 답은 아직.


무르: 그럼 웃어줘! 웃고 있는 샤일록이 좋아!


샤일록: …………. 네, 무르. 미안해요. 심한 말을 해서…….


무르: 괜찮아! 초췌한 너도 좋아해!


샤일록: ………….


클로에: 그렇네……. 우리는 서쪽 마법사니까. 불안이나 걱정의 포로 같은 건 사양이야! 어차피 사로잡힐 거라면 사랑이나 행복이나 즐거움이 좋지! 그런 거라면, 영혼을 지배당해도 상관없어. 왜냐하면 좋아하니까! 즐거운 일을, 사랑하는 일을, 뭔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일이나, 행복한 시간을!


무르: 클로에, 명언!


샤일록: 맞아요.


클로에: 그렇지! 그야 우린 아마, 행복해지기 위해서 만난 걸 테니까. 실패해도 실수해도, 어제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살아가야지.


10화. 소녀에게 왕의 증표를


귀부인: 어머, 귀여운 쌍둥이씨! 쿠키 먹을래요?


스노우: 먹고 싶어ㅡ.


화이트: 누나, 줘ㅡ.


스노우: 우물우물……. 서쪽나라의 파티는 화려하고 즐겁구나! 재미있는 자들뿐이구먼!


화이트: 그렇구먼! 회장에 우리의 그림을 장식해준 덕분에 우리도 만끽하고 있다네!


스노우: 액자에서 빠져나와 있어도 의외로 티가 안 나는구먼! ……앗, 그레고리구나!


그레고리: ………….


화이트: 정말이구먼! 그레고리구나!


그레고리: ………….


스노우: 새인 척하고 있는 겐가?


화이트: 사쿠 쨩이랑 사이좋게 지내줘서 고맙네!


그레고리: ……너무 큰 소리로 말걸지 말아주세요. 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귀부인: 어머! 이 새, 말했어? 쌍둥이씨, 들었어?


스노우, 화이트: 들었을지도…….


그레고리: 짹…….


귀부인: ………….


그레고리: 짹……, 짹…….


귀부인: 새였나 봐!


스노우, 화이트: 그런가 봐!


그레고리: 짹짹짹…….


-


시노: 거기서 히스가 이랬어. 나 이외의 사람에게서 포상을 원하나?


루틸: 우와ㅡ!! 히스 멋있어!


피가로: 제법인데.


히스클리프: 잠깐만 그만해, 시노. 그 얘기 몇 명한테 할 생각인 거야…….


카인: 다들 여러 가지로 고생했네.


레녹스: 카인도 고생했잖아.


카인: 난 전혀……. 이것저것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 계속 헤맸을 뿐이야.


무르: 근사한 일이잖아.


카인: 무르? 어?


피가로: 아……. 퍼플 사파이어 조각. 현자님이 떨어뜨린 건가.


무르: 잔에 든 음료를 쏟아서 손수건을 꺼냈을 때 말이야.


카인: 근사한 일이라니?


무르: 네가 헤맸던 거 말이야. 헤맨다는 건 네가 한 가지 가치관에 구애받지 않고 식견을 넓히고 정보를 얻었다는 거야.


카인: ………….


무르: 사물의 옳고 그름을 묻는 성실한 관점과, 다른 의견을 마음속에 담아 선택하는 관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네가 성실하고, 총명하고, 타인에게 공평하고, 자율적이라는 증거야. 이렇게 근사한 일은 없지.


카인: 아………….


무르: 또 헤맸던 사람은?


루틸: 저도예요…….


시노: ……나도려나.


히스클리프: 저는 항상…….


무르: 너희는?


레녹스: 저는 별로…….


피가로: 너는 그렇겠네.


무르: 너는?


피가로: 너는?


무르: 실례. 당신은?


피가로: 아아, 뭐, 그렇지.


무르: 멋져. 다들 스스로에게 박수쳐줘.


히스클리프: 하하, 헤맸기만 했을 뿐인데.


루틸: 그래도, 기분이 좋아요.


카인: 그러네…….


무르: 사고를 멈추고 극론으로 치달아, 단정짓는 걸 되풀이하면 마음은 편해져.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흔들릴 일이 없으니까. 방황하고 마음이 흔들리는 건 절대 약한 게 아니야. 결단이 필요할 때도 있지. 하지만 고뇌나 미주(迷走)*는 결코 불모하고 불필요한 게 아니야. 네가 세상을 넓히고 있는 거야. 계속 팽창해가는 우주처럼.


*미주(迷走): 정해진 진로 이외의 길로 지나감.


카인: ……세상을 넓힌다…….


무르: 그래. 알기만 한다면 아픔은 수반되지 않아. 너는 받아들이려고 한 거야. 너의 관용과 도전심으로. 그 결과, 선택할 수 없는 거였다고 해도 별로 상관없어. 자기 자신을 알게 됐으니까. 그리고 미지의 세계와 인물을 알게 됐어.


카인: ……그랬을지도 몰라. 나는 왠지, 이상한 짓을 해서 보기 흉하다고 느꼈지만……. 그렇게 말해주면 기쁘네.


무르: 부끄러워할 건 하나도 없어. 너의 용기는 칭찬할 만해. 너의 탐구심에 건배!


카인: 건배!


루틸: 이쪽의 무르 씨, 철학자답네요!


히스클리프: 왠지 모르게, 상냥하고 신사적이고, 멋있는 것 같기도…….


시노: 말하는 것도 이해하기 쉽고, 평소의 무르랑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있어.


피가로: 흠……. 부럽네. 갭모에가 성공하는 타입은.


레녹스: 피가로 선생님…….


무르: 네가 사랑받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어, 피가로.


피가로: 입 조심해라, 애송이.


루틸: 피가로 선생님?


피가로: 앗, 취해버려서…….


무르: 미안해. 내가 말을 잘못 골랐네.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이 세계의 인류사에서 당신의 역할은 정치야. 정치인은 사랑받지 못해.


피가로: ………….


무르: 정치는 개인이 아닌 커뮤니티를 행복하게 하는 역할이야. 당신의 커뮤니티 안에서, 개인은 5할에서 많으면 8할 행복을 얻어. 하지만, 개인은 10할의 행복을 원하고, 9할 행복하게 해주는 상대를 좋아해. 그러니까 당신은 사랑받지 못해. 열광적으로 숭배받을 수는 있겠지만.


피가로: ………….


무르: 하지만, 사람이나 마법사, 많은 종이 생존하는 이 세계에서……. 어떤 종족도 괴멸적인 멸망을 맞이하지 않고 온화한 번영을 이룰 수 있었어. 그건 당신의 덕분이야.


피가로: ………….


무르: 이 아름다운 세계를 지켜주어서 고마워.


피가로: …………. 흥……. 좋아. 용서해줄게.


무르: 피가로 님이 기뻐 보여서 다행이야.


레녹스: 말이 지나치면 정말 화낼 테니까.


루틸: 피가로 선생님이 정치가라니, 무슨 말인가요……? 혹시, 어딘가의 마을에서 촌장님을 하셨나요?


피가로: …………. 다음에, 제대로 얘기할게.


무르: 그런 점에서, 샤일록은 당신의 정반대야. 궁극의 개인주의. 그는 항상 개인에게 10할의 행복을 내어줘. 그래서 굉장히 인기가 많은 거겠지?


피가로: 확실히.


무르: 샤일록은 태생도 기호도 다른 개인, 모든 것을 긍정하려고 해. 하지만 이론상으로는 파탄나게 되어 있지. 다른 가치관, 다른 욕망을 가지면 사회에서 개인은 서로 부딪쳐. 모든 개성을 긍정하면서 커뮤니티가 안정될 수는 없어. 하지만 샤일록 앞에서는 잘 되지. 왜 그런 것 같아?


시노: …………? 술을 마시니까?


레녹스: 샤일록의 가게는 편안해. 또 오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닐까?


카인: 그거지. 샤일록을 좋아하기 때문이야.


무르: 맞아. 의견이 맞지 않는 녀석이 있어도 그의 앞에서는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신사답게 보이고 싶은 거야. 이건 호의로 커뮤니티를 안정시킨 사례야.


시노: 재미있다.


무르: 그렇지. 흥미와 호의는 양질의 질서를 만들고 자연스러운 평화를 낳아. 정치가도 주점 주인도, 각각의 방법으로 방황하면서, 사랑하는 세계를 지켜왔어. 잊지 말아줘. 너희가 방황하는 건, 너희가 무언가에 흥미를 가지기 때문이야. 호의를 가지고 다른 가치관을 받아들이려 했으니까. 정말 근사한 일이지. 너희들은 알고 있는 거야. 새로운 세계의 문이 바로 옆에 열려 있다는 것. 너희들은 어디로든 나아간다는 걸. 부디 자랑스럽게 생각해줘.


오웬: …………. 흥……. 이제야 평소 얼굴이 됐어.


미스라: 뭐라고요?


오웬: 아무 것도 아냐. 이봐, 가져가지 마.


오즈: ………….


미스라: 오즈. 왜 당신이 이런 데 있는 거죠. 저쪽에 있는 무리들이랑 같이 있으면 되잖아요.


오즈: 나는 여기에 있을 거다.


미스라: 저도 여기에 있을 거예요. 식사 방해하지 마세요.


오즈: …………. 마물처럼 먹지 마라. 딱딱한 건 제거하고…….


미스라: 하? 시끄럽거든요.


오웬: 미스라. 입 안 피투성이야.


브래들리: 우물……. 마물……. 그러고 보니, 에바가 뭔가가 되살아났댔나 그랬지. 서쪽나라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나……. 그건 뭐였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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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 노바……. 이봐, 노바. 너 절도를 모르는 건가.


노바: 너한테 그런 소리를 들을 줄은.


무르: 내 연구 자료를 가져가서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그건 파기한 연구 내용이야. 아주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사소한 부주의로 최악의 일이 벌어질 거야.


노바: 됐어. 어차피 멸망할 세상이다.


무르: 앗, 이 녀석……. ……정말이지. 말을 듣지 않는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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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 …………. ……부족해……. 어디로 도망친 건가…….


-

그리고, 다음날…….

서쪽나라의 새 여왕 릴리아나 폐하의 대관식이 거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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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라: 으윽, 긴장돼…….


무르: 당신이라면 괜찮을 거예요.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클로에: ……아……! 라스티카! 라스티카다!


클로에의 밝은 목소리가 울려퍼져서 나는 뒤를 돌아봤다. 오랜만에 라스티카와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뺨이 풀어졌다. 달려나가는 클로에의 등……. 그 너머로 흰 정장을 입은 라스티카가 보인다.


클로에: 라스티카! 무사해서 다행이야!


라스티카는 미소지었다. 클로에를 향해 오른손을 내민다.


라스티카: 안녕…….


신기한 듯이 눈을 깜박이다, 라스티카에게서 웃는 얼굴이 사라졌다. 클로에가 눈을 크게 뜬다. 라스티카가 뻗은 오른팔에는 손이 없었다.


아키라: …………!


나는 말을 잃었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손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부드러운 흰 깃털이 되어 팔랑팔랑 흘러내려간다. 순간적으로 클로에는 양손으로 쏟아진 흰 깃털을 받아냈다.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몰랐는지 당황하며 그것을 팔에 떠안는다.

그러나 잠시 후 깃털은 라스티카의 손바닥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품위있고 상냥한 얼굴의 왼쪽 반면이 깃털이 되어 떨어져간다.


클로에: 앗……. 앗……, 라스티카…….


클로에는 필사적으로 라스티카를 받쳤다. 바스락거리며 무너져내릴 것 같아질 때마다 황급히 손으로 누른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자 붕괴가 가라앉았다.


클로에: 어떻게 된 거야? 라스티카……. 나쁜 마법이 걸린 거야……?


클로에는 새파란 얼굴로, 소리를 지를 것만 같은 것을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 라스티카는 그런 클로에를 상냥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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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티카: ……나쁜 마법?


클로에: 자……. ……, 라스티카……. 나 알겠어? 나 알고 있어?


라스티카는 클로에를 바라보았다. 미소 짓는 입술에 손가락을 얹고 고개를 기울이고 있다. 클로에는 기도하듯이, 젖은 눈으로 라스티카를 바라보고 있다.


라스티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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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티카: ……클로에?


클로에: ………….


제비꽃색 눈동자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라스티카는 어깨를 흔들며 미소지었다. 그러다, 이번에는 발이 깃털이 된다. 흰 깃털이 흩날리는 가운데 몸이 기울어간다.


라스티카: 하하……. 나하고 같이 가겠다고 했던 아이야.


클로에: 라스티카, 라스티카……!


라스티카: 어라? 잘 서 있을 수가 없네……. …………!


기울어져 무너질 뻔한 라스티카의 상체를 브래들리가 껴안았다. 그도 할 말을 잃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며 나를 돌아본다. 나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클로에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필사적으로 라스티카의 다리를 긁어모으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인형처럼, 몇 번이고 라스티카는 되살아났다.


라스티카: 미안해, 클로에. 또 혼자서 일어나지 못했어.


클로에: ……, 누가 이런 짓……. 누가 이런 짓을 했어……!? 내가 해치워버릴 거야……! ……용서 못 해……! 용서 못 해, 절대로!


브래들리: 진정해. 서쪽 꼬맹이.


클로에: 그래도……!


브래들리: 그때는 내가 같이 해치워줄 거야. 지금은 신랑씨를 어떻게든 해야 돼.


라스티카: 나는 괜찮아, 브래들리.


라스티카는 평소의 웃는 얼굴로 브래들리에게 말했다. 그리고 내 얼굴을 바라본다. 흩날리는 깃털 속에서 라스티카는 웃었다.


라스티카: 현자님, 대관식의 대역(大役), 기대하고 있을게요.


라스티카의 붕괴가 조금이지만 멎어 있었다. 클로에가 라스티카를 힘껏 끌어안는다. 그를 안은 클로에가 눈물을 흘리며 당혹스러운 듯 중얼거린다.


클로에: ……가벼워……. 전혀 무겁지 않아…….


어느새 그 자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현자의 마법사들. 오랜만에 방에서 나온 파우스트와 네로의 모습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스노우도 화이트도, 피가로도, 샤일록도.


라스티카: 괜찮아요. 슬슬 시간이 됐죠. 자, 가요. 현자님. 클로에.


라스티카는 자신의 발로 서서 클로에의 손을 끌고 갔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이 환상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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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하고 호화로운 궁전의 회합실은 소리 없이 조용했다. 서쪽나라를 대표하는 사람들과 열국 인사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열석하고 있다. 권위 있는 팽팽한 공기.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아서와 나이가 다르지 않은 소녀. 새 여왕 릴리아나. 그리고, 다른 세계에서 온 현자라 불리는 나였다.


아키라: 새 여왕 릴리아나. 서쪽나라의 왕가의 지보, 위엄이 넘치는 왕관과 왕홀을 수여한다. 이 고귀한 리게일리어를 손에 들고, 군주로서의 위엄과 품격을 잊지 않고, 왕좌에 군림하라. 하늘이 내린 영광과 함께, 현명하고 자애로운 지도자가 되기를.


나는 긴장하며 릴리아나 여왕의 머리에 인생에서 가장 신중한 손길로 왕관을 씌웠다. 그리고, 왕홀을 건넨다.


아키라: (이게 저주의 왕홀…….)


나는 오즈를 보았다. 이 왕홀이 저주받은 것이라면 그가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다. 오즈는 아무런 반응도 표하지 않았다. 쌍둥이나 피가로나 샤일록, 저주에 정통한 파우스트도. 어리둥절해하며 무르의 영혼 조각이 속삭이는 대로 나는 말을 잇는다.


아키라: 지금 이 시간, 신성한 서쪽나라의 군주는 여왕 릴리아나가 되었다. 현자의 마법사들로부터 축복을.


스노우, 화이트: 서쪽나라와 새 여왕에게 영원한 축복이 있기를.


스노우, 화이트: 《ノスコムニア》

미스라: 《アルシム》

오웬: 《クーレ·メミニ》

브래들리: 《アドノポテンスム》

샤일록: 《インヴィーベル》

무르: 《エアニュー·ランブル》

클로에: 《スイスピシーボ·ヴォイティンゴーク》

라스티카: 《アモレスト·ヴィエッセ》

파우스트: 《サティルクナート·ムルクリード》

시노: 《マッツァー·スディーパス》

히스클리프: 《レプセヴァイヴルプ·スノス》

네로: 《アドノディス·オムニス》

피가로: 《ポッシデオ》

루틸: 《オルトニク·セトマオージェ》

레녹스: 《フォーセタオ·メユーヴァ》

미틸: 《オルトニク·セアルシスピルチェ》

오즈: 《ヴォクスノク》

아서: 《パルノクタン·ニクスジオ》

카인: 《グラディアス·プロセーラ》

리케: 《サンレティア·エディフ》


조용히 눈꺼풀을 내리깔고 왕좌에 앉아 축복을 받고 있던 릴리아나 여왕이 눈을 뜬다.


아키라: 선서를 부탁드립니다.


릴리아나: 네, 현자님.


릴리아나 여왕은 왕홀을 들고 일어섰다. 회합실에 모인 사람들의 기대에 응하는 듯한, 잔잔하고 힘찬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가 흔들렸다. 비틀거리며 쓰러지려 하는 라스티카를 보고서. 흩날리는 깃털이 되어가는 라스티카의 어깨를 클로에가 황급히 받친다. 릴리아나 여왕은 그에게서 눈길을 돌리고, 각오를 다진 듯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릴리아나: 우리 국민이여, 이 날, 이 신성한 의식으로 저는 서쪽나라의 여왕으로 즉위합니다. 이것으로 저는 코르테제의 딸이 아닌, 모든 국민의 여왕이 될 것을 맹세합니다. 서쪽나라는 마법과학의 발전으로 거대한 부를 손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그 부가 정의와 공정에 뿌리내리고 있지 않다면 진정한 풍요라 할 수 없습니다. 저는 빈부격차를 줄이고, 문화와 예술의 아름다움을 넓히며, 국민의 기쁨을 키우기를 바랍니다. 갑작스러운 국왕의 죽음이 혼란과 불안을 야기했지만, 제가 이 나라의 희망과 광명이 되겠습니다. 국민이여. 저는 서쪽나라가 대륙의 중심에 설 것을 진심으로 확신합니다.


릴리아나 여왕의 힘찬 말에 회합실에 동요가 감돈다. 그러나 그것을 웃돌다 소리 없는 갈채가 터져나왔다. 서쪽나라의 사람들이 기대와 자랑스러움으로 눈을 반짝이고 있다. 태양을 우러러보듯이, 새로운 여왕을 바라보고 있다.


릴리아나: 서쪽나라가 자랑하는 과학과 전통, 마법과학병단과……. 구세의 영웅인 현자의 마법사들과 함께 서쪽나라를 크게 만들어가겠습니다. 어려운 세상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단결하고 협력하며,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함께 축하합시다.


거기까지 말하고, 릴리아나 여왕은 회합실의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직후, 터질 듯한 박수와 갈채가 솟구친다.


참렬자: 릴리아나 여왕폐하, 만세!


참렬자: 여왕폐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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