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안으로"란 말이 들리자마자 영훈의 동공이 작아진다. 눈동자가 위로 움직인다. 고개를 젖히고 이내 목을 쭉 내밀기*60까지 했다.
아웃사이드니스*61에 무엇이 있길래 빨리 안으로 피신避身해야 한단 말인가? 그야 안에는 지붕이 있기 때문이다. 천장天障*62덕에 피할 수 있는 것이라면 비雨 아닌가. 하지만 이정도 인파가 개의치 않고 모였는데, 하물며 챙으로 모자라 베일달린 모자에 스카프까지 싸맨, 그것도 숙녀가 그런 사소한 것 때문에 다그칠 것 같진 않다. 게다가 양산, 그 양산이 있는 희혜가? 영훈의 머릿 속에 말 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솔개였다. 하늘에서 위협적인 무언가가 무서운 눈초리로 날개를 퍼덕이며 우리들을 노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보다 현실적으론 역시 천재들*63 의 경이일 것이다. 경이 구경을 많이 해본 건 아니였지만 당장 삼세압(三世鴨)이 그들을 찾아 날아오는 것을 겪어보지 않았는가? 무서운 솔개가 떠오른 것도 아마 그래설거란 생각이 들었다. 환갑을 맞은 솔개가 부리와 발톱을 새로 간다던가. 그런 맹수가 상공에서 있다면? 영훈은 여인이 하잔대로 안으로 도망만 갈 게 아니라 그놈이 어디 있는지 찾아야겠단 결심을 한다. 하늘이니 어디 숨을 데도 없고*64 어디로 갔을까? 하면 역시나 땅에서 대낮에 쳐다보기 힘들고 불리不利한 해를 등진 방향일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
이미 시야에 지면은 커녕 행인의 얼굴도 들어오지 않게 된 영훈은 말 그대로 정수리 위 부근*65을 쳐다보기 위해 배를 쭉 펴고 등을 젖혔다. 보는 데는 상관 없지만 자세때문에 자연스레 입이 살짝 벌어지려했다. 마침 정오라 밝고 뜨거운 빛이 높은 데서 들어온다.
조류 관측:생존(1)+재치(3)=4 실패.
60.일주일 지난 지금은 "아무 이상이 없지만" 영훈은 여전히 이럴 때마다 아팠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 퍽 고통스러웠다.
61."바깥"의 일본말. アウトサイドニス(外部)
62.지붕의 바깥 부분은 처마라 하고 천장은 지붕의 안쪽을 정의한다.
63.영훈은 머릿속에서 그들을 "저쪽의 천재들"이라 일컫곤 했다.
64.신천옹アルバトロス(信天翁)은 발이 없어서 착지着地를 못하기 때문에 평생 하늘을 날아다닌단 말을 듣고 "그러면 그놈은 잠은 어떻게 자나요" 하자 잠잘 때는 구름 속에 숨어서 잔다는 엉뚱한 대답을 들었던 기억이 났지만 만약 추적자가 구름 속에 숨어있다면 그 안에선 이쪽을 못 볼테니 그렇게 관심 갖고 대비할 문젠 아니었다.
65.조감도鳥瞰圖의 거울상鏡像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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