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광대가 자기를 따라오고, 그대로 놔두면 우리 모두 죽을 것이라더니 이제는 저 광대를 또 모른다? 난감하군.' 

광증이라도 도진 것인지, 혹은 우리를 따라온다고 겁먹은 대상이 저 광대가 아니라(광대는 단지 눈에 띄는 일종의 미끼일 것이다) 그에 붙어있는 무언가인지는 잘 모르겠고, 상대에게는 딱히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사도 없어 보였다. 뭔가를 알지만 설명할 의사가 없으며 그것이 중요해 보인다면, 더 많은 것을 보여주게 유도하는 것이 맞을 것이었다. 

"그래도 넘어진 일행을 일으키고 같이 가는 게 그리 힘든 건 아니지 않소?" 

중훈은 그런 말을 하고 자기 쪽으로 굴러온 공을 조심스럽게 발로 밟아 자기 발치 - 즉, 희혜로 추정되는 상대 가까이-에 멈추어 놓고 넘어진 청년들을 일으켜주려고 다가갔다. 중훈의 예상으로는 그가 넘어진 청년들을 일으켜 주는 사이에 희혜가 뭔가 흥미로운 일이 더 일으킬 것 같았다. 물론, 그런 일이 생기지 않고 얌전히 그를 기다려주거나 청년들을 일으키는 걸 도와준다고 해도 그에게는 별 상관이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