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쇼팽 - 피아노 음악이 국경을 넘는 방법

쇼팽의 음악과 이슬람권

이슬람 세계에서 서양 음악은 지역 고유의 음악 전통(페르시아, 아랍, 터키 음악)과 조우해야 했습니다. 이들 전통은 이슬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유럽과는 다른 모달 체계를 사용했으며 외부의 음악적 영향을 비교적 강하게 저항해 왔습니다. 프랑스가 1830년에 북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한 시점, 즉 쇼팽이 폴란드를 떠난 시점과 달리, 유럽 제국주의는 중동 지역에 상대적으로 늦게 도달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리적으로 유럽에 속하는 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은 1920년까지 다민족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으며, 그리스적 유산이 강했지만 이는 바흐, 모차르트, 쇼팽의 음악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또한, 아랍권의 중심지였던 카이로는 1869년 수에즈 운하 건설과 1882년 영국 보호령 설립 전까지 유럽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았습니다. 테헤란은 유럽의 직접적인 점령을 1940년대에야 겪었으나, 그 이전에는 러시아의 영향만 존재했습니다.

쇼팽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중동 지역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텔아비브 설립이나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의 일이었습니다.

중동의 초기 피아니스트들

서양 피아노가 중동에 소개된 것은 훈련받은 피아니스트가 등장하기 전의 일이었습니다. 이란의 첫 번째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모쉬르 하비볼라 호마윤 샤흐다르(Moshir Habibollah Homayoun Shahrdar, 1886–1969)는 테헤란 경찰서장이나 시라즈 시장이었다는 주장과 함께 언급되지만, 이 주장은 신빙성이 낮습니다.

한 가지 주요 문제는 유럽 피아노를 현지 음악 전통에 맞게 조율해야 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집트의 한 피아니스트는 펜타토닉 스케일(5음 음계)에 맞게 설계된 특수 키보드를 발명했으나, 이로는 쇼팽의 음악을 연주할 수 없었습니다.

근대화와 서구 음악

1920년대, 터키 공화국은 아타튀르크의 지도 아래 근대화를 추진했습니다. 알파벳의 라틴화, 종교적 의상 금지, 학교의 세속화, 음악의 국유화 등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시기의 음악계에서는 '터키 5인조'라 불리는 젊은 음악가 그룹이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러시아의 '다섯 명'과 비슷하게 자국 전통 음악의 부흥을 도모하면서도, 서양 작곡 기법을 터키 민요에 접목하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타튀르크의 1938년 장례식에서는 쇼팽의 장송 행진곡이 연주되었습니다.

한편, 이란의 근대화는 팔레비 국왕(1944–1979)의 백색 혁명(1963–1979) 동안 급격히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제정 이란의 국가는 '이란 제국 찬가(Sorude Šâhanšâhiye Irân)'였으며, 이는 서구적 취향을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이란은 시아파 이슬람과 이슬람 공화국의 수립으로 인해 결국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아랍 세계는 연이어 발생한 격변으로 인해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수에즈 위기 이후 이집트와 시리아에서의 불안, 레바논 내전의 발발, 소련의 지원을 받은 나세르주의(아랍 사회주의)의 부상, 그리고 페르시아만 지역에서의 석유 매장지 발견으로 인해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이 급격히 변화했습니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에 동반된 음악은 서구 스타일이 자리 잡을 여지를 거의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유대인 이주민과 난민들이 팔레스타인으로 유입되면서 이 지역에 강한 서구 문화가 전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러시아, 폴란드, 또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이들 중 많은 피아니스트가 모스크바, 빈, 혹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 그룹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빌뉴스 출신의 알렉산더 볼코비스키(알렉산더 타미르, 1931–2019)와 그의 음악적 동반자 브라카 에덴(1928–2006)이 있습니다. 이 듀오는 이스라엘 쇼팽 협회의 설립을 공동으로 이끌었습니다.

시온주의 공동체가 뿌리를 내리면서, 음악은 국가 건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1935년에는 팔레스타인 심포니 오케스트라(현재의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창단되었습니다. 또한, 서구 전통과 동양 전통을 결합한 민요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예를 들어, 폴란드의 노래 '파란 손수건(Niebieska chusteczka)'은 히브리어 가사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와 동시에,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음악적 재능을 끌어들였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하나는 1942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입니다. 그는 음악적 재능뿐 아니라 도덕적 태도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강경한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스라엘에서 금기시되던 바그너의 곡을 연주할 용기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1999년에는 서동 시집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를 설립해 아랍과 유대인 음악가들이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다니엘 바렌보임은 피아니스트로서 쇼팽을 다루며 긴 시간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자연스럽게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오랜 시간 동안은 쇼팽을 잘 연주하지 못했습니다. 섬세함과 자유로움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후 그는 쇼팽의 녹턴, 에튀드, 협주곡 등을 훌륭히 연주한 음반을 발매하며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쇼팽 연주회는 이 지역 전역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스탄불, 앙카라, 예루살렘은 물론, 리야드와 아부다비에서도 촛불 아래에서 열리는 연주회가 있습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 연주에 참여하는 중동 출신의 예술가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팔레스타인 출신의 피아니스트는 많지만, 쇼팽에 특화된 연주자는 없습니다.

아프리카

는 수천 개의 언어와 수백 가지의 음악 전통을 가진 대륙입니다. 북아프리카의 베르베르 음악은 서아프리카의 가나 음악이나 남아프리카의 줄루 음악과 전혀 다릅니다. 유럽 식민주의와 그에 따른 유럽 음악 문화는 각 지역에 따라 다양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카르, 나이로비, 요하네스버그와 같은 이전 식민 중심지에서는 그 영향이 강하게 나타났지만, 다른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아프리카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피아니스트는 매우 많지만, 이들은 주로 재즈나 퓨전 음악을 연주합니다.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려는 연주자들은 여전히 유럽의 음악원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그러나 쇼팽은 소수의 관심 대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모든 피아니스트는 1934년생 압둘라 이브라힘에서 1984년생 시부시소 마실로아네(Sibusiso Mashiloane)에 이르기까지 재즈에 특화된 연주자들입니다.

남은 대륙은 남극뿐이다

쇼팽의 음악이 이 대륙의 차가운 공기를 울린 적이 있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남극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1821년, 러시아 배가 여섯 번째 대륙에 도착했을 때, 인근 섬들 중 하나가 프레데릭 쇼팽이 어린 시절 신동으로서 연주했던 바로 그 황제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습니다. 남극 반도에서 알렉산더 섬으로 알려진 지역의 지도는 음악과 관련된 지명들로 가득합니다. 베토벤 반도(Beethoven Peninsula)의 가장 높은 지점은 슈만 산(Mount Schumann)이며, 그 옆에는 쇼팽 언덕(Chopin Hill)이 있습니다.

오늘날 쇼팽이라는 이름은 단지 음악의 울림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협회, 페스티벌, 콩쿠르, 콘서트, 독주회, 녹음과 연관됩니다.

가장 중요한 기관은 1911년에 설립된 파리 쇼팽 협회(Société Chopin)이며, 이 협회는 모리스 라벨(1875–1937) 등 유명 음악가들이 세웠습니다.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조직은 미국 마이애미에 본부를 둔 쇼팽 재단(Chopin Foundation)입니다.

최초의 쇼팽 국제 콩쿠르는 1927년, 바르샤바 음악 협회(Warsaw Music Society)가 조직했으며, 현재는 2001년에 설립된 프레데릭 쇼팽 국립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Fryderyk Chopin)의 후원 아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 쇼팽 협회 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Chopin Societies)도 있으며, 이 연맹에는 런던, 제네바, 상파울루, 캔버라, 홍콩, 하노이, 하와이 등의 협회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이 중 마지막에 언급된 하와이 쇼팽 협회의 회원이 된 것을 개인적으로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쇼팽 페스티벌은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 두슈니키즈드루이(폴란드), 오스트리아 게이밍, 벨기에 하셀트, 영국 런던, 체코 마리안스케 라즈녜, 프랑스 노앙, 파리, 미국 엘패소, 샌디에이고, 시애틀, 스페인 마요르카 발데모사 등에서 정기적으로 열립니다.

국내외 콩쿠르의 최상위에는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가 있다

5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이 대회는 전쟁과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소련 출신의 피아니스트들이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폴란드 출신 우승자로는 1955년 아담 하라시에비츠, 1975년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2005년 라파우 블레하츠가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아시아 출신 연주자들이 이 대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챔피언은 2021년 제18회 대회 우승자로, 1997년생 캐나다인 브루스 리우입니다. 그는 당 타이 손의 제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