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곤룡포를 붙잡던 이 순간을
의빈(덕임)은 어떻게 회상할지 궁금해졌어.
덕임은 궁녀로 입궁한 후
사소한 것일지라도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가고 싶다했는데
그 선택의 순간은 대부분 산과 연결되어 있었어.
산을 금서 위기에서 구해냈고,
필사한 소설을 가지고 영조에게 가서 그를 용서해달라 빌었지.
웅지는 품었으나 힘이 없는 주군에게 자신의 충성을 맹세했고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신호연을 날려 그를 구했어.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꾸만 남자로 다가오는 산을 힘들게 거절하는 것 또한
덕임의 중요한 선택 중 하나였어.
주군에 대한 소임과 그를 지키고픈 연정이 한데 섞여
나를 가늘고 길게 지키고 싶은 바람과 충돌하는 지점들에서
덕임은 매번 전자의 손을 들어줬지.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바라봤을 땐 당장은 괴롭지만 늘 후자였어.
아이러니한 건, 그 모든 선택은
산을 더 지독하게 덕임 앞에 데려다놓았고 덕임은 계속 직면해야했지.
어느날 덕임은 가족과도 같은 경희를 구하기 위해
산보다는 대비에게 기대는 편을 선택했고
이에 분노한 산을 상처입히기 위해 모진 말을 했지.
그 상처와 헤어짐도 산은 홧김이었을테니 결국 덕임의 선택이었어.
덕임은 궁 밖으로 나와 다시 가늘고 길게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을 살게 돼.
그러나 결국 돌아와 산을 다시 만나게 되었고,
덕로의 죽음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
또한 과거 덕임의 선택으로 산이 살았다는 것도.
여기서 우리는 이 둘의 심정적인 일치를 느끼지.
덕임이 머물 곳은 결국 산의 곁일까 싶게 돼.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 덕임이 선택할 수 있는 거야.
여전히 천덕꾸러기 신세로 경수궁에 남을 수도 있는 거니까.
제왕으로서 미안할 일, 아프게 할 일은 앞으로도 있을 거고,
대신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돌아서는 산을
사실은 붙잡지 않을 수도 있었어. 독하게.
원래 궁궐에서 임금은 궁녀를 마음대로 취할 수 있어.
그렇지만 이 극에서는 궁녀에게 지속적으로 선택을 직면하게 해.
동시에 여러 선례를 보여주면서.
덕임은 이미 왕의 여인들이 어떻게 삶을 마쳤는지 보아왔고,
그이들의 삶에 결국 ‘스스로’는 없었어.
이런 이유로 수년간 왕의 여인이 되지 않겠다 결심했던 덕임이었는데
이제는 곤룡포를 붙잡아.
앞으로 덕임의 삶은 어떻게 변해갈까.
덕임은 가족이 생길 거야.
산을 사랑하고 그의 아이를 낳아 세상에 없던 지극한 사랑도 알게 되겠지.
그것은 덕임이 선택한 결과야.
하지만 자식과 절친한 친구의 죽음 앞에서
덕임은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어지겠지. 받아들여야 할 거야.
산이 즉위한 후 되려 무력감을 느꼈듯 아마 덕임의 삶도 그렇게 되어갈 거야.
봄이 오면 꽃이 피지 않겠냐며 서로를 위로할 거고
그것을 지켜봐야하는 우리는 안타까움에 눈물 짓겠지.
그 날의 선택으로 인해 덕임은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고
역사에 성군으로 남은 군주와 불멸의 사랑으로 회자되고 있지
하지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던
그 시대 궁녀의 삶과 마음을 이 극이 조명하듯이
나도 결국 궁금해질 듯해.
곤룡포를 붙잡은 그날 밤의 선택을
결국 명을 다해 세상을 떠나는 날 의빈은
어떻게 회고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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