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회 방송에서는 산이 어릴 때부터 줄곧 학대 당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산이 기방에 갔다는 보고를 받은 영조는 그 즉시 동궁에 들이닥쳤고, 너는 아버지처럼 되면 안된다며
마치 아들의 망령을 쫓아내듯 그렇게 손자를 때렸다.
손자인 동시에 사도세자의 아들인 산은 그 자체로 영조에게 계도와 교정의 대상이었음을 우린 알게 되었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제조상궁이 지 애비처럼 될 것이라 쉽게 말하는 건 그렇다치더라도
주양육자이자 의지의 대상인 할아버지가 손자를 의심하며 학대해온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산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을 수 없는 채로 커 왔다.
낳아준 어머니는 아들이 실수하지 않기만을 바랐고, 산은 마음을 추스릴 겨를도 없이 어릴 적부터 왕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했다.
여러모로 산의 성장배경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회차다보니, '내면아이'라는 용어가 생각났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고, 그로 인해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성인의 마음 속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왕이라고 다를까? 산의 내면에는 상처 받고 억눌린, 어린 날의 산이 함께 있다고 본다.
유년시절의 산은 자신의 뛰어난 재능으로 인해 아버지가 비교당하고 미움받으며 결국 돌아가시는 비극을 겪었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아들처럼 될지 모른다는 끔찍한 확증편향으로 산을 학대해왔고, 산은 자신이 훌륭한 제왕의 재목임을 끊임 없이 증명해내야 했다.
어머니는 산이 실수하지 않기만을 바라니, 산은 다친 마음을 치유할 새도 없이 세상에 던져진 것이다.
하지만 산도 알지 못하는, 심연 속 그 아이는 고단한 몸을 잠시 뉘일 곳을 찾지 않았을까.
산은 장차 이 나라를 책임져야 할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 천명에 결코 숨지도, 도망가지도 않겠다 했다.
단 한번도 필부가 되려한 적도 없다. 미천한 신분의 여인은 곁에 둘 생각이 없으며 명문 사대부의 여식만이 자신의 곁에 함께할 자격이 있다고도 했다.
덕임에 대한 마음은 확실히 그 천성과 명제를 거스른 것이다.
사방에 적이 도사리는, 그래서 자신에게 그렇게나 엄격해야했던 세손이 한낱 궁녀를 마음에 두었다.
할아버지에게 맞으며 잠시 고개 들었을, 상처받은 내면아이의 마음에 언젠가부터 덕임이 말을 걸어온 게 아닌가 싶다.
힘들게 애쓰고 노력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사랑 받고 싶은, 아이의 마음.
산에게 덕임은 특이한 존재였다. 궁인들 중 누구도 자신의 감정을 산에게 드러낸 바 없었는데 덕임은 당하면 꿈틀하니 산은 난생 처음 궁녀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어느 날은 발칙하게 대들다가도 또 어떤 날은 고분고분하게 칭찬해주니 마음이 녹았다.
또 한번은 할아버지의 노여움을 사지 않게 세심히 도와주니 마음이 가고 점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뿐 아니라 누구도 들어가지 마라는 어명을 어겨서까지 충성을 맹세하며 나의 사람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런 순수하고 어여쁜 마음을 산이 살면서 언제 받아보았을까?
산은 사랑하여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돌아가길 원하고, 덕임은 그런 산의 곁에 평생 있겠다고 맹세했다.
그것이 내게는 둘만의 비밀언어(密語)로 보였다.
북풍이 차갑게 불고 눈은 펄펄 쏟아지는데 서로를 마음에 두었다하여 한가로이 사랑을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덕임이 충(忠)을 맹세한 것이 산의 마음을 거절한 것일까?
덕임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지켜드리겠다 했던 건... 산을 마음에 품지 않았다면 결코 할 수 없는 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산은 제왕의 길을 바삐 가야하고, 덕임은 그의 곁에 함께 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충심에 가려야 하는 것이다.
부부나 연인 관계를 당장 기약할 수 없을 뿐이지, 이미 둘의 감정은 사랑 그 언저리에 놓여있다.
붉지 않다고 하여 여우가 아니며 검지 않다고 하여 까마귀 아니런가.
'사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없을 뿐, 둘만의 밀어(密語)로 마음을 가늠하며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것이다.
산의 걸어갈 성군의 길을 덕임이 지지하고 함께하겠다는 것은 산에게 벅찬 감정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앞으로 덕임이가 살뜰히 곁에서 도울테니 산은 마음을 멈출 수 없을텐데
아마도 덕임의 마음이 충(忠)인지 애(愛)인지를 계속 신경쓰며 덕임의 마음을 갈구할 것 같다.
할아버지의 어심도 살펴야 하고, 정적들의 방해도 만만치 않은데 이 와중에 덕임의 마음이 무엇인지, 그것이 내것인지 아닌지도 신경써야 하다니.
하지만 이 둘이 사랑할 날은 그리 길지 않다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나는 산이 힘들더라도 더 기운 내주었으면 한다.
덕임의 마음을 궁금해하고 연모하는 마음을 쭉 열렬히 표현해주길, ‘궁녀는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말처럼, 궁녀는 자신의 마음을 쉽게 내비치지 않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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