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요즘 외신을 보면 일본의 쌀 문제가 심각하다. 만약 우리나라 쌀값이
현재보다 두 배로 뛴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는 쌀이 남아도니까 괜찮다? 일본의 최근 사례를 보면 그다지 믿음직하지 않다.
쌀 자급률 100%에 가까운 일본에서 고시히카리 5kg 한 포대가 1년 새 2000엔에서 4500엔까지 폭등했다. 일부 마트에선 ‘1가구 1봉지’ 구매
제한 안내문까지 붙었다. 앵겔계수는 4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그러다 보니 한국에 놀러 온 일본 관광객들이 마트에서 한국쌀을 사가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급기야 일본 정부는 농림수산상을 경질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주목할
점은, 일본이 사상 처음으로 한국산 쌀을 수입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국제 뉴스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의 식량 안보, 유통 구조, 농정 체계 전반에 걸쳐 성찰을 요구하는 신호다.

일본의 쌀값 폭등? 당장 내일 우리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사진=픽사베이
일본의 쌀값 폭등은 수확량 부족, 관광객 증가, 감산 정책, 사재기 등 복합 요인이 얽힌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2024년 쌀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공급 자체보다 공식 유통망 외에 쏠리는 시장 왜곡이 가격을 밀어 올린 것이다.
정부의 방출 시점은 이미 한참 늦었고, 농협은 방출된 물량 중 대부분을
매입했지만 시장에 풀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일본의 ‘농정
트라이앵글’—농협, 농림수산성, 농림족 의원 간의 정경 유착 구조—는 문제 해결보다 문제 유지를
더 유리하게 만들었다. 쌀은 남아돌아도, 가격은 폭등할 수
있다는 현실이 여기에 있다.
한국은 과연 쌀값 폭등의 안전지대일까? 한국은 농협 중심의 유통 구조로
일본보다 가격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20kg 기준
쌀값이 두 배 가까이 뛰었던 사례도 있고, 정부가 비축미 매입에 연간
1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상황이다. 곡물 자급률은
22%, 식량 자급률은 49%에 불과하다. 육류
소비가 두 배 늘고, 쌀 소비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육류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한다. 전체 칼로리 자급률은 34%에 불과하다.
게다가 한국도 쌀 재배 면적이 줄고, 생산 농가가 줄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 닮아가고 있다. 당장은 비축량이 있어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변동성이 커지면 언제든 가격이 급등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논의 중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농가 소득을 보호하고 식량 안보를 강화하자는 취지지만, 2030년이면 2조7000억 원대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개입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 속에서도, 농협 유통 구조
덕분에 지금까지는 가격 안정 효과가 있었다.
문제는 단순히 가격을 떠받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쌀값이
하락할 땐 매입으로 대응하고, 폭등할 땐 방출해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정부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예측 가능한 개입, 효율적인 유통, 그리고 공급과 수요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 전략이
없다면 ‘쌀이 남아도는 나라’ 역시 식량 위기의 예외가 될
수 없다.
일본은 올해 20만 톤 이상을 방출하고도 쌀값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단지 재고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신뢰, 유통의 질서, 정책의 예측성에 대한 문제다. 농정은 단순히 생산량만이 아니라 공급
구조와 시장 반응을 읽는 종합적 시스템이다. 일본의 쌀값 폭등은 그것이 실패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다.
한국 역시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쌀이 남아도니까 괜찮다”는 오래된 통념은 이제 검토되어야 한다. 정부와 시장, 농협과 소비자 모두가 예측 가능한 구조 속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될지 모른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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