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늘어나도 일정 금액 이상에서 한계 노동시간 늘어나 오히려 행복도는 떨어져 소득과 행복의 관계에 관한 국내 연구 결과 주목
매달 돌아오는 월급날. 기쁜 것도 잠시 통장을 스쳐가는 월급을 볼 때마다 직장인들은 월급 좀 올랐으면, 돈 좀 많이 벌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연봉이 올라 소득이 늘어나면 지금보다 얼마나 더 행복해질까?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해지지만 일정 소득이 넘어가면 오히려 행복도가 감소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월 평균 근로소득이 1100만원을 넘으면서부터는 소득 증가가 행복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보고서다.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이유, 왜 그럴까?
◇소득과 행복의 상관 관계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2022년 4월말 ‘소득과 행복의 관계에 관한 연구: 근로시간과 근로소득 간의 상호성을 반영하여’(연구자 고혜진 부연구위원, 교신저자 정해식 연구위원)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논문은 보사연의 ‘2020년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 실태조사’를 토대로 소득과 행복의 관계를 추가로 분석한 것이다.
‘2020년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 실태조사’는 보사연이 우리 국민의 풍요로움, 행복의 조건, 일과 삶의 균형을 파악하고자 2020년 6월 23일부터 7월 21일까지 전국 5050가구를 조사한 것이다. 이 자료는 한국인의 행복을 주제로 다룬 최신 조사로, 시의성이 높고 개인의 근로소득과 근로시간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연구진은 이 자료에서 근로소득이 있는 3636명을 추려 그들의 근로시간과 소득, 행복 간의 관계를 살펴보고 근로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어느 정도의 소득을 넘어서면 더 많은 소득이 행복 증가를 견인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이 늘어나도 과도하게 일해야 한다면 행복감이 더 높아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를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 월 평균 근로소득이 1100만원이 될 때까지는 소득 증가가 행복 증대로 이어진다. 그러나 월 소득이 1100만원을 넘어서게 되면 근로시간도 함께 늘어나면서 행복 수준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소득 올라 행복? 직장인 월 600만원이 최대
연구진은 근로소득과 근로시간이 상호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해 고용 형태별로 소득과 행복의 상관 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임금 근로자와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비임금 근로자(자영업자)로 나눠본 것이다.
먼저 임금 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이 월 600만원 수준일 때 최대로 행복하지만, 이 지점을 지나 더 많은 시간을 일해서 소득을 올리면 오히려 행복 수준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임금 근로자(자영업자)의 경우 근로소득이 월 1480만원 수준일 때 행복감이 정점에 달했다. 소득이 늘어날수록 행복 수준은 올라갔지만, 주 44시간 이상을 일해야 하면 행복감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을 본인이 선택하기 어려운 임금 근로자의 경우에는 일정 소득 이상을 벌기 위해 과도하게 일해야 한다면 행복감이 더 높아지지는 않았다. 이와 달리 근로시간 선택이 자유로운 비임금 근로자는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행복감이 높아지고, 근로시간 증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크게 없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시간당 임금 때문에 불가피하게 장시간 일해야 하는 저소득 비임금 근로자의 특징이 나타난 것이다.
한편 주당 근로시간으로 행복감을 추정한 결과, 일자리 종류와 무관하게 주당 평균 40시간가량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행복감이 가장 높았다. 주당 평균 80시간 일하는 사람들의 행복감은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행복감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국내·외 기존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의 소득을 넘어서면 더 많은 시간을 일해서 소득을 높이더라도 행복을 증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통한 소득 확보는 중요한 정책 과제이긴 하지만, 소득 확보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소득 보장과 더불어 적정 시간 일하고 충분히 쉴 수 있는 사회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국민의 행복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소득과 행복 사이의 역설
소득과 행복의 상관 관계에 관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계속돼 왔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 소득이 늘면 행복감이 증가하지만, 소득이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소득 증가만으론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 대표적인 예가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이다.
1974년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발표한 이론이다. 1946년에서 1970년까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 30여개국을 대상으로 소득과 행복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결과 일종의 역설(逆說)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증가하면 행복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소득이 증가하는 일정 시점까지는 행복도 역시 올라가지만, 일정 시점을 넘어선 뒤로는 아무리 소득이 늘어도 행복도가 더는 증가하지 않는 것이다. ‘이스털린의 역설’은 소득 증가는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경제학의 기존 관점을 완전히 뒤집었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도 돈과 행복의 상관 관계에 관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2008~2009년 미국에서 45만명을 대상으로 한 갤럽 설문조사를 토대로 통계를 돌려봤더니 ‘소득이 높아질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는 계속 높아지지만, 행복감은 연봉 7만5000달러(9500만원)에서 멈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연봉이 6000만원에서 7000만원, 7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높아질 때는 돈의 액수와 비례해 행복감도 높아진다. 하지만 연 9500만원 이상을 벌게 되면 연봉이 1억원, 1억1000만원이 되더라도 늘어난 급여에 비례해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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