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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마피아 1

운영자 2009.08.26 15:21:25
조회 3806 추천 2 댓글 3

  한국판 마피아


  정덕진을 구속한 이튿날부터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한국판 마피아 대부 구속" 이라는 제목으로 부풀려서 일제히 게재하기 시작했다. 정덕진의 성장 과정과 폭력 세계와의 관계, 배후 세력에 대한 기사는 그 이튿날부터 모든 신문에 게재되기 시작하면서 슬롯 머신 사건은 갑자기 개혁 사정의 핵으로 떠올랐다.


  나는 그 날부터 매일 11층 특별 조사실에서 정덕진과 하루 열대 여섯 시간 동안의 기나긴 숨바꼭질에 들어갔다. 정덕진이 구치소에서 아침 8시쯤 검취를 나오면 9시쯤 특조실로 불러 그때부터 이튿날 새벽 1시까지 신변 잡담에서부터 살아온 인생 역정을 서로 담담히 이야기했다.


  자백은 검사와 피의자가 동질감을 느낄 때 비로소 진솔한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나는 우선은 정덕진이라는 사람과 거리감을 없애고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도록 노력했다. 보통 피의자의 자백은 피의자가 절망감을 느껴 자포 자기한 상태이거나 개전의 정을 보일 때, 또는 검사와 동질감을 느껴 수사에 적극 협조할 때 나오게 되는데 장덕진이라는 사람은 잡초 생명력을 지닌 사람이므로 자포 자기할 사람은 아니었고 개전의 정을 보일 리는 더욱 없기 때문에 여죄 추궁을 무기로 인간적인 접근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때문에 처음에는 사건보다 사건 이외의 일에 더 중점을 두고 자연스럽게 공통의 관심사를 이야기해 갔다.


  정덕진은 자신의 눈물 어린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자신과 가족들의 불화를 이야기할 때는 어머니를 격정적으로 비난하였다. 동생 정덕진을 이야기할 때는 자신이 업어 키운 아들같이 생각하였고 정덕중을 이야기할 때는 어머니를 중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를 비난하였다.

정덕진이 아버지와 수유리에서 가건물을 지어 살 때 어머니와 정덕중은 집에 있는 돈을 가지고 가출하였다가 돈이 떨어지면 돌아오곤 했다고 한다.


  "어느 날 가건물에서 병고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유명을 달리했을 때 가마니 거적 하나로 아버지를 묻어야 했던 처절한 심정을 검사양반, 당신은 이해할 수 있겠소?"


  정덕진의 형제는 모두 열 남매였다. 그 중 여형제인 정덕자는 의정부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마저 죽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밑바닥에서 헤쳐 나갈 때 자신은 덕일이를 업고 눈보라치는 서울 거리를 헤맸다고 했다.


  어느 정도 철이 들었을 땐 에덴 보육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대장 노릇을 하며 살 때가 그래도 따뜻한 추억으로 남았다. 뒷날 슬롯 머신 업계에 에덴 보육원 출신들을 많이 끌어들여 그들을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고도 했다.

  그의 인생살이가 전환점을 맞은 것은 명보극장 근처에서 껌팔이. 암표 장사로 연명하다가 단국대 윤 교수를 알게 되어 토끼몰이라는 전자 도박 업계에 진출하고서부터였다. 이때부터 그는 돈을 벌기 시작했다. 잡초 같은 강인한 성격과 뛰어난 두뇌로 사업은 하는 것마다 성공했다. 속리산 카지노, 설악파크 호텔 카지노를 경영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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