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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검사가 감히……… 4

운영자 2009.08.13 20:49:11
조회 1789 추천 2 댓글 2

  평검사가 감히………

  그 무렵 정씨 일가의 사활을 건 로비 활동도 극에 달하여 검찰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거의 매일 찾아다니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나는 정 패밀리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을 2차로 보고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검찰 수뇌부의 반응은 의외로 강하게 굳어져 있었다. 거듭 "조세 포탈만으로는 수사할 수가 없다."는 회신이 내려왔다.


  검찰 수뇌부의 바른 결정을 돕기 위하여 정 패밀리의 추가 범죄에 대한 확증을 잡을 필요가 있었다. 나는 정씨 형제들의 주거래 은행인 중소기업은행 압구정동 지점과 서울신탁은행 잠실 지점을 뒤져 그들의 구좌와 거래 내역을 샅샅이 검토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동양상호신용금고에서 정덕일이 대출 받은 사안에 대한 적법성 여부도 조사했다.


  추가 범죄 사실은 정덕일의 대출에서 발견됐다. 정덕일이 동양상호신용금고에서 대출할 때 쓴 사업자 등록증이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업자 등록증은 공문서이고 이를 위조했다면 공문서 위조죄이므로 중죄에 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자 등록증 위조대출은 신용금고 업계에서는 늘 있어 온 일이고 더구나 그 등록증을 위조한 사람은 정덕일이 아니라 윤재옥이라는 사람이었다. 정덕일 밑에서 전무직을 맡고 있는 윤재옥은 별명이 '전차'였다.


  동양상호신용금고 대출과장으로부터 위조 공문서에 대한 자백을 받고 난 뒤에도 곤란에 빠진 것은 그 때문이었다. 일단 대출 비리건은 잡았으나 이를 계속 수사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있었다.


  추가로 또 다른 범죄 사실에 대한 확증을 잡아야 했다. 그러던 중 중소기업은행 압구정동 지점의 전표를 뒤지다가 정덕진의 가명 계좌에서 조직 폭력배 두목 김태촌에서 2억 3천만 원 가량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정덕진이 한국 최대 폭력 조직인 서방과 김태촌의 배후 인물로서 자금 대부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제는 검찰 수뇌부에서 이 사건 수사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나는 이 새로운 사실을 상부에 미리 보고하지 않았다. 미리 보고하면 정보가 밖으로 새나가 정씨들에게 반격 기회를 제공하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들끼리 차용 증서를 서로 작성해 버리면 단순한 금전 대차 관계로 둔갑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검찰 수뇌부로부터 "추가 범죄 사실이 밝혀지면 수사해도 좋다."는 언질을 받은 터라 이 사실은 정덕진을 체포한 후 공개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나는 정덕진에 대한 사법 처리는 자신할 수 있었으나 후속 수사의 중요성을 감안, 정덕진 한 사람의 구속에 그치지 않고 그 막강한 배후를 어떻게 찾아낼 것이며 차제에 범죄의 온상인 전국의 슬롯 머신 업계를 일거에 없애 버릴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강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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