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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의 장 3

운영자 2009.10.22 16:37:04
조회 5546 추천 6 댓글 4

  반역의 장

  5월 말 내부 수사를 마치고 서울지검으로 복귀하여 강력부 검사들과 함께 마무리 수사에 돌입하였다. 정덕진 형제에 대한 자금 추적은 은지수 검사의 책임 아래 계속되고 있었으나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슬롯 머신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 경찰, 정보 기관, 언론 기관 등 다른 기관에 대한 조사 자료는 죄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타기관에 이첩했다. 문민 정부 초대 경찰청장이던 이인섭 전 경찰청장과 경찰 간부들에 대한 내사만 계속했다.


  아울러 정치권 전체에 대한 내사를 하려 했지만 워낙 정씨 형제들이 정치권 문제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정치인 관련으로 제보된 내용을 토대로 계속 추궁 조사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자금 추적에 기대를 걸어 보았지만 결국 정치권 내사는 소문으로만 끝났다.


  그러던 중 서교 호텔 슬롯 머신 업자 양경원을 조사한 이 검사가 이인섭 전 경찰청장에 대한 수뢰 사실을 일부 자백받았다. 2천만원 수뢰 사실은 그뒤 소환된 조석한을 통하여 확인되었고 조씨의 자백을 받은 나는 이를 이 검사에게 넘기고 조서를 받도록 하였다.


  이인섭 청장은 나의 고등학교 십칠 년 선배되는 사람으로 내가 개입하기 곤란한 입장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이면 그 사건과는 무관한 입장을 취했는데 나중에 동문회로부터 많은 오해와 힐책을 받았다.


  수사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일부 경찰 고위간부들과 몇몇 중진 정치인들에 대한 내사는 이 사건의 시작과 동시에 출국해 버린 중간 매개 인물 몇 사람을 소환할 수가 없어 수사를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 이인섭 전 경찰청장은 그해 6월 기흥 골프장 사건과 겹쳐 구속 영장이 청구되어 사법 처리됐다.


  1993년 3월 중순, 겨울 점퍼를 입고 전열기를 틀어 놓고 시작한 슬롯 머신 사건은 사 개월 반 만인 한여름에 종결되었다. 수사를 종결하며 우리는 시간이 없음을 아쉬워했다. 한국에서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국민의 시선을 잡은 채 수사를 이끈 것은 드문 일이었다. 아쉬웠지만 여기에서 수사를 끝내기로 했다.


  참으로 어렵고 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후 국민의 이목이 계속 집중된 가운데 이 사건의 공판에 임했다. 특히 박철언 의원 공판 때는 대구에서 관광 버스 십여 대로 단체 상경한 지지자들의 야유와 욕설 속에서 마치 이 사건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나 양심수 사건인 것처럼 그들이 연출해 내는 모양새에 나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인이란 다 그런 것인가? 박 의원은 구시대 악습에 물든 프로정치인이었다. 그가 공안 기관을 장악하고 공안 통치를 주도했을 때 재판에 선 학생 등의 양심수들이 법정 소란을 부리는 것을 보고 그는 법정의 신성함을 그 얼마나 외쳐 댔던가. 그는 양심수도 아닌 추악한 부패 스캔들로 재판을 받으면서도 마치 양심수처럼 행세해 법정을 무질서와 혼란으로 몰아갔다. 그런 그의 모습은 책략에 물든 프로 정치꾼이지 존경할 만한 지도자는 결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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