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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출되는 배후 세력 3

운영자 2009.09.03 14:29:17
조회 2764 추천 2 댓글 2

  적출되는 배후 세력

  천기호 치안감을 구속할 무렵, 나는 정덕진으로부터 그가 위기에 처했던 1988년 10월 대검의 내사 때와 1989년 10월∼1990년 3월까지의 안기부 내사 및 1990년 9월의 청와대 특명사정반의 내사 때 그들 형제를 비호해 준 사람들에 대해 진술을 받아 내기 시작했다.


  완강하게 입을 다물고 있던 그가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은 그와 나 사이에 지난날 고생하던 시절의 추억을 통하여 인간적인 동질감을 회복하고부터였다. 우리 두 사람을 연결하는 것은 묘하게도 ‘가난의 추억’이었다.


  가끔 정덕진은 장성한 딸들의 사진을 내보이면서 한스러워했다.


  “이 딸들에게 좋은 사람과 짝을 지어 주는 것이 아비의 마지막 소원이다. 그런데 이 모양으로는 그것마저 어렵게 됐다.”


  그는 내가 집요하게 추궁해 들어가자 “하루 이틀만 말미를 주시오” 했다.


  이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배후 세력으로 하여금 수사 방해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언론을 동원한 것이 특징이었다. 분명 언론의 보도는 그런 면에서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는 관련 증인이나 참고인을 심지어 정덕진의 운전사조차도 잠적시켜버려 오로지 정덕진을 통하지 않고는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기묘한 형태로 변해 버렸다.


  정덕진의 가족, 슬롯 머신 업체 간부, 경리상무 등 중요한 참고인들이 모두 지방 또는 산사로 은신해 버린 것이었다. 정덕진 한 사람은 구속했지만 나머지 수사 여건은 최악의 상태였다. 그러니 정덕진만 집요하게 닦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참으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정덕진의 모친이 재야 민권변호사를 선임하여 그 변호사가 직접 접견을 하러 온 것이다. 정덕진의 가족들은 홍 검사가 워낙 잔인한 검사라서 정덕진을 고문했을지도 모르니 그것을 확인해 달라고 재야 민권 변호사를 선임한 것이었다.


  재야 민권 변호사인 박 선배는 내키지 않는 발길로 검사실을 찾아왔다. 그리고 정덕진을 접견하였으나 아무런 구타 흔적이자 고문 흔적이 없자 멋쩍게 돌아가면서 박 선배는 뜻밖의 말을 전해 주었다.


  “정덕진이 말하기를 자신은 앞으로 홍 검사의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니 자신이 진술하는 부분에 대한 기억이 틀릴 때는 가족들이 전화로 그것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민권 변호사와 접견을 마친 정덕진은 바로 내게 “자백하겠다”고 했다. 나는 준비한 녹음기를 틀어 놓고 정덕진의 진술 내용을 녹취하기 시작했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 1988년 10월경 대검의 내사 때는 정덕일을 통하여 검찰고위관계자 A에게 부탁을 했고, 1989년 10월부터 1990년 3월까지 실시된 안기부의 내사 때는 안기부 기조실장이 이를 해결해 주었으며, 90년 9월 청와대 특명사정반의 내사 때는 “원자탄을 썼다”고 했다. 당시 특명사정반장인 사정비서관과의 관계상 “원자탄이라면 박철언이 아닌가” 하고 추궁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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