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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가을전날 물돌이 마을을 가다 - 하회마을, 병산서원 三

Ire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8.31 01:12:13
조회 1893 추천 1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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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이런분위기가 될것 같은 오늘 글, 시작!



1. 하늘이시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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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을 뒤로 하고 

다시 강을 건너서 

종착지인 병산서원으로 떠날 시간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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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모는 사공아저씨(?)

기분 좋게 나에게

'또 오이소'란 말을 들으며 

'네, 그럴게요!'란 대답을 나도 기분좋게 던졌어.


안동에서 병산서원으로 들어가는 버스는 단 세 대,

그나마도 아주 예전 선비들이 걸었던 그 산 길을 살짝 확장해 둔 

비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가는 방법 밖엔 없어

그게 아니라면 아날로그로 내 발의 힘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좀 더 병산서원을 길게, 진득이하게 보고 싶어서 선택했던

걷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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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요렇게 길게 난 흙담길을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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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하회마을!을 외치며

나락이 영글어가는 논밭을 거쳐 

산길로 들어서려던 순간

심지어 야심차게 징비록 ost를 빵빵 틀어놓고 가고 있었으나 


더.

웠.

다......


그보다 문제는 시간이었어.

애초 목표는 세시 사십분 병산서원에서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거였는데 

하회마을에서 병산서원까지 선비길을 따라 걷는 시간은 약 한 시간 반 정도,

예상했던 구경시간은 병산서원에서 한 시간 정도,


그러나 내가 옥연정사와 부용대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미 시계는 두 시를 지나고 있었어.


음, 어쩌지어쩌지?를 외치다가

안되겠다, 하회마을에서 병산서원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버스인 세 시 십분 버스를 타야겠다 싶었지.


지도를 봤을 땐

하회보건소 앞 버스정류장,이란 곳이 눈에 띄었어.

근데 암만봐도 여기까지 버스가 안 들어올 거 같단 말이지.

겨우 걸어가서 앞의 가게하시는 분께 여쭤봤어


"이모 버스 여기서 타는거 맞죠?"

"아이고 여기까지 버스가 어떻게 들어오니껴? 조 앞에 나가야 하니더"


헐!!!

감사합니다!!!


이미 시계는 세 시 칠분이었다고 한다.

서둘러 뛰어서 마을 입구 정류장에 들어섰는데


뭔가 기분이 쎄~해

안내소로 뛰어들어갔어


"저기, 죄송한데요 혹시 병산서원가는 버스 출발했어요?"

"아이고, 그거 세시에 출발하는데 벌써 출발했지요"


헐!!!

헐!!!!!!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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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온갖생각들이 펼쳐졌다고 한다. 


날씨도 좋았고.

하회마을 들어오는 버스도 한 시간씩이나 안 기다리고 바로 타고 

하회마을 들어와서도 정말 조용한 곳에서 구경 잘하고 

옥연정사에서 참 조용하게 징비록 서문도 읽고, 

다 했는데 왜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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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정확히 딱 이 기분이었던 거 같아.


순간 아침부터 서울에서 내가 어떻게 일어나 어떻게 왔는데, 그깟 지도 한장에 속아서! 라는 원망과 억울함에 몰려왔다.


아, 서울에서 여기까지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아침 차를 타고 

이렇게 왔는데

피곤한 줄도 몰랐는데


내가 너무 왔다갔다하며 일정을 잘못짰나?

그냥 못가보는 건가?


등등......


그냥 이대로 포기하고 돌아갸아하나?

병산서원은, 이거 하나 때문이라도 하회마을을 한번 더 올까?

딱 포기란 말을 드는 순간, 그냥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드는거 있잖아?








"일단 가 보자"


다시 한번 더 와야 한다는 번거로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순간에는 '가야한다'라는 당위성으로 이 문제가 다가왔던 거 같아

가지 않고 그저 올라가버리면

너무 아쉽고 계속 마음에 남을 거 같아서.


일단 마을 어귀로 나가야 택시든, 뭐든 있겠지, 란 생각에 

셔틀버스를 타고 핸드폰으로 열심히 지도를 검색하고 있던 그 때,


"시내나갑니꺼?"


라고 말을 걸어오던 분이 계셨어. 

바로 셔틀버스 기사님,


"아니요, 사실 병산서원 가려고 하는데 버스를 놓쳤네요, 택시라도 잡아보려구요."

"어디서 왔는데요?"

"아, 저 서울에서 왔어요, 근데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못보고 가면 너무 아쉽잖아요."

"아이고, 내도 여행가는거 좋아하는데 그러면 우짭니까?"


일단은 셔틀을 타고 마을 바깥으로 가자는 말씀을 하셨어. 

셔틀을 타고 가는 도중에도 '도착한담에 좀만 기다리소'란 말을 하던 기사님,


셔틀에서 다른 사람들이 다 내린 직후 

자신의 핸드폰을 이리저리 뒤지더니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택시 기사님의 번호를 알려주시고 

다시 전화를 해서 그렇게 연결이 됐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지인분과 통화를 할 때 안동사투리로 싸악~ 바뀌시는 부분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는...;


"요 기사가 원래 하회별신굿탈춤을 하는 양반이거든요. 함 갔다오이소."


라 하며, 셔틀 청소를 하시는 와중에도 

뙤약볕 밑에서 기다리던 날 불러서 

셔틀 기사님은 당신이 여행다녀온 이야기를

이리저리 하셨어. 


"여기도 여행을 많이 오고, 나도 요 주변으로 여행 많이 가거든요. 근데 한번 멀리서 온 걸 하나 놓쳐서 또 오긴 힘든데 

그렇게 놓치면 또 얼마나 아쉬워요?"


마침내 도착한 택시, 수염을 정정하게 기르신 택시 기사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시며

드디어 마지막 목적지를 향했어. 







2. 선비들이 걷던 길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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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덜컹 거리던 길을 나서는 길,

하회마을을 둘러싼 큰 산을 둘러야만 나온다는 병산서원,

20분 남짓한 거리를 가면서 

택시 기사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듯 싶어. 


"두 시에 탈춤 공연 봤습니껴?"


아쉽게 그 때 하회마을 어딘가를 돌아다니느라(!) 보지 못했다,라 하자

매우 아쉬워 하시면서 

내가 공연을 하는데, 하회마을에 왔으면 이걸 봐야지!! 란 말씀을 하셨어.


이어지는 이야기들도 참 재미있었어. 


하회별신굿 탈춤을 하며 해외로 여행다닌 이야기,

때마침 미국에 있었을 때 한국에서 가져간, 탈춤 대사를 번역한 문구가 잘못되어서

미국에서 부랴부랴 수정을 했던 이야기.

때마침 안동대에서 민속학을 전공하며, 아버지의 가업을 잇고자 노력하는 아들 이야기까지.

다양한 얘기들이 오고갔던 듯 싶어. 


그 중 택시 기사님이 열에 붙여 얘기하셨던 것 중 하나는 

마을 보존에 관한 이야기.


1. 병산서원 가는 길에서

"이 길좀 봐요. 여기도 원래는 옛날 선비들이 다니던 길 확장만 한 비포장이거든. 여기로 버스도 다니고 차도 다녀요. 도로야 좁죠. 

시에서는 여기 포장을 해서 조금 더 넓히자고 해요. 근데 마을 사람들이 다 반대 한다고."

"왜 그런거에요?"

"그래도 보존을 하고 싶은 거지. 그나마 안전때문에 올해들어서 옆에 난간은 설치했거든."


2. 마을에 대해서

"사실 여기에 사진찍고, 놀러오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 늙은 사람 할 것없이 많아요.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도 좋지. 그러나 여기에 아무 것도 없이 그냥 걷기만 하고 가는게 아니라 여기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을 해 줬으면 좋겠어. 외부 사람들이 들어와서 가끔은 오히려 정신없을 때도 있거든."

"그런 점에서 셔틀버스 같은 거도 없애야 해요. 그거 그래봤저 2km 정도 밖에 되지 않는거, 거기서부터 마을의 시작이나 마찬가진데 그 거리를 못 걸어 들어온다는게 말이나 되요? 그렇게 걸어 들어오면서 볼 때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그 점들을 다 놓치는게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가끔은 모르겠다니까."


사실 저 두 이야기를 삼사일이 지난 시점이라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아 두서없이 쓰긴 했지만

관광지로 개발되는 곳이라 해서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마냥 행복하진 않겠다 싶었어.


하회마을은 교통으로 가기에 분명히 불편한 건 사실이야.

강이 둘러 들어가는 산을 함께 둘러 들어가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문경 산골짜기보다 더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해.

병산서원은 그 보다 더 하지. 


그 말들을 들으니 한켠에선

오히려 불편하게 그대로 둔 부분이 있어야 

그 가치가 보존되는게 아닐까,란 생각도 해 보았어.

그제서야 그 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지도 않나,란 생각 말이지. 

그러나 그 곳에 가 본 사람이면 알 수 있는.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가서야 발견할 수 있는 가치가 있음을

그날 기사님의 말과 함께 느껴본 듯도 하다. 


특히 이 곳에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기 때문에

더 그렇지 않을까, 싶어.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보존과 공존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고 해야하나.











3. 병산의 날카로움을 품어낸, 병산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곳


"병산서원의 '병'은 요 앞의 산이요, 고 뒤 서원이 있는 산은 병산이 아니라 화산이구요"


병산서원이다, 라 싶은 한 바퀴를 돌았을 때

내 왼편으로 펼쳐졌던 거대한, 그 높이와 깊이를 알 수 없는 산에 일단 숨이 턱 막혔던 듯 싶어.

아쉽게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진 못했지만

그걸 바라봤을 때, 

'와, 뭔가에 가로막혔구나'

란 생각이 들어 답답함과 그것에서 오는 막막함이 함께 느껴졌어. 


배롱나무의 붉은 빛이 보일 때 쯤,

마침내 서원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내리는 순간 아무런 말도, 생각도 들지 않았어.

원래 그 자리에 오랜 기간 앉아있던 건물들이 고고히 앉아 맞이할 뿐이었지.


마침내 왔구나,

여기에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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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애대감이 풍악서당을 옮겼던 자리에

다시 후학들이 서원을 짓고

그의 신위를 모신 곳,

그를 닮고자 한 이들이 모인 곳.


마치 오늘 여정은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의 삶을 건물로써, 그가 함께한 장소로써 돌아보고 온 듯한 순서로 걸었었어. 


'복례문' 

예로 돌아가는 문, 자신을 굽혀서 겸손함을 갖추라는 문의 의미를 새기며

한 걸음씩 다가섰어. 


지난 겨울 시간이 갔을 때 들렀던

영주 부석사가 한 단, 한 단이 거대했던 반면

병산서원은 단으로 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야트막하고 소담한 멋이 있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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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대루를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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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서원의 현판을 단, 강학당이 나와.

그 안의 '입교당'이라는 현판처럼

유생들이 이 곳에서 스승과 함께 공부를 했던 곳이야. 


그 양 옆의 방은

스승들이 기거했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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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답게 건물 역시 양 옆에

동재와 서재가 있는 구조야. 

그런데 성균관과 비교해서 

앞마당을 크게 쓴다기 보단

꽉 들어차게 쓴 점이 눈에 띈다.


그리고 이 장면을 꼭 보고 싶었다고 한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강학구역에 발을 디디는 순간까지도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어

이거찍은 다음에 디세랄을 중고라도 구매해야하나 망설였다는;;(이 맛에 사진을 찍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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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올라올 때 거대한 지붕만 보였던 만대루,

그리고 그 만대루 앞의 병산,

저 병산의 세 봉우리를 삼정승이라 여기고 (=서애대감이 삼정승을 다 지내서 그런건 아니겠지??!)

만대루에 앉아 후학들이 쉬기도 하고 공부도 했다 해

건축 쪽에 관심이 많은 개롤들은 병산서원이 한국 서원 건축 (내지 한국 건축사)의 최고봉이라는 걸

들어봤을 거야

만대루 덕택이란 얘기는 얼핏들었지만

사실 그걸 굳이 듣지 않고 가더라도 

확실하게 알거 같더라.


위에서 얘기했지만

그 앞의 병산이 만대루 없이보면 굉장히 가파르거든.

(아마 대왕세종에서 양녕이 마지막 낚시하면서 나오던 그 곳이 병산 앞 모래톱인거 같은데 그걸 보면 감이 잡히려나?)


그런데 만대루에 병산이 강과 맞닿은, 사나운 부분이 가려진 다음엔

그 점이 사라지고 봉우리의 둥글한 부분만 담아내. 

강과 치닿은 산의 뿌리들은 끊임없이 깎이고 깎이며, 

이 산의 가파름이 한없다는 걸 보여주는데 반해서 

그 가파름을 한정지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마치, 만대루와 양 옆의 동재 서재가 그릇인 것처럼 말이야.


반대로 앞의 병산이 없다고 생각해본다면

만대루는 밋밋하게만 보일 뿐, 또 살지 못할 것 같아.  


서로에게 서로가 없으면, 자연과 인공이 서로 없으면 완벽할 수 없다는,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자리는 지키고 있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논어의 말이 건물 하나로 느껴졌어.


또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옥이 자연을 품는다'라는 말,

'한옥은 자연이 있어야 완성이 된다'라는 그 말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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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다르게 따른 행운은

만대루에 직접 올라가볼 수 있었단 거야

원래 저기가 지금 보수중이란 이유로 올라가지 못하게 하거든

그런데 때마침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단체 관광객들을 모시고 설명을 하시던

후손 분이 계셨고 

그 분의 배려로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한다. 


병산서원 위치 때문에 버스 왔다갔다하는 시간이 아니면

사람이 아예 없을 줄 알았거든

근데 그랬더라면 조용한 곳에 자리잡은 위치때문에 더 아쉬웠을 뻔 했었어,

그러나 오히려 사람이 있어서 의외로 분위기가 사는 감은 있었지.


하회마을은 애초에 사람이 사는 곳,을 전제하고 갔기에 

복작거림이 싫겠다, 싶었는데

병산서원은 원래 조용하리라 여겼는데

적절한 복작거림이 있어서 

비로소 사람이 있는 공간이란 맛이 들더라구.


그 곳을 보시던 분들도 

제 나름대로 마루에 눕거나 만대루 위로 불어오는 낙동강의 강바람을 맞고,

어른, 젊은이 할 것없이 그저 조용히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음.


아니라면 설명을 해 주시던

어르신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함 들어보자, 여기가 뭐하는덴지'

이렇게 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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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멋 중 하나는 자연의 나무 흐름을 그대로 쓴다는 점.
위의 대들보 기둥을 보면서도 놀랐고 
기둥을 보면서도 놀람
이 건물 아래의 기둥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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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대루 위의 기둥들은 제법 직선인 반면

여기는 또 깎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활용해서 

조상들의 센스에 감탄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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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서원은 겹겹이 둘러싸인 틀들이 빚어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인듯,

예전에 창덕궁 후원에서 그 비슷한 걸 느꼈는데

후원이 산이라 조금 둘러싸인 감이 있다면

여긴 그것보단 조금 더 트인 느낌이야. 


사실 이 사진도 사람이 없길 바랐는데

오히려 사람이 들어가면서 사진이 산 것 같음......

아주 오래전 이 마루에 앉아 글을 읊었던 선비들도 아마

가끔은 스승님 없다!를 외치며 저렇게 눕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3. 늦여름, 병산에 가면 붉은 빛이 있다. 


그러나 이 서원이 한옥의 나무결 색깔과 

검은 지붕과 

푸른 산, 하늘만이 다라면 안될 소리.


390년 전에 사람이 심은 자연이 아직 남아있지.

그 아름다움은 붉은 빛 배롱나무라고 한다. 

특히 저 뒤의 여섯 그루는 대놓고 향토문화재로 지정된 아이들이었어

사실 배롱나무를 최근에 심은게 아닐까 했는데

왜 그런가 싶어 그 유래를 찾아보니 


1. 류성룡의 사당인 존덕사가 여기에 건립되면서 후손인 류진이 심은 나무

2. 사찰이나 서원 등에 배롱나무를 심는 뜻은 오래 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마다 껍질을 벗으며 매끈하고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출가한 수행자들이 배롱나무처럼 세속의 욕망을 벗어버리라는 뜻과 선비들이 배롱나무처럼 깨끗하고 청렴한 성품을 닮으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경북매일신문


생각해보니 하회마을에도 배롱나무가 참 많았던듯 싶어.

마치 선비의 집 앞에 심는 은행나무처럼

배롱나무 역시 그런 의미를 갖고 있었구나, 란 생각이 드니 아련해졌음.


그리고 배롱나무의 꽃말 중에 '떠나간 벗을 그리워 함'이란 말,

비록 서애대감이 떠난 후에 심은 나무지만

후손들은 나무를 통해 사표로 삼았던 그를 그리워했겠지?


아울러 덕후는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이란 말에서

말년에 징비록을 쓰며 유달리 여해의 부분에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던

서애대감이 떠올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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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애대감의 위패를 모신 존덕사.

여기는 사당이기 때문에 서원 건물들 중 유일하게 

단청칠이 되어있어.

건물의 위치 역시 서원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고,

사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서 보면 만대루나 강학당인 입교당으로 올라가는 계단보다

훨씬더 가파르고 높은 걸 알 수 있어. 

그만큼 존경해서 받든다는 거겠지?


서애대감이 사셨던 하회마을이 

그가 그렇게 중요시 한 효와 충, 더 나아가 책임감이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면

병산서원은,

그를 사숙하며, 공부한 이들,

학자로써 혹은 관료로써의 그 모습을 닮고자 한 이들이 모인 곳이 아닐까

그를 통해 미래를 준비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음


그래서 이 곳의 사당의 의미는

그저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그런 곳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과 옛 분들을 연결하는

'오래된 미래'가 아닌가 생각해 봄.



다만 공부를 하기엔, 서애대감이 너무 좋은 데다가 서원을 세우셔서 ㅠㅠ 역시 욕심쟁이셨음 

은근히 현대에서 재산을 모으신다면 조망권과 관련한 부동산으로는 최고 권위자가 되지 않으실까란 괘씸한 생각도 들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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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뒤편에서 바라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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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책들을 보관하고 인쇄했다는 장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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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사청 앞에서 바라본 그 앞의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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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청으로 들어가는 문, 그 사이를 감싼 배롱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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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 올라가는 길 앞의 배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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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문 쪽의 배롱나무.


병산서원에서는

서원이기에 느껴지는 경건함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건물의 배치와 자연이 주는 그 아름다움 자체에 많이 취해있었던 것 같아


이렇게 사진을 정리하면서 

바라보다보니 그제서야 조금은 그 곳의 의미가 어떤 것이었는지

되새김질한다 해야하나?


정말 시간이 더 길었다면

병산서원이야 말로 조금 더 오래오래 앉아있으면서 

책도 읽으며 더 느끼고 싶었음

또 다음에 방문할 땐 꼭 그렇게 해 보려고. 


정말 이런거 보면 디세랄과 자차는 꼭 갖춰야겠단 욕심이 드는......

근데 디세랄이 있어도 내가 눈으로 담아냈던 병산서원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다 담아낼 수는 없을 거 같아. 


택시에 돌아오자 마자 기사님이 바로 물으셨어


"그래서 어땠어요?"

"음, 아...너무 많은 것들이 생각나서 허허허, 참 예쁜데 그저 예쁘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네요."


건물 구조는 단순하고 

공간 배치도 규칙적이야. 

그리 넓은 공간은 분명 아니구.


그러나 오히려 있을 거, 갖출 건 다 갖춰서

함께 어울러졌던 병산,


참 잊지 못할거 같아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오히려

병산서원이란 곳의 가치는 더 올라가지 않을까, 

손에 닿을 듯 하면서도 닿지 않는 그 곳이라

그래서 더 그런가보다 싶었음......






그래서 안동여행은 일단 여기서 끄읕..........

은 맞는데, 그러면 아직 풀지 않은 사진들이 조금 있어서 

마지막 後 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건 내일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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