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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특별전 후기!!(엄청난 스압..)

달토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9.01 10:34:17
조회 2038 추천 31 댓글 19
														

 징비록 종연 즈음하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징비록 특별전>을 하게 되었지.

풍원횽, OK횽, Irene횽을 비롯한 갤러들이 속속 후기를 올리는 걸 보면서...

'아, 나도 가고 싶다. 그런데 서울까지 또 언제가냐?'싶어서 9월에 여유있을때 1박 2일로 서울 나들이 갈까 했는데...

며칠전에 Irene횽이 "징비록 원전은 이번달까지 전시임"이라는 댓글을 달아준걸 보고...(감사감사!! 진짜 정보 고마워!! 안봤으면 정말 후회했을거야)

갑자기 멘붕되면서 고민에 빠졌음....

 

[생각의 흐름: 오늘은 27일 목요일이다. 그리고 징비록 원본 마감전시까지는 3일이 남았으므로 간다면 이번주에 가야한다. 하지만 나는 지방갤러고, 토요일에는 약속이 있으므로,

가려면 일요일 당일치기로 다녀와야한다. 하지만 왕복 7시간이 넘는 교통시간과 금액적 부담을 생각한다면 급하게 당일치기 하는것은 비합리적이다. 거기다가 교회까지 가려면 일요일날 일찍 출발하지도 못하잖은가!!].......이게 합리적인 생각이지만,

 

"징비록 덕후에겐 이게 합리적이고 상식적이야, 하하하~!!!"라며 그냥 무대뽀로 다녀옴...ㅋ

 

<1>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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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11시 반 예배에서 뵙던 주님을 처음으로 아침 7시에 뵙고(주님, 당황하셨습니까? 이렇게 이른 예배때 뵌 것은 처음이지요?^^)

아침 기차를 타고 서울 도착!! 대전역에서 KTX로 갈아탄 후 묵밥으로 아침을 떼운 후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깜빡 졸았는데...

눈은 뜨고 있는데 가수면 상태였음....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안내려요?"라고 물으실때까지 여기가 서울역인지도 모르고,

혼자 5분 넘게 빈 기차안에 있었다는 사실...(미친듯) 어쩐지 사람들이 다 나가더라. 근데 난 용산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무슨 근거로?)

진짜 정신이 가출했군. 이런 상태로 <국립민속박물관>으로 향함. 비슷한 이름들이 많지만 이 건물이 워낙 튀니 금방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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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하고 삼가하는 마음으로 충을 쓰다", "징비록"이라는 문구들이 걸려있던 복도...

뭔가 그 문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고 엄숙해지는 느낌이었음.

마치 정숙해야만 하는 사원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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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날 드디어 받은 <전차스>를 붙인 폰으로 인증!! (서애대감, 징갤러 왔습니다!!)

아침에 다녀온 ㅌㅅㅌ횽을 비롯해...유달리 엄숙한 사람들은 징갤러였을 가능성이 큰데, 전시관 둘러보다가 서로 전차스라도 발견한다면 얼마나 웃길지...(징밍아웃!!)

GV도 어서 성사되서 징갤러들을 현실에서 보고 싶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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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플렛. 중요한 몇몇 유물들의 설명이 간략히 실려있다.

 

<2> 감상

 

이미 다녀온 횽들의 후기를 읽으면서, '나는 그 곳에 발을 딛었을때.... 서애의 공간과 마주칠때 대체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게 참 궁금했었음.

마음을 정갈하게 비우고 맑은 정신으로 그를 대면하려한 횽들의 자세를 보고(하지만 중국관광객들과 단체관광객들로 인해 고통받은 징갤러들..ㅋ)

감탄하기도 하면서 나 스스로는 어떤 기분이 들지 짐작이 되지 않아서 궁금했었지..

그런데 전시관을 딱 들어서자마자 처음 보게 된 전시물이 징비록의 초고라고도 할 수 있는 <난후잡록>이었는데,

<난후잡록>, <영의정 교지>, <이충무공 전서>를 차례차례 보면서...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라는 강한 집념이 밀려오기 시작함.

그래서 나도 모르게 가방에서 펜을 꺼내서 하나하나 일일이 팜플렛에다가 막 메모하고 적기 시작했다.(원래 이런 습관 없음..)

전공자라고 해도 늘 '박물관은 마음으로 느끼는게 중요한거야!!'라는 눈팅족이었는데,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을 이거저거 잡아 끌듯이, '하나라도 안 놓칠거야!!!'라는 강한 의지(?혹은 집념, 혹은 집착..ㅋㅋ)같은게 생기면서,

저도 모르게 하나하나 일일이 메모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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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서류

 

• 난후잡록 (서애 저술. 임란때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였으며 후일 징비록을 집필할때 초고로 사용된 듯 하다)

• 이충무공 전서(유득공 저술. 정조가 충무공 덕후인게 확실함...그의 명으로 유득공이 교서관에 국을 설치해 충무공의 일생을 기리며 펴낸 책. 거북선 부분이 펼쳐져 있었음.)

근폭집, 진사록(서애 저술. 국가행정과 관련된 공문서 성격으로 중간중간 글자 수정, 동그라미가 쳐져있어서 현장감이 느껴졌다)

류성룡비망기입대통력(서애 저술. 서애는 명대 만들어진 '대통력'을 휴대하면서 그날 그날 중요한 일들을 기록하였다고 함. 그 중에서도 옆의 설명 부분에는 '병후 일기'라고 하여 그가 병으로 아파서 사직을 청했고 그 근원이 전쟁때문이라고 밝히는 부분이 나옴... 34회에서 서애가 기절하고 누웠을때, 윤두수가 선조에게 "홧병이다"라고 보고한게 기억나더라.)

 

2. 교지류

교지는 처음봤는데 최소 가로, 세로 각각 1m씩은 되고 정말 크더라. 굳이 저렇게 커야 하나 싶을 정도로..ㅋ

사극에서는 두루마리를 펴서 전교를 읊는 장면만 자주 나오니까 교지가 실제로 저렇게 큰 줄은 처음 알았음.

• 영의정 교지: 서애를 영의정을 임명한다는 교지. 근데 문제는 그날 저녁 부르더니 갑자기 해고함. 전쟁 책임이 너도 있다며!! 근데 그럴거면 애초에 임명을 말았어야지.. 생각 좀 하고 행동해!! 서애 인생에서 가장 비참하고 힘들었을날..안그래도 전쟁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했을때 쐐기를 박음..근데 저날이 알고보니 내 생일이다. 괜히 죄송하더라는..ㅜㅜ

•도체찰사 교지: 서애를 군무 총괄하는 도체찰사로 임명한다는 교지. 보통 그를 영의정으로만 알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중요직책이 국방부 장관이라 할 수 있는 도체찰사.(갑자기 이여송의 "도오~체찰사"발음이 생각나네..ㅋ) 저 자리에 누가 있냐는 것이 전쟁의 방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오음 대감이 도체찰사일때 장문포를 밀어 붙인 걸 보면 진짜 사람마다 자기한테 맡는 직책은 따로 있는 거 같음. 

불윤비답: 불윤비답이라는 단어를 보니 갑자기 전작의 37회(공양왕의 불윤비답을 팽겨치며 시작된 전설의 대화. "야!! 정몽주!!")가 떠올랐음. 이번 전시관의 '불윤비답'을 보는데...어찌 이리 화가 나는지. 이 내용은 1598년 서애가 스스로 사직을 청하자 "너 오랫동안 영의정 했지만 네 능력이 절실히 필요하고 곧 10만 명나라 군사가 오는데 물러나면 안돼!!"라며 선조가 거절한게 핵심 내용임. 근데 11월에 탄핵있고 한달후에 모든 것을 빼앗으며 삭탈관직 시킴...

여기서 제일 짜증났던 것은 "네 능력이 어쩌고.."하면서 사람을 도구로 생각하면서 버리는 선조 태도. 예전에 풍원횽이 올려줬던 글에 선조가 "류성룡에 대해 사람됨은 시시비비가 있으니 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 나가고 나서 행정이고 정무고 죄다 이상해지고 나사빠졌어. 다시 불러야겠다!!"라며 '일 잘하는 사람' 다시 찾듯 불러들이던데... 기분이 나쁘더라.

47회에서 "전하는 아무도 믿지 않으십니다. 그저 필요에 의해 쓰시고, 버리실 뿐"이라는 슬픈 대사가 오버랩되서...ㅜㅜ

 

 

• 선조치제문: 서애가 죽고난 후 선조가 내린 문서인데, 이걸 보고 또 한번 감정이 묘하게 뒤섞이면서 생각이 많아져서 아예 본문을 적어왔다.

[이미 정승이 된 뒤에도 이조판서의 직임도 대행하였는데, 임금의 덕을 보필하면서 하늘이 할 일을 경이 대신하였도다...(중략)...남아있는 전쟁의 흔적을 기필코 없애고자 우리의 군병을 훈련하였는데, 있는 힘을 다해 수고한 결과 정신과 기력이 모두 고갈되었다. 시절에 따라 폐부를 손상하였고, 나라를 걱정하여 뼛속에 병이 들었는데, 쓸쓸한 객관에 머무르는 그대에 대해 누가 그 병을 치료하였겠는가?]

 

그대가 정신과 기력을 모두 소진하였다, 하늘 대신 일했다, 뼛속에 병이 들정도로 매우 아팠다...

이거 다 알면서... 다 인정하면서 그렇게 사람을 버리니?

군왕의 자리가 대립하는 세력들 사이에 균형을 맞추고, 비정해야 하며, 정치적인 자리라는 건 다 알지만..

그래도 본인 스스로가 말했듯이 '하늘 대신 일했다'는 신하이고, 당신 대신 들을 욕을 들으며 '재조산하'를 위해 작미법, 속오군, 면천법 등을 밀어붙였던 충신이었잖아.

사람 버리고 쓰는 용인술이 뛰어남에도, 그 시산혈해의 우리땅을 일으키려고 7년 동안 영의정으로 자기 옆에 두었던...

다른 신하들은 그렇다쳐도, 그런 단 한명 정도는 지켜야 하지 않았나.

파직시켰을때 '너무 섭섭하게 생각말라. 다시 부르겠다'라고 자기가 부르기만 하면 언제든 다시 올줄 알았겠지..

하지만 서애가 다시 돌아와서 당신을 위해 일하는 일은 결국 없었다.

[내가 류성룡을 버린게 아니라, 류성룡이 나를 버린것이다]라는 마지막 대사가 서로에 대한 씁쓸함을 전해주는 것일지도..

 

•호성공신 녹훈교서: 그 어떤 교지나 문서들보다도 고급스러웠고.. 금색테가 둘러지고 한지도 연한 미색이라 매우 아릅답고 신경 팍팍 썼다는 생각이 들던 교서.

오른쪽부터 공신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데, 반가운 이름들이 새록새록 보이더라. 1등 공신에 이항복도 보이고..그 뒤로 2등 공신에 윤두수, 윤근수도 보이고...

두번째줄에 드디어 '류성룡'이라는 한자가 보여서 반갑더라.ㅋ

하지만, "공신"이라는 말을 듣자 문득 50회의 이 대사가 생각나면서 묘한 감정이 들더라.

"주상 전하를 비롯한 모두가 이 전란을 극복했다고만 생각하지, 이 전란을 자초한 책임을 어느 누구도 지지 않으려 한다는 점입니다. 해서 이 못난 죄인이나마 그 숙제를 남겨놓고 떠나려고 하는 것입니다"

...공신으로 임명된 자들 중에서는 "그래, 내 공이 좀 컸지"라고 기뻐하는 자들도 있었을테고, "이거 받아도 되나"라고 마음이 무거운 자들도 있었을테고, '공이 어디있나..그저 죄인일뿐'이라며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들도 있었을테고... 참 다양한 인간군상이 있었겠구나 싶더라.

같은 일을 겪고도 받아들이는 자세는 모든 이들이 제각각 다를테니까.

 

3. 물품

• 이여송의 부채: 징비록 30회에서 서애가 치욕을 무릎쓰고 북향하고 난 뒤 이여송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읊었던 시를 화첩으로 만든 '당장시화첩'.

그 내용을 다시 한번 복습해보자면...ㅋ

 

<군대를 거느리고 한밤에 강을 건너는 것은, 삼한이 평안치 못했기 때문이라.

 황제께서는 날마다 승전을 기다리시기에, 미천한 신하는 밤에 술 먹는 것을 그만두었네.

 봄이 오니 살기가 더 마음을 굳건하게 하니, 전란의 기운이 뼈에 스며들어 차갑구나.

 농이라도 어찌 감히 승산이 없다 하겠는가. 꿈속에서라도 나는 언제라도 출진 준비를 하고 있다네>

 

• 투구: 죄송합니다. 저도 "하늘이시여!!!!ㅜㅜㅜㅜ"가 생각났습니다. (너무 강렬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투구가 작아보여서 '오늘날 군모로 따지자면 싸이즈가 얼마일까...54호? 55호'이런 현실적인 생각 중..ㅋ

앞에서 봤을땐 '저게 머리에 들어가나?'싶었는데, 옆측면을 보니까 조금 넉넉해 보이더라. 두상이 작으셨던듯...

•갑주: 오오!!! 이것이 그 전설의 흑찰갑인가!! 그 유명한 간지의 전설!!

징비록에 나오는 흑갑주는 정말정말 멋있었음. 너무 빤딱빤딱 윤기가 흘러서 "코팅한 느낌"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ㅋ(이건 오래되서 그런지 그리 광이 나지 않았음..)

무엇보다도 김상중님하고 정말 잘 어울려서 간지력 상승!!

작은 미늘들이 엮여져 있는데 이건 돼지 가죽이고, 그 걸 엮은 끈은 사슴 가죽이라고 되어 있더라. 돼지 가죽이 방어력이 좋은가? 마음같아선 용 잡아서 용비늘로 갑옷 만들어 드리고 싶은...이름에도 "룡"이 들어가시니..^^

• 안장: 푸른색 방석이 덧되어 있던 말안장. 생각보다 무척 작다. 저 밑에 썼지만, 저 당시 150cm를 전후한 병사들이 많은데 서애 대감도 몸집이 작으셨던 걸까...

• 책상: 서애가 징비록을 썼던 바로 그 책상... 미디어 실 안쪽 원본 <징비록>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4. 군사업무관련서적

•동국지도: 북방 여진족의 침략을 대비해서 함경도의 4군의 지형을 그려놓은 동국지도가 전시되어 있었음. 남쪽에는 왜구, 북방에는 여진족...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안쓰시는게 없으셨구나...ㅜㅜ같은 재상이라도 주로 내치에만 신경쓸 수 있었던 시절은 얼마나 행복한건가..

•일영분위 오사지도: 군사훈련규칙을 필사한 <헌근록>의 일부인데, 펴놓은 장면은 속오군을 훈련할때 1개의 영을 5개의 사(조직)으로 나누어 훈련을 시키고 편제하는 것을 도식화 한 장면이었음. 임란과 호란, 양난은 조선을 전기와 후기로 구분하는 시점인데.. 달라진 큰 변화 중 하나는 '모병제'가 시작되었다는 것. 그리고 우리 역사 최초로 '양반과 노비를 한 부대 안에 섞은 지방군제'가 시작되었다는 점(양반들이 이탈해서 효과는 없었지만)인데 그것도 서애의 손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토지결수에 따라 특산물을 걷는 세금제도도 처음으로 실행된 것이 '작미법'인걸 보면 (이이의 대공수미법은 실현되지는 못했으니), 확실히 '류성룡=이순신 친구'로 단순인식되는 것은 심하게 저평가된 부분인거 같다.

•진관관병용모책: 이 책이 참 재밌더라. 550여명 평안도 진관에 소속된 군인들의 신상명세서인데....그들의 이름, 나이, 키, 근력뿐만 아니라 수염, 근력, 얼굴흉터까지 보는게 참 깨알같다 싶었음. 세사람에 대해 설명이 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박춘복/23세/154cm/얼굴은 검다/수염은 처음 자람/흉터는 없음/주특기는 창술/근력은 96kg(150근)이라고 되어 있었음.]

옆에 [박덕송]이라는 사람은 키가 더 작았음. 147cm였는데 흉터가 '왼쪽다리'에 있다고 기재되어 있음.

흉터를 살펴보는건, 전란을 얼마나 겪고 알고있느냐에 대한 일종의 그 사람의 과거를 본다는 것이겠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냈는가, 전쟁에 대한 경험은 얼마나 쌓여 있는가를 보는 요소 중 하나일 거 같았음. 그런데 그 당시 조상님들의 키가 생각보다 작구나. 150cm를 전후해서 세 사람이 기재되어 있으니...일반화 시키기는 어려워도, 평균적으로 지금보다 15cm~20cm는 작지 않았을까 혼자 추측해봄!!ㅋㅋ

 

5.징비록

징비록이 생각보다 여러권이 있어서 '뭐가 원본이야!!!'하고 좀 헷갈렸음..

밀양박씨 경헌고택에 있었다는 16권의 책, 고성이씨쪽에서 기탁했다는 2권의 책이 눈에 띄어서 헷갈렸다.

그러나 곧 징비록은 3가지 판본이 존재하고, 원본은 미디어 실 안쪽에 있으며, 거기에 '오리 이원익 대감'가문에서 한글로 번역한 한글 번역본까지 있는 것을 알게됨.

참고로 서애와 오리는 서로를 정말 공경했는지, <서애선생문집>은 오리 종가에, <오리선생집>목판은 서애 종가에서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정치가의 이상'으로 삼고 존경하는 두분이 서애랑 오리인데...두 분이 서로를 이렇듯 아끼면서 그 가문들까지도 훈훈하게 교류하는게 너무 보기 좋았다.

<징비록>에서 작미법 10분 토론하기 전에 갑자기 오리가 나타나 "섭섭합니다.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라면서 총대브레인(ㅋㅋ)으로 참여하고..서애가 미소로 화답할때 진짜 감동이었음!!! 역시 충신은 충신끼리 노는거야!!*_*

 

미디어를 4분 정도 보고 나서 (너무 추상적이었다. 원래 하얗고 맑았던 산과 강이 임진왜란 이후 핏빛으로 변하려는 것을 형상화하는 것은 좋았으나,

사람들이 '재조산하'가 뭔지 일단 모를테고... 4분이라고 하는 제법 긴 시간동안 조명의 변화에만 신경을 쓴 건 좀 시간낭비인듯...여운은 있지만..)

[원본] 징비록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곳에는 서애가 자신의 마지막 삶을 바쳐서...피로 쓴 '역사의 교훈'이 있었다.

 

정갈하고 단정하기 그지 없었던 다른 고서들..징비록 필사본들에 비해서...

이것은 줄 간격도 맞지 않고, 여백이 넓었다가 줄어들었다가...글씨도 흩날리는 듯 가늘어졌다가 커졌다가, 왼쪽에는 작고 빽빽하게 쓰다가, 오른쪽 페이지에는 글자를 성큼성큼 쓰고 여백도 매우 넓게 쓰다가 그렇더라.

여러군데 고쳐야 했는지 글자에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 있어서 수정 흔적이 보이고(하긴 난후잡록때부터 수정 표시는 계속 있었다.)...

말 그대로 '거칠었다'.

 

야자시간때 노트를 여러색깔 펜으로 다시 예쁘게 옮겨쓰면서 흐뭇해하는 학생들의 필기와,

수업시간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중요 키워드를 모두 받아적어 너저분해 진 필기는 다른데,

서애의 원본 <징비록>은 후자의 느낌이었다.

필사적이었고, 집중력과 절실한 마음이 느껴졌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받았을 일종의 '스트레스'도 느껴졌다.

투쟁적인 느낌이 내겐 몹시 강하게 다가왔다.

 

'완성된 책'이었지만, 결코 완성하지 않은...

서애 대감 자신도 하고 싶은말, 당부하고 싶은 내용들을 모두 적고 싶었겠지만... 그런 마음은 전달이 되지만 결코 "나 할말 다했어"라며 '완결'할 수 없는 작품이 <징비록>일테고,

많은 갤러들이 "징비록은 우리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한데 어떻게 그것이 끝날 수가 있겠어"라고 숙연해지게 만들었기에 현재 진행형이기도 한 작품이 <징비록>.

 

죽마고우인 여해, 미움과 애틋함이 교차했을 윤두수, 강직한 동료 정탁, 사랑하는 어머니, 형, 아들... 당대의 인사들과 사랑하는 지인들이 하나 둘씩 다 곁을 떠나가는 가운데서도,

'나는 할일이 있어'라고 마지막 생명을 부여잡고 쓴 책이기에... 그 힘겨운 손을 꼭 붙잡고, 이런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더라.

"정말 감사합니다. 잊지 않으려고 애쓰겠습니다."라고...

 

 

 

 

 <3> 그 밖의 전시...

 옆 코너에 "조선인들의 일생"이었던가? 생활사와 관련된 유물들을 전시해놓은 관이 있어서 구경했음.

자녀를 임신했을때 어머니가 간절한 기원과 소망을 담아 빌었던 물동이부터 시작해서,

여자 15세 남자 20에 치루는 관례(성인식), 결혼과 관련된 혼례, 제사와 관련된 제례, 죽은 이를 장사하는 상례등..

매우 다채로운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음. 대금, 퉁소, 피리를 들을 수 있는 장치도 있고..

 

서당에서 천자문을 외우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오늘날로 따지자면 '수험생 필독서'와 관련된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문방사우 중에서 물을 담는 깨끗한 하얀 옥연적과 오색 두루마리지, 댓살에 사서오경을 적어 암기하는 죽책등등..

아계 대감, 오음 대감, 서애 대감처럼 당대 내노라는 천재들도 저런 어린 시절들을 거쳤겠구나 싶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더라.

 

또 임란기때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켜내려고 노력했던 분들이 가장 원했던 모습이..

"아이들이 서당에서 천자문을 읽고,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과거준비를 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미래지향적인 저런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는 것이었겠지.

예전엔 그냥 지나쳐갔을 일상 모습이었지만... 나도 같이 6개월간 임진왜란을 겪고 저 모습들을 보니 관점자체가 달라지더라고.

 

그렇게 쭈욱 돌아다니다가 이상한 솜인형(좀 괴상하게 생긴) 두개가 전시되어 있길래, "뭐지?"싶었는데.. 또 반가운 이름이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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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도>: 1600년 류성룡이 쓴 '침구요결'에 따라 도설 부분을 만든 인형. '침구요결'은 사람의 인체와 그 안에 경락 14개와 경혈 365개를 넣어 그린 도설 부분으로 한의사가 침술을 익히는데 중요한 교본이 되었다.

 

서애대감은 참 다재다능하고, 이것저것 관심이 많으셨구나.

예전에 조상님들을 보면 대부분 '문과형'이란 느낌이 드는데(송강,아계는 예체능 느낌도 강하고) 서애를 보고 있으면 '이과형'이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거북선, 비격진천뢰를 개발하는걸 돕고..증손전수방략같은걸 만드는 걸 보면 군사적 재능이 출중해 밀덕증세도 있으시고..ㅋㅋ

의학, 약학에도 유독 관심이 깊고 조예가 매우 깊으신 걸 보면, 오늘날 태어났으면 이공계쪽으로 진학하지 않으셨을까 싶기도 함.

하긴 어쩌면 그게 "전쟁에서 조선이 이기는 법, 죽어가는 백성들의 생명을 직접 구하는 것"이라는 실용성과 맞닿아 있는 것이어서겠지만.

아마 오늘날 태어났다면, 문과든 이과든 "현실 사회를 개선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게 뭘까?"를 고민하고 진학을 결정하지 않으셨을까..ㅋ

 

(그러고 보면 퇴계와 서애가 남긴 발자취는 정말 다르다. 이건 늘 아이러니 했는데, 퇴계의 학문은 무척 형이상학적이다. 사단칠정, 이기론 등등...보이지 않는 우주의 원리와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성리학의 금자탑이다. 서애는 출사를 해서 현실정치판에 있기 때문에 다르기도 하겠지만, 그 족적이나 성향이 정말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두 분이 성격은 온화하고 침착해서 붕어빵이지만, 학문적 성향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만큼 다른거 같다. 뭐 퇴계와 이이가 어느 정도 '이기'에 대한 구체적 방향을 잡아놓은 상태라 그럴 수도 있지만..ㅋ)

 

<4>  경복궁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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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은 자주 봐서 새로울 건 없지만... 그래도 늘 우리 고궁은 참 아기자기하니 좋아.

산수유와 매화가 필때의 경복궁은 봄을 알려주는 화사함이 있었는데,

늦여름..그것도 오후의 나른한 경복궁은 졸리고 쩔어있는 내 상태에 맞춰서 "천천히 구경해^^"라는 여유를 베풀어주는 것 같아서 좋았음.ㅋ

그날따라 히잡을 쓰고, 차도르를 입은 아랍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 분들은 매우 정숙하셨음.

그리고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한복을 입은 아가씨들이 많아서 궁안이 더 밝아보이는 느낌이었달까..

 

이대로 가기는 아쉬워서(본전은 이미 뽑았지만 이왕 서울와서 놀거 더 놀어야지!!*_*!!) 오후에 '공연'하나 보고 집에 도착했더니,

새벽 2시..... 그리고 그 다음날은 월요일!!(두둥!!~~~~)

하지만, 우리 아가들 다 야영가고 학교가 텅텅 비어서 나는 삼일천하를 누리고 있는 중..ㅋ(덕질할 수 있는 타이밍도 기가 막히다!!)

 

 

디시란 공간이 장단점이 공존하지만, 사람을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면도 분명 있는 거 같다.

다른 이들이 다녀온 곳 후기를 읽고 있으면 나도 같이 그곳에 동행한 듯한 간접경험을 하기도 하고, 몰랐던 새로운 정보들을 얻기도 하고,

내가 느낀점과 다른 이들이 느낀점을 비교해 볼 수도 있고.. 생각을 공유하며 더 공부하게 만드는 곳이 징갤인거 같다.^^

꼭 GV가 성립되어서 함께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들이 왔으면 좋겠당.ㅎㅎㅎ (이것으로 길고 너저분한 후기를 끝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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