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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장편문학 우승작] 회색 아렌델 [1] 보러가기 (클릭)
글:Medeok
그림:프갤럼주
[5]
“안나 아크다르스도티르.”
자신을 부르는 낯선 남자의 중후한, 어쩐지 그리운 음성에 눈을 떴다. 환한 빛이 눈에 들어오는 까닭에 안나는 눈을 찡그렸다.
“누구…….”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찬란한 역광 때문인지,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저 검정색으로 온 몸을 칠한 남자처럼 보였다. 문득 안나 자신이 서 있는 공간을 눈치챘다. 그곳은 오로지 흰색뿐이었다. 흰색뿐이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와 안나만 존재하는 철저한 무의 공간. 안나는 그제야 자신의 발밑에 아무런 압력도 느껴지지 않음을 알아차렸다.
“꺄악!”
남자는 두 팔을 내저으며 휘청거리는 안나에게로 다가와 팔을 붙잡았다.
“걱정하지 마라.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정말로 그랬다. 그저 발아래 아무것도 없을 뿐 둘은 그렇게 서있었다.
“당신은 누구죠?”
남자는 안나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채 발걸음을 떼며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걸으면서 대화해 볼까?”
일순간 섬광이 일었다. 안나는 읏, 하며 팔로 눈을 가렸다. 잠시 후, 눈을 뜨니 그곳엔 정원이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중앙에는 새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분수가 시원하게 물을 뿜고 있었다. 분수를 감싸고 있는 돌고래 조각상들이 인상적이었다. 그 옆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흰색 나무로 된 벤치가 있었다. 분수의 앞쪽엔 이름 모를 꽃들이 형형색색으로 만개해 있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정원을 감싸는 키 작은 나무들이 존재했다. 나무 밖으로는 잔잔한 호수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둘은 묵묵히 정원을 걸었다. 초록색의 잔디가 맨발에 스치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맨발? 안나는 자신이 하얗고 얇은 재질의 하늘하늘한 옷 한 겹만 입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너무 가볍고 편해 그것은 흡사 알몸인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알 수 없는 민망함에 고요를 깬 것은 안나였다.
“당신은 신인가요?”
강렬했던 빛은 어느정도 약해졌지만 그 때에도 안나는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어쩌면 얼굴이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글쎄.”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넌 뭐라고 생각하지?”
“신이 아니면, 이건 꿈인가요?”
남자는 껄껄 웃었다.
“꿈은 아니다. 그렇다고 사후 세계도 아니고, 네 무의식도 아니다. 나도 내가 신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창조물인지 모른다. 확실한건, 네가 이곳으로 왔다는 것이지.”
안나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여긴 어디고, 제가 왜 온 거죠?”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여긴 내 공간이지. 내가 신 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이곳으로 오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신이라고 부르더군.”
“그럼 신이시여, 그 사람들은 왜 이 곳에 왔습니까?”
신은 걸음을 멈추고 안나를 바라보았다.
“소원을 이루어 달라더군.”
안나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소원? 신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간절한 마음 때문에 모두 이곳으로 왔다는 뜻인가요?”
신은 빙그레 웃었다.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왠지 웃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럴지도. 네 소원 이야기나 듣지.”
안나는 숨을 깊게 들이 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에겐 언니가 있어요. 저보다 3살 더 많은 언니가. 어린 저에겐 언니가 전부였고, 항상 우린 함께였어요. 같이 박수치고, 같이 손뼉치고, 함께 무릎 맞추고……, 또 함께 얼리고. 정말 즐거웠었어요.”
순간 안나의 즐거웠던 기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았다. 그 추억의 즐거움을 뒤로 한 채 말을 이었다.
“우린 우리가 제일 잘 알았죠. 제가 나무에 오를 땐 항상 아래에서 걱정했지만, 전 언제나 성공했었고, 무사히 내려 올 때면 언니는 안심했죠. 우린 백성들을 보살피고 그들은 우릴 사랑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제가 5살일 때 언니의 마법에 맞게 되었고, 그 결과 성문을 닫고 우린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어요. 고통의 나날들이었죠.”
안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키 낮은 나무의 잎을 만졌다. 나뭇잎은 활력이 느껴지기보다는 약간 칙칙한, 꺼져가는 생명처럼 느껴졌다. 안나는 불쾌감을 느끼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어제 까지만 해도 분명 같이 놀았는데, 마치 남처럼 단절되고, 심지어 언니는 저를 피하기까지 했으니까요. 이유도 모른 채 외면 받아야 했던 저는 처음엔 언니를 원망했어요. 그러나 곧 언니가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나마 저는 다른 사람과 어울렸지만, 언니가 그 좁은 방에서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까요. 얼마나 외로울까, 하는 생각만 했죠.”
안나는 그 이야기를 하며 가슴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언니가 더더욱 측은하게 느껴졌다.
“그 뒤로 전 더더욱 언니를 찾아갔어요. 언니의 방 앞에서 언니의 문을 수도 없이 두드리며, 이 문이 아닌, 마음의 문을 열기를 바라며 매일, 매일 찾아갔어요. 얼마나 노크했는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그러나 그 문은 열리지 않았고, 제가 15살 일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도 방 안에 있는 언니를 순간 미워했어요. 돌아가신 날도, 장례를 치루는 날도 얼굴을 비치지 않았으니까요.”
안나는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이 맑은 하늘은 오히려 공포스러웠다. 그것은 속이 보이지 않는 깊고 탁한 호수와도 같았다.
“이번이 마지막 노크다, 하는 생각으로 문을 두드렸을 때, 그 때에도 문은 열리지 않았고, 저는 그 문에 기대어 앉았어요. 언니는 슬퍼하지도 않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그러나 저는 곧 알 수 있었어요. 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칼날같은 한기는 제 등을 얼릴 정도였죠. 그리고 그것이 언니의 슬픔이라고……. 왜 한기가 느껴졌는지 그땐 몰랐지만 직감적으로 그것은 언니의 슬픔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것을 안 순간 가슴이 먹먹했어요. 언니는 얼마나 슬플까, 저는 다른 사람과 슬픔을 나눴지만, 언니의 슬픔은 오로지 언니 혼자만의 몫이었으니까요.”
안나는 잠시 눈물을 훔쳤다.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 언니와 슬픔을 나누길 원했고, 그렇게 생각하니까 거짓말처럼 문 저편에서 느껴지는 한기가 따뜻하게 변했어요. 이상하게 들릴 진 모르겠지만, 한기가 저를 어루만져주는 느낌이었어요. 신비로운 느낌이었죠. 그 뒤로 저는 결심했죠. 언니를 감싸줄 수 있는 건 바로 나뿐이다. 그 뒤로 언니를 볼 때마다 잘해주려고 노력했지만, 대관식 날까지 그렇게 좋은 결과는 없었어요.”
가만히 듣고있던 신은 걸음을 멈췄다.
“슬슬 다리 아플텐데 쉬었다 가지.”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다리는 아프지 않았지만 그곳은 다른 곳과 다르게 바닥이 조약돌로 되어있어 흥미를 끌었다.
“정원이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신은 조약돌 하나를 집으며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신은 조약돌을 호수로 던졌다. 조약돌은 잔잔했던 호수에 12개의 큰 원형 파동을 만든 뒤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래서, 너에게 있어서 언니는 무엇이냐?”
안나는 신 옆에 다소곳이 앉아 물었다.
“시험하는 건가요?”
신은 던질만한 좋은 조약돌을 고르며 씩 웃었다.
“그럴지도.”
안나는 끝없는 호수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말을 시작했다.
“이미 아까 다 말하지 않았나요?”
“잘 모르겠네. 내가 머리가 나빠서.”
안나는 후훗, 하고 가볍게 웃었다.
“우린 서로가 전부에요. 언니에게 있어서 저는 전부였고, 제게 있어 언니는 전부죠. 언니가 없었으면, 저도 없었겠죠.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이 말로 모두 설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신은 네 번째 조약돌을 던진 뒤 안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안나가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안나는 신의 크고 따뜻한 손에 놀랐다. 그것엔 어떤 그리움 또한 포함되어 있어서, 좀 더 오래 잡고 싶었다.
“자 그럼, 안나. 선택의 시간이다.”
안나는 신을 바라보았다. 신은 중앙의 벤치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떤…….”
중앙에 도착한 둘은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네가 생각하는 그것.”
“저는, 저는 언니를 살리고 싶어요. 꼭 살리고 싶어요. 언니가 없으면, 아렌델도, 크리스토프도, 그 모든 것들이 무의미해요.”
“정말로?”
“정말로! 언니가 없는 세상은 죽은 세상과 다름없습니다. 그것은 제게 있어 이곳보다 더욱 무의 세상에 가깝습니다. 제발, 언니를 살려줘.”
안나는 처음으로 그곳에서 소리내어 울었다. 언니 이야기를 하면서 참았던 눈물이었다. 어느새 안나는 벤치에서 일어나 무릎 꿇고 신에게 빌었다.
“이렇게 부탁할게. 제발, 제발……. 어떤 조건이 있어도 좋으니까, 내가 죽게 된다고 해도 언니만 살릴 수 있다면 괜찮아. 내 전부는 언니야! 그러니까! 언니만 살아 있어주면 그게 곧 나야!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지? 내 소원도 이뤄 줘! 이렇게 부탁할게!”
안나는 끅끅대며 울었다. 신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섰다. 안나를 두 손으로 잡고 일으켜 세웠다. 정원은 사라지고 어느 새 처음의 그 장소로 돌아왔다. 찬란한 빛이 둘을 감쌌다. 안나는 눈이 부셔 눈을 잘 뜰 수 없었다. 위압감 넘치는 신의 목소리에도 안나는 위축되지 않았다.
“기회를 주지.”
안나는 그들을 감싸고 있는 빛보다 더 밝게 눈을 빛내며 신을 바라보았다.
“너에 관한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너의 언니는 살릴 수 있다. 되돌릴 수 있다.
그렇다면 너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
“살리고 싶어! 시간을 되돌려줘! 언니가 살아있는 그때로! 나는 어떻게 되도 좋으니까 언니를 살려줘…….”
신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신이 인상을 찌푸린 직후에 짙은 어둠이 안나를 감쌌다.
“어……? 꺄악!”
어둠에 삼켜진 안나는 자신이 서 있던 환히 빛나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부터 끝을 헤아릴 수 없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바닥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추락하고 추락했다. 그와중에 안나의 머릿속엔 단 한 가지 단어만 떠올랐다. ‘언니’
안나는 자신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망각 한 채 만족한 듯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안나는 침대에서 떨어졌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검정 상복을 입고 지나가는 시녀가 보였다.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안나는 또다시 절망했다.
“역시……. 꿈이었구나.”
그 악몽은 단지 끔찍한 희망고문이었다.
“뭐가 신이고 뭐가 소원을 이뤄준다는 거야……. 이렇게 아프게 하는데……. 악몽도 이런 악몽이 없지…….”
안나는 아직 언니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했다. 안나는 끝없는 우울함에 사로잡혔다. 그 우울함은, 크리스토프도, 카이도, 겔다도, 그 누구도 풀어 줄 수 없었다. 엘사가 돌아오거나, 아니면 안나 스스로가 극복하거나. 열려진 창문에서 불어온 바람이 쓸쓸히 안나의 방 안에 머물렀다. 안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눈에서 눈물만을 흘리고 있었다. 한동안 그렇게 미동도 하지 않고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울었다. 안나는 아직 언니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했다.
[6]
죽음에 대한 애틋한 슬픔, 후회로 인해 안나는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자신이 이 슬픔을 극복해야 주변 사람도 밝아질 것이라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가슴은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다. 침대에서 일어난 안나는 팔을 뻗어 크리스토프를 찾았다. 그러나 그는 일찍 일어나 이미 어디론가 가 있었다. 안나는 뻗었던 손을 거두고 주먹을 꽉 쥐었다.
“크리스토프…….”
조용히 옷을 챙겨입고 안나는 복도로 나섰다.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살짝 열려진 창문에서 차가운 겨울공기만이 안나를 맞이했다. 무의식적으로 안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한걸음, 한걸음. 그리고 그녀가 향한 곳은 엘사의 방이었다. 자신의 언니 대신 지금은 적막만이 존재하는 고독한 방. 그곳으로 향했다. 아래층에서부터 고소한 빵 굽는 냄새가 올라왔다. 그리고 달콤한 초콜릿 냄새도 올라왔다. 초콜릿이라. 안나는 문득 언니와의 즐거웠던 기억이 생각났다.
“이 향기로운 냄새는 뭐지?”
자매는 동시에 그 향기로운 냄새를 음미했다.
“초콜릿!”
그리고 즐겁게 웃었다. 안나는 그 때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위즐튼 공작이 그녀의 말을 끊어 하지 못했다. 그 때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과 함께 언니의 흔적에 다가가고 있었다.
“정말 너무나도 바보같았어.”
안나는 사랑했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언니의 방 앞에 도달했다. 언제나처럼 문을 두드린다. 반대쪽에선 어떤 소리도 없다.
“언니, 나야. 들어가도 되지?”
안나는 문고리를 돌렸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문에 피식 하고 웃었다.
‘이번엔 너무 쉽게 열렸어, 언니.’
엘사의 방 안은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카이가 전에 다녀갔다고 했지만, 그가 정리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철저하게 원래의 주인에게 맞춰져 있었다. 카이가 왔다 간지 며칠 정도가 지난 듯 먼지가 내려앉은 것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엘사 그녀가 살아있을 때 그대로였다. 어두컴컴한 방 안은 적막한 분위기를 한층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안나는 초에 조용히 불을 붙였다. 작고 온화한 불빛이 방 안을 비췄다.
“너무 무모해서 내가 얼마나 바보인지도 몰랐었어.”
안나는 엘사가 사용하던, 정이 들어 버리지 않고 수선해서 사용하던 책상을 쓰다듬었다. 책상마저도 주인의 죽음을 애도하듯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안나는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끼며 손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그 먼지는 단순히 먼지 이상의, 언니의 죽음을 인정 하라는 무언의 암시인 것처럼 느껴졌다. 먼지 때문에 안나는 창문을 열었다. 기분 나쁜 겨울바람이 아닌, 기분 좋은 선선한 바람이 들어왔다. 바람을 좀 더 가까이서 느끼려 안나는 창가 쪽으로 한발짝 다가갔다. 오른발을 내딛는 순간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걸렸다. 그리고 그것은 안나의 가슴을 내려앉게 했다. 어린 시절 자매가 가지고 놀던 인형이었다.
“사랑받으려고 발버둥 치기엔 인생은 너무 짧은 걸”
안나는 언니의 인형을 집어들었다.
‘전에 언니가 필요하다고 둘 다 가져갔었지…….’
아기를 안아주듯 인형을 정성스레 양손으로 들었다. 피식 웃음이 났다. 어릴 때만 가지고 논 것이 아니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형으로 언니를 놀리곤 했었기 때문이다. 그 작은 웃음 뒤엔 또다시 애틋한 감정이 찾아왔다.
“난 오직 나밖에 생각하지 않았어.”
인형을 침대 쪽으로 던져두고 뒤 돌아서 책꽂이로 향했다. 책과는 거리가 먼 안나였지만, 지금은 그런 것 따위 상관없었다. 그녀는 그저 언니의 흔적을 따라가고 있을 뿐이니까.
‘언니는 항상 주로 보는 책은 맨 위에 뒀었지.’
안나는 후, 하고 책 윗부분에 내려앉은 먼지들을 날렸다. 그리고 책의 제목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렌델의 역사’, ‘아렌델의 전설’, ‘군주의 길’, ‘고독한 나그네의 노래’……. 모두 안나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책들뿐이었다. 안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선은 한동안 거기에 머물렀다. 책의 제목은 ‘자매를 사랑하는 방법’ 이었다. 순간 안나의 얼굴이 붉어졌다.
‘언니도 참……. 부끄럽게 이런 책을.’
안나는 부끄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가슴이 찌릿 했다.
‘그런 거 안 읽어도 언니만 있으면 되는데, 책은 역시 모두 소용없구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더 이상 그 장소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안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했다.
‘언니, 나는 아직도 잘 이해 못하겠어. 13년 동안 날 외면한 건, 정말 마법 때문이야? 이유가 마법뿐이야? 언니가 정말 날 사랑했는지도 모르겠어. 난 언니를 이렇게나 사랑하고 있는데…….’
사랑하는 언니를 잃은 것에 대한 분노, 초연함, 무감동은 극도의 상실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상실감은 또다시 우울함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왔다. 안나는 침대에 누웠다.
‘언니는 매일 이 침대에 누워 무슨 생각을 했던거야? 응?’
왼손에 집히는, 던져두었던 언니의 인형을 들었다. 뭔가 위화감이 들어 자세히 살펴보니 발 부분에 주황색 자수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글자의 내용을 확인한 안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Anna Lover'
그 순간 안나는 엘사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언니의 사랑을 의심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모든 것을 진실하게 보았으면 좋았을텐데.”
안나는 소리없이 흐느껴 울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자신의 인형을 찾으러갔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인형의 발을 확인했다. 그곳에도 역시 하늘색 실로 자수가 놓여져 있었다.
‘Elsa Lover'
‘사랑하지 않았던 건 나뿐이구나. 언니는 언제나 날 사랑했었는데……. 미안해, 언니……, 언니를 의심해서 미안해, 정말로…….’
안나는 두 인형을 끌어안고 울고 울었다.
“나는 그런 진실하게 보는 사람이 아니었구나.”
안나는 엘사의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 주인 잃은 쓸쓸한 침대를 내려다보며 한마디 했다.
“psst!"
안나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리고 또다시 눈에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눈은 울고있었지만, 입은 웃고있었다.
“이제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인생은 너무 짧다는 거야.”
안나는 언니의 방을 마지막으로 훑어보았다. 절반정도 녹은 초를 후 하고 불어 불을 껐다. 문을 닫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잘 있어, 언니.”

[7]
눈부신 빛이 안나를 깨웠다. 안나가 눈을 뜨자 익숙한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점은, 눈앞에 쭉 뻗은 잔디길이 있다는 것이다.
“아아……. 당신이군요.”
저 멀리 정원이 보였다. 안나가 신에게 애원했던 그 정원이었다. 신은 벤치에 앉아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근엄한 초원의 사자와 같은 웅장함이 있었다. 전엔 없던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안나를 쓰다듬었다. 기분 좋은 바람에 안나는 슬며시 미소지었다. 발밑의 잔디는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휘날리는 모습이 꼭 손을 흔드는 모습같았다. 어느새 안나는 벤치 앞에 도착해서 신과 함께 나란히 앉았다.
“바람이 기분 좋네요.”
신은 안나를 위해 살짝 옆으로 옮겨앉으며 대답했다.
“음, 확실히 저번보다는 밝고 생기있구나.”
과연 그랬다. 고인 물로 인해 어쩌면 썩은 물과 같아보이던 호수는 바다처럼 파도가 치고 있었다. 나무들은 전과 다르게 열매를 맺고 있었다. 또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고 있었고, 분수에서는 전보다 더 화려하게 물을 뿜고 있었다. 정원은 전체적으로 생기를 지니고 있었다.
“제가 왜 이곳에 다시 온 거죠?”
“그 질문은 여전히 답을 못해주겠구나.”
안나는 아차, 하며 옆에 나 있는 꽃을 어루만졌다.
“간절한 마음이라면, 조금은 없어졌는데…….”
신은 씨익 웃었다.
“글쎄.”
“지난번에 소원을 이뤄주신다고 하셨죠? 근데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저 꿈이었구요. 이것도 꿈 아닌가요? 당신은 제 꿈에서만 나타나는 인물같은데.”
“그것도 모르겠구나. 소원을 이뤄준다라…….”
안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엔 태양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정원엔 어떠한 그림자도 없었다. 오로지 성스러움만을 뽐내는 정원이었다.
“언니는, 아직도 되살리고 싶으냐?”
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물론이죠.”
씩 웃으며 신을 일으켜 세웠다.
“그렇다면 묻겠다.”
안나는 지난번과 다르게 울지 않았다. 애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의연한 자세로 신과 대면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태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고고함과 초연함이었다.
“너에 관한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너의 언니는 살릴 수 있다. 되돌릴 수 있다.
그렇다면 너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
안나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이내 표정을 지우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제가 살리고자 하는 건 나를 기억하는, 제 일부와도 같은 언니지
모든 것을 잊고 살아가는 언니가 아닙니다. 그것은 언니의 이름을 한 다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매'로서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언니가 모든 것을 잊고 살아간다면, 그것은 제 희생을 욕보이는 것입니다.
그럴바엔, 차라리 지금 이대로가 낫습니다.
제가 있는 한, 우리는 '자매'니까요.”
신은 그 장소가 흔들릴 정도로 크게 웃었다. 안나는 여전히 당당하게 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좋다! 아주 좋다!”
안나는 귀를 쓸어넘기며 그 깊고 푸른 눈동자를 빛내며 물었다.
“그리고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거, 거짓말이죠?”
신은 더 크게 웃었다.
“그 말도 맞다! 나는 소원을 이뤄 준 적이 없다. 그리고 소원을 이뤄 준다고 말한 적도 없다. 나는 그저 소원을 경청하는 사람일 뿐이다. 언제나 바뀌어야 할 건 주변이 아니라 그 자신이다.”
안나도 같이 웃었다.
“당신이 진짜 신인지, 아니면 꿈인지 상관없어요. 어느 쪽이든 저는 이제 괜찮아요.”
신은 안나의 두 어깨를 감쌌다.
“네가 죽고 희생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그렇게 살아가기 싫었을 뿐이지.”
신의 웃음소리가 점점 작아지며 눈부신 빛이 안나를 감쌌다. 이번엔 어둠이 집어삼키는 것도 없었고, 고통도 없었고, 추락도 없었다. 빛은 마치 가족의 품과 같은 따뜻함을 보유했다. 포근한 느낌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와중에 안나는 신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었다.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할 순 없어도,
지금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순 있다.
자매의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 될 수도 있겠지.”
안나는 간만에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창밖의 빗소리에 안나는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아직까진 서늘한 감이 있지만, 그것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비였다. 그것은 안나의 절망을 나타내는 비가 아니었다. 겨울의 종결을 의미하는 비가 아니었다. 여왕의 완전한 죽음을 의미하는 비가 아니었다. 그것은 희망의 비였다.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를 알려주는 비였다.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회색 아렌델을 배경삼아 서 있는 안나의 실루엣은, 아름다웠다. 절망과도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긍정적인 기운이 흘러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안나!”
크리스토프는 그 모습에 감동해 안나를 불렀다. 안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안나는 분명 미소짓고있었다. 전과 같은 생기있는 미소를 짓고있었다. 텅 빈 미소가 아닌, 귀엽고 예쁜 미소를 짓고있었다.
“응?”
크리스토프는 안나를 뒤에서 껴안았다.
“요즘……. 가까이 가지 않아서 미안해, 혼자 두는 게 더 좋을 것 같았어.”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어깨에 자신의 이마를 비비며 용서를 구했다. 안나는 어린애가 아닌, 소녀가 아닌 어쩌면 모성애가 느껴지는 손길로 크리스토프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크리스토프는 안나와 함께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둘은 한동안 비를 감상했다.
“비야……. 크리스토프.”
“그러게, 비구나.”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눈치를 슬쩍 봤다. 저러다 또 울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도 있었다. 그 불안함을 눈치챈듯 안나는 크리스토프에게 빙그레 웃어보였다. 그래도 불안한지 크리스토프는 안나에게 물었다.
“저기 안나, 여왕님은……, 이제 잊은거야?”
안나는 닫혀져있던 창문을 활짝 열었다. 한 두 방울의 비가 마치 그들을 안아주듯 안나와 크리스토프의 얼굴에 떨어졌다.
“과거는 상관없어, 아프긴 하겠지
하지만 둘 중 하나야
도망치든가, 극복하든가.”
크리스토프는 그런 안나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안나는 어느새 맑게 갠 하늘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회색 아렌델이 아니었다. 아렌델은 언제나처럼 또다시 빛을 되찾아갔다.
‘나는 언니의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잊는 것은 아니다.’
“안나! 같이 산책이나 할까?”
크리스토프는 어느 새 외출준비를 마쳤다. 어디서 꺾어왔는지 모를 풀꽃을 안나에게 수줍게 건내고 있었다. 안나는 밝은 눈웃음으로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잊는 것은 아니다. 잊지 않고 영원히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안나도 옷을 갈아입고 산책 준비를 했다. 주위의 모든 시종들과 병사들은 안나의 밝은 모습을 보고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안나는 그들에게 전처럼 밝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회색빛의 아렌델에, 조금씩 색이 돌아오고 있었다.
“어?”
밖으로 나온 안나의 눈에 무언가가 걸렸다. 크리스토프는 저 앞으로 먼저 걸어가 있었다. 안나는 크리스토프를 부를까, 했지만 그것이 금방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옅은 웃음을 띠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겨울이 완전히 끝나진 않았구나.”
하늘에서 눈송이 하나가 내려왔다. 비가 온 직후에 떨어진 그 눈송이는 작은 천사를 떠올리게 했다. 그것은 안나 자신이 오래 전에 보았던 가장 아름다웠던 그 얼음이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그 눈송이는 바람에 날려 안나 머리위에서 가볍게 한 바퀴 맴돈 뒤 안나의 코에 내려앉았다.

“언니, 이제 보내줄게…….”
눈송이는 안나의 체온에 녹아 피부에 스며들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고마워 안나, 사랑해줘서……. 잘 있어.”
안나는 그리운 음성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곳엔 안나를 제외하곤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더이상 안나는 적막함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희망을 느꼈다.
“그리울거야.”
안나는 하늘을 보며 씩 웃었다. 맑은 하늘엔 구름 두개가 지나가고 있었다. 하나는 토끼 모양을 한 구름이고, 또 하나는 고양이 모양을 한 구름이었다. 두 구름은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이며 하늘에서 즐겁게 놀고있었다.
“안나!”
크리스토프의 걱정스러운 외침이 들렸다.
“금방 갈게!”
안나는 옆에있던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동상 아래에 돌로 글자를 새겨 넣었다. 삐뚤빼뚤하지만 그럭저럭 안나의 마음에 들었다. 크리스토프가 빨리 오라고 손짓했다. 안나는 생기있는 미소를 지으며 발랄하게 뛰며 크리스토프에게 뛰어갔다.
“간다니까!”
안나의 입엔 행복이 걸려있었다. 즐거움이 그 뒤를 따라 걸었다. 동상에 새겨진 글자는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Elsa Lover'
“노래는 곧 끝날 지라도 여왕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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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
Epilogue
친애하는 나의 천사, 그리고 진실한 구원자인 내 하나뿐인 여동생 안나에게.
푸른 달빛이 오늘따라 유난히 찬란하게 느껴지는구나. 목조가구의 서늘한 기운이 바닥을 기어와 내 발목을 간질이는 것이 기분 좋구나. 또 열려진 창문에서 불어오는 늦가을의 쓸쓸한 바람은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듯 내 머리카락을 살랑이는구나.
지금 이 시각 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너와 함께 성 안에서 장난치던 유년, 숨바꼭질 하다가 나를 못 찾으니까 엉엉 울던 네 모습, 그리고 운명의 그 날……. 나는 얼마 전까지 안나 너를 조금은 원망하기도 했고, 네가 그 때 내 말만 들었어도,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 생각 뒤에 그 때 내가 참았어야 하는데, 넘어지지만 않았어도 되는데, 하고 자책했단다.
안나야. 바로 지금 또 다른 생각이 드는구나. 어쩌면, 그 날은 우리 둘에게 저주스러운 날이 아니라, 축복의 날은 아니었을까? 만약 그 때 안나 네가 마법으로 다치지 않았다면, 커져가는 마법을 통제 할 필요성도 못 느끼고 어쩌면 더 큰 위험을 주변 사람에게 가져다주었을지도 모르겠구나. 13년 동안의 단절은 물론 안타깝지만, 나는 그 시간동안 안나 너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또 그 시간만큼 더더욱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져만 갔단다. 미안하고 또 고맙다.
최근 이런 생각들을 자주 한다. 작은 우연들이 모여 결국엔 우리 삶을 이루니, 이 세상엔 우연이 존재하지 않는 필연 뿐이다, 라고. 우연히 내가 미끄러지지 않았다면, 13년 동안의 단절은 없었겠지만, 만약 그랬더라면 우리의 애정이 이토록 깊을 수 있을까, 한다. 내가 대관식에서 도망치고 나서 얼음성에 있을 때 네가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또 내 마법을 통제하지 못해 너의 가슴에 얼음을 박아 넣지 않았더라면(이 부분은 언제나 미안하단다!), 어쩌면 아렌델은 한스 때문에 끝났을 지도 모르겠지. 조금은 섬뜩한 이야기지만, 지금까지 돌이켜 보면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은 결국 지금의 나를, 우리를 위한 모든 필연들이 아니었을까 한다.
고맙고도 고마운 안나야,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여동생 안나야, 오늘 편지는 절대로 다른 뜻이 있어서 쓴 것이 아니라, 2년 전의 고마움을 그 때 미처 말하지 못한 것 같아서 쓴 거란다. 너의 사랑은 비단 아렌델만을 녹인 것이 아니라, 우리 둘에게 조금씩 남아있던 그 벽도 함께 녹였다고 생각한단다. 앞으로도 네가 준 사랑의 몇 배를 보답하기 위해 노력할거야.
마지막으로, 우리 어릴 때 부르던 노래 생각나니? 그 노랫말 중에 여행 가고 싶다고 했었잖아. 곧 겨울이 다가오는데, 올 해엔 크리스토프와 함께 남쪽으로 떠나는 건 어떨까? 그럼, 이만 펜을 놓으마.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하나뿐인 여동생아!
ps. 기침 때문에 편지 쓰기가 힘들구나. 안나 너도 감기 조심하길 바래! (안나 네게 처음 쓰는 편지라서 그런지 설레고 부끄럽구나.)
바보같은 여동생을 사랑하는 바보같은 언니, 엘사 아크다르스도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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