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gall.dcinside.com/frozen/1470189 위기의 아렌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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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frozen/1492910 위기의 아렌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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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frozen/1514033 위기의 아렌델 #6
https://gall.dcinside.com/frozen/1521832 위기의 아렌델 #7
*
"기관실에 물 들어온다! 빨리 퍼내!"
"11시 방향에서 큰 파도가 몰아칩니다!"
비구름을 정면 돌파하기로 결정한 위즐턴의 선박은 세차게 몰아치는 파도를 맞으며 아렌델이 위치한 협곡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빗줄기는 굵었지만 다행히 바람은 강하지 않아 생각보다는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몇 시간 안에 비는 그칠겁니다. 그때까지만 여기에 계시면 될 겁니다, 왕자님.
급박하게 돌아가는 갑판에서 선원들이 분투하는 동안, 필립은 선장의 안내를 받아 선실 내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처음 몇 시간은 배 안에서 가슴을 졸이며 대기했던 필립이었지만, 그렇게 좁은 선실 안쪽에만 계속 있다보니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또 생각해 보니 다른 사람들은 밖에서 힘들게 폭풍우를 헤쳐 나가는데 자기만 왕자라고 편하게 선실 내부에만 있자니 마음이 편치많은 않았다.
몇 분간의 고심 끝에 필립은 잠시만 바깥에 나갔다 오기로 결심했다. 마침 배의 흔들림이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봐서 지금이라면 밖에 나가도 크게 위험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선실 방의 문을 연 다음 복도 양쪽 벽을 번갈아 짚어 가며 천천히 갑판으로 걸어 나갔다. 다만 여러 명의 선원이 있는 문으로 나가면 이내 다시 선실로 돌아와야 할 것 같았기에, 그는 배의 뒤쪽 갑판으로 빠져 나가기로 결심했다.
"휴- 답답해 죽는줄 알... ?!"
갑판으로 나가는 문턱을 디디는 순간, 별안간 우렁차게 천둥 소리가 울리더니 필립과 불과 10M가량 떨어진 바다에 굵은 낙뢰 한 줄기가 떨어졌다. 동시에 세찬 파도가 일어 배가 크게 한번 흔들렸고 중심을 잃은 필립은 순식간에 난간쪽으로 미끄러졌다.
'하, 큰일날 뻔했네....'
라고 필립이 생각한 순간, 아까의 충격으로 필립의 품 속을 빠져나온 서신이 갑판 바깥쪽으로 떨어지기 직전이 되어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난간에 걸쳐진 서신을 잡아채기 위해 필립은 넘어진 몸을 급하게 일으켜 서신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런데 손이 서신쪽에 거의 닿기 직전에, 갑자기 바람이 불어 찰나의 차이로 서신은 그의 손에서 떠나버렸다.
"안돼!!!!!"
필립은 있는 힘껏 뛰었다. 아마 그가 태어나서 그 정도로 강한 힘을 쓴 적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교관들과 무술 수련을 할때도 이 정도의 각력과 점프력은 일찍이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의 노력이 가상해서인지, 서신은 필립의 손가락 끝에 걸려 그에게 돌아왔다. 거기까지는 다행이었다.
편지를 허공에서 잡아챈 필립은 깨달았다. 지금 자신의 발 밑에는 갑판이 없다는 것을.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로 왕자가 떨어지면서 들려오는 첨벙 소리는 갑판의 선원들의 함성 소리와 세찬 빗소리에 묻혀 버렸다.
*
안나가 밝힌 등불의 빛에 드러난 모습은, 새카만 머리카락을 가진 다소 마른 남자의 몸이었다. 입고 있는 옷의 재질은 아까 카이가 만져 봐서 알듯이, 아렌델에서 쓰는 소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물 속에 빠졌던 사람이 입고 있었던 옷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젖지 않았기때문에, 둘은 이 옷감이 상당히 고급 소재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것을 통해 유추한 사실은 이 사람은 꽤나 높은 사람이라는 것.
"뭔가 차고 있는데요?"
안나가 남자의 가슴쪽에 달린 배지를 보고 한 말이다. 왕실 문양과 비슷했으나, 아렌델 왕실의 것은 아니다.
"이건.... 위즐턴 왕가의 문장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옷감도 위즐턴 특산물이군요. 2년간 위즐턴과의 교역이 전혀 없었기때문에, 최근에 아렌델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카이가 말했다.
"위즐턴요?"
안나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위즐턴 사람이 왜 여기서 ....."
안나는 쓰러진 남자의 얼굴을 들어 등불에 비추었다. 대략 16~18세정도로 보였지만, 정확한 나이는 짐작하기 힘들었다. 위즐턴에 왕자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왕자라기에는 남자의 체구가 약간 작고 좀 허약해 보여서 안나는 이 남자가 왕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카이가 남자를 들쳐 업으며 말했다.
"여기 두면 죽을지도 모르니 우선 궁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그런 다음 카이는, 목소리를 살짝 깔고 정색을 한 채 안나에게 이야기했다.
"다만 이 사람을 여왕님께 들키면 절대 안 됍니다."
*
서던 제도의 무역항. 위즐턴-서던 제도간 여객선에서 승객들이 하차한다. 항구에서는 서던 제도 병사들이 군함에 병기를 나르는 한편, 부대를 편성하고 징병 지원을 받고 있었다. 한스가 아렌델을 친다는 얘기는 서던 제도 항구에는 이미 쫙 퍼져 있었다. 승객들 중에서는 얼마 전에 위즐턴 감옥에서 출소한 남자 둘도 끼어 있었다. 둘은 배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다가, 병영 한쪽에 세워진 간이 접수 데스크로 걸어갔다. 데스크에는 서던 제도 언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아렌델 정벌, 지원자 모집'. 한때 위즐턴 군인이던 남자 둘은 데스크로 향했다.
"당신들 뭐요? 입대 지원이요?"
데스크를 담당하는 병사가 둘에게 물었으나 대답이 없는 두 남자.
"입대한다면서 구비 서류도 안 갖추고 왔고.... 당신들 서던 제도 사람 아니죠? 죄송하지만 서던 제도 군대는 아무 사람이나 받지 않소."
갑자기 두 남자 중에서 수염이 없는 남자가 데스크 병사가 차고 있던 석궁을 낚아챈다. 그러더니 자신들이 방금 전까지 타고 있던 배의 돛대에 석궁을 조준했다.
"이봐! 지금 당신 뭐하는 거야! 이게 장난감인줄 알...!"
방아쇄를 당기자 발사된 석궁은 쐐액 하고 날더니, 돛대를 지탱하던 밧줄을 정확히 맞췄다. 밧줄이 끊어지자 배에 달려 있던 돛이 무너지고 저 편에서 어렴풋하게 배를 관리하는 선원인 듯한 남자의 욕이 섞인 신경질적인 고함이 들려왔다.
"허...."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으쓱해보이는 석궁을 쏜 남자. 병사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뒤쪽에 있는 병기창을 가리킨다. 병기창에서는 서던 제도 병사들이 한창 자원 입대자들에게 군복과 무기를 나눠주고 있었다. 두 남자는 서로 한번 바라본 뒤 고개를 끄덕인 후 병기창으로 걸어갔다.
*
"비가 그쳤습니다!"
"비가 그친 게 아니라, 우리가 먹구름이 지나는 곳을 빠져나온 걸세."
폭풍우를 돌파한 선원들은 서로 자축의 하이파이브를 하며 함성을 질렀다. 하늘이 개이고, 정말 가까운 곳에, 목적지인 아렌델 궁성이 보였다. 선원들 모두가 한껏 들뜬 상황.
"왕자님! 이제 나오셔도 됍니다!"
선실 문을 벌컥 열어제끼는 선장과 항해사. 필립이 있어야만 하는 선실 안쪽에는 쥐새끼 한 마리 없었다. 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당황하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와, 왕자님? 분명 여기다가 모셔 뒀는데..."
"다른 선실에 계시는 거 아닐까요?"
당황한 기색이 한껏 묻어나오는 선장 옆에서 귀띔을 하는 항해사. 그러나 항해사 역시 적잖이 당황했다. 왕자가 배정받은 가장 안쪽의 선실은 이 배에서 가장 편한 선실이다. 불편해서 방을 옮겼다거나 했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이 방은 선실 복도 가장 끝에 있는 방인데.... 자네 들어오면서 문이 닫혀 있는 선실을 보았나?"
"아직...선원들 전원이 밖에 있으니 선실 문은 모두 열려 있었죠. 아무도 없었습니다."
머릿속에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기 시작하는 선장과 항해사. 우리 배는 폭풍우를 돌파했다. 그런데 왕자가 그 배 위에 없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 제자리에 서서 망연자실해 있던 둘은 허둥지둥 갑판으로 뛰어 나가 축제 분위기의 선원들을 향해 소리친다.
"전원 비사앙!!!!- 필립 왕자님이 없어졌다!!"
*
"헉!"
누워 있던 필립이 깨면서 지른 비명, 분명히 바람에 날려간 서신을 붙잡다가 바다로 빠진 것까지는 기억이 있지만, 그 뒤의 기억은 전혀 없다.
"여, 여긴 어디...악!"
몸을 일으키려고 허리를 굽힌 순간 머리에 무언가가 쾅 하고 부딪친다.
"으으으윽...."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러고보니 눈을 떴는데도 주변이 온통 어두웠다. 꼭 상자 속에 갇히기라도 한 것처럼.... 아니 그게 아니고 정말로 상자 속이잖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람?
"아! 카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나봐요!"
"일찍 정신이 들었나봅니다. 아참, 공주님. 자물쇠 열쇠가 이거 맞던가요?"
상자 바깥쪽에서 들려오는 활기찬 여자의 목소리, 뒤이어 들려오는 중년의 남성의 목소리. 필립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물에 빠졌다가 살아남은거까지는 좋은데 설마 내가 납치를 당한건가? 어디에 노예로 팔려가기라도 하는건가? 그리고 또, 한쪽은 공주라고?
상자의 문이 활짝 열리고, 환한 빛이 눈부시게 들어왔다. 필립은 갑자기 밝아진 주변 환경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고 팔로 빛을 가렸다. 갑자기 빛을 가리던 팔을 누군가 잡아채더니,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누구시죠?"
"저, 저는...."
위즐턴의 첫째 왕자 필립입니다. 라고 말하려는 찰나에,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 내 신분을 밝히나? 하는 생각이 든 필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 역으로 질문했다.
"아, 아니 그보다 여기는 어디죠? 그리고 당신들이야말로 누구죠?"
"오, 이런.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아렌델의 안나 공주님이십니다."
카이가 안나의 말을 대신 해줬다.
"그리고 저는 아렌델 왕궁 남시종장 카이입니다."
"이런 말씀 드리면 안 믿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위즐턴의 왕자 필립이라고 합니다. 배에서 사고로 떨어졌고 그 뒤로는 기억이 전혀 없는데...."
'그보다, 나를 왜 이 상자 속에 넣어 놨는지를 물어봐야겠다.' 하고 필립은 생각했다.
"제가 왜 여기에 들어가 있는지 좀 여쭤봐도 될까요?"
필립이 손가락으로, 앉아 있는 자신의 갈비뼈 아래쪽까지 닿는 나무 상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 그건 말입니다..."
"언니가 만약 제 방에 위들턴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엄청 큰일 날거에요! 왜냐 하면요-"
"여왕님께서는 위즐턴이라면...학을 떼시는 바람에.... 귀하의 옷에서 위즐턴 문양을 발견했기 때문에 부득히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카이와 안나가 번갈아서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필립은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머릿속에 더더욱 정리되지 않았다. 일단 이들의 말이 맞다면, 나는 지금 아렌델의 왕궁에 있는거고, 그러면 여왕을 만나볼 수 있는거고...
갑자기 밖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죠?"
"어... 음... 필립...이라고 했죠? 잠깐만 들어가 있어요! 미안해요!"
*
"아렌델 공식 얼음 배달 판매 책임자 경? 이제는 좀 나아지셨나보네요?"
"딱딱하게 왜 그러세요 여왕님, 그냥 크리스토프 하고 불러주시면 안 되나요?"
얼음을 잔뜩 실은 가방을 짊어진 채, 크리스토프는 엘사와 함께 왕궁 복도를 걷고 있다. 궁 내부 사람들에게 얼음을 배달하던 차에, 근무를 끝내고 쉬러 가던 엘사와 마주쳤고, 모처럼 둘이서 얘기를 하고 있던 차였다.
"주니어가 스벤만은 못하지만, 저를 잘 따라 줘서 위안이 많이 되고 있죠, 뭐."
"그건 참 다행이네요."
둘이서 안나의 방을 지나던 때였다.
"크리스토프? 여기가 안나의 방인건 알죠?"
"왜 모르겠습니까, 여왕님."
"안나 방 들어가본 적 있어요? 한번 들어가 볼까요?"
"어... 이 시간에 남의 방에 들어가는건 실례 아닌가요? 특히나 공주의 방이라면 더더욱..."
"나랑 같이 있잖아요! 문을 열어요 크리스토프! 자~우선 노크부터 하고~"
"저기, 안나? 안에 있나요? 언니분이랑 같이 왔는데 들어가 봐도 되죠?"
"안나? 지금 들어간다!!"
엘사가 정중하게 물어보는 크리스토프를 밀쳐버리더니 문을 벌컥 열어제낀다.
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억지 웃음을 짓고 있는 안나와 카이의 모습.
"카이? 웬일로 이 시간까지 안나의 방에...."
"아, 여왕님? 안나 공주님께서 간단한 부탁을 하시는 바람에 늦은 시간까지 폐를 끼치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
안나를 보고 눈웃음을 지으며 정겹게 손을 흔드는 크리스토프의 눈에 갑자기 안나의 뒤편에 있는 커다란 나무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안나? 저게 뭔지 물어봐도 되나요?
화들짝 놀라는 안나.
"아.... 이거...요? 벼, 별거 아니에요! 그냥 데코레이션 차원에서.... 되게 앤틱한게 제 방에 잘 어울리지 않나...요? 하하."
"흠흠... 오늘은 안나 공주님께서 좀 피곤하시다고 하니.... 다들 방을 비워 주시는게 좋을 것..."
카이가 최대한 애를 써 봤지만 크리스토프는 모처럼 만난 안나가 반가워서, 그리고 안나의 뒤에 있는 상자의 정체가 궁금해서 짐을 내려놓고 방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엘사는 여전히 문 앞에 서 있었다. 크리스토프가 상자에 손을 대려는 순간, 안나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아, 안돼요. 크리스토프!"
이상하리만치 다급하게 앞을 막아서는 안나가 수상해서인지, 크리스토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신다.
"도대체 이게 뭔데 그래요, 안나? 요즘 나한테 뭐 숨기는 거라도 있어요?"
"아, 아니 그런게 아니고요... 하여튼 이건 안 돼요!"
"세상에 안 되는 게 아니 있어요? 그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해지는데요?"
허둥대는 안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억지로 상자의 문을 벌컥 열어제끼는 크리스토프, 순간 방 안의 사람들이 모두 얼어붙었다. 별안간 맞은 날벼락에 필립은 어찌할 줄 모른 채 어색한 웃음만을 띄고 있었고, 크리스토프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안나! 지금 이게 뭐하는 거죠? 어째서 다른 남자가 방 안에...."
"크, 크리스토프! 오해에요, 내 말 잘 들...."
"오, 안나. 요즘 당신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이유에서일줄은..."
"그런...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제발 제 말을 좀 들어..."
"다른 장소도 아닌 애인의 방에서 다른 남자가 나타날 줄이야!"
충격을 받은 크리스토프,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청나게 당황한 안나, 그리고 몸 둘바를 모르는 카이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의 필립.
그러더니 갑자기 방문을 중심으로 안나의 방 안에 한기가 느껴지더니, 바닥과 천장, 그리고 벽에 성에와 얼음이 끼기 시작했다.
"어... 언니?"
크리스토프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던 안나가 엘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입술을 꽉 깨물고 살벌한 표정을 지은 엘사의 주변에는 이미 무시무시한 얼음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위, 위즐....턴...."
엘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벌벌벌 떨리는 오른손 끝에 얼음 마법을 일으키더니 바짝 쫄아 있는 필립의 심장 쪽을 겨누었다. 위즐턴 문양이 새겨진 문장이 있는 곳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방 안은 엘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얼어붙어 가고 있었고, 엘사의 눈은 이미 이성을 잃은 사람의 그것과 같았다. 콰드드득 하는 소리가 엘사가 일으킨 얼음 폭풍의 웅웅 하는 소리 뒤편에서 끊임없이 들리고 있었다. 단순히 위협하고자 일으킨 폭풍이 아니었다. 엘사는 정말로 저 위즐턴에서 온 사람을 죽일 생각으로 마법을 일으켰다.
"안 됍니다, 여왕님!"
카이가 엘사를 향해 달려들어서 엘사의 손의 방향을 휙 틀었다. 순간 엘사의 손끝에서 얼음덩어리가 날아가 필립의 머리 위쪽으로 슝 하고 날아가 뒤쪽 벽에 부딪쳤다. 얼음 덩어리는 굉장한 소리를 내며 벽을 삽시간에 꽁꽁 얼려버렸다. 죽을 뻔한 필립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으윽...."
"여왕님!"
왼손을 머리에 대더니 휘청 하고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엘사.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은 엘사를 카이가 부축한다. 여전히 방 안쪽에는 한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 제정신이 돌아왔는지 엘사는 천천히 일어나 장갑을 쓴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아, 안나. 미안해. 난 먼저 들어갈게.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크리스토프, 카이."
엘사가 떠나자 안나는 거의 울상이 되어서 크리스토프를 붙잡고 말한다.
"다 오해에요, 크리스토프! 제발 내 얘기도 좀 들어줘요!"
울먹거리는 안나의 얼굴을 보자, 순간 잔뜩 화가 나 있던 크리스토프의 얼굴이 잠깐 누그러졌다.
"저는 그저 카이와 산책하다가 해안가에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고, 구하고 보니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이 위즐턴의 왕자였던 거라고요!"
얼어붙은 방은 엘사가 떠나고 나서야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아직도 쿵쾅거리는 가슴이 주체가 안 되는 필립을, 몸둘 바를 모르는 시종장 카이가 안나의 방 밖으로 데리고 나가 귀빈들이 묵는 방으로 안내했다.
크리스토프의 품 속에 얼굴을 파묻고 서럽게 흐느끼는 안나. 크리스토프는 경솔했던 자신의 행동이 미안했던지 연신 사과만 반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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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즌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을 팬픽에서 등장시키는 건 존나 어려운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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