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네버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13)

유희자(180.229) 2015.11.03 03:18:14
조회 716 추천 24 댓글 5






<!--StartFragment-->

전작 : 네버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12)








존재마저 확실치 않은 무법자들의 바다, 네버랜드 해. 그곳의 중심이 되는 섬인 네버랜드의 피터 팬이 나이어린 소녀라니. 그녀의 취조를 맡은 특무대 소속 랄프 경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며 의심가득한 눈으로 상관인 한스를 슬쩍 쳐다보았다.

저 피터 팬이 사실 자신보다 훨씬 더 연상이라는 건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어쩐지 어린 소녀를 괴롭히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안나 P. 팬은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범죄자다. 랄프 경위가 냉랭하게 물었다.



“이름은?”



그렇게 시작된 심문은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냉정해지자고 결심한 랄프 경위의 마음이 때때로 약해져버리는 건 둘째 치더라도, 안나 P. 팬은 그들의 물음에 순순히 답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안나는 걸핏하면 가만 안 둘 거라느니, 어른하고는 말도 섞기 싫다느니 따위의 어린애답지 않은 적개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런 안나가 유일하게 대답해 준 거라고는 이름이 전부였는데, 이마저도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안나 P. 팬.”



안나의 발음은 서던의 언어와는 조금 차이를 보였다. 의미가 통하지 않을 정도가 아닌 방언처럼 들리는 독특한 억양은 안나를 더욱 신비로운 소녀처럼 보이게 했다.



“안나... Anna인가? 아니면 e로 끝나나?”



전에 붙여둔 안나 P. 팬의 수배서에는 발음을 살려 ‘Anna’라고 썼다. 하지만 지금 작성 중인 조서는 한스의 손을 통해 울프릭 태자에게 전달될 공문서였기 때문에, 조금의 잘못도 용납될 수 없었다. 사소한 오차는 부하의 실책에서 비롯된 것이요, 부하의 실책은 그 부하의 상관인 자신의 실책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 때문에 한스는 이 부분에 대해 매우 엄격한 지시를 내렸고, 직접 안나 P. 팬의 심문에 참여하기까지 했다.

이를 알 리가 없는 안나는 매우 건방지게 굴며 한스의 인내심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몰라.”

“모른다고? 자기 이름인데도?”

“글자 따위, 배운 적 없어.”



안나가 당당하게 대답하자, 랄프 경위는 깃펜을 들어 수배서에 있는 그대로 그녀의 이름을 Anna Pater Pan이라고 기재했다. 간신히 조서의 윗부분이 채워졌다. 하지만 나머지는 흰 여백이다. 아직 갈 길은 한참 먼 것이다.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왜 아이들을 납치했지?”

“납치라니! 난 그저 아이들을 보호했을 뿐이야. 너희 같은 못된 어른들의 손으로부터.”



‘아이들의 적은 어른이다’는 지론 속에서 살아가는 안나에게는 진심이 들어간 말이었지만, 보통의 어른들에게는 그저 장난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말이 안 통하는군.”



팔짱을 낀 채 수수방관하듯, 랄프 경위와 안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스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무자비한 손으로 안나의 뺨을 갈긴다. 순식간에 안나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안나의 눈이 금방이라도 광선을 내뿜을 것처럼 뜨겁게 불타올랐다. 이중에서 가장 놀란 건 따귀를 맞은 안나가 아닌 랄프 경위였다. 그는 몸을 움찔하며, 책상 위에 있던 잉크병을 쏟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한스는 안나가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든 말든 오히려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 채, 그녀에게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나한테 붙잡힌 게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널 사형대로 보내버릴 테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피터 팬.”

“뭐? 두 번째라고?”



사형대라는 끔찍한 단어보다 두 번째 잡힌 거라는 게 더 신경이 쓰이는 건지, 안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반응에 한스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정말 기억 안 나나?”

“뭘?”



이쯤 되니, 안나도 갑갑함을 느꼈다. 이런 질문을 처음 받은 건 아니다. 기억이 안 나냐고 확인 차 물어보는 팅커 벨부터, 흉악하고 비열하고 못된 해적인 후크 선장, 그리고 눈앞의 구레나룻이 무성한 남자까지-당연히 이름은 몰랐다-.

자주 듣는 질문이니만큼 한 귀로 흘리거나 “몰라”라고 솔직히 대답하면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그 대답을 들은 작자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특히나 감히 자신의 뺨을 갈긴 남자는 굉장히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러나 남자, 한스는 어른답게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러고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랄프 경위에게 명령했다.



“경위, 심문은 내가 직접 하겠다. 이만 나가보도록.”

“하지만...”

“명령에 불복할 셈인가?”

“아닙니다.”



랄프 경위가 나가고, 한스는 손을 올리고 다시 안나의 뺨을 후려 쳤다. 아까보다 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빗맞은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 내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스는 반대쪽 뺨을 내리쳤다. 안나의 고개가 반대로 돌아갔다. 안나의 기세가 조금 꺾인 걸 보고, 한스가 입을 열었다.



“‘피터 팬’이 본국에서만 벌인 범죄는 대략적인 수치도 나오지 않을 만큼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것이었다. 아동납치 및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더 이상 방조할 수만은 없어서 폐하의 윤허를 얻어 내가 특무대를 만들었다. 바로 널 잡기 위해서 말이다.”



안나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한스가 보고서에 작성된 자료를 읽었다.



“안나 P. 팬. 네 죄목은 그 누구보다도 무겁다. 납치 32건, 절도 75건, 그리고...”



“아동납치미수 1건 및 살인 1건.” 한스는 이 대목에서 보고서를 구겼다. 구겨진 보고서를 쥔 주먹이 분노 때문에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눈앞의 피터 팬을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참아야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화를 가라앉혔다.



“사실 그 어떠한 죄명보다 납치 미수 건이 더 중대할 순 없다. 게다가 넌- 어린 소년을 죽였지.”

“뭐? 내가 아이를 죽였다고? 그럴 리가 없어! 난 피터 팬이야!”



안나가 외쳤지만, 한스는 냉소로 답했다.



“그럼 묻겠는데, 네가 지금까지 납치한 아이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거지? 네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그 모든 아이들을 수용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자로는 보이지 않거든.”

“당연히-”



쌍둥이들, 컬리, 슬라이틀리, 투틀즈, 그리고 최근에 자신이 데려온 크리스토프. 총 여섯 명이다. 여섯 명 뿐이다. 안나는 숨을 삼켰다. 단 한번도, 그 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서던에는 여러 번 왔었다.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나는 법을 알려주고 함께 네버랜드로 왔다. 하루하루 모험을 하고 해적들을 혼내주고 인디언들과 싸우고 그리고 키를 재고-


- 전 어른이 아니에요!


갑자기 환청이 들려왔다. 처음 듣는 소년의 목소리가 안나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소년의 절규는 눈으로 보이듯 환상처럼 아른거리다 사라졌다. 곧이어 보이는 건 밤하늘의 별보다 더 작고 더 많은 금빛이었다.



“-악!!!”



끔찍한 두통에 안나는 몸부림치며 괴로워했다. 갑작스런 안나의 이상행동에 한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연기라고 하기엔 그녀가 굉장히 고통스러워보였다. 악몽에 시달리는 어린아이처럼 신음만 흘리다가, 한스가 끼얹은 찬물에 조금은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안나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알겠나. 네가 납치한 아이들은 죽었을 거다. 네 손에서 죽든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게 죽든지 말이야. 하지만 겨우 평민 몇을 죽였다고 서던은 널 체포하려 이렇게까지 용을 쓰진 않는다. 그래. 겨우 평민 꼬마 몇 명이야.

우리가 널 잡은 이유는 네가 유일하게 실패한 납치 및 살인 사건 때문이다. 말해라. 20년 전 그날, 정확히 무슨 일을 벌은 거냐.”

“난 몰라! 기억 안 나!”



납치에 실패했던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다. 안나가 그대로 입을 다물어버리자, 한스의 일방적인 구타가 이어졌다. 윽! 윽! 하는 낮은 신음성이 안나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아직도 입을 열지 않는군. 혹여 믿는 구석이 있어서 이렇게 버티는 모양인데, 그 기대는 버리는 게 좋아. 이번엔 네 요정도 이곳에 갇혀 있으니까 말이지.”



안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의자에 꽁꽁 묶여있던 터라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대신 그녀는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 거렸다.



“벨을 상처 입히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가만 두지 않겠다고? 네 꼴을 봐라, 안나 P. 팬. 넌 지금 네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네가 그렇게 고집 부리면 내가 요정한테 무슨 짓을 할지, 곰곰이 생각한 후에 행동하는 게 좋을 걸!”



한스는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 또 하나, 엘사 J. 후크가 널 구하러 온다 할지라도 여기서 빠져나가긴 힘들 거다. 여긴 네가 살던 네버랜드 해도, 서던의 본토도 아니니까.”

“-뭐? 아하하하! 후크가 날 구하러 온다고? 멍청하긴! 그럴 리가 없잖아?”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하게 짙은 안개는 탐욕스럽게 베리온 섬과 섀도 해의 일부를 집어삼켰다. 베리온 섬은 중앙에 지어진 서던 제 1형무소를 제외하고는 나무 하나, 풀 한포기 없는 황량한 바위섬이다. 이 바위섬은 한때 서던의 해안 국경선을 지키기 위한 요새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정치범이나 흉악범들을 가두기 위한 천혜의 감옥으로 쓰이고 있다.

탈출에 성공한 죄수들은 이제껏 단 한명도 없었고, 이곳에 갇히면 죽어서 나오게 된다는 무시무시한 악명을 가진 이곳에 어젯밤 안나 P. 팬이라는 죄수가 들어왔다.



“지독한 안개로군. 살면서 저렇게 뿌연 안개가 깔린 건 처음 봐.”



이래서야 망원경도 무용지물이다. 해군복을 입은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자신이 왜 이곳에 와있는지 아직도 영문을 알 수 없었다. 5척의 군함을 이끌고 이곳에 온 해군 대령이 “보기 드문 1급 흉악범의 탈주를 막기 위해서다”라고 병사들에게 말했지만, 믿기 힘들었다. 그 말을 한 대령의 표정도 벌레 씹은 듯, 떨떠름해보였기 때문이었다.



베리온 섬을 지키는 경비선 7척에 군함 5척을 포함한 총 12척의 배가 섬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원래는 경비선 5척만이 이곳을 지키는데, 어젯밤 갑자기 7척이나 증원되었다. 마치 이곳에 누가 쳐들어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는 듯이, 한스 왕자가 배치 명령을 내렸다.

사실, 일개 왕자에 불과한 그로서는 배를 7척이나 본국에서 동원할 수는 없었다. 이는 울프릭 태자가 승인을 주었기에 가능한 일로, 평소 한스를 멸시하던 그가 웬일인지 허가를 해준 것이다.



“나 잠깐 소변보러 간 동안 별 일 없었지?”

“네!”



망원경을 든 남자가 거수경례를 했다. 남자보다 계급이 위인 고참이 건들거리며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피터 팬이 도망가면 곤란하니 경비를 삼엄하게 서는 건 당연하지만, 이건 좀 심한 것 같은데요. 피터 팬은 고작 꼬맹이 아닙니까?”

“한스 왕자님께서 내리신 명령이야. 우리 같은 평민이야 그저 따를 수밖에. 게다가 7년 전, 거의 다 잡은 피터 팬을 눈앞에서 놓쳐버리셨으니 얼마나 이를 가셨겠어?”

“아무리 그래도... 꼭 바다에 누가 쳐들어올 것처럼 경계를 서는 건 이상하잖습니까?”



이런 날씨에 누가 이곳에 쳐들어오나 싶었다. 그러나 고참병이 혹시 모른다며 입을 연다.



“몇 년 전에 오긴 왔었어.”

“예? 뭐가 말입니까?”

“해적.”

“해적이 이곳에 쳐들어왔었다고요?”

“엄밀히 말하면, 상선을 털던 해적선이 우연히 이곳까지 오게 된 거였지. 그러다 여길 발견하고 대포를 쏴대면서 감히 시비를 건 거야. 위대한 서던의 해군이 그걸 가만뒀겠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지. 하지만 결국 일개 해적 놈이잖아. 겁을 먹고 꼬랑지 빠져라 도망을 쳤대. 우리 해군도 쫓아가긴 했지만....”



고참은 예전에 들은 황당무계했던 체포실패 이유를 떠올렸다.



“갑자기 짙은 안개가 끼더니, 해적선들 모두 눈앞에서 사라졌다더군. 나 참, 유령도 아니고 말이야. 아무리 네버랜드 해가 마(魔)의 바다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해적선들 모두가 사라질 수 있냐구?”

“네버랜드 해...”

“그래. 배로 가도 30분밖에 안 걸릴 걸.”



그가 대충 손을 뻗어 먼 바다를 가리켰다. 그래봐야 안개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가리킨 방향은 섀도 해와 이웃한 바다, 네버랜드 해 쪽이었다.



“그 어떤 탐험가도 네버랜드 해를 경유한 세계 일주를 하지 못한 걸 보면, 분명 뭔가가 있지 않을까요? 섀도 해와 네버랜드 해의 경계에만 다다라도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질 않나, 멀쩡하던 나침반이 빙빙 돌아버리질 않나...”



의외로 남자가 네버랜드 해에 대해 많이 알고 있자, 고참이 조금 놀라워하며 그에게 묻는다.



“너, 저쪽에 갔다 온 적이 있었냐?”

“아하하, 물론 들은 얘깁니다.”

“뭐야? 짜식이 어디서 진짜 갔다 온 사람마냥-”



남자가 고참이 휘두르는 주먹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그때, 끼이이이이이이익-! 하는 소리 없는 괴음이 들려왔다. 아니, 울렸다. 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털썩 주저앉아 오금을 저렸다. 인간의 귀로는 들리지 않은 초저주파가 그들의 몸을 중력처럼 짓눌렀다.



“아-”



고참은 다물어지지 않는 입으로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 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말을 끝끝내 나오지 않았고, 대신 떨리는 손가락으로 전방을 가리켰다. 남자가 고개를 들고 눈앞에 펼쳐진 믿지 못할 광경에 목소리가 뒤집어질 정도로 소리를 질러댔다.



“해적선이다!!!!”



해적함대가 안개 속에서 위풍당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배가 물살을 가로지르는 소리가 이는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각기 다른 무장을 하고 각기 다른 소속의 해적들이지만 지금은 캡틴 훅의 지휘를 받는 통솔된 군인과 진배없었다. 캡틴 훅이 내린 명령은 ‘철저하게 약탈해버릴 것’, 단 하나였다.



군함에 경비선 몇 척이라 상선을 털 때보다 이윤이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해적선에 있는 것보다 고성능의 대포나 화약 무기 등을 얻을 수 있기에 마냥 마이너스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무사히 살아남아 성공적으로 약탈을 했을 경우의 이야기다. 네버랜드의 아이들처럼 요정의 가호가 있는 것도 아닌 이상, 칼이나 총에 맞으면 죽는다.

숱한 죽음의 고비를 넘겨온 해적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군함과 싸워본 해적은 극소수에 불과했으며, 대다수가 네버랜드의 바깥을 오늘 처음 나온 것이다.



졸리 로저 호를 따라 해적 함대가 잔잔한 물살을 따라 항해를 계속했다. 그러다 갑자기 생겨난 깊은 안개에 모든 배들은 시야를 잃어버렸다. 미리 불을 피워두지 않았다면 서로 부딪혀 전투도 하기 전에 부서지는 배들이 발생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허둥대는 해적들을 향해 엘사는 북을 치며 전진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런 엘사 앞에 갑자기 여러 개의 빛 뭉치가 나타났다. 빛 뭉치에서 진동하는 달근한 냄새가 엘사의 코를 찔렀다. 요정이었다. 그녀는 요정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순간 빛 뭉치가 사라지더니, 바다에 거대한 진동이 일었다.

이렇게 바깥으로 나오는 건 대체- 몇 십 년 만인 걸까. 엘사는 자조했다.



“아, 잊을 뻔 했군.”



엘사는 주머니에서 투명한 반지 하나를 꺼내, 왼손 가운데 손가락에 꼈다. 마치 맞춤이라도 한 듯 엘사의 손가락에 꼭 맞았다.











“바깥...”



누구라 할 것 없이 해적들은 입을 벌려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릴정도로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한 곳까지 찔러왔다. 언제까지고 영원한 네버랜드의 정체된 공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 탓일까, 모든 해적들의 사기가 고양되어 있었다. 개중에는 이유를 알 수 없이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다.

이와 반대로 해군들은 초저주파의 충격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기회였다. 스미는 피식 웃으며 엘사에게 말했다.



“우리를 너무 반겨주는뎁쇼, 선장님? 이거, 축하포라도 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래야겠지. 매이슨!”

“넵.”



해적 함대의 맨 선두에 선 졸리 로저 호가 장전된 대포에 불을 붙였다. 곧 이어 요란한 폿소리와 함께 발사된 대포알이 전투의 서막을 알렸다. 경비선 바로 앞쪽에 폭파된 대포알 때문에 배가 심하게 요동쳤다. 선두에 선 대장이 먼저 대포를 쏘니 뒤에 선 부하들도 가만있지 않고 장전된 대포에 불을 붙였다.

해적선의 일방적인 공격에 제일 가볍고 충격에 약한 경비선이 먼저 침몰했다. 해적선의 일방적인 공격에 걸레가 되어 바닷물에 가라앉아버린 배가 벌써 두 척이었다. 그제야 전열을 가다듬은 해군 대령은 노기등등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고작 해적선이다. 위대한 서던의 군함으로 뭉개주마. 전 함선, 대응사격!”



뱃머리에 서서 군함의 움직임을 본 엘사가 손짓을 했다. 옆에 있던 주스크는 신속하게 각 배들에 신호를 보냈다. 엘사는 아슬아슬하게 버티다가 이내 침몰해버린 군함 한 척을 보며 명령을 내렸다.



“좌현 전타! 이대로 배를 붙여!”



간단히 북을 두 번 울림으로써, 해적선들은 일사분란하게 방향을 틀었다. 비교적 작은 크기의 쾌속선급 해적선은 엘사에게 미리 지시받은 대로 기만한 움직임을 보이며 대포를 쏴댔다. 어느새 두 함대의 거리가 지척에까지 다다라있었다.

해적들은 미리 준비한 쇠사슬로 배들을 엮어 버렸다. 쇠사슬에 묶여버린 군함은 방향을 틀기는커녕 옴짝달싹도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배들은 송곳 하나 들어가기 힘들 만큼 딱 붙어있었고, 활대도 엉켜있었다.



“끼얏호!”



엉켜버린 활대를 넘나다니며, 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한 몇 몇 해적은 우왕좌왕하는 해군들의 머리에 바람구멍을 내버렸다. 백병전보다 해전에 익숙한 해군들은 속수무책으로 해적의 칼에 쓰러졌다. 졸리 로저 호에서 군함으로 올라탄 엘사는 주저하지 않고 쇠갈고리를 휘둘렀다. 지독한 난전이 군함 갑판에서 벌어졌다.



엘사 주변으로 검붉은 꽃잎이 휘날리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꽃냄새 대신 피비린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



ps. 늦어서 미안; 현퀘 탓도 있고 (꼴에) 전투씬 처음 써본 탓도 있고... 대신 분량 많이 넣음. 13편 분량이 제일 긴듯;


psps. 앞으로 3편(더 늘 수도 있음) 쓰고 외전 3편 정도 쓰고 본편 진행 몇 편 쓰면 끝. 아이고 갈 길이 멀다. 그래도 후반부임. 음. 후반부임!!


pspsps. 2016.01.05. 연도 수정;



추천 비추천

24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끝까지 다 본 걸 후회하게 만든 용두사미 드라마는? 운영자 25/07/07 - -
AD 워터파크 지금이 제일 쌈! 운영자 25/07/11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4] 운영자 14.08.29 168091 510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71] 운영자 13.07.31 440173 286
1125856 두 달 고생한 게 뜻대로 안 돼도 이렇게 슬픈데 ㅇㅇ(223.38) 20:02 8 0
1125855 설갤 안 들어와볼게 [2] ㅇㅇ(223.38) 00:09 17 0
1125854 한국대학교 서울 제 1 대학 캠퍼스Y 설갤러(168.126) 07.12 14 1
1125853 요즘 북풍이 불어서 시원한거래 [2] ㅇㅇ(223.38) 07.12 27 0
1125852 사람의 미소를 배운 엘개 [1] ㅇㅇ(223.38) 07.11 31 0
1125851 더워서 엘사 옆을 떠나지 않는 안나 ㅇㅇ(223.38) 07.11 20 0
1125850 혀를 더 내볼래? 안 보여 ㅇㅇ(223.38) 07.10 29 0
1125849 이번 여름 좀 버틸만할지도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0 32 0
1125848 엘산나가 사는 나라로 갈래 [2] ㅇㅇ(223.38) 07.10 29 0
1125847 살색의 향연 [1] ㅇㅇ(223.38) 07.09 42 0
1125846 나쥬미 후쿠오카왔는데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9 52 0
1125845 외향인 안나와 내향인 엘사 ㅇㅇ(223.38) 07.09 30 0
1125844 쪄주글뻔했워 [1] ㅇㅇ(223.38) 07.08 33 0
1125843 잘자욧 엘산나 ㅇㅇ(223.38) 07.08 15 0
1125842 헬요일이었어 ㅇㅇ(223.38) 07.07 17 0
1125841 뭐든 올라오거라 [2] ㅇㅇ(223.38) 07.06 46 0
1125840 열정열차 설갤러(168.126) 07.06 24 3
1125839 1년 반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행복해 ㅇㅇ(223.38) 07.06 31 0
1125838 그래도 작년보다는 덜 더운데? ㅇㅇ(223.38) 07.05 21 0
1125837 사는 게 재미가 없네 [3] 재키브라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5 71 0
1125836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그나마 덜 최악으로 왔으면 [2] ㅇㅇ(223.38) 07.05 59 0
1125835 청춘열차 설갤러(168.126) 07.04 35 5
1125834 올해도 에어컨 풀가동이야 [2] ㅇㅇ(223.38) 07.04 58 0
1125833 더위 에바네 진짜 [1] 재키브라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4 49 0
1125832 현퀘 끝 [1] ㅇㅇ(140.248) 07.04 39 0
1125831 안나의 상징색은 초록색일까 자주색일까 [3] ㅇㅇ(223.38) 07.03 66 0
1125830 비공식 공식 소식 떴다 [1] 설갤러(118.235) 07.03 92 0
1125829 목요갤은 역시 정전 [1] ㅇㅇ(223.38) 07.03 47 0
1125828 엘산나 ㅎㅇ ㅇㅇ(223.38) 07.02 29 0
1125827 겨울최고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 50 0
1125826 이제 본격적으로 덥대 잘 살아남아 봅시다 [2] ㅇㅇ(223.38) 07.01 58 0
1125825 11월 개봉이었는데 티저가 2월에 나왔었잖아 ㅇㅇ(223.38) 07.01 29 0
1125823 종점의 파라다이스 풍광 설갤러(168.126) 07.01 36 5
1125822 현퀘종료 ㅇㅇ(223.38) 07.01 21 0
1125821 하반기 ㅎㅇ 설갤러(39.7) 07.01 25 0
1125820 막글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30 17 0
1125819 상반기 막글 [1] 설갤러(175.205) 06.30 47 0
1125818 일찍 잘게 [1] ㅇㅇ(223.38) 06.30 55 0
1125817 다른 애니를 봐도 엘산나 치환병 [1] ㅇㅇ(223.38) 06.30 66 0
1125816 다른 영화 보다가 엘사 생각나더라 [3] 설갤러(175.205) 06.29 88 0
1125815 2025년 하반기라고 [1] 설갤러(175.205) 06.29 61 0
1125814 2월도 아닌데 왜 벌써 인사한거야 [1] ㅇㅇ(223.38) 06.29 58 0
1125813 7월에도 잘 부탁쥼 [1] ㅇㅇ(223.38) 06.28 62 0
1125812 큰일났다 [5] 설갤러(175.205) 06.28 75 0
1125811 토요엘산나 ㅇㅇ(223.38) 06.28 20 0
1125810 뜨거운 금요일 이미 시작했다 ㅇㅇ(223.38) 06.27 27 0
1125809 금요제압해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7 20 0
1125808 금요점심해 ㅇㅇ(223.38) 06.27 20 0
뉴스 Mnet '보이즈 2 플래닛' 제작진이 밝힌 글로벌로 확장된 최정상 향한 월드 스케일 데뷔 프로젝트 승부수는? 디시트렌드 07.1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