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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외전 - 악어 동굴 2)

유희자(180.229) 2016.01.18 03:25:28
조회 615 추천 2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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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 네버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외전 - 악어 돌굴 1)








“젠장맞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스미는 피에 물든 왼팔을 감싸면서 외쳤다. 그러자 바로 입 닥치라는 제이크의 일갈이 떨어졌다. 동굴의 어둠을 틈타 도망을 치려하는데 소리를 내면 적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저쪽으로 갔다!”



특무대원들이 그들을 바짝 뒤쫓고 있었다.



첫 조우는 특무대의 수색조와 해적 스미였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서로가 적임을 깨닫고 최선의 행동을 취했다. 특무대원들은 즉각 무기를 들어 스미를 덮쳤으나, 스미는 들고 있던 횃불을 던져, 엘사와 제이크가 들어간 곳으로 달렸다.

살고 싶다는 본능만으로 달린 외길에서 선장 엘사와 후크 해적단 중 제일 믿고 있는 존재 중 하나인 부선장 제이크를 만났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감격스러운 일 중 하나였으리라.



“오오 선장님, 절 살려주려-”

“너희들을 죽이려고 선장이 된 게 아니야.”



엘사는 영문 모를 소리를 내뱉고는 귀를 기울였다. 다수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수는 대여섯.



“인디언들에게 속은 모양입니다.”

“그렇군.”



분개해하는 부하들과는 달리 엘사만 냉정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그놈들이 두 번 다시 어머니 운운할 수 없도록 그 혀를 도려내야겠지.”











불과 몇 십분 전, 스미의 새된 비명소리는 어둠을 타고 엘사의 귓가까지 날아들었다. 제이크가 반사적으로 칼을 치켜들었다.


- 스미에게 무슨 일이 생긴 모양입니다


엘사는 말없이 앞쪽을 응시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진한 단내가 앞쪽에서 나고 있었다. 분명 그곳에 요정의 성소가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발을 내딛으면 된다. 닿을 수 있다. 이제껏 기다리고 기다려온 기회였다.


- 선장님


제이크가 엘사를 불렀다. 제이크의 몸은 이미 반쯤 돌아서고 있었다. 고개는 여전히 엘사 쪽을 향한 채다.



스미는 후크 해적단의 신참이다. 어수룩하고 싸움도 할 줄 몰라 고참 격인 해적들에게 욕을 먹기 일쑤였다. 그런 주제에 건방지게 선장인 자신을 깔보고 있고, 은연중에 그를 태도에 드러내 보인 적도 있다. 있든 없든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해적이다. 악어 동굴에 함께 따라가겠다는 이유도 변덕 반, 선장으로서의 엘사를 보고 싶다는 호기심 반일 터다. 참으로 시건방진 애송이 부하다.


- 스미에게 돌아간다


엘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곳의 입구는 순식간에 벽이 되어버린다. 흐물흐물한 진흙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벽이다. 엘사는 입술을 깨물며 몸을 돌렸다. 등 뒤에서 멍청한 해적-하고 엘사를 비웃는 단내가 담뿍 풍겨왔다.











수적으로 불리한데도 세 명의 해적은 모두 살아있었다. 만일 이곳이 동굴이 아닌 엄폐물 없는 평지였다면 해적들은 특무대원들의 총격전 한방에 전멸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칠흑 같은 어둠이 남실대는 동굴이었다. 시각이 철저히 봉쇄되자 예리한 감각을 가진 자들이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었다. 목숨을 걸고 생존을 위해 약탈을 일삼는 해적들에겐 밤이나 낮이나 똑같았다. 불행히도 특무대원들-특무대는 신설된 지 약 2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니 해적들에 비해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은 그러지 못했다.



“무턱대고 덤비지 마라.”



든든한 아군이 생겨 용기가 치솟았는지, 스미는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특무대원들에게 복수를 하려고 칼을 들었다. 그걸 제지한 건 엘사였다. 비록 어두워서 엘사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애송이보는 듯한 눈으로 스미를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우린 그들이 총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른다. 심지어 모두 이 동굴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도 모르지.”

“그러니 더더욱 여기서-”

“아직 반격할 때가 아니다.”



엘사는 아까 본 지도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심장부에 해당하는 곳에서 더 아래로 내려가면 미로처럼 복잡한 여러 갈래 길이 나온다.



“먼저 가서 선수를 쳐야...”



순간 무언가에 걸린 건지, 몸이 앞으로 크게 기운다. 엘사의 발밑에 갑자기 생겨난 무저갱은 삽시간에 엘사를 덮쳤다.












“선장님!”



제이크의 외침에 엘사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폈다. 어느새 엘사는 검을 빼어 들고 있었는데, 검은 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녀의 발밑에는 방금 죽은 특무대원의 사체가 두 구 놓여있었다.



“포로로 잡으려는 놈도 죽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뭐?”



엘사가 멍하니 반문한다. 무슨 뜻인지 몰라 물어본 것인데, 제이크의 염려를 사고 말았다.



“괜찮으신 겁니까? 하긴 씨 쿡크와 일전을 벌인지 이레도 지나지 않았죠. 제일 크게 다치신 건 바로 선장님이시고.”

“이레...였나.”



겨우 그것밖에 안 지났다고. 엘사는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머리를 짚었다. 오른손이 자꾸 거슬리게 느껴졌다. 희한하게도 왼손은 오래 쓴 것처럼 익숙했다. 해적질을 하면서 자주 양손을 썼지만 그래도 오른손을 쓰는 게 편했다. 그런데 오늘만큼 오른손이 낯설게 느껴진 적도 없다. 엘사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이 판국에 오른손이든 왼손이든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젠 어쩌면 좋습니까?”



스미가 불안한 기색으로 물었다. 엘사는 심호흡을 함으로써 평정을 되찾았다.



“수색조가 전멸 당했으니, 저쪽에서 반응이 올 거다. 그 전에 여기에서 나가야 한다. 놈들이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른다.”

“대체 이놈들은 뭡니까? 갑자기 나타나더니 왕명이네 어쩌네 같은 영문 모르는 소리를 지껄이더니, 네버랜드 규칙도 무시하고 멋대로 해적들이랑 싸움을 벌이질 않나!”



스미가 분통을 터트렸다. 제이크 같이 후크 해적단에 오래 있었던 해적들은 이들과 몇 번 조우한 적이 있었다.



“무법항에 오는 상인들이 종종 ‘바깥’얘기를 해주긴 하지만 자세한 건 나도 잘 몰라. 선장님이 알려주셔서 알게 된 거야.”

“전... 그, ‘바깥’이라는 것도 모르겠는데요.”

“차차 알게 돼.”



별것 아니라는 듯 제이크는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후크 해적단의 최고참답게 제이크는 너털웃음을 자주 지어보였는데, 그 웃음을 보면 신기하게도 불안이나 걱정 따위가 조금은 사라진다. 막내인 스미는 물론이고 후크 해적단 소속의 해적들 대부분 그를 깊게 신뢰하고 있었다. 엘사도 그나마 믿음직하고 쓸만한 부하-라고 생각할 정도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뭔가 이상하군요. 냄새가 무겁다고 해야 하나... 매캐...한...?”



제이크가 냄새를 맡기 위해 고개를 높게 쳐올렸을 때, 지진이라도 난 듯 동굴이 크게 흔들렸다. 이어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고막을 찢듯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동굴 위에 달려있던 종류석이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재빨리 팔로 머리를 감쌌다.



“놈들이 폭약을 쓴 것 같다! 뛰어!”



엘사가 고함을 질렀다. 여차하면 사이좋게 생매장 당한다. 해적이면 해적답게 차라리 바다에서 죽겠다고 스미가 헛소리를 해대는 통에 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감히 엘사 J. 후크를 속인 인디언들이나, 함부로 네버랜드에 들어온 서던의 졸개들이나, 멍청한 부하나 다 똑같이 생매장시키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다. 뭐, 멍청한 부하는 정을 봐서라도 반만 죽여주겠지만.



엘사는 정신없이, 한편으로는 잡생각이 가득해진 자신의 머리를 누군가가 깨부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깨지면 더 이상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살아도 될 테니까. 이 혼란도, 중압감도 더는 느끼며 살지 않아도 되니까.



“오늘따라 병 걸린 사람처럼 구시는 군요, 선장님.”



제이크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말했다.



“마치, 후크 해적단의 선장이 되겠다고 해적섬에 단신으로 오셨을 때 같습니다.”

“입 닥쳐. 인디언보다 먼저 뒈지고 싶은 거냐?”



엘사가 으르렁거리자 제이크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는 엘사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시선을 느낀 엘사는 지금 당장에라도 검을 빼어들어 제이크를 단칼에 죽여 버리고 싶었으나, 그를 죽이자마자 이 동굴에 생매장당해 개죽음 당하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거지?’


엘사는 혀를 찼다. 모든 감각이 날카롭게 반응했다. 애초에 제이크가 저런 말을 꺼내는 게 처음도 아닌데 왜 이리도 구역질날 만큼 화가 나는 건지. 왜 모든 걸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 건지.



“곧 왼쪽 다리의 세 번째 발톱입니다.”

“출구! 출구!”



괘씸한 신임부하는 생존의 욕구를 드러내며 선장과 부선장보다도 먼저 출구를 향해 뛰었다. “저 새끼 엉덩이는 제가 까겠습니다 선장님”라고 제이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엘사는 “내 몫까지 양쪽 다 까버려라” 고개를 끄덕였다.



엘사 일행이 열두 번째 모퉁이를 돌았을 때, 스미는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며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굳이 제이크가 발로 엉덩이를 까지 않아도 시퍼런 멍이 들었을 만큼 심하게.



“으왁!!”

“에잇 이 가짜 해적! 내 칼을 받..?”



스미는 하마터면 배에 구멍이 뚫릴 뻔했다. 모퉁이 반대편에 있던 누군가가 막무가내로 단검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엉덩이 양쪽과 배빵, 전자가 백배 나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마냥 나아지지 않았다. 엘사에게 있어서 서던의 졸개들보다 훨씬 더 나쁜 상대가 튀어나와버린 것이다.



“안나 P. 팬?”

“어! 이번엔 진짜 해적! 아싸아!”



엘사와 마찬가지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단검을 거꾸로 쥔 채, 안나 P. 팬은 반갑다는 듯 씨익 웃고 있었다. 한 손에는 거의 꺼져가는 횃불이 들려있었다. 제이크가 반사적으로 커틀러스를 겨누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나는 헤헤 하고 순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반짝이는 눈동자는 오직 엘사 J. 후크만을 담고 있었다.



“아까부터 위대한 어쩌구네 뭐네 구는 가짜 해적들이 있길래 해치웠더니, 갑자기 동굴이 흔들리지 않나,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나! 이번 모험은 최고인 걸? 여기에 벨이 있었다면 위험하니 도망가자고 시끄럽게 굴었을 거야. 역시 혼자 오길 잘 했어!”



나 똑똑해! 안나는 다시 웃어보였다. 매우 어처구니가 없어진 세 해적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저 어린 여자아이에게 어른인 해적들이 매번 당하는 처지라니,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가짜보단 진짜가 좋아. 가짜는 너무 쉬워. 그러니 여기서 얌전히 죽어줄래? 이 못된 후크 선장아.”

“-”



엘사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방금 자신이 지껄이려고 했던 말에 놀랐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동굴이 다시 요동쳤다. 이번엔 고작 종유석이 떨어지는 걸로 그치지 않고, 쩌적쩌적 금이 가버린 벽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선장님!!!”



엘사가 있는 힘껏 밀친 덕분에-쌍코피가 줄줄 나긴 해도-돌무더기에 깔리지 않게 되었다. 다만 부하들은 선장 엘사와 완전히 분단되고 말았다. 제이크는 스미를 일으켜 세우면서 소리쳤다. 바로 엘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라. 내가 한 말을 벌써 까먹었나!”



노기어린 목소리에 제이크도 스미도 목을 움츠렸다.



“제이크. 네가 할 일이 뭔지 알겠지?”

“....알겠습니다, 후크 선장님.”



제이크는 동굴을 빠져나가기 위해 그곳에서 도망쳤다. 반강제적으로 제이크에게 끌려가고 있는 스미는 돌무더기를 쳐다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선장님을 저대로 내버려 두고 갈 수 없다고 발버둥을 쳐도 억센 제이크의 팔 힘을 당해내지 못했다.



“하하! 부하들한테 버림받았구나?”



안나는 뭐가 좋은지 깔깔 웃어댔다. 엘사는 까닥하지 않고 안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안나에게서는 진한 단내가 났다. 그제야 엘사는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을 유혹했던 단내가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악어 동굴을 휘젓고 다닌 모양이지?”

“그건 어떻게 알았어?”

“역시 너였군, 안나 P. 팬. 그 냄새. 요정 같은 냄새나 풍기는 애새끼... 그러니 여기에 요정의 성소가 있다고 믿어버렸군.”

“뭐? 성소가 여기 있을 리가 없잖아. 바보 아냐?”

“이젠 상관없다. 성소보다 더 좋은 걸 발견해냈으니.”



엘사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널 죽여 버리면 되겠군.”

“흥, 마음대로 될 것 같아? 덤벼!”



이 말을 신호탄삼아, 둘은 검을 휘둘렀다. 지금 이 악어 동굴이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걸 까먹은 두 사람은 오직 서로를 노렸다. 세상에 단 둘만 남겨진 것처럼 그들은 검격이 마주할 때마다 불꽃이 튈 정도로 격렬하게 싸웠다. 손이 얼얼했지만 둘 다 검을 놓지 않았다.



챙강!

먼저 수명을 다한 건 안나의 단검 쪽이었다. 두 동강이 나버린 자신의 검을 던진 안나는 무작정 엘사에게 달려들었다. 갑자기 서로의 간격이 줄어들어들어도 숱한 전투 속에서 살아남아온 엘사는 침착히 그에 대응하려 했으나, 안나 P. 팬은 하늘을 날 수 있는 아이였다.



“악!”



안나는 몸통박치기를 하는 수준으로 엘사와 정면충돌했다. 누가 더 돌 머리인가를 가릴 것도 아니면서 안나는 엘사의 안면을 받아버렸다. 그 반동으로 안나는 나동그라졌고, 엘사는 이마를 손으로 문대었다. 한순간 별이 보일만큼 매운 일격이었다.



“이 돌대가리가!”

“돌이라도 이기면 장땡이야!”



안나가 휘청거리면서도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대화는 웃음이 나올 만큼 웃겼지만, 곧이어 제 2라운드가 펼쳐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살벌할 분위기가 흘렀다. 서로를 향한 살의가 동굴의 어둠보다도 짙게 깔렸다.

그러나 엘사 J. 후크와 안나 P. 팬을 막은 건 서던의 특무대원들이 터트린 폭약이었다.



“뭐, 뭐야?”



안나가 얼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세 번째 폭발은 먼저 것보다 훨씬 더 컸다. 서던의 특무대원들은 악어 동굴을 완전히 무너트리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동굴이 크게 흔들리더니, 단말마를 내었다. 간신히 동굴을 지탱하고 있던 대들보 같던 벽이 먼저 부서졌다. 그들의 머리 위로 돌들이 떨어졌다.



제아무리 안나 P. 팬이라 할지라도 우수수 떨어지는 바위들 아래서 여유 부려가며 피할 재주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재빠른 몸을 놀려 바위를 피함과 동시에 엘사의 목숨을 노리려던 시도는 기어코 제 목을 조르는 꼴이 되었다. 짱돌 크기의 돌에 머리를 맞고 픽 쓰러져버린 것이다. 그런 안나의 위로, 한방에 저승길에 갈만한 크기의 바위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안나 P. 팬!!!”



엘사 J. 후크는 안나 P. 팬의 몸을 끌어당기고는,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자 엘사 주변으로 불투명한 얼음이 생겨나 둘을 감쌌다.

그때 예기치 못한 4차 폭발이 일어났다. 이번엔 엘사와 안나가 있던 곳과 가까운 곳에서 터진 탓에, 그 충격파로 견고했던 얼음막이 산산이 깨져버렸다. 얼음 파편은 훌륭한 무기가 되어 엘사의 몸을 여기저기 찔러대었다. 낙석과 깨어진 얼음은 엘사가 뻗은 오른손을 간식 먹듯 질겅질겅 씹었다.



엘사는 이를 악물고 최대한 몸을 숙이고 웅크렸다. 의복이 여기저기 찢겨졌다. 찢긴 옷 위로 선혈이 낭자했다. 얼음은 피투성이가 된 채 동굴 바닥에 깔렸다.











엘사 머리 위로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 엘사는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안나를 쳐다보았다. 기절해있긴 하지만 머리에 난 혹을 빼면 크게 다친 곳은 없어보였다. 엘사는 안나의 몸에 손을 대었다. 맥박은 뛰고 있다. 꼭 잠이 든 것처럼 호흡이 가냘팠다. 살아있었다.



“윽-”



엘사는 고통스런 신음을 질렀다. 뻗은 오른손은 돌무더기 속에 파묻혀있었다. 이를 악물고 오른손을 빼내었다. 뼈가 보일만큼 기묘하게 뒤틀려버린 오른손은 울컥울컥 피를 토해내었다. 용케 잘도 매달려있었지만 악어에게 물어뜯긴 것처럼 보였다. 그 어떤 명의라도 이 오른손을 살려낼 수는 없을 것이다. 쓰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버리자. 여기서 죽어버린 오른손을 붙잡고 한가하게 고통을 느낄 새 따윈 없었다. 엘사는 신경을 집중해, 자신의 오른손을 얼려버렸다.



죽여 버려, 제임스 후크. 짓밟아버려. 이때를 위해 넌 이제껏 살아오지 않았던가!



대충 처치를 끝낸 엘사는 홀린 듯이 쓰러져있는 안나의 가슴팍에 발을 올리고, 연약한 목 줄기에 칼을 겨누었다. 이제 굽힌 팔을 펴서 저 목을 찔러버리면 끝이 난다.

이번 대는 그렇게 끝이 난다.



“누군가를 잊는다는 건, 네 안에 있는 그 사람을 죽이는 것과 똑같아.”



어서 죽여! 어서! 어서! 어서!



“네가 날 잊을 때마다 난 살해당하는 기분이었다.”



엘사는 몇 번이고 안나에게 살해당했다. 그런데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게 식은땀인지 피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둘 다 기분 나쁘게 끈적거리고 축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걸 확인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땀이든 피든 둘 다 불쾌하긴 매한가지다. 그보다 더 불쾌한 건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느꼈던 위화감이었다.



잊어버려



엘사 J. 후크는 검을 떨어뜨렸다. 손이 떨려서 검을 들고 있을 수 없었다. 문득 구토감이 치밀어 올랐다. 사방에서 요정가루 냄새가 났다. 달디 단 요정 가루로 이루어진 바다에 빠진 것 같았다.



“찾았습니다, 부대장님! 엘사 J. 후크입니다!”



특무대원들의 발소리가 들려왔지만 엘사는 도망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치 석고상이 된듯, 특무대원들과 한스가 그녀에게 무기를 들이대도 눈 하나 깜짝할 수 없었다.

엘사 J. 후크와 안나 P. 팬은 너무도 쉽게 그들에게 체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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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여기서 엘사는 오른팔을 악어(동굴)한테 냠냠당함



psps. 제이크는 후크 해적단 부선장으로 최고참이자, 엘사가 후크 선장되기 전에도 후크 해적단에서 활동중이었음. 엘사가 선장되고나서 부선장 됨. 이름 짓기 귀찮아서 어탐보고 베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psps. 외전을 하나 더 이어나가야하나 외전 - 악어동굴 편 끝내고 본편으로 꼬우 해야하나 고민중....; 음 연재주기... 노력할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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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826 이제 본격적으로 덥대 잘 살아남아 봅시다 [2] ㅇㅇ(223.38) 07.01 58 0
1125825 11월 개봉이었는데 티저가 2월에 나왔었잖아 ㅇㅇ(223.38) 07.01 29 0
1125823 종점의 파라다이스 풍광 설갤러(168.126) 07.01 36 5
1125822 현퀘종료 ㅇㅇ(223.38) 07.01 21 0
1125821 하반기 ㅎㅇ 설갤러(39.7) 07.01 25 0
1125820 막글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30 17 0
1125819 상반기 막글 [1] 설갤러(175.205) 06.30 47 0
1125818 일찍 잘게 [1] ㅇㅇ(223.38) 06.30 55 0
1125817 다른 애니를 봐도 엘산나 치환병 [1] ㅇㅇ(223.38) 06.30 66 0
1125816 다른 영화 보다가 엘사 생각나더라 [3] 설갤러(175.205) 06.29 88 0
1125815 2025년 하반기라고 [1] 설갤러(175.205) 06.29 61 0
1125814 2월도 아닌데 왜 벌써 인사한거야 [1] ㅇㅇ(223.38) 06.29 58 0
1125813 7월에도 잘 부탁쥼 [1] ㅇㅇ(223.38) 06.28 62 0
1125812 큰일났다 [5] 설갤러(175.205) 06.28 75 0
1125811 토요엘산나 ㅇㅇ(223.38) 06.28 20 0
1125810 뜨거운 금요일 이미 시작했다 ㅇㅇ(223.38) 06.27 27 0
1125809 금요제압해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7 20 0
1125808 금요점심해 ㅇㅇ(223.38) 06.27 20 0
뉴스 '전국노래자랑', 7/13(일) 충남 홍성군 편! 신흥 트롯황태자 김용빈 출격! 디시트렌드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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