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새벽, 제주의 공기는 달큰한 꽃향기로 먼저 바뀐다. 3월 하순이면 시내 한복판 어느 왕복 2차선 도로에 하얀 꽃구름이 내려앉으며, 해양성 기후가 빚어낸 이 조기 개화는 뭍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제주만의 봄 선물이기도 하다.
1992년 처음 꽃길을 열었으니 서른 해를 훌쩍 넘겼다. 수령 60년 안팎의 왕벚나무 173그루가 폭 15m 도로 양쪽에 줄지어 서 있으며,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정한 유망축제로 선정되며 해마다 더 많은 이들을 이 거리로 불러 모은다.
꽃이 만개하는 단 3일, 차가 사라진 자리를 꽃잎과 사람이 채우는 이 거리는 제주의 봄을 가장 먼저, 가장 진하게 품는 공간이다. 제주 시내에 자리한 1.2km 꽃길의 역사
전농로 벚꽃길
전농로 왕벚꽃 축제(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삼도1동 전농로 일대)는 제주 시내 삼도1동에 펼쳐지는 왕복 2차선 벚꽃 거리다.
폭 15m의 이 도로는 1982년 제주시가 왕벚나무를 심으면서 지금의 꽃길로 탄생했으며, 수령 60년 안팎의 나무 173그루가 지금도 이 거리의 풍경을 완성하고 있다.
1908년 프랑스 신부 타케가 한라산 관음사 부근에서 왕벚나무를 처음 발견·채집한 이래, 이 나무는 제주 봄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셈이다.
2020년부터는 천연기념물 제159호인 봉개동 왕벚나무 조직배양 묘목으로 점진적인 교체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의미 있는 꽃길이 되어간다. 만개한 왕벚꽃이 수놓는 흰 터널 풍경
전농로 왕벚꽃
173그루의 왕벚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우는 순간, 전농로는 하나의 거대한 흰 터널로 변한다. 봄바람이 나무 사이를 지날 때마다 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며, 1.2km 도로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풍경화가 되는 셈이다.
야간에는 왕벚나무를 감싸는 조명이 켜지며, 투명하게 빛나는 흰 꽃잎이 밤길 산책을 전혀 다른 경험으로 바꾼다. 낮의 흰 터널과 밤의 조명 경관이 같은 공간에서 전혀 다른 감동을 안겨주는 것이 이 거리만의 매력이다.
꽃길 1.2km 구간에는 거리 공연, 버스킹, 거리 퍼레이드, 플리마켓, 페이스 페인팅, 풍선 만들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레트로 건물과 카페 외벽, 전화부스 등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도 곳곳에 자리하며,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벚꽃
삼도1동 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주관하고 삼도1동 주민센터와 자생단체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1992년 제1회 이후 해마다 전농로를 제주 봄의 중심지로 만들어온 지역 대표 축제인 셈이다.
2026년 제19회 축제 일정은 아직 공식 발표 전이나 3월 말이 예상된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축제 기간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차 없는 거리가 운영되는 편이다.
전용 주차장은 없어 전농로26 공영주차장이나 인근 골목을 이용해야 하며, 교통 혼잡이 심한 만큼 축제 기간에는 대중교통 이용이 권장된다. 제주공항에서 약 2.5km로 접근성이 뛰어나며, 문의는 064-****-4524(삼도1동 축제추진위원회)로 연락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전농로 왕벚꽃 축제 모습
매년 3월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이 꽃길은, 제주 사람들에게는 봄의 신호이자 섬을 찾는 이들에게는 오랫동안 기억되는 장면이다.
수십 년 묵은 나무 아래 걷는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머문다.
3월 하순 제주를 계획하고 있다면, 만개 예보 직후 전농로를 첫 번째 목적지로 삼아보길 권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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