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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가 보면 꽤 실현하고 싶어할 내 SF

니그라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14 19: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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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폭력배론 : 증오






‘황제가 되는 대관식을 언젠가는 할 수 있겠지.’


지구 통합 정부의 총통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산책했다. 황제가 되는 대관식은 총통이 보기에 목전에 있었다.


지구 통합 정부가 쓰고 있는 정책 중 하나인 우주 폭력배론은 이젠 죽은 사람인 1980년생 니그라토가 20대 후반에 고안했던 것이었다. 칼 마르크스가 30살에 공산당 선언을 발표했듯이 그 나이는 악마의 사상을 구상할만한 나이였다고 총통은 생각했다.


니그라토는 41살에 우주 폭력배론을 완전히 폐기했다. 그러나 지금 총통이 니그라토에 관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그가 우주 폭력배론을 만들었다는 한 줄 뿐이었다. 니그라토는 유약한 인간이어서 우주 폭력배론을 펼칠 능력도 의지도 없었고 심지어 동기조차 버렸다. 니그라토는 우주 폭력배론을 펼치기엔 성품이 맞지 않았다.


총통은 우주 폭력배론을 옛 인터넷에서 발굴했다. 그때 총통과 그 패거리들은 이 우주 폭력배론이 자신들의 절대 권력을 옹호하는데 큰 가치가 있을 것임을 간파했다. 권력이 늘어나지 않으면 슬퍼하는 교만한 자들인 그들에게 우주 폭력배론은 유혹적으로 느껴졌다.


우주 폭력배론에서 총통이 강조한 것은, 니그라토와는 달리 쾌락 범죄자 제거가 아닌 우주 폭력배였다. 총통이 수정한 사상에서 우주에 인류가 진출하면 우주 폭력배는 필연적으로 나타나고 그러면 인류는 전멸하고 지구는 파괴될 수 있기에 그 누구라도 어떤 식으로든 우주에 나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때문에 총통은 우주 산업을 모두 격멸했고 우주로부터의 인간의 위협이 없을 것임에 안심했다.


총통의 체제에서 1계급은 정치와 과학을 맡았다. 2계급은 필수 노동을 맡았다. 3계급은 뇌의 일부가 수정된 노예였다. 우주 폭력배론은 어떤 1, 2계급이든 체제에 대적할 경우, 혹은 지배 계급이 내킨다면, 우주 폭력배가 될 수 있는 악질이므로 윤리적 세뇌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시술의 핑계로 이용되었고 이것이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윤리적 세뇌 수술은 뇌의 일부를 수정하는 것으로서 그렇게 되면 뇌 장애자인 3계급이 되었다.


3계급의 자녀는 태어나자마자 뇌수술을 받았다. 1, 2계급도 체제에 대항하면 뇌수술을 받았다. 뇌수술을 받으면 피동적이 되므로 단순 작업 밖에 못 하긴 했으나 쉽게 복종했다.


3계급은 1, 2계급에게 소비 용품으로 작동했다. 아무리 체제에게 학대당해도 1, 2계급에겐 집에 가면 왕으로 굴 수 있는 3계급이 제공되었다. 이 같은 주종의 대물림에 만족코자 하는 성향의 인간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영아기 때부터의 폭력이 필요했으므로, 실상 니그라토가 가장 강조했던 쾌락 범죄자 제거론은 총통은 가르치지 않았다.


니그라토는 우주 폭력배론을 학살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이는 다른 수많은 사상들이 실은 권력 집중으로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학살을 행할 정도의 집단의 권력이 약할 리는 없으므로 우주 폭력배론은 권력 집중을 향하는 사상이었다. 더욱이 이 우주 폭력배론은 갓난아기를 개인 단계에서 죽일 수 있다고 정당화한다. 총통은 체제에 대항하는 것은 우주 폭력배가 되겠다는 것이므로 갓난아기라도 죽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총통은 이런 대목들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지구 통합 정부의 이데올로기 중 하나로 우주 폭력배론을 채택했던 것이다.


총통의 지배는 이제 꽤 굳건했다. 총통은 일부 과학만을 유지했다. 총통은 역노화제를 유지했기에 이론상 영원히 늙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총통은 핵무기를 유지했기에 저항의 낌새가 보이면 그 지역에 핵폭탄을 날려 학살하곤 했다.


총통은 어릴 적부터 싸움꾼이었고 정신은 증오로 넘실거렸다. 총통은 여러 목적들을 세워왔다. 그 중에는 여러 무기들의 파괴가 있었다. 총통은 자신의 군대만이 핵무기와 총검으로 무장하는 체제를 선호했다. 만약 가능한 것이었다면 총통은 도검조차 없애고 문명을 모조리 무너뜨리고 주먹으로만 서열을 결정하는 세상을 펼쳤을 것이다. 주먹 이외의 무기들은 도구였고 이는 육체의 서열을 바꿀 수도 있기에 이는 총통에게 불경한 것이었다.


“곧 황제를 칭해야지. 황제란 인간 사회의 모든 가치의 정점인 것이다.”


총통이 그렇게 편히 잠드는 동안 한 떠돌이 행성이 태양계로 향하고 있었다. 우주 산업을 모조리 파괴한 지구 통합 정부는 그 떠돌이 행성을 탐지조차 할 수 없었다. 떠돌이 행성의 질량은 목성의 2배였다.


총통이 천재지변이 올 수 있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을 피할 수 있게 하려면 강한 선진 사회일수록 유리했다. 총통은 그런 세상을 바라지 않았기에 마지막 때까지 자신이 권력을 휘두르는 것만이 중요했고 지구는 망해도 상관이 없었다.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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