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더러운 물과 깨끗한 물의 싸움

운영자 2014.10.09 15:57:13
조회 998 추천 0 댓글 1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한 전 국회의장이 애정표현으로 캐디의 가슴을 한번 찔렀을 뿐이라고 했다. 세상은 거짓말이라고 보는 것 같다. 한 주간지는 ‘터치만 했다고? 움켜쥐고 쓰다듬고’라는 제목으로 비아냥거렸다. 그는 원로 법조인이고 정치인으로도 명성을 떨친 분이다. 사생아 문제가 거론되자 검찰총장이 오리발을 내밀고 검사장이 공연음란을 하고도 다른 범인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부정과 비리를 다루는 법의 세계에는 공해같이 거짓이 꽉 차 있다. 거대한 거짓의 쓰레기장 안에서 30년 가까이 변호사로 살아왔다. 재판정은 거짓말대회장 같았다. 의뢰인의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 많았다. 한 여기자가 인기탤런트를 취재하러 갔다가 폭행을 당했다고 고소를 부탁했다. 이미 자신이 고소장을 능숙하게 써 왔다. 그녀는 나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전치 6개월의 진단서를 강조했다. 이상했다. 동행한 사진기자가 폭행당하는 걸 보지 못했다. 얻어맞았다는 시각직후 찍힌 CCTV 화면에는 화장을 고치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거짓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내게 기자회견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시사프로를 진행하는 이름난 남자배우의 성폭행사건이 있었다. 남자배우는 하늘에 맹세하고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귀여워서 뺨을 톡 건드렸을 뿐이라고 했다. 국회의장사건과 비슷했다. 대중적인 인기와 돈이 있는 그는 이겼다. 대법원 판결문 속에 거짓이 들어박혀 버젓이 진실로 행세했다. 이승에서 한 거짓말의 숫자만큼 염라대왕이 그의 입을 한 땀씩 꿰맨다는 속담이 있다. 예전에 한 소설가가 거짓말 많이 한 김대중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드르륵 박아야 한다고 해서 재판에 회부된 일이 있었다. 그 소설가는 법정에서 대통령을 모욕한 게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정직하게 살자는 취지였다고 했다. 거짓말이 짙은 매연처럼 흘러넘친다. 잘 알고 있는 법원장 한 분은 사석에서 ‘모든 사람은 거짓말을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그는 평생 재판을 해오면서 거짓말을 듣다보니까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더라고 고백했다. 악취 속에 있으면 둔감해지고 몸에 그 냄새가 배듯이 법조인들은 거짓말에 둔감해 지는 것 같다. 그 피해는 엄청나다. 치유가 불가능한 철저한 불신병에 걸리기 마련이다. 80대 나이의 원로 법조인과 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그는 평생을 고위법관으로 지냈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법원에 내는 서류들을 보면 다 그럴 듯 한 데 도대체 믿을 수가 있어야지?” 

평생을 거짓의 공해 속에서 살아온 법관의 모습이었다. 그런 고질적인 불신은 진실을 거짓으로 판단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겉으로는 깨끗한 포장을 해도 분뇨통에서 오물이 넘쳐나듯 거짓이 판치는 세상이다. 아무리 진실을 외쳐도 믿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직한 사회를 만드는 운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예전에 도종환 시인의 집을 찾아가 얘기를 나누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담임선생인 그에게 “깨끗한 물 하고 더러운 물하고 싸우면 누가 이겨요?”라고 묻더라는 것이다. 그가 난감해서 가만히 있자 꼬마는 선생님에게 “에이 그것도 몰라요? 선생님. 깨끗한 물이 계속 나오면 더러운 물이 지는 거죠”라고 말했다고 한다. 거짓말 국회의원보다 얻어맞아도 정직한 대리기사같은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경제관념 부족해서 돈 막 쓸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13 - -
827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18)-푸들 강아지 운영자 15.06.10 776 0
826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17)-팔레스타인 한국예수 운영자 15.06.02 1330 0
825 ‘사법치사’를 없애려면 [1] 운영자 15.05.25 621 2
824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16)-감옥과 시편23장 운영자 15.05.18 612 1
823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15)-황금 기도원 운영자 15.05.18 1270 0
822 세월호 유족, 휘둘리지 말아야 [1] 운영자 15.05.07 707 2
821 죽은 자와 살아있는 권력의 싸움 [1] 운영자 15.05.07 643 1
820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14)-수령님에서 주님으로 운영자 15.04.29 1309 0
819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13)-도(道)를 아십니까 운영자 15.04.22 939 1
818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12)-성령 사기꾼 운영자 15.04.13 1018 0
817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11)-모스크바의 한국예수 운영자 15.04.06 1308 0
816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10)-붉은 모래 위의 묵상 운영자 15.03.30 795 1
815 윤락여성 처벌 속에 숨은 위선 운영자 15.03.26 950 0
814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9)-여호와의 증인 [1] 운영자 15.03.24 907 1
813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8)-병석제단 운영자 15.03.17 1565 0
812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7)-소망촌 운영자 15.03.17 1440 1
811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6)-에덴동산 [1] 운영자 15.03.09 556 2
810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5)-딱 딱 딱 운영자 15.03.06 1601 0
809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4)-시리아 난민촌 운영자 15.03.04 594 0
808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3)-홍합미역국 운영자 15.03.04 1002 0
807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2)-야곱의 팥죽 운영자 15.03.02 851 0
806 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1)-헤롯의 피부병 운영자 15.03.02 799 0
805 가장 행복했던 시절 [2] 운영자 15.02.25 1024 0
804 ‘니트족’의 절망을 애도하며 운영자 15.02.11 736 2
803 북한의 부자와 노점상 운영자 15.01.27 825 1
802 ‘갑질’하는 수사관은 정리해야 [2] 운영자 15.01.13 1056 0
801 영혼 없는 허깨비들의 완장 운영자 14.12.30 885 2
800 마음이 추운 젊은 노인들에게 [1] 운영자 14.12.16 1125 1
799 분노를 삭히지 못하는 사람들 운영자 14.12.02 949 1
798 인간을 무시하는 게 존재의의인가요 운영자 14.11.25 779 0
797 만 시간을 투자해 보세요 운영자 14.11.18 1104 1
796 교도소의 변신 운영자 14.11.05 821 1
795 법을 뭉개면 투사가 되는 사회 운영자 14.10.28 779 0
794 어떤 할머니의 돈쓰는 법 운영자 14.10.28 932 0
더러운 물과 깨끗한 물의 싸움 [1] 운영자 14.10.09 998 0
792 흰 손으로 쓴 판결문 운영자 14.09.24 1082 1
791 차관님이 사는 법 [1] 운영자 14.09.17 1181 4
790 들고 일어난 대한변협 회장들 운영자 14.09.16 968 0
789 죽음 이후에 어떤 존재가 될까 운영자 14.09.05 1114 2
788 수사기관과 언론의 공개처형 운영자 14.08.27 870 3
787 대법원판결과 진실 [1] 운영자 14.08.13 1164 1
786 우리시대의 가짜예언자들 운영자 14.07.31 919 3
785 청부살인 대처법 운영자 14.07.22 1198 3
784 道人 엄두섭목사 운영자 14.07.11 2716 0
783 오도된 여론에 춤추는 나라 운영자 14.07.07 1005 2
782 죄인이 검사보고 ‘우리가 남이가’라니? 운영자 14.07.03 1050 1
781 道人의 말(2) 운영자 14.06.30 1198 2
780 신학과 고난 운영자 14.06.30 867 0
779 국민과 함께 진짜 눈물을 흘려야 [1] 운영자 14.06.25 1018 1
778 좋은 부자 운영자 14.06.25 1014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