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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4)-시리아 난민촌

운영자 2015.03.04 09:45:23
조회 594 추천 0 댓글 0
시리아 난민촌

  

이목사와 나는 암만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시리아 난민촌으로 갔다. 시리아 국경에서 14키로미터 지점이었다. 높은 철조망 주변에 기관총을 탑재한 장갑차가 보였다. 회오리바람이 먼지를 뿌옇게 불러일으키는 광야 길을 아이를 안거나 외바퀴수레에 물건을 실은 피난민들이 행렬이 이어졌다. 난민촌 철조망을 빠져나온 전쟁고아들이 배급받은 통조림을 사라고 지나가는 차들에 접근하고 있었다. 이목사가 핸들을 잡은 채 그 아이들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저 아이들은 아버지 엄마의 죽음을 봤어요. 고아가 많아요. 저 아이들이 잔인하게 될 우려도 많아요. 여기 난민촌은 내가 영혼의 씨를 뿌릴 정말 좋은 밭이예요. 성령이 내게 길을 뚫어 주었습니다. 나는 시리아 난민들에게 복음을 전달할 겁니다. 저 아이들의 거칠어진 심성을 바로 잡아야 해요. 아픈 사람이 있으면 한국으로 몇 명이라도 데려가 치료해 줄 겁니다. 여기가 바로 인간이 있는 광야의 현장이죠.”

사막의 뜨거운 태양아래 수천 개의 텐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철조망 사이에 설치한 첫째 관문을 통과했다. 이목사의 차에 통행증이 붙어 있었다. 난민촌 바닥 여기저기에 오물이 흐르고 시리아에서 피난 온 아이들이 그 위에서 뒹굴며 놀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이중 철조망으로 구획 진 난민수용소안의 UN난민기구 캠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여러개의 컨테이너들이 줄 서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이목사가 한국인들이 봉사를 위해 본부로 삼는 컨테이너였다. 앞에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성령이 시키는 대로 완전히 똥배짱으로 컨테이너를 배당 받았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와서 유엔 난민기구 책임자를 만나 무조건 한국도 봉사할 컨테이너를 본부에 배당해 달라고 했죠. 대사관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도 아니고 제가 어떤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성령이 시켜서 온 거죠. 의외로 여기 본부 책임자가 이 걸 배당해주고 전기나 물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더라구요.”

우리는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찜통 속 같았다. 늙은 아랍인 한명과 한국인 청년이 있었다. 

“이 아랍인 영감은 내가 예수를 영접하게 했구요. 여기 청년은 한국에서 군복무를 며칠 전에 마치고 바로 여기 쟈타리 캠프로 봉사하러 왔어요. 나같이 광야로 나와 하나님의 사람이 될 예정이랍니다.”

승표라는 청년은 해맑은 아이 같은 얼굴이었다. 따지고 보면 조선으로 건너온 언더우드나 아펜셀러등 선교사들도 모두 젊은이들이었다. 

“그러면 오신 길에 이 난민캠프 안을 한번 자세히 둘러보셔야 진짜 본 게 될 겁니다. 대부분은 위문품을 가지고 와서 본부 앞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가거든요.”

우리는 컨테이너에서 나와 본부 컨테이너로 갔다. 백인책임자가 자리에 있었다. 동그란 안경 뒤의 파란 눈동자가 반짝이는 육십대 쯤의 남자였다. 이목사가 나와함께 난민촌을 둘러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거칠어져 있는 난민들 사이에 들어가시면 어떤 일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어떤 이익을 베풀어줄 수 없는 한 그냥 둘러보는 건 안 됩니다.”

백인 남자가 난색을 표명하며 거절했다. 안될 것 같았다. 이철수 목사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성령이 옆에서 계속 요구하면 될 거라고 말씀하시네요.”

신기했다. 성령에 의해 움직인다는 게 이런 것인지. 그는 성령의 존재를 확신하고 그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이목사는 책임자에게 다시 당당하게 요구했다. 잠시 후 놀랍게도 백인 책임자의 태도가 바뀌었다. 우리에게 무전기를 하나씩 건네주면서 들어가라고 했다. 위기 시에 신호를 보내면 무장한 군인들이 즉각 출동할 거라고 했다. 이목사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말했다. 

“이거 보세요 저 백인의 마음이 순간적으로 변했잖아요? 성령님이 필요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이렇게 바꾸어 주십니다.”

“정말 그러네요”

나는 감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성령의 힘인지 그의 똥배짱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잠시 후 우리는 난민들이 웅성대는 난민촌을 걷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에 달구어진 양철지붕 아래서 눈에 붉은 살기가 도는 거무스름한 남자들이 우리를 보면서 “차이나”라고 욕을 해댔다. 살벌한 분위기였다.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그들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득 카카오 톡으로 본 한 영상이 떠올랐다. 무슬림지역에서 예수를 믿는다는 네 명의 남녀가 순교하는 장면이었다. 복면을 쓴 남자들이 무릎 꿇고 있는 사람들의 뒤에서 총을 쐈다. 힘없이 앞으로 엎어진 그들의 목을 도끼로 찍어 머리통을 들고 가는 장면이었다. 엽기적인 장면에 토할 것 같았다. 그들의 살기에서 그런 섬뜩한 공포를 느꼈다. 난민촌의 지저분한 텐트 들 한 켠에 태극기를 붙인 깔끔한 컨테이너동네가 보였다. 극동방송의 목사가 와서 보고 제공한 것이라고 했다. 그 곳에 사는 난민들 만은 우리에게 호의적이었다. 역시 사랑은 나누고 베풀어야 했다. 반바지에 런닝셔츠를 입은 시리아 난민들과 아이들이 우리주위에 몰려들었다.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얼굴을 가린 여자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이 경쟁하듯 우리에게 일렀다.

“우리는 다라지방 사람인데 군인들이 사람들을 헬기에 태워다 계곡에 떨어뜨려 버려요. 전기고문을 하고 담뱃불로 지졌어요.”

앞에 선 남자도 얻어맞은 듯 코가 짓뭉개져 있었다. 

“한국에서 컨테이너 천개를 대줬는데 우리에게 일부만 왔어요. 조사해 보세요. 썩은 물을 주고 빵을 한사람에게 3개씩 밖에 안줘요. 담요도 중간에서 빼돌려요.”

아이들이 몰려와 구멍 난 바지를 가리키면서 옷을 달라는 손짓을 했다. 이철수 목사가 내게 말했다. 

“구호품을 가지고 와서 대부분 사진만 찍고 가지 난민들에게 직접 전달하지는 않죠. 그러니 중간에서 배달사고가 나는 겁니다. 구호물품들을 전달하는 일을 현지 선교사들에게 맡겨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횡령도 없어지고 복음을 전하는 좋은 기회가 될 텐데 말이죠. 그런데 와서 자원봉사를 하고 복음을 전할 선교사가 부족하단 말이예요. 원래 선교사들은 영성이 있고 우수한 사람들이 파송되는 겁니다. 인생을 주님에게 바치기로 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죠. 그런데 현실을 보면 가족들이 있어서 제대로 된 선교활동을 거의 하지 못해요. 현지교회나 부실한 기관을 조금 돕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많죠. 애들 외국어교육이나 시키다가 가는 엉터리들도 일부 있어요. 선교비는 받아먹고 그렇게 선교사노릇을 하려면 차라리 안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요르단의 암만시내의 암시장에서 많은 구호품들이 빼돌려져 팔리고 있는 걸 오다가 봤다. 외곽의 산기슭에 있는 베두인 텐트들도 그들 시리아 난민을 위해 보내진 것들의 표지가 붙어 있었다. 이목사가 덧붙였다.

“이 광야에 늘어선 난민촌을 보십쇼. 아마 3천5백년전 이스라엘 민족이 움직일 때 숙영했던 곳도 거의 비슷한 관념으로 유추하시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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