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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부자와 노점상

운영자 2015.01.27 10:25:04
조회 824 추천 1 댓글 0
국제시장이란 영화를 봤다. 남과 북이 갈라지고 가난했던 과거를 보면서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며칠 전 북한에서 사업을 하다 잠시 서울에 온 사람을 만났다. 미국시민권자인 그는 10년 전부터 북에 체제하면서 사업을 한다고 했다. 그를 통해 북한 지방도시 뒷골목의 생생한 모습을 한 장면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여름 어둠이 밀려드는 저녁 무렵이었다고 한다. 그는 뒷 골목길을 걷다가 물건을 넣은 검은 비닐봉지를 앞에 놓고 여자를 보았다. 바짝 마른 얼굴에는 기미가 가득 끼어 있었다. 배급이 끊어지고 각자 알아서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었다. 백 불이라도 밑천이 있어야 버젓이 장사를 할 수 있었다. 그게 없으면 뒷골목이다. 하루 종일 물건을 팔지 못했는지 여자가 그를 보는 표정이 애절했다.“그게 뭡니까?”라고 그가 묻자 여자는 “사과예요”라고 대답했다. 그가 사과 한 봉지를 샀다. 여자는 검은 비닐봉지를 건네주면서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거 좋은 거 아니예요”라고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함경도 여자가 서울의 표준말로 인사를 했다. 그 여자는 물건을 사주는 사람이 남한출신임을 알고 채고 있었다. 그가 주머니에서 중국 돈 10위안을 꺼내 주었다. 화폐개혁에 실패한 후 북한에서는 중국화폐가 위력을 발휘했다. 여자가 한 봉지에 2위안이라고 하면서 거스름돈을 주려고 하자 그는 놔두라고 했다. 아파트로 돌아와 비닐봉지를 열어본 그는 기가 막혔다. 장마당에서 버린 썩은 사과를 주워서 칼로 대충 쓸 만한 부분만 잘라 그 조각들을 봉지에 담아 판 것이다. 그는 가서 따지려고 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 여자에게 잘못이 없었다. 사과가 좋은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거스름돈도 주려고 했었다. 그게 가난한 북한주민들의 삶이었다. 

그는 중국인이 경영하는 식당 뒷골목에 버려진 비닐봉지를 뜯어 그 속에서 음식쓰레기를 먹는 사람도 보았다. 그는 지금의 북한이 영화 국제시장에 나오는 우리의 60년대 쯤으로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시절 청계천가에 판자집들이 게딱지 같이 붙어 있고 깡통을 든 거지들이 우글거렸다. 

그 시절 우리가 광부로 나가 노예처럼 막장에서 일했듯 북한의 아버지들 역시 일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국경을 넘었다가도 양식만 구하면 북에서 굶는 가족을 위해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서울의 방송이나 신문을 보면 우리의 지난 시절은 잊은 채 북한의 모습을 야비하게 그려서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북한방송을 보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인신공격을 하며 까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했다. 그는 북한도 변한다고 했다. 무역을 한다는 사람 중에는 벤츠를 타고 나와 과시를 하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 나가서 몇 만불을 아끼지 않고 쓰는 부자도 있다고 했다. 하부층 노점상들의 모습도 변해간다고 했다. 처음에는 단속원들이 두려워 꼼짝 못하던 사람들이 이삼십명씩 모여서 저항을 하는 걸 봤다는 것이다. 통일이 멀지 않았다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의 통일은 해방이전으로의 복귀만은 아닐 것이다. 흡수통일도 아니다. 통일은 먼저 조금 잘 살게 된 우리가 몇 걸음 앞선 복지사회의 길 앞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그들에게 손짓하는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학자들은 그것을 마음까지 합쳐진 ‘신통일 방안’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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