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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6)-에덴동산

운영자 2015.03.09 10:58:42
조회 556 추천 2 댓글 1
에덴동산 

  

미디안 광야의 바위산 기슭에 있는 베두인의 갬프로 갔다. 지나가는 순례객들을 위해 식사도 제공하고 텐트도 제공하는 곳이었다. 식당으로 사용하는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탁자위에 구운 감자와 야채 그리고 소스가 놓여있었다. 어둠이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덥고 어둠침침한 텐트 안 바닥에서 미리 준비해 온 무교병을 뜯어 소스에 찍어 먹었다. 베두인 청년이 옆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빛이 맑은 거무스레한 베두인 청년이 옆에서 염주 같은 걸 들고 염불을 하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내가 베두인 청년에게 손짓으로 뭘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베두인 청년은 씩 웃으며 염주의 한 알 한 알을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알라”라고 했다. 카톨릭에서도 묵주를 한 알 한 알 돌리며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라며 로사리오 기도를 드리고 있다. 불교에서도 비슷했다. 만트라를 만들어 끊임없이 부르면 내면에 어떤 리듬이 주어지는 진공상태가 된다는 얘기도 들었었다. 문득 나는 이단이라고 불리는 여러 종교단체에 관한 일들이 떠올랐다. 

“내가 변호사로 만났던 여러 종교단체들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먼저 에덴동산에 대한 경험을 얘기했다. 

그 종교단체는 서울 외곽의 한 지역에서 농사도 짓고 음반업체를 비롯해 여러 사업을 하고 있었다. 소녀 때 그 집단에 들어가 마흔 살까지 있었던 이순미씨를 비롯한 간부들의 의뢰로 그 종교단체의 사건을 맡았었다. 부교주급이던 그녀의 눈과 주변사람들의 입을 통해 단체 내부의 리얼한 모습들을 보았었다. 출발은 신선하고 깨끗했던 것 같다. 내가 들은 부교주 이순미의 일생은 이랬다.

  

열여섯살의 중학생 이순미는 정신적으로 방황을 하고 있었다. 공부도 흥미가 없었다. 세상의 모든 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허무 그 자체였다. 그녀는 그런 공허를 메워줄 그 무엇을 찾아 헤맸다. 어느 날 그녀는 가을계곡의 물처럼 신선한 얘기를 들었다. 정말 믿고 따를 의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번만 말씀을 들어봐도 짙은 감동을 받는 전도사라고 했다. 그 전도사는 생활의 대부분을 산속에서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면서 보낸다고 했다. 그 분은 철저히 무소유의 삶을 산다고 했다. 머리를 빡빡 깍고 옷도 남이 버린 남루한 걸 걸치고 산다고 했다. 더러 집회 때만 산에서 내려온다는 것이다. 그 분은 자기교회 자기교인에 얽매이지 않고 전국의 교회를 다니면서 말씀을 전한다는 것이다. 자기 것이라는 집착에 얽매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베일에 싸인 그 전도사가 더러 와서 말씀을 전하는 교회에 갔다. 그날이면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그 분의 말씀을 들으면 그렇게 마음에 평안이 올 수 없었다. 밤늦게까지 그분이 설교를 할 때면 모두들 앉아서 잠을 잤고 배고플 때 보리밥 한 덩어리를 얻어먹었다. 행복했다.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 전도사를 따랐다. 그 전도사님과 함께 있는 것이 천국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벌어졌다. 강대상 옆에서 설교를 듣던 한 여자가 갑자기 일어나 옷을 다 벗고 소리쳤다. 

“나는 죄인입니다. 오 주여”

신자들이 술렁거렸다. 마귀가 든 광신자 같았다.

“자매님 옷을 입으십시오”

전도사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그 여자가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외쳤다.

“저는 더러운 여자입니다. 옷을 입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 강대상에 있던 전도사가 자기도 옷을 벗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수치를 덮어주기 위해 자신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자세였다. 나체가 된 전도사는 그 여자에게 다가가 안아주었다. 예수를 따른 다는 것은 끊임없이 낮아지고 십자가에 자기를 죽이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이 전해졌다. 전도사는 살아있는 예수였다. 아무리 밤늦은 시간이라도 고민이 있는 사람이면 반갑게 맞이하고 들어주었다. 전도사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진정으로 하나님의 종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물장사나 엿장사 같은 남이 하기 싫어하는 직업을 스스로 자청해서 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우리는 먼저 다가가야 합니다. 추워하고 힘들어 하는 그들과 함께 고통과 사랑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진정한 주님의 종인 것입니다.”

사춘기 소녀였던 이순미에게 전도사의 말은 복음이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자진해서 양말장사를 하고 번 돈을 헌금으로 바쳤다. 모든 걸 다 바쳐도 행복했다. 그 전도사의 폭발적인 인기 때문에 전국의 교회에서 스카웃 전이 벌어졌다. 동시에 모함도 많았다. 전도사가 삭발을 하고 다닌다고 해서 삭발교 이단이라고 욕을 하기도 했다. 전도사의 집회가 열기를 더해가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떤 여자들은 춤을 추기도 했다. 바닥에 쓰러져서 거품을 물고 뒹구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도사는 여신도들 사이에 숭배의 대상이 됐다. 여신도 사이에 사랑으로 시기와 싸움도 벌어졌다. 전도사를 따르는 사람들이 수 천 명이 됐다. 어느날 전도사가 강단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저는 이제부터 인간이 만든 율법에 매이지 않고 정말 자유할 것입니다. 술을 먹어야 하는 자리도 가리지 않고 가겠습니다. 창녀가 있는 곳이라도 오해를 무릎 쓰고 가겠습니다. 집안이 가난하고 환경이 나빠서 창녀가 된 사람들이 왜 더럽습니까? 왜 그들을 구별하고 손가락질을 해야 합니까? 진정한 믿음은 그들을 찾아가는 겁니다. 오해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들이 교회에서 지키던 것은 다 율법입니다. 바리새인의 형식주의로 되돌아 간 것입니다. 그걸 벗어나야 하는 것입니다. 나 이제 읽던 성경을 초월했습니다.”

그는 교인들이 보는 앞에서 성경을 찢어서 공중에 던졌다. 그 얼마 후 교단에서 조사위원회가 구성됐다. 이단여부를 심사한다는 것이다. 교단 재판국의 조사담당 목사들이 왔다. 조사위원들은 전도사와 논쟁을 하다가 주먹다툼까지 벌어졌다. 교단에서 그 전도사를 폭행죄로 고소했다. 전도사가 감옥으로 갔다. 남은 신자들이 뭉쳤다. 전도사를 열광하던 한 여신도가 리더가 됐다. 신도들은 공동생활을 계속해 가면서 단체를 더욱 굳건하게 이끌었다. 이순미도 나이는 어렸지만 핵심멤버였다. 뼈가 휘도록 열심히 일했다. 행상도 하고 궂은일을 가리지 않았다. 신도 사이에 문화사업을 해보자는 제안이 있었다. 레코드생산과 판매를 해보자는 의견이었다. 신도들이 거의 보수 없이 헌신적으로 하는 사업은 불같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품질에 있어서나 원가에 있어서 그만한 경쟁력을 가진 회사가 없었다. 하는 사업마다 성공했다. 그들은 경기도의 한 지역에 땅을 사서 그들의 공동체를 건설했다. 신도들은 리더인 여자를 ‘하와’라고 부르면서 여왕같이 받들었다. 이순미는 어느 날 같은 신도였던 하와가 왕으로 변해 있는 걸 느꼈다. 여왕정도가 아니라 신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하나님한테서 죄를 사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하면서 독재자가 되어갔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 하와의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가 신도 중에 있었다. 하와는 둘 사이를 떼어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젊은 남녀는 말을 듣지 않았다. 하와는 어느 날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를 남몰래 축사에 데려다 놓고 귀신이 들었다면서 때려서 죽였다. 그들 사이에 하와는 이미 모든 생존권을 쥔 존재였다. 죽은 여자가 남몰래 암매장 됐다. 그리고 그 사실이 숨겨진 채 세월이 흘러 이순미는 어느새 마흔살이 되어 있었다. 어느새 24년이 흐른 것이다. 그녀의 위치는 하와 다음 서열까지 올라 있었다. 단체를 속속들이 알고 있던 그녀는 어느 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무가 엄습했다. 남의 위에 올라서서 군림하며 잘먹고 잘살려고 그렇게 산 건 아니었다. 주님을 섬기려고 출발했는데 그 자리에 하와가 서 있는 것이다. 하와의 힘은 공동체의 사람들이 노동을 해서 번 돈이었다. 주님자리에 맘몬이 와서 냉소를 짓고 있었다. 그 맘몬성전을 엎어버리기로 했다. 자신이 만든 성전이니까 스스로 정리하고 무너뜨려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녀가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왔다. 그녀는 나를 통헤 에덴동산의 모든 비리와 범죄사실을 고발했다. 압수수색영장이 떨어지고 포크레인을 동원해 며칠간 그 단체의 땅을 이잡듯 파헤쳤지만 결국 죽은 여자의 유골은 발견하지 못했었다. 땅도 오랜 세월 동안 바다 밑 해류가 흐르듯 밑에서 움직인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그 후 이순미씨는 에덴동산을 떠나 결혼을 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양들을 인도하는 리더만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은 단체가 될 수 도 있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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