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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거짓예언자들 (3)-홍합미역국

운영자 2015.03.04 09:43:49
조회 1002 추천 0 댓글 0
홍합미역국 

  

아랍인들의 아파트 한가운데 이철수 목사의 집겸 개인교회가 있었다. 아파트 입구는 먼지가 두텁게 쌓여있고 과자봉지 같은 쓰레기들이 바람에 쓸려 다녔다. 아파트 문을 열고 계단 세 개를 오르자 층계참에 작은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엘리베이터는 삐걱대는 둔탁한 마찰음을 내면서 힘겹게 5층으로 올라가 섰다. 두 아파트가 마주보고 있었다. 왼쪽 아파트로 들어갔다. 이사를 한 집 같이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짐이 든 박스들이 그대로 포개져 있고 매트리스도 여러 장이 구석에 쌓여 있었다. 주방의 싱크대 옆에는 그릇과 접시들이 정돈되지 못한 채 널려져 있고 탁자 아래는 김치와 무말랭이 깻잎등 밑반찬을 담은 병들이 있었다. 이목사가 설명했다.

“여기서 선교사를 지망하는 청년들 몇 명이 2년간 함께 생활을 했는데 지금 모두 갈릴리로 들어갔습니다.”

그는 싱크대 구석에 놓여있던 하얀 스테인레스스틸 냄비를 꺼내 가스레인지 위에 놓고 불을 켰다. 파란 불꽃이 일었다. 그가 올리브유를 조금 붓고 멸치를 몇 마리 냄비바닥에 볶기 시작하면서 말했다.

“저는 어려서 어머니에게 배운 게 있습니다. 홍합을 넣고 미역국을 끓이는 거죠. 그거 하나만 제대로 배우면 나중에 손님대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죠. 이제부터 음식을 제대로 잡수실 기회가 없을 겁니다. 제가 직접 만들어 대접하죠.”

나는 개수대 옆에 놓인 접시들과 숟가락 젓가락을 가져다 식탁위에 놓으면서 물었다. 

“청년들을 불러 어떤 사역을 하십니까?”

“모세가 마지막으로 도착했던 느보산 기슭에서 청년들과 함께 노동하고 기도하는 생활을 해 왔습니다. 지금은 시리아에서 전쟁이 벌어져 국경 근처에 난민촌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청년들과 거기를 뚫고 들어가 사역을 할 계획입니다.”

“그럼 경비를 지원받는 곳이 있습니까?”

“전적으로 하나님이 광야에서 만나를 내려주시고 메추라기를 옮겨 주시듯 온전히 그 분께 맡기고 있습니다.”

조금은 황당하면서도 독특한 순수한 믿음이었다. 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물었다.

“길거리에서 성령에게 붙들린 후 어떻게 변했죠?”

“계속 성경에 미쳤죠. 서점에서 가서 성경종류를 다 사가지고 와서 읽고 또 읽었어요. 주위에서 놀란 눈으로 쳐다 보더라구요. 대학에서 퇴학을 당했는데 엉뚱하게 갑자기 두문불출하고 성경만 읽으니까 돌았나 하더라구요. 뭐라고 말해야 하나 저는 하여튼 성경이 글이 아니라 한 페이지 전체가 확 눈에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성령이 저에게 나름대로 깨닫게 해 주는 게 많았죠. 이스라엘 민족에게 먹으라고 했던 무교병의 의미가 다가왔죠.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이 무교병 아닙니까? 그건 순수한 하나님의 말씀을 상징하는 걸로 생각됐어요. 있는 대로 순수하게 믿어야지 불순한 요소를 넣어서는 안 되는 거였죠. 기도를 할 때도 처음에는 내 말이 나오다가 나중에는 내가 아니라 성령이 직접 말씀 하시더라구요. 성령이 깨닫게 해 준 것들을 확인하기 위해 신학서적을 봤죠. 그 다음부터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제가 성경을 가르쳤어요. 모두 놀라운 눈으로 보시더라구요. 하기야 돈 안준다고 돌을 들고 쇠대문을 부수면서 심술부리던 나였으니까 그 변화가 얼마나 컸겠습니까. 성경안의 기적들도 당연한 사실로 받아 들였습니다. 한번은 꼬마들이 길거리에서 파는 병아리를 가지고 놀다가 너무 만지는 바람에 병아리가 죽은 거예요. ‘내가 기도해서 살려 줄 께’라고 말하고 기도했어요. 옆에서 교회 집사라는 분이 저를 보고 ‘순진도 하셔’라고 하면서 웃더라구요. 내가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더라구요. 몇 시간 만에 병아리들이 발을 버둥거리면서 일어나더라구요. 그걸 본 집사가 ‘죽지 않았었구나’ 했죠. 그렇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말라죽은 나무를 보고서도 손을 얹고 기도했어요. 그 안에 주님의 생명이 있지 하는 마음이 드는 겁니다. 기도 후 물을 주면 사오일이면 싹이 났어요. 남들은 믿지 않지만 저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엉뚱한 말을 하는 그의 얼굴은 진실해 보였다. 그가 계속했다.

“어느 날은 한 친구가 나를 찾아왔어요. 사실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타락시켰던 친구죠. 그 친구가 변한 나를 보더니 자기 동네 교회가 있는데 목사를 소개시켜 줄까? 라고 묻더라구요. 처음 교회에 나가는 제가 그 교회목사를 만나자마자 성가대 지휘자를 시켜달라고 했어요. 그래도 제가 음대에 다녔잖습니까? 교회 목사님이 그릇이 큰 분인지 바로 시켜 주더라구요. 찬송을 지휘하는 데 그 곡을 작곡한 사람의 마음까지 느껴지고 곡이 해석이 되더라구요. 찬송가 중에 ‘살아계신 주 나의 참된 소망’이라는 부분에서 어떤 기운이 흘러서 교회전체가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어요. 성가대가 눈물 때문에 찬송을 못할 정도였죠. 거기서 저는 다시 공부하자는 마음이 들었죠. 저는 다시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해서 예비고사를 치고 신학대학에 들어갔죠. 독특한 성령체험을 한 저에게 신학대학은 그냥 성경공부반 정도 같았어요. 마음에 들지 않더라구요. 판에 박힌 전통적 해석만 하는 거예요. 신학교 2학년 때 담임전도사를 하라고 군목자리가 나왔어요. 군인가족들이 모여 있는데 첫 설교를 하게 된 셈이죠. 사실 총신대학교를 정식으로 나온 군종사병이 있는데 자격 없는 제가 그런 단에 오른 게 이상한 거죠. 어떻게 설교하는지 전혀 몰랐어요. 설교학은 4학년 때 배우거든요. 그때 순복음 신문을 봤었는데 내용이 좋더라구요. 신문이 올 때마다 그 패턴을 보면서 설교는 이렇게 하는 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첫 설교로 창세기를 했던 생각이 나요. 성령으로 한 건 아니지만.”

지식으로 모자이크된 설교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성령이 충만한 말씀을 전달하고 싶어 한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떻게 광야로 나오게 됐죠?”

내가 물었다.

“신학교 3학년 때 특이한 부름을 받게 된 것 같아요. 남서울교회 대학부흥회에 참석했었어요. 그때 홍정길 목사님의 외국선교에 대한 말씀이 있었어요. 선교는 항상 위험과 궁핍이 따르고 가는 길이 어려운 가장 힘든 길이라는 걸 알려주셨어요. 이상하게 그 말씀을 들으면서 눈물콧물이 터졌죠. 홍 목사님이 말씀을 하시다가 무슨 계시를 받았는지 청중을 내려다보면서 ‘여기 하나님이 선교사로 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어나 보세요’라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그때 제가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습니다. 선교에 대한 마음의 감동이 강하게 와서 사명을 받은 거죠. 처음 예수를 만날 때처럼 두려운 마음이 들었었습니다.”

그때 열린 창문 틈을 통해 바람과 함께 이상한 곡조의 주문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뱀을 다루는 주술사의 음악이 연상되는 구불구불한 높고 낮은 소리였다. 이슬람의 기도시간이었다. 동네 모스코에서 알라를 찾는 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요란하게 퍼지고 있었다. 

“아랍권에 오래 계셨으니까 이슬람을 잘 아시겠네요?”

내가 궁금해서 물었다. 이슬람의 일면도 알고 싶었다.

“많이 봤죠. 코란도 봤어요. 그 걸 먼저 알아야 전도할 수 있으니까요. 현재 세계에는 약15억의 이슬람신자가 있죠. 비 이슬람국가에도 이슬람인구의 비중이 적지 않아요. 중국에 2천5백만, 미국8백만 인도에 1억5천만의 무슬림이 있죠.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는 중동국가가 아닌 약2억의 무슬림이 거주하는 인도네시아죠.” 

나도 마호멧 평전을 읽은 적이 있었다. 마호멧은 서기 570년에 아라비아에서 출생했는데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아버지가 객사하고 어머니도 여섯 살 때 죽었다. 일찌기 고아가 되어 장사하는 삼촌을 따라 예루살렘과 다마스커스를 자주 다녔다. 열두 살 때 그는 다마스커스에 가서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 사제 바하라를 만났는데 그 사제는 소년 마호멧을 축복하면서 장차 하나님을 위해 큰 일을 할 지도자가 될 거라고 예언을 했다. 그 후 스물다섯살 때 그는 부자과부 카디자와 결혼했다. 그녀의 사촌 와라카는 기독교인으로 구약성경 사본을 필사하는 수도사였다. 마호멧은 이미 대상을 따라 예루살렘 다마스커스 등지에서 유대교와 기독교 동방정교회 기독교인들을 만나면서 종교적 대화 및 논쟁에 익숙한 사람이다. 네스토리우스파의 기독교인들의 경건한 금욕주의에 상당히 심취해 있었다. 그는 당시 가까운 핫산의 아랍소왕국에 거주하는 기독교인들이나 하지즈 지역에 흩어져 있던 동방정교회 기독교인들과도 자주 접촉했다. 당시 유대교 신자들도 예멘이나 메디나에 많이 거주했다. 마호멧은 대상들을 따라 장사를 하다 메카로 돌아오면 히라 산 동굴에 가서 혼자 명상했다. 그는 사회의식이 있고 생각이 깊었다. 유대인이나 기독교인들은 잘사는 데 왜 아라비아인은 이런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는 종교를 통해 아라비아인의 삶을 개혁하는 것만이 아랍부족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봤다. 

홍합미역국이 하얀 김을 피워 올렸다. 나는 국자로 솥에서 미역국을 퍼 그릇에 식탁에 올려놓았다. 이목사가 해 뒀는지 밥솥에 밥이 남아있었다. 밥을 국에 말아서 먹으면서 이목사에게 말했다.

“이 광야 순례를 보다 뜻있게 보내고 글로 남기고 싶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구도소설인 천로역정이나 캔터베리이야기처럼 이 목사님과 둘이 여행을 하면서 서로 나눈 과거의 경험얘기나 진리에 대한 의견교환을 액자소설같이 써 보고 싶어요.” 

“그렇게 하시죠. 저도 이십여년 간 여러 경험을 했지만 남겨 놓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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