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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열쇠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저녁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02 02:59:26
조회 18321 추천 80 댓글 3
														


이런 곳에 가만히 있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친구가 술에 취해 뻗어버린 나를 자신의 집에 데려왔고, 깨어나면 알아서 나오라는 뜻으로 열쇠를 준 것일지도 모른다.
문 너머에는 분명 익숙한 바깥의 풍경이나 평화로운 거실이 펼쳐져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왜 방을 이렇게 무섭게 꾸몄는지 욕을 섞어가며 추궁할 다짐을 했다.
나는 조심스레 손잡이의 균열에 열쇠를 꽂았다.

열쇠는 걸리는 부분 없이 부드럽게 균열 속으로 들어갔다.

울퉁불퉁한 부분이 끝까지 들어가자 탁 막히는 느낌이 들었고, 나는 손목을 돌려 열쇠를 비틀었다.

그러자 문이 열리는 소리인지 동물의 비명인지 알 수 없는 소음과 함께

무언가가 열쇠를 강하게 잡아당겨 놓치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문이 열리기 시작해서 나는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뭐지?'


문이 열리며 생긴 틈으로 새빨간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

나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잔뜩 움츠린 채로 신경을 곤두세웠으나,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잠시 후 문이 완전히 열려 내부를 살필 수 있었다.


'인화실?'


그곳은 불행하게도 익숙한 바깥이나, TV와 소파가 놓인 거실이 아니었다.

새빨간 빛으로 물든 그곳은 사진을 인화하기 위한 장소였다.

나는 차마 발을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는데, 강한 힘에 밀쳐져 억 소리를 내며 앞으로 자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인화실로 넘어가자 등 뒤의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혀버렸다.

당황해서 문을 열어보려 했으나, 안쪽에서 열 수 없게 만들었는지 손잡이가 없었고, 온 힘을 다해 부딪혀도 작은 흔들림조차 없었다.

나는 포기하고 몸을 돌려 인화실을 둘러보았다.

너무나 새빨간 빛에 눈이 아파서 잠시 감았다 뜨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구석에 액체가 담긴 네모난 통이 있었고, 옆에는 흔히 쓰레기를 줍거나 튀김을 집을 때 쓰는 집게가 놓여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라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나 도구들이 잔뜩 있었다.


그리고


문.


방금 지나온 방과 같이 손잡이가 달린 문이 있었다.

하지만 열쇠를 넣을 틈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방법으로 열어야 하나, 싶어서 고민해 보았으나 전혀 추측할 수 없었고

사방을 둘러싼 시뻘건 색은 1초라도 빨리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을 부추겼다.

나는 빠르게 초조해졌다.


그렇게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는데, 무언가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돌아보니 빨랫줄 같은 게 벽과 벽을 지지대 삼아 길게 눌어져 있었고,

그 중간에 몇 장의 사진이 빨래집게에 집혀 매달려 있었다.


다가가서 확인해 보니 총 네 장의 사진이었다.

중년의 여성이 수영복을 입고 웃고 있는 사진,

고등학교 졸업식인지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 남자 고등학생,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 우연히 찍힌 듯한 남성과 거꾸로 매달려 있는 전라의 여성.

이렇게 네 장의 사진과, 빨래집게는 있으나 사진이 걸려있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다가가자, 발가락에 무언가 걸렸다.

그곳엔 반으로 찢긴 사진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짝을 맞추면 적어도 열 장은 넘을 듯했다.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끼고 다시 걸려 있는 사진으로 눈을 돌리려는 순간, 나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보고 말았다.

그 조각난 잔해들 속에서 눈에 띄게 멀쩡한 사진이 있었다.

그래서 자세히 보았다.


언제 찍혔는지 모를 내 사진이 있었다.

뒷모습이었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이게 왜...'


나는 재빨리 그 사진을 집어 들었다.

손이 떨렸다.

사진을 코 앞까지 가져와 뚫어져라 보았다.

제발 아니길 바랐으나, 지금 옷차림과 똑같은 내 뒷모습이 맞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납치 당한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시발! 시발! 시발! 이 미친 스토커가 왜, 내가 왜, 나한테, 시발!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나는 이성을 잃어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속으로 외쳐 댔다.

사진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머리카락이 우두둑 뽑혀 나가는 고통이 반복되고, 나는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이 미친놈이 나를 가지고 놀고 있는 거라면, 이 사진들이 방에서 나갈 힌트가 될지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가만히 서서 발밑에 널브러진 조각난 사진들과, 비어 있는 빨래집게를 번갈아 보았다.


'어쩌면, 어쩌면 이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나는 순간 현기증을 느끼고 비틀거렸다.

정말로 여기 사진 속 사람들이 나와 같은 피해자들이라면, 누군가 탈출했을지도 모른다.

이 사진들의 위치가 힌트일지 모른다고 생각해 조심스레 내 사진을 다시 주웠다.


나는...


1. 사진을 빨래집게에 걸기로 했다.


2. 사진을 반으로 찢어버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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