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력 기르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고 하잖아. 근데 이걸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애들이 많은 거 같다.

한번 웹붕이를 놓고 가상의 이야기를 설정해가면서 설명을 해볼게.

웹붕은 오늘도 헌터물을 쓴다. 무료 여포라는 말이 있지만 솔직히 그런 거 신경 안 쓴다.

그냥 투베 들고 유료화라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어본다. 상태창과 열애 중 뭐 이런 걸로 어그로 끌어서 운 좋게 투베도 들고 조회수도 짱짱하게 나왔다 치자.

기분도 들뜨고 독자들 반응도 참신하다 해주면서 아주 신이 난다(물론 몇몇 안 좋은 댓글들도 보인다.)

연재를 하고, 또 하는데 왜인지 모르게 연독률이 가파르게 떨어진다. 뇌절을 쳤나? 아니면 히로인이 고구마라서? 주인공이 너무 호구였나?

댓글들을 보지만 딱히 답이 될만한 내용이 없다.

어쩔 수 없다.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해야되겠다, 생각하고 계획을 세움.

이때 망생이들이 시도하는 건 보통 2가지다.

1)전개를 뒤튼다

2)전개를 빠르게 한다

그럼 바로 반응이 나타난다.

전개를 뒤튼다 =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산으로 가네요.", "개연성 어디로?", "글이 무너지는 게 보이는 듯...;"

전개를 빠르게 한다 = "뭔 내용인지 이해가 안 가네.", "너무 훅훅이라 잘 모르겠음.", "호흡을 좀 차분히 가져보심이 좋을 듯...;"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기성들도 그렇고 내가 독자일 때도 그렇고 빠른 전개나 클리셰 파괴는 꽤 도움이 됐던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내가 전개하면서 내놓았던 아이디어들이 막 쓰레기인 것 같진 않은데?(다시 보니 뭔가 좀 무난했나 싶기도 하고, 너무 오바했나 싶기도 함)

문제가 뭔지 모르겠어서 의욕이 없어짐. 이 와중에 참고 보고 있던 다른 댓글들까지 등판해서

"캐릭터가 어디서 본 듯 하고 흔해빠진 이야기. 무료는 따라가도 유료는... 글쎄?"

이 지랄하는데 찬성 13 반대 2.(그나마도 반대 중 하나는 자신이 누른 것)

이유가 뭘까? 웹붕이는 결국 이유를 찾지 못하고 새로운 작품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글을 내리거나, 아니면 글을 그냥 하나라도 완결내자 뭐라도 배우겠지 하고 유료화에 간다.

그리고 최종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완결치고 최종화 판매량 100미만으로 글을 마무리 하게 된다. 완결 후기를 쓸 의욕도 안 생김.

자, 그럼 문제가 뭘까. 왜 어떤 소설은 뇌절 치는 것 같은데, 전개 클리셰 따르거나 급발진한 거 같은데도 재미있다고 독자들이 말해주고 잘 읽히는 걸까?

답은 필력이다.

결국 필력을 길러야한다. 그렇다면 필력이 뭐냐?

문장력? 논쟁의 여지가 있겠으나 사실 포함이 된다고 봐야겠지.

(필력이 있는 글과 필력이 없는 글은 문장의 발췌만으로는 알 수 없다. 사실 문장의 발췌로도 어느정도 알 수 있지만 그것은 필력의 일부이기에 결국 글을 쭉 읽어봐야만 한다.)어쨌건 문장력은 필력의 한 요소일 뿐이고, 실제로는 이야기 전개부터 캐릭터 조성, 장면의 연출, 완급 조절까지도 죄다 포괄하는 게 필력이라고 치자. 더 간단하게 말하면 이야기에 집중하고 흥미롭게 만드는 능력을 포괄한다 정도? 쨌건 필력이 있으면 저렇게 비판, 비난 댓글 다는 독자들의 입을 다물게 할 수도 있다.

느린 전개라 욕먹던 글이 차분하고 진중한 글로 탈바꿈 되고, 이상한 전개라 욕먹던 글이 스타일리시한 전개 정도로 포장될지도 모른다.

각설하고 필력을 기르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작법서를 읽고 자신의 이야기에 적용해보거나 기성의 작품들을 내 걸로 만들어보는 것,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보며 감탄하는 것. 다독, 다작, 다상. 뭐 이야기들은 존나게 많다.

근데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필력을 기르기 위해서 최고의 방법은 모방하는 거라는 거다.(사실 다독 다작 다상과 비슷한 얘기인 것 같기도 하다만)

웹붕 : 어이, 잠깐. 거기. '모방'이라고 했나? 감히 '던디'하겠다는 말을 그렇게 당당하게 한다는 말인가?

6질 기성 : 노노, '모방'은 어디까지나 필력의 단련을 위해서라고.

내가 쓰는 다양한 방법들 중에 가장 심플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을 알려준다. 이거 이용해서 당장 글먹은 할 수 없어도 '필력'은 확실히 는다.(+고민거리도 많이 생김)

먼저 기성의 작품을 요약해라. 플롯 분석해놓은 것들 있잖아. 그런 것처럼 장면이나 내용들을 짤막하게 요약을 해봐. 그리고 캐릭터 대사나 뭐 그런 것도 간략하게 요약을 해서 장면을 정리해라.

그러고 나면? 간단하다. 실제로 써보면 된다. 가령,

bj 대마도사 1화.

세계관에 대해서 설명한다.

주인공은 생활고에 시달린다.

누가 알바해보지 않겠냐고 한다.

생활고 때문에 주인공은 받아들인다.

나오는 길에 트럭에 치인다.

요렇게 요약된다고 치자.

그러면 bj대마도사 1화를 놓고 걍 기억에 따라서 그대로 떠올리면서 따라쓰든지 아니면 다른 소설 참고하면서 쓰든지 해서 어찌됐건 이런 내용으로 분량 맞춰서 쓴다.

여기까지가 모방이다. 그럼 어떻게 되냐.

그럼 이제 웹붕이 시점으로 한번 전개.

"세계관 설명? 대충 디다트처럼 설명충 빙의돼서 쓰면 되는 거 아녀 ㅋㅋㅋ. 이건 개꿀이지."

-웹붕이가 쓴 초반

2060년의 세계는 가상현실이 주류가 되었다. 모든 컨텐츠는 가상현실에 포함이 됐고, 가상현실에서 최고는 현실에서의 최고를 의미했다.

그 중에서 웨이브소서러 그룹이 만든 이시느아는 10억 인구가 즐기고 있는 게임으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게임이었다.

웹붕은 이시느아의 계층 구조에서 하위권으로서 딱 먹고 게임을 하면서 살 수 있을 정도만 돈을 버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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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디다트 글 읽고 바로 쓴다면 조금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웹붕이들 중에 아마 요런 식으로 쓰는 애들 많을 거다.

여튼 이런 식으로 1화 분량 채우고 난 다음, 그 다음에 해야할 건 뭘까. 대마도사 1화를 보는 거다. 이 작가는 어떻게 썼을까 독자가 그냥 술술 읽는 감각으로서가 아니라 작가로서 한번 보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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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랬다.

"세상을 지배하는 건 세 부류야."

어느 시대이건 그리고 어느 분야건 간에 지배자들은 정해져 있었다.

(중략)

전 세계 18억명이 게임 플레이를 즐기고 51억명이 게임 플레이 시청을 즐기는 게임.

"갓워즈를 지배하는 부류도 마찬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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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기서 정상적인 웹붕이라면 고민을 하게 될 거다.

"왜 세계관 설명 바로 안 하고 '언제나 그랬다' 하면서 상관 없는 말로 시작을 하지? 분명히 작법서(혹은 웹갤 팁)에는 '적은 분량'으로 압축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게 좋다고 했는데?"

웹붕이가 만약 진지하게 생각을 계속했다면 깨닫게 될 거다.

"아, 세계관 설명으로 바로 조지면 적은 분량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는 있어도 대신 재미가 존나게 없어지는구나. 그래서 상관없는 말로 궁금하게 만드는 초반 빌드업을 하고 갓워즈 설명으로 이어진거구나."

그리고 자기의 글에 적용을 해본다.

-웹붕이가 고쳐쓴 초반

생각해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얘기다.

"가진 놈이 더 가지게 되는 법이지."

없는 놈들이 쥐려고 발버둥을 쳐봤자, 절대로 가진 놈들을 이길 수는 없다.

(중략)

전 세계 18조명이 게임 플레이를 즐기고 51조명이 게임 플레이 시청을 즐기는 게임.

"이시느아도 다르진 않지."

이런 식으로 피드백을 반영해서 자기가 능숙하게 언제든 활용가능하게 되면 이건 작가의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든 게 되는 거다.

이러한 방식은 캐릭터 만들기, 플롯 짜기, 이야기 전개, 설명하기 등등 많은 분야에 다 공통되는 방식이다. 원하는 작가의 기술을 얼마든지 모방해봐라.

만약 여기서 조금 더 고민을 하는 웹붕이라면 자기가 쓴 다른 대사에도 적용, 활용을 해볼 수 있을 거다.

가령

-웹붕 초고

"...나는 교주의 아들인데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지?"

"그야 당연하지. 곧 있을 마교의 후계 계승 싸움에서 조금이라도 싹수가 있을만한 녀석들을 배제해야 하니까. 물론 너는 무공도 약하고 배경도 없지만, 그렇기에 첫번째 타겟이 되었다고 생각해라."

요렇게 설명이 많은 대사가 있다면 "아, 내가 너무 정보를 작위적으로 퍼부었구나. 이걸 조금 더 쪼개고 흥미롭게 시작해야되겠다" 하고 반성한 다음에 고친 내용으로 쓸 수가 있게 되는 거다. 어쩌면 타겟이라는 단어도 고쳐야 되겠다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니면 배경에 따라서는 무협 sf 섞일 수도 있을 테니까 일부러 놔둬볼 수도 있고.

끝.

사실 필력에 관한 조언이 막연할 수 밖에 없는 게 정말 막연하게 많이 써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인 거 같다.

근데 실제로 이걸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노력이 공회전하는 애들이 많더라고.

내 방법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법의 정석은 아니겠지만, 방법을 몰라 막연해 하고 있던 애들에게는 참고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실드도 깔아놓고 간다.

지금까지 설명한 건 내 방법일 뿐 정답은 아니니까 참고 정도만 해라.

요약

1. 기존 작품을 요약해본다

2. 요약한 걸 바탕으로 써보고 비교한다

3. 미진한 점이 있다면 반영해서 고치고, 숙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