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빌딩 안에서 소화기를 찾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하은은 자신이 들고있던 충격봉으로 유리창을 깹니다. 와장창 하는 요란한 소리에 제일 먼저 반응 한 건 복도를 서성이던 남자입니다. 그가 제일 먼저 소리가 들린 쪽으로 달려갑니다. 문 앞에 서있던 남자는 문을 살짝 열고 안에 대고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마찬가지로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달려갑니다. 복도는 텅 비었습니다. 이나는 문가로 다가가 귀를 가져다 댑니다.

이윽고 소란이 잦아들면서 이야기 소리가 들려옵니다. 맨 처음 들려오는 목소리는 한가을의 것입니다. 마치 고대 중국의 고서를 연상케하는 말투로 보아 어떤 책을 낭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가을은 낭독을 이어갑니다. 이나는 다음 대목을 읽는 한가을의 목소리로부터 위화감을 느낍니다. 짐짓 꾸며낸 것 처럼 느껴지지만 그 목소리는 마치 노인의 것 처럼 굵고 걸걸하며 사뭇 장중합니다.

한가을(?):

"번영은 풍요에서 오느니, 풍요를 좀먹으며 수를 늘리고 들끓다 죽는 것이 그 비결이로다. 그 비밀을 지키는 자는 숲의 제왕이오, 만유를 위해 내려진 선물이니, 새벽의 장막에서 공허의 심연까지, 공허의 심연에서 다시 새벽의 장막까지, 찬양하라! 숲의 검은 산양을 위하여! 이야! 슈브 니구라스! 천마리의 새끼를 밴 염소여!"

박우리:

"이야! 이야! 슈브 니구라스! 천마리의 새끼를 밴 검은 염소여!"

그 때 윤형빈의 찢어질듯한 비명과 박우리의 히스테릭한 광소가 빌딩 안에 울려퍼집니다. 한가을은 계속 이야기합니다.

한가을(?):

"윤형빈이여, 너는 제왕의 부마로 간택된자이니 죽을 때 까지 그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금 그 첫 소임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제왕의 어린 새끼가 잉태한 너의 첫 아이를 세상과 함께 맞이하는 것이다!"

박우리:

"오빠! 나 좀 있으면 오빠의 아내가 되는 거야! 나 너무 행복해!"

박우리의 숨이 가빠지고 형빈의 절규는 점점 더 나락으로 치닫고있습니다.

이나는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그 소리가 모독적인 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문 저편에서 들려오는 형빈의 절규가 가슴에 비수가 되어 날아와 박힙니다. 유이나는 이성 판정을 해주세요 (1/1d4)

한편 유리창을 깬 하은을 향해 두 남자가 달려옵니다. 두 명의 거한이 계단을 박차오르는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하은은 어떻게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