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환상들이 사나에 - 안돼요시키님
사나에가 환상들이 하여 무녀가 된 이야기입니다. 환상들이를 하게 된 계기는 하쿠레이 하나코라는 아이를 만난 것입니다. 환상들이를 한 후 텐시로부터 위험에 처한 레이무도 구하고, 파란 옷의 꼬마를 풍신사의 무녀로 스카우트하려는 것을 보면 사나에는 어엿한 무녀가 됐나봅니다.
이 작품에서 환상향의 존재들은 바깥세상의 존재들과 대응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코와 레이무, 파란옷의 꼬마와 스와코 이렇게 말입니다. 이렇게 보면 이 작품은 바깥세상과 환상향이라는 두 세계를 위와 아래라는 두 측면을 가진 티피톱에서부터 연상하여 표현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모티브가 쉽게 와닿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점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작품에서 의문인 점이 좀 있었습니다. 사나에는 시험 성적 때문에 그녀의 어머니와 갈등을 가졌던 것 같기는 한데 이게 필요한 장면이었을까, 사나에는 환상들이 해서 환상향에 있을 텐데 작품 말미에 편의점이 나오는 장면은 바깥세상을 묘사하는 것 같은데 사나에는 어디에 있는 상황인가, 사나에가 파란 옷의 꼬마를 풍신사의 무녀로 스카우트하려는 것을 보면 무녀가 됐다는 것인데 이는 레이무에게서 훈련을 받고 레이무가 제안한 하쿠레이의 무녀 종신계약을 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파란 옷의 꼬마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해서 모리야 신사로 가자며 사나에를 끌고 가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작품의 설정에 대한 설명과 묘사가 좀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대깨동으로서의 괜한 트집일 지 모르겠지만 코치야 사나에를 코치나 사나에라고 쓴 것은 좀 거슬렸습니다. 뭔가 프로불편러가 된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흑흑.
2. 계곡의 인간들 - NANNDA
환상들이한 네안데르탈인의 마을을 둘러싼 참혹하고 쓸쓸한 이야기입니다.
환상향은 잊힌 것들의 낙원이죠. 인류의 멸종된 근연종인 네안데르탈인이 환상들이를 하는 것도 이상할 것 없습니다. 아야를 통해 계곡에 네안데르탈인의 마을이 생겨났다는 소식을 들은 사나에는 그들에게 친근한 관심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인간마을의 인간들은 마을의 쌀을 약탈해가는 그들을 탐탁지 않아 합니다. 그리고 인간마을의 인간들을 선동하는 미코와 도교의 세력 확장을 경계하는 모리야 신사의 신들, 그리고 소설 말미에 폐허가 된 네안데르탈인 마을에 세워진 명련사의 지장보살을 보면 네안데르탈인들은 환상향의 힘 있는 세력들의 정치 도구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잊힌 것들의 낙원에서도 존재하는 권력가들의 권모술수는 저런 이명을 가진 환상향의 모순을 잘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네안데르탈인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던 순수한 사나에만 안쓰러울 뿐이네요.
네안데르탈인의 ‘네안데르탈’의 뜻은 ‘네안데르 계곡’이라는 뜻이라더군요. 이들이 요괴의 산의 계곡에 마을을 이룬 의미가 있네요. 그리고 네안데르탈인들은 현생인류에 의해 멸종되었다는 것이 정설이죠. 이 작품에서 네안데르탈인들은 모리야의 신들과 텐구들에 의해 절멸하긴 했지만 결국 요괴든 신이든 인간의 믿음에서 유래된 존재들이기에 인간 때문에 절멸된 것이라 볼 수도 있겠군요. 환상향으로 거처를 옮긴 네안데르탈인들이지만 그들의 역사는 어디에서든 반복되나 봅니다.
우리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존재였지만 이념과 사상, 그것에서 유래된 권력유지욕구가 팽배한 현실에 찌들어서는 정치의 희생양을 찾기 바쁩니다. 그것이 생물학적 진화의 순리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군요. 이상으로서의 ‘환상’이 존재하는 환상향은 존재할 수 없는 걸까요?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기에 허황된 ‘환상’으로서의 환상향이라면 너무 씁쓸하기만 한데 말이죠.
3. Finding Paradise ~ 어느 여름날의 추억 ~ - 교토대동방학과
에이린의 연대기입니다.
굉장한 작품입니다. 그리스 신화와 아시아의 신화, 일본의 신화와 동방프로젝트의 설정을 하나로 엮어냈습니다. 그야말로 신화의 통섭입니다.
중편의 소설이었지만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고, 신화에 대한 깊은 통찰을 동방프로젝트에 접목시켜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에 연신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작가가 소설 속 인물을 다룰 때에는 직접 그 인물이 되어야만 인물의 일거수일투족에 설득력이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달의 두뇌라고 불리는 에이린이 주인공이죠. 그리고 작가분은 완벽히 달의 두뇌가 되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스 신화와 성경, 아시아의 신화, 일본의 신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이 작품 속에 녹아있는 것을 보면 딱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것들에 숨어있는 미싱링크를 유추하여 하나의 완벽한 서사를 만들어내는 작가분의 역량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동방프로젝트와 동떨어져 있는 글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극히 동방프로젝트스러운 온전한 동방프로젝트 2차창작 팬픽이었습니다. 복선의 활용도 감탄스러웠습니다. 다 읽고 나서 저는 동방프로젝트 2차창작 팬픽은 어떻게 써야 되는 것인지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동방프로젝트의 팬픽이면서 그리스 신화가 메인으로 다뤄진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관련 배경지식이 없으면 쉽게 읽히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런 우려들이 기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애초부터 동방프로젝트는 동양의 신화만을 소재로 삼지 않고 흡혈귀인 레밀리아나 서양의 신 헤카티아와 같이 서양인들에게 익숙한 소재들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ZUN도 언급했듯이 동방프로젝트는 옛날 이야기의 2차창작 작품이기 때문에 그리스 신화를 다루는 동방프로젝트 팬픽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ZUN의 의도와 맞는 2차창작이 된 것일 지도 모릅니다. 그리스 신화의 배경지식에 대해서는 분명 그것의 유무에 따라 팬픽으로부터 느껴지는 재미의 정도가 다르기야 하겠지만 주제의식은 분명하고, 또 작가분께서 해설도 따로 적어주셨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도 각종 신화들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음에도 작품을 흥미롭게 잘 읽었고 말입니다. 정말 최고의 명작입니다.
이야기는 영원정 패밀리와 순호, 헤카티아의 바캉스가 주가 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에이린과 헤카티아의 과거의 오해를 푸는 것이 메인이죠. 과거의 에이린, 그러니까 아테나는 신들의 유대관계를 단순한 가족놀이라며 꺼리던 헤카티아의 마음을 연 유일한 신이었습니다. 하지만 후에 신들의 전쟁이 발발하고 포세이돈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며 아테나는 자취를 감추는 사건이 생기자 헤카티아는 아테나를 만나 자초지종을 듣고자 몰락한 낙원을 떠나 전세계를 누비게 됩니다. 알려지기로는 아테나가 포세이돈의 지혜를 훔쳤다고 전해졌지만 사실은 포세이돈이 아테나에게 강제로 지혜를 주입한 거였죠. 신들의 전쟁이라는 다가올 미래에 대처할 방법이 없던 포세이돈이 아테나에게 미래를 맡기는 이기적인 선택을 했던 겁니다. 아테나가 기력을 되찾았을 때에는 이미 전쟁이 일어난 뒤였고, 포세이돈은 살해당했으며, 헤카티아는 낙원을 떠난 뒤였죠. 아테나는 이 오해를 풀기 위해 헤카티아를 찾습니다. 하지만 헤카티아는 이미 떠난 뒤였죠. 저승에서 페르세포네에게 아폴론의 활을 받은 아테나는 낙원을 떠나 헤카티아를 찾기 위한 여정에 떠납니다. 그러다 일본의 신들의 나라인 타카마가하라에 도달하게 되고 거기에서의 생활을 하던 중에 츠쿠요미의 제안에 의해 아마츠카미들과 함께 달에 낙원을 세우게 됩니다. 거기서 아테나는 ‘야고코로오모이카네’라는 이름으로 살게 되죠. 그녀는 오랜 기간 달에 있었기 때문에 헤카티아의 소식을 들었을 리 만무했습니다. 또한 헤카티아도 아테나, 곧 에이린의 소식을 알 지 못한 채 오해만 쌓여가고 있었던 겁니다. 이 오해는 다행히 에이린의 고백에 의해 헤카티아가 그녀를 이해하게 되면서 풀렸습니다.
에이린은 아테나였을 시절부터 모든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인간들에게 관대한 인자한 성품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무능력한 포세이돈이 미래를 맡길 만한 인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이와 평생 좋은 인연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다수의 인연 속에 갈등은 거의 필연적이고 풀기 어려운 오해는 생기기 마련입니다. 모두와의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고민에 고민을 하다 보면 해답이 찾아지기는커녕 이도 저도 아니게 돼버릴 지도 모릅니다. 작중 포세이돈처럼요. 그렇기에 에이린은 중요한 결단을 합니다. 카구야와 함께 환상향에 유배되어 있다가 카구야의 형기가 끝나 달의 사자들이 카구야를 데리러 왔을 때 에이린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그들을 살해하고 환상향에 카구야와 함께 남기로 하죠. 에이린에게 중요했던 것은 가족이었고, 에이린에게 가족이란 지금의 인연이었습니다. 즉, 영원정의 모두가 에이린에게는 중요한 가족이었고, 그들이 있는 환상향이 에이린이 그토록 찾던 낙원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착하기만 한 에이린에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모두와 탈 없이 잘 지내기를 바랐지만 이런저런 현실의 풍파에 치여 멀어진 인연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들과는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결국 제가 삶에서 선택한 것도 지금 내 곁에 남은 사람들과 인연이었지요. 하지만 에이린 같은 대인배는 되지 못했습니다. 에이린은 과거의 인연인 헤카티아와 오해를 풀고-비록 대적하는 위치에 서게 됐지만-새로운 인연으로서 마주보게 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헤어진 인연을 새로운 인연으로 회복하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슬퍼서 끙끙 앓고 있죠. 저는 작중 포세이돈과 더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것을 생각하려 하다간 ~ 정체되어버리니 말이야.”
저의 상황이 딱 포세이돈의 이 대사와 같은 것 같네요.
4. 기억나지 않는 밤하늘 - ㅇㅇ(175.195)
천방지축인 마리사가 마법사를 꿈꾸게 된 계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마리사는 밤하늘을 낮처럼 밝히는 수많은 별들에 흥미를 느껴 다가가게 되고 그 속에서 미마를 만나 마법사를 꿈꾸게 됩니다. 하지만 마을에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이 별 이변에 대한 역사를 케이네가 지워버린 탓에 마리사와 마을 사람들은 이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마리사에게는 마법사가 되겠다는 의지가 남아있습니다.
어린 마리사의 이야기 좋습니다. 말랑이 귀엽잖아요. 말썽을 피우고 다니는 어린 마리사와 환한 별빛 속에서 동경의 눈빛으로 미마와 대화하는 어린 마리사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읽으니 기분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기억에는 남아있지 않지만 의지가 남아있는 모습에서는 따뜻한 신비로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케이네가 별빛소동의 역사를 지워버렸으면 미마도 마리사를 기억하지 못할까요? 설마 이것 때문에 미마는 신작에 출연하지 못하는 걸까요? 어쩌면 우리 기억 속에 남은 미마도 마리사가 마법사가 되겠다는 의지와 같이 출처를 알 수 없는 기억으로만 남은 존재가 아닐까요? 미마님 어디계세요? 보고싶어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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