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 공무원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97만8000명이던 공무원 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 116만3000명까지 늘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에 따라 13만명에 달하는 공무원을 선발했다. 이로 인해 비대해진 조직만큼이나 국가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와 연금 등 재정 부담도 커졌다.
출범 초기부터 이를 바로 잡겠다고 예고해온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인 공무원 감축에 나선다. 7월 12일 행정안전부가 국무회의에 보고한 ‘정부 인력운영 효율화 방안’에 따르면 국가 재정부담과 행정 비효율을 막기 위해 부처별로 매년 정원 1%씩을 감축해 다른 부처로 재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향후 5년간 공무원 수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안도 마련해 시행한다.
하지만 1%를 감축,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정원이 줄어드는 부처는 업무량이 그만큼 늘어나게 되고, 원치 않는 부처로 전출을 가는 이들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일선 공무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신규 채용이 줄어들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불만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증원 대신 불필요한 인력 재배치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1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범정부 조직진단과 통합활용정원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 인력운영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매년 각 부처 정원의 1%, 5년간 총 5%를 ‘통합활용정원’으로 관리해 주요 국정과제와 협업과제 추진에 활용할 계획이다.
통합활용정원제는 정부 차원에서 정원을 일종의 풀(Pool) 개념으로 공동 관리하는 제도다. 각 부처의 불필요한 인력을 발굴, 동일 비율로 재배치하기 위한 방법이다. 현 수준의 정부 인력규모를 유지하면서도 국정과제·협업과제 등의 신규 인력수요에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다.
예를 들어 규제개혁, 기능쇠퇴 등으로 인력이 불필요해진 A부에서 10명, B청에서 15명, C위원회에서 5명 등 30명의 정원을 감축해 국정과제·협업과제가 필요한 반도체 육성(4개 부처 20명), 코로나 소상공인 지원(3개 부처 10명) 등에 재배정하는 식이다. 통합정원 배정은 오는 3분기 중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행안부는 먼저 48개 중앙행정기관의 조직진단을 실시해 기관별 기능과 기구, 인력 운영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진단은 부처별, 민관합동, 심층진단 등 세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이처럼 정부 조직진단이 대규모로 진행되는 건 2006년 이후 16년 만이다.
정부는 경찰·해경에 대해서도 하반기에 실시하는 조직진단 결과에 따라 매년 1%의 인력을 자체 조정·재배치해 다른 필수 증원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원에 대해서는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에 따라 연차 별로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향후 5년간 기준인력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고, 신규 행정수요는 인력 증원이 아닌 정원의 1%를 매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무원 증가로 재정 부담 증가…‘작은 정부’로
이번 방안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인 ‘유연하고 효율적인 정부 체계 구축’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 인력은 노무현 정부 97만8000명, 이명박 정부 99만명, 박근혜 정부 103만2000명, 문재인 정부 116만3000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지나친 공무원 증원이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 임기 동안 증원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번 정부 인력운영 방안의 골자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때 13만명에 달하는 공무원을 증원하면서 국가가 부담해야 할 재정 부담도 커졌다. 2021년 지방직을 제외한 국가 공무원 인건비는 총 40조2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40조원을 넘어섰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17년 33조4000억원에서 2018년 35조7000억원, 2019년 37조1000억원, 2020년 39조원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다. 2022년 공무원 인건비 예산은 2021년보다 2.7% 늘어난 41조3000억원이다. 지방공무원까지 포함해 향후 정년을 마칠 때까지 지급해야 할 공무원 인건비와 연금 등을 모두 감안하면 재정 부담은 더 늘어난다.
또 공무원 증가는 민간에 대한 간섭과 규제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와 민간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공무원 정원 문제를 논의하고 효율적 인력 재배치 등을 추진해왔다.
◇전문성 부족, 업무 부담 등 우려
정부의 인력 운영 방안을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일부 공무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작은 정부’ 기조를 고려해 공무원 인력 재편을 예상했던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인력 효율화 필요성에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감축 기조에 무리하게 따르다가 기준과 대상이 모호해져 재편 과정에서 원치 않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업무를 맡게 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원이 줄어드는 부처의 경우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각 공무원단체 노조들은 공무원들이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적은 보수를 받고 있다며 오히려 증원이 필요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공시생 커뮤니티에는 “올 게 왔다” “가뜩이나 높은 취업문이 더 좁아질 것”이라는 한숨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새 정부에서 채용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올해가 마지막 기회하는 소문이 많이 돌았지만 막상 현실이 되자 많은 공시생들이 동요하고 있다.
그러나 학원가에선 공무원 채용 규모가 줄어든다고 해서 공시생 규모까지 축소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공시생들이 중도에 기업 입사로 전환하는 경우가 드물고 대기업들도 공채를 없애거나 감염병 등을 이유로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어서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수는 수십만명에 달한다. 공무원 신규 채용이 줄어들면 타격을 받는 인원이 수십만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실제 취업준비자 10명 중 3명은 공시생으로 나타났다. 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자는 85만9000명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27만8316명(32.4%)은 일반직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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