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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의 여인 - 마지막 반전 그리고 패소

운영자 2010.06.24 14:07:17
조회 206 추천 0 댓글 0

  그 질문에 대해 한영숙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길에는 은은한 분노의 빛이 분명히 타오르고 있었다. 정부측 소송수행자는 더 이상 질문을 그만둔 채 자리에 앉았다.

  모든 얘기를 오랫동안 조용히 들은 재판장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이제 결심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판결문을 한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판사들의 얼굴에는 이해와 동정의 빛이 가득찬 듯했다. 그동안 속에 담아두었던 한들을 대표 한영숙을 통해 뱉어 낸 방청석의 중국 교포들은 법정 밖에서 환호했다. 당당히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권리투쟁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제는 선고만 남은 것이다.


  선고를 기다리던 어느 날 재판부에서 한 장의 통지가 날아들었다. 변론을 재개하겠다는 것이었다. 재판정으로 갔다. 더 이상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였다. 재판장도 이제는 모든 기록을 세심히 읽고 사안을 꿰뚫은 표정이었다. 재판장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원고측 변호사 말이죠, 지금 한영숙의 가족이 중국에 있다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나요?”

  “네, 중국에도 거주 허가기간 내에 다시 절차를 밟지 못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사법부에 걸었던 실낱같은 기대가 허물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오기가 팍 죽는 걸 느꼈다. 재판장이 동정하면서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변호사가 한영숙이 다시 여기서 살도록 소송 외에 다른 절차를 밟아 줄 수는 없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행정부의 처분을 무효 사유로 봐주기는 곤란할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정 안되면 다시 주민등록 신청을 하고 또 소송을 제기해 보시던가”

  결국 패소판결을 내리겠다는 소리였다. 법관에서 사정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법 이론과 판례인 것이다. 일말의 좌절감을 맛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애초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 순진한 자의 어리석음이었나 보다. 이처럼 절벽같은 힘의 현실에 부딪쳐 어느 그 추운 겨울로 되돌아가야 하는 한영숙에게 나는 무어라 설명해야 할 것인가. 서럽게 살아갈 그녀의 몰락의 고뇌가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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