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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의 여인 - 한영숙을 등장시킨 반격

운영자 2010.06.24 14:05:21
조회 188 추천 0 댓글 0

  중상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있다. 그건 바로 진상이다. 프랑스 역사를 통틀어 농간을 가장 잘 부렸다는 탈레랑의 말이다.

  나는 밤새워 그동안 파악했던 진실들을 써나갔다. 정부측의 자기 기반과 합리화의 두꺼운 껍질들을 벗겨내기 위해 고심했다. 이 사건은 수면위에 떠있는 빙산의 일부만을 성긴법 이론의 그물로 거르면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는 것이었다. 근본적인 법률검토는 신중히 했다. 후배인 군법무관이 관련법령이나 시행령들을 찾아가면서 정부측의 맹점이나 행정절차상 밟아야 하는 법적 과정의 흠들을 열심히 찾아주었다.


  재판부에 한영숙 본인이 나와 증인 자격으로 말할 수 있도록 신청해 허가를 얻어냈다.

항상 증거능력이 충분한 공문서 등 증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부측에 비해 내 쪽은 나와 줄 증인조차 없는 상황에서 그게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 무렵 정부측은 공무원이 한영숙의 사무실로 와서 강제로 주민등록을 빼앗으려 했다는 내 쪽의 주장에 대해 이런 증거까지 새로이 만들어 제시했다. 그것은 한영숙을 찾아갔다는 공무원들을 시켜 만든 경위서였다. 그 요지는 이랬다.


“생년월일에 착오가 있어 주민등록증을 반납하지 않는 한영숙의 사무실로 출장하여 정중하게 요청하였으나 한영숙이 반납할 의사가 없어 곧바로 사무실로 귀청하였고 그 당시 절대로 겁을 주거나 강제적으로 주민등록증을 회수하려는 행동이나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핑계부터 찾을 게 아니라 사과부터 했어야 하는 것이 한결 아름답지 않았을까. 법정 출두일. 한영숙은 전날 밤을 하얗게 샌 채 초췌한 얼굴로 법정에 나왔다. 장중한 느낌을 주는 붉은 벽과 그 상단 중앙에서 위엄있게 금빛을 뿜어내는 법원의 무궁화, 그 앞에서 검은 법복을 입고 등 높은 의자에 앉아 있는 근엄한 법관들, 그런속에서 한영숙은 잔뜩 주눅들어 있었다.


  나는 먼저 신문사항이 길 것에 대해 재판부의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한영숙이 앉아있는 증언대 앞으로 나가 섰다. 그녀의 재판을 보려고 따라온 중국 교포들의 진지한 눈빛들이 법정에 가득찼다. 웅크리고 사는 그들로서는 대표 한영숙을 통해 대한민국의 권위 앞에 정식으로 서는 최오의 기회이기도 한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입을 통해 그동안 그가 살아온 역경들을 신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재판부에 말하게 했다. 진실한 절규는 저절로 통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말을 듣는 재판정은 숙연했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흥분이 고조되었다.


  마지막에 그녀는 “차라리 대공혐의가 있다면 감옥에라도 들어가서 떳떳하게 형을 받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삶에 대한 결론이자 처절한 최후의 독백이기도 했다.


  정부측 소송 수행자는 얼굴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아마도 행정부의 공식적인 잘못이 적나라하게 주장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솥에 밥을 먹는 사람으로서의 치욕감을 느낀 듯했다. 그가 일어나서 간단히 반대신문을 시작했다.

  “한영숙씨는 북한적을 가지고 북한공민증을 가지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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